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8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84화
다음 합숙 때까지 경연 연습도 없는 지금, 몰두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던 내가 복원에 매달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작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 단축키부터 수십 개씩 외우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고.
시시때때로 위튜브에 올라온 프로그램 강의 영상을 찾아 1.75배속으로 보고, 그래도 모르는 것은 서문결에게 SOS를 쳐 물어봤다.
다행히 서문결도 나와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게다가 나보다 아는 게 훨씬 많았다.
서문결은 자신이 가입한 여러 작곡 커뮤니티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내게 선뜻 공유해 주기까지 했다.
알려 달라는 말도 안 했는데 말이다.
만약 서문결이 말할 수 있는 나무로 태어났다면 가지에 그네를 걸어도, 열매를 다 따버려도, 심지어는 몸통을 베어가도, 한술 더 떠서 밑동과 뿌리는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봤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덕분에 작곡 프로그램에는 빠르게 익숙해졌다.
뭐가 많아서 기능의 반의반도 못 익히기는 했지만.
작업에 필요한 건 그때그때 찾아보거나 대충 감대로 하다 보니 내 손으로 조금씩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 정도는 있었다.
아이돌이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나중에 노래방 반주 만드는 사람으로 취직해도 될 것 같았다.
그건 적어도 원곡을 들으면서 작업하는 거니까 이것보다는 쉽지 않을까?
힘든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내가 하는 것을 작곡 연습의 일종인 ‘미디 카피’라고 부른다던데, 카피하면서도 똑같은 소리를 찾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내 목적은 작곡 연습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곡 복원이었다.
비슷한 악기와 효과음을 찾는 것에 집착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에는 또렷하게 울리는데 정작 악기 이름은 모르니 프로그램에 있는 여러 가상 악기들을 하나하나 들어봐야 했다.
그중에서도 비슷한 게 없으면 원하는 것과 비슷한 사운드가 들어간 노래를 찾아 작곡 커뮤니티에 ‘뉴비입니다. 혹시 이 효과음 어떤 건지 아시는 고수분 계신가요ㅠㅠ’ 같은 글을 올려 찾아냈다.
어느 커뮤니티에든 친절한 은둔 고수가 한 명쯤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음이 조화하는 방식, 소리가 쌓이고 얽히며 곡이 구성되는 원리, 톤을 조절하는 노하우 같은 걸 어렴풋이 알게 된 것도 같았다.
물론 이게 내 작곡 실력이라고 착각하지는 않았다.
복구니 재현이니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것은 남의 것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것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의 것을 말이다.
따라서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도 없었다.
정말 자기만족에 불과한 짓이었다.
원래 무슨 일이든 내가 하고 싶어서 할 때 제일 신나는 것이기 때문에 별로 상관은 없었다.
“이거 왜 안 돼….”
물론 신나는 건 신나는 거고, 힘든 건 힘든 거다.
일상처럼 맞닥뜨린 문제의 해답을 찾아보기 위해 인터넷 창을 새로 열었을 때였다.
실시간 검색어에 이상한 게 보였다.
1위 픽하트 오현진 친일파
2위 친일파 후손 연예인
3위 알트 친일 논란
내가 아는 오현진?
갑자기 이게 뭔가 싶으면서도 가장 위에 있는 ‘픽하트 오현진 친일파’를 눌러 보았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 여러 개가 주르륵 떴다.
그중 가장 위에 있는 걸 클릭했다.
[‘픽하트3’ 오현진, 과거 SNS글 발견 “조상 잘 만난 덕”… 조상 정체 알고 보니]우리뉴스=박주민 기자
뮤직박스 ‘픽 유어 하트 시즌3’ 참가자 오현진(18)의 과거 SNS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아리스타’에 ‘친일파 조상 잘 만난 덕 보고 산다는 픽하트 오현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중략)
게시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초6이면 역사도 학교에서 배운 나이 아니냐”, “조상은 자기 마음대로 못 고르는 거지만 그걸 저런 식으로 말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며 과거 발언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오현진의 팬들은 “비판받아야 하는 발언이기는 하지만 어렸을 때 한 말로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것 같다”, “데뷔를 앞둔 지금 굳이 초등학생 때 SNS 글을 캐내다니 의도가 악질적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중략)
한편 ‘픽하트3’는 오리지널 프로듀싱 평가 경연곡 음원이 피치 등 음원 사이트에 발매되자마자 1위(Rewind) 2위(녹여줘) 4위(낮과 밤) (중략) 등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실시간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장악하는 것으로 화제성을 증명했다.
“와…….”
오현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상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해서 안됐다거나 하는 감상은 딱히 들지 않았다.
‘이런 일이야말로 업보지.’
대충 찾아보니까 오현진의 팬들은 대부분 녀석의 과거 행적을 비판하되, 어렸을 때의 일임을 참작하여 그대로 안고 가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만약 그 SNS 글을 올린 시점이 중학생 때만 됐어도 비판과 비난은 훨씬 거셌을 테지만, 아무래도 초등학생 때 일이다 보니 그나마 유한 반응인 것 같았다.
어쨌든 대중적인 이미지가 훼손된 만큼 이번 일은 데뷔가 거의 확실하다고 봐도 좋을 만큼 상위권 등수를 유지해온 오현진에게는 꽤 타격이 있을 것이다.
내일 순위결정식 때 사과라도 하려나.
* * *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1위를 한 오현진은 소감을 발표하며 논란이 된 발언을 사과했다.
