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7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76화
다른 조에 비해 우리 조는 인원 변동이 거의 없었다.
파트도 거의 그대로였다.
‘Rewind’ B-1 조에서 서브 래퍼를 했던 나윤재가 파트를 유지하고 싶어 해 파트 주인인 서문결이 흔쾌히 바꿔준 게 다였다.
“고마워 형.”
담백하게 감사를 표하는 나윤재도 서문결에게 욕심이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것 같았다. 아마 얼굴천재 조로 함께 했던 1차 경연 때 눈치채지 않았을까.
어찌 됐든 서문결은 가이드 녹음도 혼자 한 인간이라 랩에서 보컬로 옮겨도 큰 무리는 없었다.
센터는 옥도윤과 나윤재가 경쟁해 나윤재가 가져갔다.
이번에는 나도 지원해 볼까 했지만, 최근 받았던 인터뷰 질문들이 죄다 “라온 군은 센터 해볼 생각 없어요?” 혹은 “센터 욕심 안 나요?”처럼 누가 봐도 야망가나 욕심쟁이로 편집할 각을 재는 것들이라….
그냥 계속 사리기로 했다.
다만 두 번씩이나 센터 경쟁에서 밀린 옥도윤은 속이 꽤 쓰렸던지 두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좌절했다.
“저 이 곡이랑 안 어울리나요…?”
그렇지 않다.
단지 나윤재가 더 어울릴 뿐이다.
중간에 비어 있던 안무 부분은 서문결과 옥도윤이 합작해 대단히 빡빡하게 채워 넣었다.
처음 봤을 때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을 것 같았던 안무는 아껴뒀던 체력을 후반에 모조리 바치는 안무로 재탄생했다.
감성적인 노래와 감성에 젖을 정신을 용납하지 않는 안무의 환상적인 콜라보였다.
“죄송한데, 헉… 노래랑 안무랑 좀 차이가 크지 않아?”
“괜찮아. 할 수 있어.”
“…….”
내 옆에서 숨을 고르던 반요한이 주먹을 꽉 쥐는 게 보였다.
춤에 약한 김준우는 손에 얼굴을 묻고 다 포기한 듯 무언가를 서글프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이도가 상승한 리와인드 안무는 톡식 안무나 얼쑤얼쑤 안무와 비교하면 확실히 어려웠다.
사실 그 두 가지 안무는 난이도를 상중하로 따지자면 하였다.
톡식은 당시 17년 차 댄스 가수의 관절을, 얼쑤얼쑤는 조원들의 부족한 실력을 고려해 만든 안무였으니 쉬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앞선 경연 무대들의 평이 좋다고 해서 내 실력까지 증명되는 것은 아니었다.
해본 춤 중에 유일하게 난이도 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하트 어택은 어떻게든 소화하기는 했지만, 딱 그 수준이었다.
그 당시 나보다 못한 애들이 워낙 많아서 내 부족함이 상대적으로 묻힌 감이 있었다.
춤에 대해 많이 배우고, 신체 능력이 한결 좋아진 지금 다시 춰보면 그때와는 느낌 자체가 확 달랐다.
그래서 이번 무대는 ‘즐기자!’보다는 ‘잘하자.’라는 생각이 더 컸다.
이 안무는 내가 센터에 지원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만약 내가 센터가 된다면 동선상 왼쪽에 옥도윤이나 나윤재, 오른쪽에 서문결이 오게 되는데 차마… 며칠 연습한 걸로 그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뭐 어쩌겠어.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나는 아직 춤을 추기 시작한 지 세 달도 안 됐고, 여기서 나보다 못하는 건 반요한과 김준우 정도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도 보컬 연습은 생각보다 할 만했다.
처음에는 음이 꽤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르면 부를수록 어쩐지 내 음역대에 잘 맞는 곡과 파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하늘 작곡가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특히 메인 보컬인 김준우가 고음을 내지르기 전, 서브 보컬1·2·3이 음을 차곡차곡 쌓는 부분을 연습할 때는 조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와… 셋이 음색 합 어떡하냐. 너무 좋은데?”
“결이 형 보컬로 간 거 약간 신의 한 수 같아요.”
든든하게 깔리는 서문결의 목소리, 중간을 채워주듯 들어가는 내 목소리,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는 가성으로 듣는 맛을 더하는 반요한의 목소리.
내가 듣기에도 좋아서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짧은 파트를 연습할 때마다 기분 좋은 소름이 돋았다.
