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8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81화
그저께는 연습을 일찍 마치고 정하늘의 작업실로 가 음원을 녹음했다.
정하늘은 곡의 느낌을 내 스타일대로 잘 살렸다며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어제 있던 리허설도 별 탈 없이 마쳤다.
리허설을 보러 온 멘토단 중 묵혜성이 유난히 나를 많이 쪼기는 했지만, 그 인간이야 늘 그러니까 감사히 이해도나 받아먹었다.
그리고 오늘은 대망의 3차 경연 날이다.
3차 경연에는 2,500명의 방청객이 올 예정이었다. 1차와 2차 경연 때보다는 확실히 큰 규모였다.
이번에는 따로 출근길 포토존까지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다.
그동안 출근길에 사진을 찍히는 일은 자주 있었지만, 제작진 측에서 본격적으로 포토존을 마련해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중에 봤더니 샵에 미리 들러서 한 듯 안 한 듯한 메이크업을 받고 온 것 같은 연습생이 역대급으로 많았다.
코디도 제대로 받고 온 것 같았다.
어쩌면 매번 그렇게 해온 연습생들만 여태까지 살아남은 걸지도.
물론 나는 그런 거 없고, 선크림에 틴트만 발랐다.
사복은 다행히 온라온의 옷장 깊숙한 곳에서 그럭저럭 멀끔한 여름옷을 찾아 입었다.
온라온이 여기서 마지막으로 보냈던 여름 이후로 키가 컸는지 기장이 좀 짧았다.
그래도 여름이니 괜찮지 않을까.
되는대로 꾸미기는 했지만, 매력이 어젯밤에 갑자기 확 뛰면서 천을 넘어서인지 슬슬 반요한과 서문결과 함께 서 있어도 괜찮을 수준까지는 온 것 같았다.
얘네를 옆에 두고 나보고 잘생겼다고 해도, 취향 차이라고 선뜻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
물론 나는 고작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대체 몇까지 올라야 백 점 만점에 이백 점짜리였던 내 원래 얼굴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처음과 비교해 어디가 어떻게 달라진 건지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안색이 약간 밝아졌나?’
하지만 잘생겨진 건 분명했다.
그럼 된 거지.
외모에 과하게 집착하는 것 같다면 맞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원래 살던 곳에서 그나마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데에는 얼굴만큼 효과적인 게 없었다.
취향과 주관의 영역을 벗어나 객관적으로 잘난 외모는 내게 일종의 생존수단이었다.
그리 좋은 사고방식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여기서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앞으로 천천히 바뀌는 수밖에.
“얘들아. 잘하고 와.”
“감사합니다!”
늘 그랬듯 나를 태워준 곽상현의 차에서 내리자 여기저기서 내 이름이 들렸다. 배경 음악처럼 깔리는 셔터음은 덤이었다.
“온라온!”
“라온아아악!”
가슴이 철렁할 만큼 우렁찬 목소리가 5초에 한 번씩 들렸다. 목청이 아주 좋아 보였다.
앞선 경연들 때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저번에 3위를 거저 한 건 아니구나, 했다.
그 이후로 조금 떨어져서 어제 방송에서 발표할 때는 5위였지만, 그거나 그거나.
사실 인터넷을 멀리해서 그런지 잘 실감은 안 났다.
“온라온 씨 먼저 가실게요.”
시드 연습생들과 함께 오기는 했어도 포토존 입장은 소속사별로 따로 했다.
내가 먼저 들어가고, 시드 연습생들이 나중이었다.
픽하트 로고가 들어간 포토월 앞에서 몇 가지 간단한 포즈를 취했다.
“라온아, 잘해!”
“네!”
내 이름이 적힌 슬로건을 들고 응원의 말을 해주는 팬에게 손 들어 대답해 준 뒤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농민 봉기라도 일어난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는 농부들의 함성이 내 뒤로 가득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늘따라 세심한 헤어·메이크업·코디를 모두 받고 진짜 최종 리허설을 한 우리는 대기실에 모였다.
