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5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57화
버닝 시스템?
불탄다는 뜻을 가진 버닝이라는 말 그대로 시야 한구석에 자그마한 불꽃 모양 아이콘이 새로 생겼다.
레슨이 모두 끝나고 혼자 있을 때 슬쩍 눌러봤다.
아이콘은 사라지고 그 대신 시스템의 안내 메시지가 눈앞에 생겼다.
[Tip! 10레벨마다 버닝 스탯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버닝 스탯으로 지정된 스탯은 모든 경우에 상승하는 스탯량이 2배가 됩니다.] [Tip! 버닝 스탯으로 지정된 추가 스탯은 포인트를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Tip! 추가 스탯이란 체력, 힘, 지능 등 기본으로 주어진 초기 스탯을 제외한 의지, 직감, 연기력과 같은 스탯을 의미합니다. 추가 스탯은 버닝 스탯으로 지정하지 않는 한 스탯 포인트를 투자할 수 없습니다.]이제까지 매력이나 체력을 비롯한 스탯들을 올리는 것도 바빠 추가 스탯은 포인트 투자가 안 되는 줄도 몰랐다.
[Tip! 동시에 등록할 수 있는 버닝 스탯은 최대 3개입니다. 같은 스탯을 두 번 지정하는 등의 중복 등록은 불가하며, 40레벨이 되었을 때 네 번째 버닝 스탯을 새롭게 지정하는 경우 먼저 등록한 스탯 하나를 삭제해야 합니다.] [버닝 스탯(10Lv)을 선택해 주세요.]나는 고민하지 않고 결정했다.
‘매력. 무조건 매력.’
[매력이 버닝 스탯으로 지정되었습니다.]그러자 아까 보았던 불꽃 모양 아이콘이 내 정보창의 매력란 옆에 작게 생겼다.
나는 내친김에 레벨 업으로 받은 스탯 포인트를 모두 매력에 투자해 보았다.
“오.”
과연 투자한 포인트는 5인데 능력치는 10이 올랐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엄지를 대고 파르르륵 넘긴 것처럼 평소보다 두 배로 빨리 올라가는 능력치에 작은 쾌감마저 느껴졌다.
원래 내 얼굴이 되려면 대체 매력을 얼마까지 올려야 하는지 여전히 도통 감이 안 잡혔지만, 어쨌든 좋은 게 좋은 일이었다.
* * *
레슨 이후에도 우리 조는 대체로 평화롭게 연습을 이어갔다.
짧은 합숙 기간 틈틈이 지난 합숙 때 했던 닭싸움이나 로맨스 남주인공 선발전처럼 방송 분량을 위한 미니 게임도 몇 개 하다 보니 금방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와, 진짜 힘들었다.”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퇴소하기 전 캐리어를 옆에 세워두고 1층에서 대기하는데 마치 좀비들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그때, 아는 연습생이 나를 은밀하게 부르더니 비밀 얘기를 하듯이 소곤거렸다.
“야, 들었냐? 정민이 어제 거의 실신할 뻔했대.”
김정민은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남은 연습생 중에서는 제일 어려서 귀여움을 많이 받는 편이었다.
그런 애가 실신할 뻔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시간을 때우고자 핸드폰으로 게임을 켜던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지금 처음 듣는데. 애 괜찮대?”
“피디님이 걔네 조원들한테 말하지 말라고 입단속 엄청 시켰나 봐. 나도 좀 전에 들었어.”
“조인수 피디님이?”
“아니. 다른 여자 피디님이 그런 것 같았는데 그게 그거지 뭐.”
나는 까치발을 들고 김정민을 찾았다.
과연 하나 있는 소파에 힘없이 앉아 있는 김정민은 유난히 안색이 나빴다.
저러면 경연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을 텐데. 걱정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남을 걱정할 형편이 못 된다는 유감스러운 사실은 곧 밝혀졌다.
합숙이 끝났다는 것은.
곧, 잘 곳을 새로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반요한과 서문결이 와서 이번에도 자기들이랑 같이 가자는 식으로 얘기를 꺼내기는 했지만, 시스템이 경고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거절했다.
‘누가 또 데려가 주겠지.’
현실을 모르는 생각이었다.
해가 중천에 뜨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3초에 한 번씩 날 때까지도 내게 맛있는 식사와 안락한 잠자리를 내어줄 착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진짜 길에서 잘 것 같은데.’
일단 날이 따뜻하기에 밤사이 얼어 죽을 걱정이 없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으며 나는 통장 잔액을 확인해 보았다.
그동안 자잘한 퀘스트 보상으로 받았던 돈이 30만 원 정도 모여 있었다.
밖에서 음료수 한 캔도 허투루 사 마시지 않을 만큼 아껴 쓴 덕분이었다.
다음 합숙 시작 날짜가 언제였지?
2주쯤 뒤였던 것 같은데.
숙소를 싼 곳으로 잡으면 다음 합숙 때까지는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면 식비는? 여름옷값은? 그다음 합숙이 끝나고는?
역시 이 30만 원을 교통비 삼아 학생증 뒤에 쓰여 있는 주소로 한 번쯤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갈 때였다.
