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7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74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준용을 비롯한 대부분의 트루 직원은 온라온과 관련된 일련의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망가졌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연습생을 그만둔 전례가 이미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혹한 환경이었다.
트루는 스타가 되기 위해서 그만한 것쯤은 얼마든지 감수해야 한다고 여겼다.
얼마나 잘났든, 연습생은 데뷔까지의 과정을 버티지 못하면 끝이라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근 온라온이 픽하트에서 활약하면서 퇴출이 너무 성급한 결정은 아니었냐는 말이 트루 내부에서 슬슬 나오고 있었다.
현재 온라온의 이미지는 대중적으로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얼쑤얼쑤’ 무대를 기점으로 픽하트3의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점유율이 30%를 훌쩍 뛰어넘었다.
방송 당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 온라온 개인의 화제성 순위도 지난 회를 기준으로 전체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어떻게 저런 애가 첫 순위결정식에서 14위를 할 수 있냐는 말과 함께 다가오는 2차 순위결정식에서는 상위권까지 올라올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흔하게 나오고 있었다.
트루에서 온라온 정도로 추락했던 연습생이 이런 식으로 부활한 경우는 여태 한 번도 없었다.
데뷔할 가망이 없는 온라온을 픽하트에 추천하는 것으로 제가 직접 해외에서 캐스팅해 온 연습생에 대한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했던 길준용은 마음을 바꾸었다.
“현진아, 나는 애들 싸움에 어른이 끼어드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길준용의 말에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던 오현진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대상을 바꾸어가며 연습실에서 벌어진 따돌림을 직원들은 묵인해왔다. 그래서 괴롭힘이 더 가혹해진 면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저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예전 일을 문제 삼겠다는 건가?’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짐을 챙겨 연습생 숙소를 나간 온라온을 픽하트 촬영장에서 몇 달 만에 다시 보았을 때부터 묘하게 불안했었다.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던 온라온은 생기를 완연히 되찾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모습이 마치 기대와 설렘과 꿈을 품고 트루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와 같았다.
게다가 전처럼 마냥 얌전히 말을 듣는 것 같지도 않았다.
사실 1차 경연 때 오현진은 온라온에게 반감이 있는 연습생들로만 팀을 꾸리고 마지막으로 온라온을 데려올 생각이었다.
과정이 조금 꼬여서 반요한까지 한 팀이 되기는 했지만, 크게 상관없을 것이라 여겼다.
멘토 평가 때 모습으로 보아 아직 완전히 실력을 되찾은 것 같지는 않았으니 그전에 다시 한번 밟아놓을 생각이었다.
물론 연습생들이 만나본 적도 없는 온라온에게 반감을 갖게 된 원인은 그들에게 “쟤가 우리 회사 왕따였는데, 왕따를 당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라고 사실을 왜곡하여 말한 오현진이었다.
그러나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기가 죽어 사람과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던 녀석은 날이 갈수록 존재감을 원 없이 드러냈다.
‘아니, 기는 원래 안 죽었던 것 같기도…….’
트루에 있을 적 무슨 일을 겪어도 악착같이 연습실에 나오던 온라온을 떠올린 오현진은 그제야 많은 것이 두려워졌다.
‘만약에, 만약에… 온라온이 나한테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히면 어떡하지?’
지은 죄가 있기에 불안감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오현진은 마냥 선량하고 올바르게 살아오지 않았다.
옳다구나 하고 온라온의 일을 확인해 줄 관계자는 널려 있었다.
본인이 밝히지 않는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 말이 새어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온라온을 뒤늦게 불쌍히 여긴 직원, 연습생을 그만두고 나간 사람, 회사에서 밀어주는 그의 자리를 노리는 다른 연습생….
애초에 다른 회사 연습생인 강지우의 귀까지 들어갈 만큼 알려진 일이었다.
말이 퍼진다면 그 누구를 통해서라도 퍼질 수 있었다.
연습생들끼리 기 싸움이 심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준을 한참 넘어선 일들이 알려진다면 연예인으로서, 그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매장될 것이 뻔했다.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해야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라온이가 착한 아이라 다행이지.”
