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8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87화
“왔다.”
출근길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이쯤 되어서는 연습생들이 타고 오는 차 정도야 다 꿰뚫고 있었다.
속도를 줄여 막 들어오는 검은색 소형차에 누가 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저 안에 시드 연습생들과 함께 온라온이 타고 있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었다.
논란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온라온을 응원하는 팬도 있었지만, 다른 팬들도 한데 모인 자리였기에 분위기는 약간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것도 잠시였다.
“…….”
차 문을 열고 나온 온라온이 한 걸음 내딛자, 사위가 전혀 다른 의미로 고요해져 한순간 세 사람이 타박타박 멀어지는 발소리와 먼 곳의 소음만이 남았다가.
“와….”
“하…….”
“허어어…….”
인사말을 건네는 대신 고개를 한 번 꾸벅 숙인 온라온이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모습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앓는 듯한 한숨과 감탄사가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왔다.
되찾은 매력은 온라온의 팬과 다른 연습생의 팬, 둘 다 아닌 이들까지 모두 가리지 않고 영향을 미쳤다.
이제껏 온라온의 팬들은 이름에 ‘온’이 두 번 들어가는 이유가 있다며 따뜻하고 명랑한 이미지의 그를 온미남으로 강경하게 밀어왔다.
그러나 오늘따라 낯빛이 서늘하니 처연한 분위기가 가득한 온라온은 충격적일 만큼 아름다워 이제까지의 발랄한 이미지가 말끔하게 덮일 정도였다.
온라온이 얼굴 하나에 대해서만큼은 대단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저게… 나랑 같은 종족인가…?’
‘개명하자 냉라온으로….’
‘망국미 미쳤네…….’
답 없는 편집으로 잘려나간 서사가 주먹만 한 얼굴에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mark오늘자 온 출근길mark]프리뷰 보고 가
(사진)
온 요즘 매일매일 레전든데
오늘 아련청초청춘가련처연 다한다
– ㅁㅊ..이게 프리뷰라고?
– 사기캐 맞음..얼굴이 사기다
– 존나존나개잘생겨서 보자마자 폰떨굼 고화질어딨냐??????
– 솔직히 기만픽 욕하려고 들어왔는데 와꾸보고 걍 감탄만 함 ㅈㄴ예쁘네ㅋㅋㅋ
– 아니뭐 사람이 살다보면 절박해서 성장서사 밀고싶을 수도 있지ㅇㅇ 걍 명예한국인 시켜줄테니까 미모로 국위선양 좀 하시고 데뷔하세요
– 다들 정신차려ㅋㅋㅋㅋㅋ 논란 있는 연생 데뷔시키면 데뷔그룹에 두고두고 손해인데 이런 영악한 애 빨아주고 싶어??
┗ 손해는 보겠지.. 온이랑 나란히 서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쓸 다른 멤들이….
– 기만픽 OUT 사기픽 OUT 기만픽 OUT 사기픽 OUT 기만픽 OUT 사기픽 OUT 기만픽 OUT 사기픽 OUT 기만픽 OUT 사기픽 OUT
– 저 얼굴로 사기치면 뭐 어떡하냐…망국 왕자한테 폴인럽해서 반대하는 대신들 작살내고 국서로 들였다가 얼마뒤 마지막으로 얼굴 보면서 독주 원샷하는 승전국 황제처럼 알고도 백번천번 속아줘야지…..
┗ 와 나 이거보고 지금 ㅈㄴ 황제하고 싶어짐
┗ 라온아 누난 널 위해서라면 나라도 망하게 할 수 있다……
– ㄸ온라온씨 픽하트 비주얼퉆 2등할만하세요 용안 뵙고 말이 저절로 공손해지네;
┗ 이게 어떻게 2등이냐???연생들이랑 스탭들 안목 다 죽었음? 닥치고 얘 1등 올려
┗ ㄹㄹ재방 때 1등2등 살짝 바꿔놔도 아무도 뭐라 안 한다
– 비주얼투표 1위부터 5위까지는 개빡세서 솔직히 걍 취향픽이라 생각하고 별생각 없었는데 취향 위에 온 와꾸 있다 좋은말할 때 올려라
– 태세전환 수준ㅁㅊㄷ
누구도 온라온의 외모 변화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걸 기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또한 없었다.
마치 원래 이랬어야 했다는 것처럼.
* * *
일찍이 최종 리허설을 마친 연습생들은 본격적으로 경연 준비에 돌입했다.