[돌발 퀘스트 발생! [home my sweet home>] [▶ 퀘스트 설명: 지난날의 영광을 잊지 못한 당신은 누군가 ‘짠’하고 나타나 함께 집으로 가자고 말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참으로 헛된 꿈이었지요.당신도 알다시피 이 각박한 세상에 대뜸 너 우리 집 좀 오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만일 정말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요즘 사람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온정이 넘치는 사람이거나, 무언가 다른 꿍꿍이를 속에 감춘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중에서 전자에 해당하는 너그러운 시스템이 친히 아량을 베풀어 한 몸 뉠 숙소를 하사할지니 미천한 플레이어는 무릎 꿇고 이를 받들라.]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시 연계 퀘스트 [home my sweet home: day 1>이 발생합니다.)] [Y/N]
뭐지? 이 한 줄기 빛을 발견한 것 같으면서도, 처음 보는 묵직한 고양이가 나를 밟고 지나갔다가 되돌아와서 내 얼굴을 궁둥이로 깔아뭉갠 것처럼 더러운 기분은?
어쨌든 나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퀘스트를 수락했다.
나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이성적인 사람이니까.
[일일 퀘스트 [home my sweet home: DAY 1> 발생!] [▶ 퀘스트 설명: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퀘스트 완료 조건을 모두 달성하면 됩니다. 퀘스트 완료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1) 근처 도서관에서 폐관 시간까지 책 읽기
2) 읽은 책 독후감 쓰기 (수기로 분량 A4 두 페이지 이상, 그림은 반 페이지까지 허용)
오후 8시까지 한 가지 조건이라도 달성하지 못할 경우 퀘스트는 자동 실패합니다.
▶ 확정 보상: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머물 수 있는 숙소
▶ 실패 시 페널티: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풀벌레와 함께하는 공원 노숙(돗자리는 제공해 드립니다.)] [해당 퀘스트는 매일 오전 8시에 갱신됩니다.]
나는 바로 그날부터 매일 시스템이 내준 일일 퀘스트를 수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완료 조건이 비교적 무난했던 첫날은 맛보기였다는 듯, 둘째 날부터 주어진 일일 퀘스트는 까다로운 듯 까다롭지 않고, 할 만한 듯 할 만하지 않았다.
조금 쉽다 싶으면 미션을 서너 개씩 줘서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만들었다.
가히 기가 막힌 난이도 조절이었다.
덕분에 나는 매일, 일일 퀘스트에 성공해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입금을 확인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줄 때까지 노숙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제는 얼굴도 어느 정도 알려져서 노숙을 했다가는 모 커뮤니티에 ‘24시 카페에서 자는 무개념 픽하트 연습생 봄’이라는 제목의 글이 사진과 함께 올라올지도 몰랐다.
그 생활이 오죽 힘들었으면 경연 연습을 위해 징샤오의 소속사인 루이젠 엔터테인먼트 사옥 연습실에 모였을 때, 애들이 우스갯소리로 내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합숙 끝나고 일주일도 안 됐는데.
“오늘 우리 숙소 잠깐 들러서 지우 형 밥이라도 먹고 가.”
언제 동날지 모르는 잔고 눈치를 보느라 하루에 두 끼만, 그것도 몹시 빈약하게 먹은 티가 났는지.
연습이 끝날 때쯤 서문결이 걱정이 묻어나는 어조로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진짜, 정말, 완전 혹했다.
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초대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가성비만 따지는 합숙소 요리를 먹으며 겨우 그 환상의 맛을 잊었는데, 강지우의 손맛을 다시 한번 맛보면 이번에는 영영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아, 그때 먹었던 소고기 전골 생각했더니 침 고여.
* * *
막바지 연습에 몰두했던 연습생들은 집, 혹은 숙소에 돌아가 TV로 픽하트를 방송하는 뮤직박스 채널을 틀었다.
오늘은 드디어 첫 번째 순위결정식이 방송되는 날이었다.
순위결정식 촬영분으로만 한 회 분량을 모두 채우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앞서 찍어두었던 닭싸움, 남주인공 선발전, 픽 유어 프렌드 등의 컨텐츠가 함께 방송될 예정이었다.
– 조인수씨 오늘도 시즈 분량 없으면 본사 쳐들어 갈 거예요 제대로 하세요
– 아 벌써 애들이랑 정든 것 같아요 다 올라갔으면ㅠㅠㅠ
첫 번째 순위결정식이니만큼 시청자들의 조바심이나 기대감과 같은 것들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시드 엔터의 몇 없는 직원들과 연습생들 또한 모여서 튀기지 않고 구운 치킨을 먹으며 광고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오늘 우리 애들 분량 몇 초 나올까.”
분량에 대해서는 옛날 옛적에 해탈한 대표 반가을의 물음에 그녀가 산 치킨을 집어 먹기 바빴던 직원들이 저마다 입을 열었다.
“저는 둘이 합해서 10초 봐요.”
“나노 컷 포함해서?”
“포함하면… 그래도 30초는 나오지 않을까요?”
“우리가 그걸 다 셀 수는 없으니까, 그냥 초점 안 나가고 얼굴까지는 다 나온 컷만 세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손바닥보다 큰 얼굴로.”
“그러자. 그럼 난 7초.”
“저는 15초.”
권겨울 영입과 연습생 왕따 사건을 제외한다면 큰 기복 없이 굴러온 작은 회사는 이상적일 만큼 수평적이었기 때문에 대표까지 낀 자리였음에도 분위기는 사뭇 편안했다.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15분 만에 군침 도는 냄새에 굴복하고 치킨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집어 든 견성하도 말을 얹었다.
“그래도 형들 상위권이랬잖아요. 소감 같은 건 안 자를 것 같은데. 전 30초에 콜라 걸게요. 제가 이기면 저거 한 모금만 마시게 해주세요.”
“야, 디테일해서 기분 나쁘니까 이거나 먹어. 그리고 콜라는 안 돼.”
약간 굳은 얼굴로 핸드폰을 만지작대던 반요한이 견성하의 입에 치킨 무를 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