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7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77화
무릇 빙의자에게 원래 몸 주인의 가족이란 건드리고 싶지 않은 문제 1순위였다.
웬 낯선 놈팡이가 당신 아들 몸을 홀랑 차지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속이 뒤집히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사실 온라온의 부모는 괜찮을 것 같았다.
내가 빙의한 이후 시간이 꽤 흐른 지금까지 잘 지내냐는 안부 문자 한 번 오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처음에는 옛 지인에게 언제 연락이 올까 긴장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족이나 친지에게 오는 연락은 없을 거라고 단정 지은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동안 내가 건드릴 일도, 저편에서 건드릴 일도 없는 문제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빠지는 게 이상한 코너기는 하지만….’
이런 분량 필요 없으니까 그냥 안 하면 안 되나?
“저… 부모님이 바쁘셔서 아마 전화를 못 받으실 것 같거든요.”
“일단 해봐요.”
스태프는 단호했다.
합숙을 시작하며 제출했던 핸드폰을 돌려받아 카메라가 설치된 보컬 연습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돌발 퀘스트 발생!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서>] [▶ 퀘스트 설명: 다복한 가족은 물론 당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만…….]늘 헛소리였던 서론을 넘겨 내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었다.
[룰렛을 돌려 친인척 중 한 명의 번호를 획득하고 그동안 힘들었던 일을 세 가지 이상 털어놓으세요.▶ 확정 보상: ???
▶ 실패 시 페널티: 매력 -100] [거부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자동 진행됩니다.]
흉악한 페널티까지 확인하자 눈앞에 룰렛이 생겼다.
8칸으로 나뉜 룰렛에는 일촌부터 팔촌까지 표시되어 있었다.
룰렛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촌까지야 그렇다 쳐도, 팔촌은 내 존재를 알기나 할까? 팔촌은 그냥 사돈의 팔촌이라는 표현에서만 존재하는 사람 아니냐?’
부모의 사촌이 포함되는 오촌부터는 가족이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요즘 시대에는 그냥 생판 남 아니냐고.
글씨가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던 룰렛이 천천히 멈췄다.
[[오촌 친척 ???의 핸드폰 번호>를 획득했습니다.]들고 있던 핸드폰 잠금이 해제되더니 ‘010’으로 시작하는 핸드폰 번호가 자동으로 입력됐다.
귀신이 핸드폰 자판을 치는 것 같아서 약간 섬뜩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내가 대체 누구의 번호를 받았는지 모르겠다는 사실이다.
아니야. 침착하자.
오촌 친척이면 ‘온라온’의 존재는 알아도 얘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
부모나 형제보다는 차라리 나아.
그렇게 생각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한참 들렸다.
이러다 안 받는 거 아닌가 싶을 때,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
말이 없었다.
“여보세요?”
– ……누구시죠?
막 일어난 것처럼 푹 잠겨 있는 남자 목소리였다.
주말이라고는 해도 이 시간까지 자다니…….
‘부럽다.’
어쨌거나 노인의 목소리는 아닌 것을 보아 부모의 사촌 쪽이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할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저 라온이에요. 온라온이요. 갑자기 전화 드려서 죄송해요. 혹시 저 기억하세요?”
– ……어, 알지….
다행이었다.
기억하냐 물었는데 안다는 대답이 돌아온 거로 봐서 내 언행에 이상함을 알아챌 만큼 친밀한 사이도 아니었던 듯하고.
나는 잠기운 때문에 정신이 흐리멍덩한 상대가 끼어들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상황을 설명했다.
“제가 픽하트 나간 거 혹시 아세요? 픽 유어 하트. 아이돌 뽑는 방송이요. 지금 그거 때문에 합숙 중이거든요. 그런데 제작진분이 미션으로 가족한테 전화하기를 내주셨는데 부모님이 바쁘셔서 못 받으실 것 같아서 대신 전화 드렸어요.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내 앞뒤 안 맞고 경우도 없는 요구에 상대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나라도 그럴 것 같아서 미안했다.