“밖에 사람 대박 많다. 방청하시는 분 아니어도 슬로건 같은 거 받으려고 많이 오셨나 봐.”
“반요한이랑 서문결 팬들은 커피차도 불렀대.”
“윤재였나 찬빈이 형이었나. 아무튼 누구는 트럭이 와서 홍보했다는데 진짜 팬분들 장난 아니다….”
“그만큼 잘해야지.”
나윤재가 차분하게 말했다.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야 경연이 시작됐다.
화면에 부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저녁은 당연히 먹지 않았다.
앞에 설치된 TV에 현장 모습이 비쳤다.
– 안녕하세요. 오늘 사회를 맡은 로제타의 지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의 사회자인 한지희는 시원해 보이는 연하늘색 여름 정장을 입고 있었다.
간단한 멘트 몇 마디로 분위기를 띄운 한지희가 본격적으로 3차 경연에 대해 설명했다.
– 오늘 있을 오리지널 프로듀싱 평가 경연에서 36명의 연습생들은 6명씩 6개의 팀으로 나뉘어 오리지널 곡 6곡으로 무대를 펼치게 됩니다. 곡 작업에는 보컬 프로듀싱 연습생이, 안무 창작에는 퍼포먼스 프로듀싱 연습생이 참여했다고 하네요.
한지희가 말을 이었다.
– 오늘 무대에서 대표님께 좋은 모습을 보이고, 다가올 세 번째 순위결정식에서 살아남는다면 정말 데뷔가 코앞에 왔다고 할 수 있겠죠.
한지희는 투표 방식을 설명했다.
투표 방법 자체는 2차 경연 때와 비슷했다.
팀마다 무대를 마친 뒤 그 팀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연습생 한 명에게 투표한다. 여기서 1등을 하면 3만 표 획득.
그리고 경연이 끝나고 퇴장하면서는 6개 팀 중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팀을 투표한다. 여기서 1등을 하면 앞선 3만 표와는 또 별개로 7만 표 획득.
현장 투표 말고 인터넷으로 하는 투표 자체가 한 번에 10명을 투표하는 것에서 3명을 투표하는 것으로 바뀌며 절대적인 표수가 줄어들었을 지금, 7만 표는 적은 표가 아니었다.
–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는 아쉽게 탈락한 픽 유어 하트 3 연습생들과 시즌2 데뷔 멤버인 이샛별 양과 유하나 양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스탠딩석 앞쪽에 있던 탈락 연습생들과 유어스의 이샛별, 유하나를 비췄다. 저마다 응원 도구를 들고 있었다.
카일도 있었는데, 흥부자 조원들의 슬로건이나 부채 등을 한가득 들고 있는 걸 보니 괜히 마음이 찡했다.
– 함께했던 친구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의 무대를 열심히 지켜봐 주실 것 같네요.
잠시 뒤, 첫 번째 무대를 펼칠 ‘ready 4 you’ 조가 한지희의 소개를 받아 무대 위로 올라왔다.
현장 분위기가 단번에 달아올랐다.
* * *
“리와인드 조 이동할게요!”
우리 조는 세 번째 순서였다. 중간 정도니까 나쁘지 않았다.
“이번 무대는요. 픽 유어 하트 시즌3의 시그널송 하트 어택을 작곡한 분이기도 하죠. 스카이 정 작곡가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곡입니다. 여름에 어울리게 청량하면서도 아련한 무대를 보여줄 ‘Rewind’ 연습생들은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무대 위로 올라가 이전에 했던 것처럼 인사하자 환호성이 체육관을 무너뜨릴 것처럼 크게 울렸다.
한 명 한 명 인터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전보다 길었다. 연습생마다 질문이 두세 개씩은 되었다.