꼭 온라온이 모든 일을 알고도 덮어줄 것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예전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네.”
그동안 온라온은 위기를 대체로 잘 넘겨왔지만, 옛 모습을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사람 자체가 바뀐 것 같았기에 의심을 아예 안 살 수는 없었다.
길준용의 시선이 다시 모니터에 띄워 놓은 온라온의 진단서로 향했다.
[기억력 저하, 인지력 저하를 주소로…….]“여하튼 더 자극하지 말고, 만약 옛날 일을 기억하는 것 같으면 무릎을 꿇든 피해 보상을 하든 해서 어떻게든 용서받아.”
“…….”
“문제 생기지 않게 하란 말이다. 알아들었어?”
“…네.”
짧은 대답에서 온라온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길 바라는 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 * *
오늘은 2차 순위결정식 촬영일이다. 그저께 2차 경연 뒷부분을 다룬 7회가 방송되었고, 오늘 낮에 2차 투표가 마감됐다.
그리고 나는 지금 기분이 몹시 나쁘다.
첫째로 조인수 피디가 와서 내 덕을 봤다며 굳이 듣고 싶지 않은 말을 길게 늘어놓았기 때문이고.
둘째로 오현진이 꺼림칙한 태도로 와서 내게 간식거리를 주고 갔기 때문이다.
촬영장에서 제일 얼굴 보기 싫은 둘이 차례로 와서 저러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시청률 대박이 난 조인수 피디야 그렇다 쳐도 오현진은 무슨 생각으로 이걸 준 걸까.
나를 혐오 수준으로 싫어하면서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고.’
저번보다 더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순위결정식이 진행됐다.
우리 조에서는 데이가 아슬아슬하게 34위로 생존했고, 나가세 리츠는 저번보다 순위가 조금 올라 27위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카일은… 방출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서문결은 7위였다.
무대 말고는 분량이 거의 없기는 했지만 무대 반응은 나만큼 좋아서 더 높을 줄 알았는데.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3위 연습생 발표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궁중악’과 ‘날아오르리’를 리믹스한 곡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연습생입니다. 대표님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할 만큼 신나는 랩을 보여주기도 했죠.”
남아 있는 얼쑤얼쑤조 상위권 연습생은 징샤오, 그리고 나였다. 그리고 둘 다 랩을 했다.
다른 연습생들의 시선이 앞뒤로 앉아 있던 우리에게 쏠렸다.
“축하합니다. 3위, 온라온 연습생.”
나는 만족한다는 듯 겸손한 미소를 지었다.
“온라온 연습생은 지난 얼쑤얼쑤 무대 이후 인터넷에서 온뿜뿜, 흥라온 같은 별명을 얻으며 대표님께 많은 사랑을 받았죠. 이번에는 첫 번째 순위결정식 때보다 무려 11계단이나 상승한 3위에 안착하게 되었습니다. 개인 연습생으로는 시즌2에서 최종 6위로 데뷔한 이샛별 양을 제친 최고 순위라고 하네요.”
이번에는 워낙 방송 반응이 좋아서 3위까지는 아니어도 순위 상승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지난번처럼 정신없이 굴지는 않았다.
자리에 남은 연습생들에게 둘러싸여 한참 동안 포옹과 악수를 한 것은 똑같았다.
오현진도 부담스럽게 친근한 척 애정 표현을 했다. 카메라 앞에서 피할 수는 없어서 받아줬지만, 기분이 나빴다.
무대 위로 올라가서는 제나가 “이번에는 안 안아줘도 되겠네?” 하고 농담을 던질 만큼 차분하게 마이크를 받을 수 있었다.
“소감 들어볼까요?”
“우선 이렇게 높은 순위를 받을 수 있게 해주신 대표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흥부자 조원들, 한 명 한 명 다 너무너무 고맙고 많이 아껴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서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만하면 무난하게 소감을 마쳤다고 마음을 놓을 때였다.
“이대로 보내기엔 아쉬우니까 애교 한 번 하고 들어갈까요?”
제나가 폭탄을 던졌다.
연습생들이 환호했다. 자기 일 아니라 이거다.