– ……그래.
다행히 오촌 친척은 착했다.
나는 상대가 잠에서 덜 깼을 때 모든 일을 마치기로 했다.
약간 갑자기 전화해서 보험이나 펀드 권유하는 몹쓸 인간이 된 기분이다.
퀘스트가 뭘 시켰지?
아, 힘든 일 세 개 말하라고.
가깝지도 않은 사이에 대뜸 전화해서 ‘나 힘들어요’ 따위의 말을 해도 되나 싶었지만.
나는 귀한 매력이 100이나 떨어지는 위기 앞에서 충분히 뻔뻔해질 수 있는 인간이었다.
“지금 경연 준비 때문에 연습을 하는데 잠을 하루에 4시간쯤 자거든요. 지금도 좀 졸려요.”
– …힘들겠네.
누구나 해줄 수 있는 간단한 맞장구였는데, 속에 알게 모르게 있던 응어리가 약간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제가 이제까지 경연 끝날 때마다 아팠거든요. 촬영이 맨날 늦은 새벽에 끝나고 그래서. 저번에도 몸살 나서 며칠 동안 아팠고. 경연 때마다 그래서 조금 힘든 것 같아요.”
새벽까지 미성년자 혹사시켜서 아팠다는 내용이니까 편집되겠지? 편집됐으면 좋겠다.
“아, 근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 이제 건강해요.”
갑자기 사촌의 아들이 아프다는 말을 들어 당황했을 오촌 친척을 위해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무튼 이걸로 두 개.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만 합숙할 때마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데 가면 또 혼자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가고 싶지 않은 것도 같고. 그래도 집 생각 자체는 진짜 많이 나요.”
판정이 후한 건지, 뭐가 힘든지 정확히 말하지도 않았는데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창이 떴다.
자다 깨서 이런 얘기를 들은 착한 오촌 친척에게는 미안하지만, 목적을 달성한 나는 이 이상한 통화를 계속할 생각이 없었다.
“어, 지금 끊어야 한다고요? 바로요? 아, 네. 알겠습니다. …죄송해요. 이제 끊어야 한대서 먼저 끊을게요.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뚝.
상대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재빨리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흑역사를 묻는 기분으로 번호를 차단한 다음 아예 핸드폰 전원까지 꺼버렸다.
‘자다 깨서 봉변당하신 누군지 모를 오촌 친척분께 심심한 사과를…….’
아무 일도 없던 사람처럼 밖으로 나와 핸드폰을 다시 제출할 때, 별다른 말도 안 했는데 졸지에 통화 종료를 재촉한 사람이 되어버린 스태프가 나를 조금 이상한 눈으로 봤다.
내가 변명했다.
“평소에 연락 안 하는 친척분이라 이러는 게 조금 어색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어차피 저희 쪽에서도 금방 끊으려고 했거든요. 다음 사람 또 촬영해야 하니까.”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는지도 자세히 물어보지 않는 걸 보니, 다행히 이 이상한 통화는 방송에 나가지 않을 듯했다.
‘……그럴 거면 왜 시켰냐?’
나중에 들으니 부모님이랑 전화하면서 운 애들도 많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혹독했던 중간 점검 직후에 한 통화라 그런지 다들 부모님 목소리를 들으며 감정이 복받친 듯했다.
눈물은커녕 스피커 모드로 돌려놓지도 않은 내 무미건조한 통화를 굳이 방송에 내보낼 이유가 없었다.
시스템은 추후 지급된다는 말로 퀘스트 보상을 퉁 쳤다.
시키는 일은 다 했는데 정작 입금을 안 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 * *
그 상태로 합숙 마지막 날이 되었다.
어제는 밤 11시에 불려가서 TMI나 반전 매력 따위를 말하는 촬영을 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인터뷰를 또 하고.
그따위 일정으로 엿새를 꽉 채워서 보내고 나니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지쳐서 초주검이 되어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급속 충전을 여러 번 하다 보니 성능 자체가 저하됐는지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띵했다.
