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8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83화
시작은 하나의 글이었다.
[반온서 조합이 되는 이유: 이름부터 보스(BOS)라서]반요한 온라온 서문결
Ban On Seo
→ BOS
일단 조합명 보스인 것부터 심장조짐
(톡식1조 반요한, 온라온 페어 안무 움짤)
(얼쑤얼쑤 무대 중 서문결, 온라온이 차례로 주고받는 파트 움짤)
셋 다 다른 느낌으로 잘생겼는데 저세상 미모라 같이 있어도 안 어색함 그냥 꽃밭이구나 함
비주얼합 감동적
음색합 환상적
무대케미 대박적
그렇다고 친하지도 않은 애들 부모들이 억지로 붙여놓는 시츄냐?
절대ㄴㄴㄴㄴㄴ
(상암 핫팩짤)
(방송에 나온 나노 친목 움짤 1~7)
(비합숙기간 중 각기 다른 날에 셋이 함께 찍힌 사진 1~5)
전설의 상암핫팩짤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로 쭉 애들끼리 잘놈
특히 2차 합숙 끝나고 얘네끼리 있는 목격담 넘쳐남
최근에 트루사옥 앞에서 반온이 같은 차 타고 왔다는 목격담도 뜸
오리평 때도 같은 차 타고 왔음
ㄱㄷ
맛집 문 이제 열었다
(반요한, 서문결, 온라온 합성짤)
장난기 많고 머리 좋은 태생부터 잘난 엘리트 첫째
무심할 것 같은데 위아래로 형동생 잘 챙기고 능력 있는 둘째
아무렇지 않게 형들 이겨먹으면서 사랑받는 인싸 막내
조합 ㄱㅅㅌㅊ
(중략)
이래도 보스 안 함??????
– 정성추
– 와ㅁㅊ 내새끼 방출각이라 앞으로 뭐퍼먹고 사나 했는데; 얘네 셋 잡는다
– 영업 개잘하네ㅋㅋㅋㅋㅋㅋ 셋이 손잡고 데뷔해라
– 이렇게 보니까 온라온 와꾸로 시즈한테 진짜 안 밀리네.. 원래 이렇게 잘생겼나?
┗ ㅇㅇ 1분pr영상 보고와봐 온프들 맨날 그때가 리즈였다고 말했는데 요즘 방송물 먹으면서 미모 물오르는듯
┗ 보고왔는데 될성부른떡잎ㅇㅈ
– 근데 농부들 이미 다 온 품고 있지 않냐? 온이랑 있을 때만 애들 분량 나와서ㅋㅋㅅㅂ
┗ ㅠㅠㅠㅠㅠ 온 덕분에 둘 분량 나올 때마다 존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먹음
┗ 인수도 밀어주는 조합
┗ 말은 가려서 해
┗ 이번에도 온이 뭔 떡밥줄까 싶어서 작곡가들한테 셋이 음색합 개쩐다고 메일 넣었잖아ㅋㅋㅋ
┗ ㅅㅂ 너도? 나도
┗ 333 근데 셋이 음색합 개조음
┗ 4444 사심빼고봐도 좋음 이번에 셋이 이어지는파트가 ㄹㅇ극상
– 끝에서 1, 2, 4번째 짤 사생짤이야 애들 생각하면 지워줘
글이 올라온 시점이 벌써 3차 경연까지 끝난 이후였기 때문에 연습생 몇을 특정 조합으로 밀어 데뷔 가능성을 높이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다.
그러나 대표들 사이에서 반응을 끌어내기에는 충분했다.
– 보스 영업글 왜 이제 올라옴?
– 보스 생각한사람 절받아라
– 보스에 더 넣을 애 없나 찾아서 탈하트하자
┗ 미친소리ㄴ 픽하트만큼 화제성 크게 데뷔할 수 있는 회사 4대 아니면 없음
┗ 맞말 여기서 데뷔 안한다는 건 최종면접까지 간 대기업 버리고 ㅈ소 서류 넣는 수준임 무조건 여기서 데뷔해야 함
┗ 근데 애들 대우가 너무 ㅎㅌㅊ야 만약 데뷔한 다음에도 이러면 개노답
┗ 222 나도 데뷔했으면 좋겠는데 이거 ㅈㄴ걱정됨 지금 하는거보면 나중에 데뷔했을 때도 셋이 합쳐서 뮤비 분량 7초여도 안놀랄듯
┗ 아ㅅㅂ생각만해도 아찔하다
– 보스 샤오까지 넣어서 BOSS 완전체 만들자
┗ 보스 호감인 징징이지만 안사요
– 세상 있어보이는 조합명 보스와 세상 없어보이는 팬이름 따까리
– 보스 걍 환장존 입주자 셋 아님?