내 얼굴에 붓을 가져다 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이 평소보다 신중했다.
메이크업에 걸린 시간은 평소와 똑같았으니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의 가짓수가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
내 앞머리를 빗으로 들췄다 갈랐다 올렸다 내렸다 하던 헤어 디자이너는 내 머리는 왜 하나밖에 없냐는 무서운 소리를 하며 최종적으로는 반만 깠다.
의상까지 단체복으로 다 갈아입은 연습생들은 생방송이 시작할 때까지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다른 연습생들은 약간 어색하기는 해도 아주 적대적인 느낌까지는 아닌 것 같은 태도로 나를 대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스태프에게 부탁해 받은 이면지에 곡 복원과 관련해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하거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숫자 ‘14227’을 여러 번 겹쳐 쓰며 시간을 죽였다.
“래리?”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이들처럼 내 얼굴을 한참 감상하듯 보다가, 시선을 슥 내려 내가 쓰던 것을 본 반요한이 툭 던지듯 말했다.
영문 모를 소리에 나는 볼펜을 내려놓고 되물었다.
“그게 뭐야?”
반요한은 ‘14227’ 밑에 ‘LARRY’라고 휘갈기는 듯한 글씨로 적었다.
“모양이 비슷하잖아.”
자세히 보니 반요한의 말대로 모양이 엇비슷한 것 같았다.
반요한이 대수롭지 않게 덧붙였다.
“전에 문제아들에 비슷한 게 문제로 나온 적 있어서 닮은꼴 알파벳들 다 찾아봤었거든.”
나중에 알아보니 ‘문제아들’은 연예인들이 나가 퀴즈를 푸는 예능인 듯했다.
“래리야, 너 몇 살이야.”
반요한은 이제 자기 핸드폰에다 대고 말을 걸고 있었다.
대체 저게 뭔 짓인가 싶을 때, 반요한의 핸드폰이 대답했다.
– 저는 만 나이로 3살이에요. 2014년 2월 27일이 제 생일이죠.
“!”
그러고 보니 이쪽 세계의 모 브랜드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 비서 이름은 시×가 아니고 래리였다.
“생일이 14년 2월 27일이라서 이름이 래리야?”
“응. 귀엽지.”
“형은 진짜 별걸 다 귀여워한다.”
하지만 매번 14227호라고 부르는 것도 너무 길고 이상하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자식을 래리라고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름이 귀여워지면 하는 행동도 귀여워지지 않을까?
[지어도 하필 그렇게 개 같은 이름을…….]“래리야, 조용히 해.”
– 네, 알겠어요.
이번에 대답한 것은 반요한의 것처럼 뒷면에 복숭아 로고가 들어간 내 핸드폰이었다.
어쩐지 이전에 들었던 그인지 그녀인지 그것인지 모를 목소리 같기도 해, 인공지능이 아니라 ‘래리’가 대답해 준 느낌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넌 원래 개스템이었어, 멍청아.
“가만히 있던 래리한테 왜 시비야?”
“원래 시비는 이유 없이 거는 거야.”
내 말에 반요한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평소에는 틈만 나면 잔웃음을 흘리는 녀석이었는데, 오늘은 어쩐지 웃는 모습 자체를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이 자식도 생방송을 앞두고 긴장이라는 걸 했나?
요즘은 호감도 알림이 자주 안 떠서 잘 모르겠다.
그때, 김준우가 말했다.
“너 진짜 잘생겼다.”
“알아.”
나는 자동응답기처럼 대답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성의 없이 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준우가 저 말을 한 것도 벌써 어림잡아 서른 번이 넘었다는 게 문제였다.
1분에 한 번씩 저 말을 하는데 내 대답이 갈수록 단조로워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근데 형도 오늘 괜찮아.”
“……진짜?”
아까부터 고장 난 인형처럼 같은 말만 하던 김준우가 끼긱 고개를 돌리더니 처음으로 다른 말을 했다.
“난 얼굴 가지고는 빈말 안 해.”
김준우는 그제야 탁 풀어진 표정을 지었다.
그때, 스태프가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제 이동 준비할게요! 따로 지시했던 사항들 다시 한번 확인하시고 혹시 문제 있으면 바로바로 말씀해 주세요! 5분 뒤 이동하겠습니다!”
연습생들이 제각각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생방송이 시작된다.