“가서 무조건 쉬어. 오늘 하루는 더 연습할 생각 말고 반드시 쉬어.”
“내일도 상태 안 좋아 보이면 넌 빼고 연습할 거야.”
리허설 전날인 내일 만나서 연습하기로 한 조원들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상태가 안 좋은 티가 많이 났나 보다.
알았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원들을 보냈다.
나는 왜 안 가냐면….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서> 퀘스트 보상이 지급 중입니다.] [현재 위치에서 대기해 주세요.]이런 안내 문구가 눈앞에 깜빡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대기했을까.
벤치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자동차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번쩍 드니.
택시 한 대가 눈앞에 서 있었다.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서> 퀘스트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보상이 택시…는 아닐 거고.’
아무튼 빵빵거리는 걸 보니 나더러 타라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무뚝뚝해 보이는 기사 아저씨는 말없이 택시를 출발시켰다.
어디로 갈지 아직 말도 안 했는데.
그때.
[몸도 □r음도 ㅈㅣ친❥당신읋 우1한ஐ 힐링ㅌrټ임✮♔] [오➥늘 밤읋۩ 당♞신만으ㅣ✸ㅅ1亼템0ㅔㄱㅔ 맡7ㅕ보ㅅ1늖 건 0ㅓ떤7r요??] [♛Y/N♛] [➩7ㅓ부할 ㅅl 보상ㅇㅣ 호1㐃돕ㅣ닋ㄷㅏ✣]깜짝이야.
이건 뭐 스팸 차단도 안 되고.
뭐 씹은 표정으로 Y를 눌렀다.
1시간쯤 뒤, 서울에 있는 한 빌딩 앞에 택시가 멈췄다.
자다 깨서 보니 5만 원 가까이 나와 나를 기겁하게 했던 택시비는 다행히 선불로 결제되어 있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눈앞에 초록색 화살표가 떠올라 길을 안내했다.
화살표를 따라가니 한 마사지샵에 도착했다.
“온라온 님 예약 확인되셨습니다.”
“저 혹시 결제는 어떻게 됐나요?”
“예약하시면서 선불로 결제하셔서 추가 결제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나는 마음 놓고 힐링과 디톡스 등의 효과가 있다는 마사지를 받았다.
국가공인 안마사의 실력이 좋아서 그런지, 중간부터 푹 자서 그런지.
2시간에 걸쳐 마사지를 다 받고 나자 최근 들어서 몸이 가장 개운했다.
무슨 허브차를 마시며 족욕까지 알차게 하고 노곤한 기분으로 마사지샵을 나왔다.
어느덧 처음에 받았던 스팸 메시지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마음은 싹 사라져 있었다.
개스템이지만 이 정도라면 내 밤을 맡겨도 될 것 같았다.
나도 참 줏대가 없다니까.
어쨌든 새로 온 택시는 나를 냉면 전문점에 데려다 놓았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나온 평양냉면과 수육을 맛있게 먹었다. 이 역시 미리 계산되어 있었다.
옆 건물에 있던 카페에서 후식으로 빙수까지 한 그릇 해치우고 나니 기분이 아주 이상했다.
몸은 행복해서 비명을 지르는데 마음이 두근두근 불안했다.
‘뭐야. 이거 이런 힐링 게임 아니었잖아…….’
주니까 받기는 받는데, 시스템의 평소 행실과 너무나도 다른 서비스이다 보니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잘해줘도 뭐래. 지혜 +1]여전히 싸가지가 없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역시 사람은 한결같아야 하는 법이다.
세 번째 택시가 나를 내려준 곳은 서울에 있는 한 오피스텔 앞이었다.
이제는 퍽 자연스럽게 화살표를 따라가니 8층에 있는 한 호실 앞에 다다랐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힐링 타임은 끝인가 보다.
슬슬 여기가 어디인가 생각해 보려고 할 때.
도어락에 지문을 인식시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온라온’의 환영이 보였다.
“!”
나른함이 단번에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