나는 이 노래가 정말로 마음에 들었고, 더 잘하고 싶었다.
다른 것에는 조금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남들보다 길었던 연습 시간이 늘어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김준우가 물었다.
“괜찮아. 잘 관리하고 있어.”
피로도 회복 모드를 조금 약하게 이용해, 피로도가 60이 되면 50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잠깐씩 자는 식으로.
핸드폰을 짧게 짧게 급속 충전하듯 피로도를 관리했더니 생각보다 할 만했다.
“네가 무슨 기계라도 되는 줄 아는 건 아니지?”
협찬받은 홍삼 스틱을 쪽쪽 빨아먹은 반요한이 껍질을 찌그러뜨려 쓰레기통에 던지며 말했다.
“사람은 그러다 고장나.”
“걱정 고마워.”
반요한의 호감도가 소폭 오르고 내 탈락을 바란다는 알림이 왔다.
이제 나는 정말로 그걸 신경 쓰지 않는다.
다음 날은 36명의 연습생이 한자리에 모여 중간 점검 시간을 가졌다.
중간 점검은 기존에 멘토가 해주던 레슨을 대신하는 행사로, 3차 경연곡에 참여한 작곡가와 안무가들이 일일 멘토로서 참석했다.
기존 멘토 중에는 제나와 주안만이 자리했다.
3차 경연곡은 우리 조의 ‘Rewind’를 포함해 ‘Ah yeah Ah yeah’, ‘ready 4 you’, ‘귀여우니까’, ‘낮과 밤’, ‘녹여줘’까지 총 6개였다.
그중 ‘낮과 밤’과 ‘녹여줘’는 서로 비슷한 듯 다른 섹시 컨셉의 곡이었다.
전자가 마음을 은근하게 돌려 표현한다면 후자는 그런 거 없이 직설적으로 들이대는 느낌이었다.
‘ready 4 you’는 다정한 고백 노래 ‘Ah yeah Ah yeah’는 유쾌 발랄한 힙합곡, ‘귀여우니까’는 제목에서 짐작되듯 귀엽고 상큼한 컨셉의 곡이었다.
그리고 우리 조 곡인 ‘Rewind’는 청량함과 아련함을 1:1의 비율로 섞어놓은 곡이었다.
지난 순위결정식 커트라인이었던 30위대 연습생이 다수 포함된 ‘Ah yeah Ah yeah’ 조는 실력은 둘째 치고 곡의 신나는 느낌을 전혀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는 평을 들었다.
최연소 연습생인 김정민이 센터를 맡은 ‘귀여우니까’ 조는 작곡가의 의도처럼 순수하게 귀여운 게 아니라 과하게 귀여운 척을 하는 것 같다는, 색다르게 잔인한 평을 받아 의기소침해졌다.
애초에 기획 단계부터 귀여움이 의도되었는데 어떻게 순수한 귀여움이 나올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과하다는 평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센터 김정민 말고는 다 부담스러웠다.
지난번에 했던 내 애교도 저렇게 느껴졌을지 갑자기 무서워졌다.
‘낮과 밤’ 조는 오현진의, 오현진에 의한, 오현진을 위한 조 같았다.
프로듀스팀 비비 소속 작곡가와 안무가는 여전히 굽은 팔로 오현진을 아낌없이 칭찬해 주었다.
오현진의 실력은 짜증 나게도 나쁘지 않아 무대 자체는 볼만했지만, 조원인 하서준과 최태우 사이에는 지난번에 다퉜던 앙금이 아직 남아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두 사람이 연이어 랩을 하는 부분에서 그런 기색이 특히 잘 느껴졌다.
둘은 서로를 띄워주는 랩이 아니라 떨어뜨려 떼어두고 혼자 가는 랩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작곡가는 그것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팀인 오현진에게 안 좋은 영향이 미칠 걸 우려해서인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을 바라보는 표정이 영 딱딱해 제작진이 어떤 식으로든 분량을 뽑아낼 것 같았다.
‘ready 4 you’ 조는 함께 ‘Rewind’를 연습했던 카시마 소라가 메인 보컬로 있는 조였다.
카시마 소라의 보컬이 산뜻한 곡과도 잘 어울려서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다만 전체적으로 무난해서 안무가에게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는 비판을 들었다.