생수병에 남아 있던 물을 꿀꺽꿀꺽 다 마신 김준우가 나와 반요한, 징샤오, 나가세 리츠를 부르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얘들아.”
비장한 표정이었다.
“형이 끝나면 진짜 고기 사줄게.”
그 말을 들은 우리는 다 같이 웃었다.
* * *
밤 9시.
현장에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메슥거릴 정도로 울렁이는 기분으로 픽하트3 마지막 방송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백스테이지에 모여 대기하던 연습생들 또한 대부분 같은 기분이었다.
– 무슨 영화관이냐? 9시 지났는데 왜 아직도 광고나 하고 난리
– 도윤샤오 데뷔하자♥♥♥
– 아 한다한다ㅜ
지겨운 광고가 끝나고 드디어 시작된 방송.
가장 먼저 21명의 연습생이 첫 촬영 날 어떤 모습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왔는지 편집된 영상이 나왔다.
괜히 오래된 일처럼 느껴지게 하는 필터가 들어간 화면 속에서 연습생들은 각자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했다.
대표들을 더 떨리고 애틋하게 만든 영상이 모두 끝나고 방송에서 투표 방식을 안내할 때쯤, 현장에는 연습생 21명이 무대로 모두 올라와 있었다.
연습생들은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하트 모양으로 보이는 대형을 맞추어 섰다.
온라온의 바로 앞에 ‘온라온’ 세 글자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슬로건을 들고 서 있던 팬은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어야 했다.
‘와 씨…….’
얼굴을 본 순간 너무 좋아서 욕까지 나올 지경이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방송 화면이 현장으로 돌아가고, 하트 어택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방청객들이 때맞춰 환호했다.
교복 스타일의 단체복을 입은 연습생들이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오랜만에 연습한 하트 어택 안무를 췄다.
너와 눈을 맞추고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3월에 했던 것과 비교해 누가 봐도 발전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무대였다.
난 너의 심장을 노려
Heart a-ttae-ttae-tack!
그 가사대로 온라온은 보는 이들의 심장을 제대로 공격했다.
그저 잘생겼다가, 상큼했다가, 아련했다가, 절절했다가. 열렬했다가….
아주 혼을 쏙 빼놓았다.
좋아 죽겠다는 뜻이다.
– 온라온 카메라 잘찾네요 어후 얼굴 진짜 최고다
– 찬빈아 1등하자ㅠㅜㅜㅜ
– 준우야 우리 효자 9등으로 데뷔하자 제발
– 하트어택 너무나도 명곡ㅠㅠㅠㅠ
그렇게 마지막 경연 첫 번째 단체 무대가 끝났다.
연습생들은 무대가 끝나자마자 백스테이지로 이동해 다음 무대를 서둘러 준비했다.
그 대신 제나가 무대 위로 올라가 진행을 이어갔다.
“100명의 연습생을 처음 본 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진심이 묻어나는 어조로 감성을 자극하는 멘트를 얼마간 하던 제나는 큐 카드를 흘긋 보며 말을 이어갔다.
“본격적으로 마지막 경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현재까지 온라인 투표로 사전 집계된 연습생 21명의 득표수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데뷔권과 탈락권이 구분되어 정리된 표가 화면에 떴다.
그것을 본 방청객과 시청자 모두가 경악했다.
이름 대신 하트 어택을 연습할 때 받은 등급으로 개개인을 표기했다는 점, 그리고 최상위권 밑으로는 비중이 큰 생방송 투표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을 정도로 득표수 차가 얼마 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 이걸 지금 공개해? 얘네 미친거아님??
– 표수 차이 안 나서 다닥다닥 붙어있는거 공포 그자체;
– 저거 보고도 차애 투표하는 사람없죠?
– 여기에 ㅈ같은 전문가평가까지 또 들어가는거잖아요 하.. 그놈의 전문가….
– B등급 4, 9, 15등인데 지금 남은 B등급 반요한 온라온 이승혁 맞죠??
뒤이어 데뷔그룹 이름까지 곧바로 공개되었다.
“이번 시즌 데뷔그룹명은…… 브레이커입니다!”
화면에는 ‘Breaker’를 모티브로 한 로고가 떠올랐다.
– 어폰->유어스->브레이커???
– 무슨 맥락에서 튀어나온 이름인지 1도 모르겠어요ㅋㅋㅋㅋ..
– 이름 진짜 별로..
– 그냥 박살나기 딱 좋은 이름 같은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