┗ ㄹㄹ 셋다 얼쑤때 온 빼고 쭉 분량암전인데 분량이 느네마네 애잔
– 보스 온 머뷔길에 왜 똥뿌림?
┗ 똥이라니 말넘심ㅜ 거름이라고 해줘
┗ 으 냄새;
┗ 이렇게 예쁜 똥 봤니 완전 무지개똥이야 한번만 잡숴봐 (사진)
┗ 내가 무지개떡을 무지개똥이라고 잘못 읽었나 순간 다시 봤는데 똥맞네ㅅㅂ 미친거아니야 어디서 똥을 먹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ㅇㄷ) 근데 이 똥.. 맛있다
┗ 얘들아 똥얘기좀그만하자 쪽팔려ㅠㅠ
– 원래도 농부들 먹고 살겠다고 비빌 땅만 있으면 아무데나 씨뿌려서 농사지었음
┗ 이거맞음 농부들이 안 엮은 연생이 엮은 연생보다 적을걸?
┗ ㄹㄹ 얘넨 진짜 뭐가 나오는대로 착즙해야돼서ㅋㅋㅋㅋㅋㅋ
┗ 연습실 거울에 서문결이랑 누구랑 흐릿하게 같이 나왔다고 착즙하던 농부 기억난다 심지어 같이 나온애 누군지 확실하지도 않고 걍추측이었음 그거 ㅈㄴ 애잔했는데..
┗ 이래서 보스 관계성 쩌는 거 비해서 늦게 뜬거라고 생각함ㅋㅋ 맨날 별것도 아닌걸로 관계성영업하다 보니까 대표들이 다 요한문결 들어간 건 빛좋은개살구처럼 봐서ㅋㅋㅋ
– 얘네 셋 묶은 영업글 나온 것도 보스가 처음 아님 pr영상에서 asmr찍을 때부터 조짐 있었음 (링크) 성지순례ㄱ
– 눈물나는 농부발 관계성 영업 중에서 온 비중은 원래 제일 큰 편이었고 이번에 오리평 덕분에 전체적으로 떡상한 거
때마침 ‘YES, MY BOS!’라는 계정명의 트리플 홈이 혜성처럼 나타나 세 사람의 레전드 사진을 흩뿌렸다.
잘 나온 사진 한 장, 직캠 하나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게 돌판이다.
얼마 뒤 인터넷 투표 추이를 보고받은 조인수 PD는 세 사람을 진작 떨어뜨려 놓아야 했다고 뒤늦게 후회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미 경연은 끝났고, 세 사람은 투 플러스 원으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데.
* * *
경연이 끝났다.
우리 조는 전체 2위를 했다.
끝에서 두 번째 순서였던 ‘녹여줘’ 조가 전체 1위를 하며 7만 표를 가져갔다.
우리 조 1위는 나윤재가 거머쥐었고 나는 2위였다.
무대가 끝난 뒤 내 슬로건을 들고 있던 팬 한 명이 최대한 밝게 웃는 얼굴로 엄지를 계속 들어줬으니까 아마 잘했던 것 같다.
그 묵혜성도 이제까지 본 내 무대 중에 제일 좋았다고 평했고. 작곡가와 안무가도 만족했고…….
내가 생각해도 이번에는 뭔가 달랐던 것 같다.
“피곤하다…….”
이번에 연습하면서부터 쭉 무리하기는 했다.
유난히 심했던 저번만큼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앓고 일어난 나는 피로를 업보처럼 받아들였다.
어쨌든 경연을 무사히 마친 지금.
나는 오피스텔에 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고장 나서 수리라도 맡겼던 건지 창고 방에 뽁뽁이에 싸인 채로 방치되어 있던 걸 다시 설치하느라 힘 좀 썼다.