서찬빈이 리더로 있는 ‘녹여줘’ 조는 모든 조를 통틀어 가장 좋은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미성년자 센터 징샤오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저번 1, 2위가 모여 있는 이 팀이 제일 강력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Rewind’ 조 앞으로 나와주세요.”
나를 포함해 일렬로 앉아 있던 조원들이 앞으로 나갔다.
“인사드리겠습니다.”
다들 작곡가들을 향해 뒤돌아 서 있는 가운데.
“기억해?”
리더 김준우가 나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물음을 던졌다.
“그때 그 소년.”
다른 조원들이 고개만 살며시 돌려 멘토들을 향해 시선을 건네며 속삭이듯 응답했다.
다른 연습생들과 멘토들의 박수를 받으며 우리는 몸을 바로 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그때 그 소년입니다.”
김준우가 대표로 인사했다.
‘그때 그 소년’이라는 팀 이름은 나윤재가 제안했는데 곡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의례적인 박수가 잦아들자, 책상에 놓여 있던 자료를 본 주안이 말했다.
“와, 여기가 진짜 상위권 밭이다, 밭.”
제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순위 낮은 준우가 12위면…. 어우, 장난 아닌데?”
그동안은 딱히 의식하지 않았던 점인데, 3등, 5등, 6등, 7등, 11등, 12등이 주르륵 있으니 저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내 순위가 이 중에서 제일 높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내가 나윤재랑 옥도윤보다 높다고?’
인터넷 절대 안 봐야지.
“보니까 이 조는 밀려난 사람도, 밀려온 사람도 없네요. 마지막으로 들어온 온라온 씨까지 딱 6명이 찼어.”
리와인드 안무가의 말을 받아 제나가 말을 이었다.
“그게 왜 그러냐면, 리와인드를 연습했던 연습생 중에 2차 순위결정식에서 떨어진 친구가 많아요. 이 곡을 연습한 게 24명인데 살아남은 연습생은 딱 8명. 그중 2명은 다른 곡을 찾아갔고요.”
다른 곡을 찾아간 둘 중 한 명은 카시마 소라고 다른 한 명은 누군지 모르겠다.
“그럼 여러분은 이 곡을 연습했지만 무대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한 다른 16명의 친구를 대표해서 부르는 거네요.”
정하늘이 펜을 내려놓고 말했다.
“상위권에 멤버 변동 없음. 원래도 기대했지만 더 기대할게요.”
다른 조원들이 이런 큰 기대에 부담을 가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다 한결같은 상위권이라 그런지 익숙하게들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우리가 모두 자세를 잡자, 잔잔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하늘이 파란 날마다, 그날에 두고 온 널 떠올리겠지만…….”
* * *
큰 실수 없이 중간 점검을 마쳤다.
우리 조는 ‘녹여줘’ 조만큼이나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들었다.
“준우야 언제나 믿고 듣는데… 라온아, 정말 많이 늘었다. 노래도 춤도.”
“감사합니다.”
춤이 체힘민에 고루고루 영향을 받는다면 노래는 어떤 스탯에 영향을 받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그동안 겪어본 바에 따르면 체힘민도 실력 자체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그 스텟이 높아질수록 매끄럽게 출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거라고 봐도 좋을 것 같았다.
“노래가 어려워 보여서 안무는 좀 편하게 짜 놨는데 자기들이 알아서 난이도를 확 올려 버리네.”
안무가가 감탄하자 난이도 상승의 범인들이 뿌듯해했다.
“요한이도 엄청 늘었어요. 원래도 센스가 좋았는데 이제는 기초까지 어느 정도 받쳐주는 느낌이라 안정감이 생겼어.”
모두가 랩 포지션으로 알았던 서문결의 노래 실력도 주목을 끌었다.
모 대학 실음과라는 말과 사기캐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나 또한 십분 공감하는 바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팀이 1등 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해요. 밸런스가 너무 좋다.”
“감사합니다!”
“다른 조들도 지지 말고 잘하자.”
미리 짜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 조를 잠재적 1등으로 여기는 듯한 멘트들이 여럿 나왔다.
그렇게 중간 평가가 모두 끝나고 다시 연습에 매진할 때, 제작진이 연습생들을 차례로 불러갔다.
중간 평가와 관련한 인터뷰라도 하나 했는데.
“네? 전화요?”
“네. 전화요. 가족분한테 전화해서 일상적인 얘기 하셔도 되고, 힘든 일 있으시면 얘기하셔도 되고. 방송 스포일러 되지 않는 선에서 편하게 통화하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