“어린 시절의 미숙한 발언으로 실망하게 해드린 점 정말 죄송합니다. 당시에도 많이 반성했었고, 앞으로 더 반성하며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차 투표 마감 바로 전날 논란이 생겼기 때문에 오현진의 등수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예의 그 전문가 평가가 순위에 처음으로 반영되어 ‘낮과 밤’ 프로듀싱에 참여한 오현진의 등수는 역대급으로 높았다.
사실 본인도 이번에 1위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걸 알면서도 오현진을 굳이 저 자리에 세워놓은 조인수 PD도 대단한 인성의 소유자였다.
바로 어제 논란이 생긴 데다가, 지난번 순위결정식에서는 4위를 했던 오현진이었다.
녀석이 전문가 평가 하나로, 방송 후반에 들어 본인의 능력과 환상적인 편집의 힘으로 범접할 수 없는 팬덤을 보유하게 된 서찬빈을 제치고 1위를 한 것을 연습생들도 약간은 미묘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서찬빈도 ‘녹여줘’ 안무 창작에 참여했고, 오현진처럼 ‘리와인드’ 작곡에 참여한 서문결은 지난번보다 한 계단 떨어져 8위를 했기에 더욱 미묘했다.
심지어 음원과 경연 성적 모두 ‘리와인드’와 ‘녹여줘’가 훨씬 더 좋은데 말이다.
이번에 데뷔권에 든 연습생은 1위부터 10위까지 차례로 오현진, 서찬빈, 나윤재, 나, 징샤오, 하서준, 옥도윤, 서문결, 카시마 소라, 김세종이었다.
여기서 전문가 평가로 가산점이 들어간 사람은 오현진, 서찬빈, 하서준, 옥도윤, 서문결, 김세종이고.
김준우가 11위, 반요한이 17위를 하며 리와인드 조원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지난번에야 ‘얼쑤얼쑤’ 무대로 인한 유입 때문에 서문결의 등수가 확 높아졌다고 해도.
대체로 두 사람을 같이 응원하는 농부들의 특성상 아직 동시에 3명 투표가 가능한 지금, 서문결과 반요한의 등수 차이가 거의 10위씩이나 날 것 같지는 않은데, 의외였다.
표차가 줄어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전문가 평가의 영향인가?
그것도 아니면…….
어쨌든 나가세 리츠가 기적적으로 21위에 안착하며 3차 순위결정식이 마무리됐다.
연습생들은 거의 3달 동안 동고동락하던 친구, 동생, 형들과 이별하며 흘린 눈물이 마를 새도 없이 마지막 합숙에 돌입했다.
촬영이 재개되기 전, 제나가 나를 불렀다.
“라온아, 너 요즘 잠은 잘 자고 있어?”
“어, 잠이요? 네. 잘 자고 있어요.”
“정말? 늘 열심히 하는 거 너무 대견한데 요즘 네가 무리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걱정돼.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시선을 조금 아래로 한 내가 말없이 눈만 깜빡이고 있자 얕은 한숨을 뱉은 제나가 말을 이었다.
“지금이 너희 모두에게 정말 중요한 시기라는 건 알지만, 준비 과정에서 너무 무리하다가는 정작 필요할 때 준비한 걸 다 못 보여줄 수 있어.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다른 누구보다도 너 자신이 너무 화나고 슬플 거야.”
제나의 목소리는 나를 혼내려는 게 아니라는 듯 온화했다.
멘토들은 전부터 이런 식으로 틈날 때마다 연습생들에게 격려나 조언을 해줬다.
특히 제나와 묵혜성이 연습생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는 편이었다.
나는 내 안에서 킹제나를 다시 갓제나로 격상시켰다.
“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눈을 똑바로 맞추지는 못했지만, 순순히 대답하자 제나가 걱정스러운 티를 감추며 미소했다.
“그래도 요즘 누가 봐도 노력했다는 게 보일 만큼 카메라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반짝반짝하게 빛나는 것 같아서 볼 때마다 선배로서 기분이 좋아. 그냥 보면 예뻐. 진짜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잘 맞춰보자. 알았지?”
그것은 매력을 어느 정도 복구했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렉이라도 걸렸는지 오르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지만, 벌써 매력이 3천에 가까워졌다.
대체 몇까지 오를 셈인지는 모르겠다.
버닝 효과든 뭐든 절대 그냥은 못 올렸을 수치인데.
이걸 처음에 10으로 초기화시킨 차원관리국은 각성하라.
아무튼 카메라가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따로 불러내서 말해줄 정도면, 그냥 빈말은 아닐 것이다.
나는 공손히 감사 인사를 하고 연습생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기분 이상하다.’
곧 촬영이 시작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열흘쯤 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데뷔 프로듀싱 평가뿐이었다.
“여러분은 데뷔 그룹의 데뷔 앨범에 들어갈 수록곡을 프로듀싱하게 됩니다. 데뷔하게 된다면 실제로 이 곡으로 활동도 하게 되는 거죠.”
곡은 3차 경연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우리 앞에 반듯이 선 제나가 설명했다.
단, 이번에는 저번보다 기준을 높여 전체 탑라인, 그러니까 멜로디 정도는 완성된 상태의 곡만 받은 것 같았다.
“마지막 평가는 7명이 한 팀이 되어 치러집니다. 곡별로 전문가단이 연습생 여러분의 포지션과 케미 등을 고려해 팀 또한 정해진 상태입니다.”
나는 아직도 그 전문가들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프로듀스 팀 비비?’
잠시 뒤 곡과 팀이 공개됐다.
내가 배정된 곡은 ‘Party Night’로 팀원으로는 작곡자인 오현진과 하서준, 최태우, 이승혁, 김세종, 그리고 카시마 소라가 있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조합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