이렇게 각 잡고 데스크톱 컴퓨터 앞에 앉은 게 얼마 만이더라?
딱히 목적이 있어서 컴퓨터 앞에 앉은 건 아니다.
약간 관성적인 거지. 컴퓨터가 있으면 켜야 한다는.
전원 버튼을 꾹 누르니 ‘위이잉’ 하며 본체와 모니터가 켜졌다.
기본 바탕화면이 뜨나 싶을 때, 갑자기 영어로 된 프로그램 하나가 자동으로 열렸다.
이게 뭔가 해서 대강 살펴보니 작곡 프로그램 같았다.
일전의 편지에 작곡을 약간 독학했다는 말이 적혀 있기는 했다.
이렇게 프로그램까지 다소 본격적인 느낌으로 깔려 있을 줄은 몰랐지만.
‘그러고 보니 청소하다가 키보드 같은 걸 봤던 것 같기도…….’
게임 할 때 쓰는 거 말고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거.
잠시 뒤, 나는 창고 방에 세워져 있던 키보드를 옆에 둘둘 말려 있던 선과 함께 들고 왔다.
참고로 나는 피아노를 적당한 솜씨로 칠 줄 알았다.
마지막으로 친 게 5년도 더 전이기는 하지만 몸이 얼추 기억하지 않을까?
‘…아, 나 몸 바뀌었지.’
뭐, 그래도 영혼은 그대로니까.
컴퓨터 본체와 키보드에 각각 맞는 구멍을 찾아 적당히 단자를 끼워 넣고 전원을 켰더니 키보드에 불빛이 들어왔다.
한 건 없지만 뿌듯했다.
약간의 기대와 호기심을 품고 건반을 아무거나 두세 개 눌러봤는데, 소리가 전혀 나지 않았다.
원래 이런 건지 내가 잘못한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위튜브라는 만능 자료실을 찾아 들어가 프로그램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30분 뒤, 나는 비싸 보이는 프로그램과 키보드로 간단한 동요를 연주하는 것에 성공했다.
“떴다 떴다 비행….”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단조로운 멜로디에 맞추어 무심코 가사를 흥얼거리던 나는, 돌연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혹시….’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두근거림이라는 가벼운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그보다 훨씬 세찬 박동이 느껴졌다.
‘아니야. 말도 안 돼. 그런 걸 어떻게 해.’
일단 그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부정했다.
동시에, 그건 나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능성이기도 했다.
“…….”
새 파일을 만든 나는 홀린 사람처럼 키보드를 건드리고,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음을 수없이 배열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디가 뻣뻣한 손가락을 힘주어 구부렸다가 편 나는, 마우스를 느리게 움직여 재생 버튼을 눌렀다.
“……!”
내가 아는 노래였다.
소리는 깊이가 없어 조잡하고 엉성했지만, 귀에 익은 멜로디만큼은 틀림없었다.
흘러나오는 선율 위에 약하게 다문 입술 새로 드문드문 새어 나온 가사가 첫눈처럼 내려앉았다.
약간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슬플 때마다 일일이 울지 않게 된 지는 꽤 오래되었으니, 아마 기뻐서 그런 것일 터였다.
3분이 조금 넘는 길이의 곡이 끝나고 어두운 공간에 도로 적막이 찾아왔을 때.
나는 내가 할 일을 명확히 깨달았다.
음원 차트에 몇 달 동안 올라가 있던 아이돌 노래든, 크리스마스에 혼자 듣던 캐럴이든, 게임의 로그인 화면에서 질리도록 들었던 OST든…….
나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억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어쩌면 그것들을 다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경쾌하거나 묵직했던 리듬, 머릿속에 맴도는 오만 가지의 멜로디, 사이사이 들어가 곡에 풍성함을 더해주던 이름도 모를 악기의 독특한 울림과 같은 것들이 손에 잡힐 듯 선연히 떠올랐다.
“…….”
음악에 실체가 없어 다행이었다.
노래가 열쇠고리나 엽서 같은 기념품이었다면 나는 조각조차 가져오지 못했을 테니까.
정말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보고 도저히 안 될 것 같을 때 그만두면 되는 거 아닌가.
그날부터 나는 평생 홀로 들을 수밖에 없는 음악들을 고스란히 재현해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