요즘 시대에 이르러 애교는 남녀를 막론하고 아이돌의 숙명 혹은 업무 중 하나였다.
외국에서는 따로 번역이 되지 않고 ‘Aegyo’라는 고유명사로 쓰일 만큼 여러 의미로 위상이 대단했다.
위튜브를 보니 불혹이 다 되어가는 묵혜성도 팬들 앞에서 애교를 하더라.
내 애교를 꼭 보고야 말겠다는 듯 빨간 불빛이 들어온 카메라 한 대가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일단 고개를 저으며 한 번 사양했다.
“제가 살면서 애교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
단호하시네요.
“사실 지금도 귀여웠어요. 걱정 말아요.”
취향도 좀 이상하신 것 같고.
“제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픽 업 프렌드에서 ‘그렇구나아’ 하고 시무룩할 때, 닭싸움하면서 눈빛 공격 했을 때, 저번 무대에서 본인 파트 소화할 때. 이렇게나 많은데요? 더 말해줄까요?”
그게 진짜 귀여운지는 둘째 치고, 어떻게 사람을 옆에 세워두고 낯부끄러운 과거를 이렇게나 낱낱이 밝혀버릴 수가 있지?
그리고 나는 말을 늘인 적이 없다!
이게 다 자막의 날조고 농간이었다.
그런 것에 놀아나다니.
오늘부터 당신은 갓제나 아니고 킹제나다.
“찬빈 군, 닭싸움 때 기억하죠?”
“네! 지금 생각해 보니 귀여운 척이 아니라 라온이 말대로 귀여운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내가 열심히 표정을 관리하는 동안 마이크가 없는 서찬빈이 쓸데없이 우렁차게 답했다.
과거의 나를 때리고 싶다.
“마음 편하게 해요. 부담 가지지 말고.”
왜 상급자들은 부담 갖지 말라는 말로 인해 더 부담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어쨌든 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귀엽다는 건 득이 되면 됐지 해가 되는 이미지는 아니었으니까.
“할게요. 할 건데, 여러분이 반응을 해주셔야 해요. 했는데 조용하면 진짜 슬플 것 같거든요. 리액션 다들 아시죠?”
뒤와 앞을 돌아보며 앉아 있는 연습생들에게 충실한 리액션을 단단히 약속받은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애교들을 빠르게 떠올렸다.
“…준비됐습니다.”
“와, 준비까지. 좋아요. 카운트다운 해줄게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겠다고 비장하게 마음을 다독인 나는 두 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3, 2, 1.”
“……대표님, 온랑해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활짝 웃으며 원을 베어 무는 시늉을 했다. 손가락이 구부러지며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소위 말하는 ‘깨물 하트’였다.
단 두 마디와 하나의 동작에 불과했음에도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는 순간 손가락과 발가락이 제각각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못한다면서! 저게 뭐가 못하는 거야!”
“온라온 귀엽다!”
그래도 다들 리액션은 참 잘해줬다.
비즈니스겠지만 고맙다.
덕분에 덜 수치스럽…기는 무슨!
‘제발 이게 방송에 안 나가게 해주세요. 제발요.’
이게 방송에 나가야 좋은 거라는 사실을 이성은 알고 있는데, 감정이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이 장면을 볼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 아닐까?
이게 방송에 나간다면 사람들이 보다가 채널을 확 돌려버리거나 TV 화면을 꺼버리지 않을까?
이 애교 사건의 원흉 제나가 터뜨렸던 웃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아, 온랑해요. 발음부터 올망올망해서 너무 귀여운데요. 하트도 너무 귀여웠어요. 픽하트의 새로운 유행어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뭔가 뜻이 있나요?”
“네…. ‘온라온’을 빠르게 말하면 ‘온랑’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온라온 하세요’를 줄여서 ‘온랑해요’라고 한 것도 있고, ‘온라온’이랑 ‘사랑해요’를 합쳐서 ‘온랑해요’라고 한 것도…….”
이 뜻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자니 더 수치스럽다.
밀려오는 수치스러움에 차마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 나를 제나가 자비롭게 자리로 보내줬다.
아이돌은… 힘든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