어차피 방송에서는 잘릴 걸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알았지만, 서문결과 반요한도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아, 수첩 같은 것에 뭔가 열심히 메모하던 2층 방청객 한 명이 경호원에게 걸려서 끌려 나가는 게 보였다.
‘어차피 외울 사람은 다 외우고 찍을 사람은 다 찍어서 인터넷에 올릴 텐데 좀 보게 해주지.’
무대 전에 하는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세트가 뚝딱뚝딱 설치되는 사이 우리는 무대 아래로 내려와 마지막 파이팅을 했다.
지난번에 서문결이 했던 것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김준우가 파이팅을 유도했다.
“저는 저희 조가 잘할 거라 생각해요. 연습… 진짜 너무 힘들었는데요. 힘들게 연습한 만큼 잘하고 옵시다. 아자아자!”
“파이팅!”
오늘은 별달리 받은 퀘스트가 없었다.
보상이 없는 건 아쉽지만.
아무렴 어때.
그게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 * *
지독한 몸수색을 뚫고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카메라를 경연장 안에 반입한 한 직장인 농부는 서문결과 반요한이 나란히 서서 무대 위로 올라올 때부터 믿지도 않던 신을 찾고 있었다.
‘미친…. 둘이 같이한다고?’
리와인드 조 연습생들은 깨끗한 화이트톤 위주의 의상을 깔끔하게 차려입었다. 소재는 나풀나풀 팔랑팔랑 가볍고 얇았다.
메이크업도 다른 조들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었다.
그녀는 서문결의 섹시 컨셉을 밀었기 때문에 청량·아련이라는 컨셉을 들었을 때 약간 실망하기는 했지만, 절대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얼굴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나날이 아이돌미가 넘쳐흐르는 반요한과 나란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라온아 온랑해’라고 적힌 슬로건으로 카메라를 감싼 옆자리 친구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좋아하던 아이돌이 일으킨 사회적 물의와 때마침 바빠진 직장 일로 인해 덕질을 쉬던 친구는 지난 2차 경연 이후 온라온의 팬이 되었다.
또한 그녀는 비슷한 처지였던 직장인 농부에게 혼자는 못 죽겠다는 마음으로 시드 연습생들을 영업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직장인 농부가 시드 연습생들이 픽하트에서 받는 대우를 알고 난 이후, 친구에게 걸걸한 욕을 퍼부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계속 청량 청량 염불 외우더니 소원 성취했네. 축하한다, 야.”
“오늘 진짜 아, 그냥 레전드…. 흐어… 라온아…….”
리와인드 조 연습생들 중에는 서문결, 반요한, 나윤재 등 외모로만 따졌을 때 쟁쟁한 연습생들이 많았다.
제2의 얼굴천재 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컨셉에 가장 녹아든 연습생은 명명백백하게 온라온이었다.
‘와… 4분 59초 아련남 어디 안 갔네.’
온라온은 여태 본 것 중 가장 침착한 자태로 서 있었다.
평소 에너지 넘치던 온라온을 알고 있는 모두가 그 모습을 의외라고 생각했고.
그 직후 온라온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그의 첫 번째 별명이 어째서 ‘4분 59초 아련남’인지 단번에 깨달았다.
잔잔한 애상에 잠긴 젊은 낯이 작위적이지 않고 진실처럼 보이는 까닭은, 그가 아직은 미련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도 온라온의 팬들은 벌써부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살짝 젖은 듯한 헤어 스타일링과 유리알처럼 반짝거리는 눈동자, 그리고 희미하게 머금은 미소 때문에 더 그랬다.
‘아, 숨만 쉬어도 아련함 존나 인정….’
찰떡같은 컨셉 앞에서 사람들은 단기간에 상향 먹은 외모를 대부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세트를 설치하기 위해 연습생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이윽고 너울대는 흰 천과 하얀 창문, 종이비행기 등을 소품으로 활용한 세트가 모두 설치되었다.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낮게 깔린 무대 위로 연습생들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