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8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88화
대표들의 반응이 어떻든 방송은 쭉쭉 진행됐다.
연습생들이 무대를 하기 전에는 이제까지처럼 마지막 경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먼저 보여주었다. 사이사이 뻔질나게 들어가는 광고는 덤이었고.
첫 번째로 축구 유니폼 스타일의 의상을 입은 ‘Kick-off’ 조가 월드컵 개막식 느낌이 물씬 나는 무대를 선보여 현장 분위기를 후끈하게 달궜다.
그다음으로는 ‘무한대’ 조의 차례였다. 믿고 보는 무대 장인 서문결과 서찬빈이 한 팀에 들어가 있었던 만큼 높은 퀄리티가 돋보였다.
현장에서만.
– 야 카감아 발카 죽인다~
– 생방에서 이딴 식으로 할거면 리허설 왜 해요?
– 나는 진짜 2층 관객석을 대체 누구 좋으라고 찍는지 모르겠다
자자한 원성 속에서 세 번째로 ‘Party Night’ 팀의 경연 준비 과정이 방송됐다.
오현진과 하서준의 프로듀싱이 주를 이루는 준비 과정 분량이 끝나자 조명이 꺼져 어두웠던 장내가 한순간 밝아졌다.
일렬로 선 ‘Party Night’ 팀이 무대 위에 일렬로 서 있는 것을 본 대표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Party Night’ 팀 연습생들은 마지막 무대이니만큼 특별히 각자 회사에서 파티라는 컨셉에 맞는 의상을 준비해 왔다.
물론 온라온은 소속사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기에 제작진 측에서 준비해 준 의상을 받아 입었다.
온라온의 의상은 재킷의 라펠 부분에 잘게 박혀 반짝거리는 작은 큐빅들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올 화이트 수트였다.
그마저도 누가 예전에 입은 후 세탁만 한 번 깔끔하게 한 옷이라 큐빅도 군데군데 떨어진 것이 많았다.
그러면 어떤가.
온라온은 매력을 되찾음과 동시에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본인의 패션 철학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게 되었다.
– ㅁㅊ..
– 와…..
– 온라온한테 흰 수트 입힐 생각한 사람 누군지 몰라도 보너스 챙겨줘라..심신이 절로 경건해지네
– 카메라랑 조명 자꾸 온라온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저만 그렇게 느껴요??
┗ 눈치 1도 없는 카메라가 아니라 님 눈이 가는 것 같아요 조명은 후광인듯
┗ 아맞네…
– 생방 무대 직캠 나중에 뜨죠???? 이딴 발카로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움ㅠㅜㅜㅜㅜ
┗ 222뜬다고 말해 제발ㅜㅜ
┗ 픽하트 원래 생방무대는 따로 안떠요..
┗ 샹 인수야… 이상한 거 말고 이런 걸 찍어 올려서 조회수 장사를 하라고
– 이제 믿을 건 홈마뿐^^..
안 그래도 현장에 있는 온라온의 홈마들은 이를 악물고 셔터를 한 방 한 방 누르고 있었다.
다른 연습생의 홈마 몇몇도 조명 아래 하얗게 빛나는 소년을 찍기 위해 경호원에게 들킬 위험을 감수하고 내려놨던 카메라를 들었다.
– 현장인데 온이랑 눈마주친 사람들 다 서서 기절함
┗ 이거 찐임 눈길만 스쳐도 숨이 안 쉬어지더라
– ㅎㅏ 온숨아 뜻 바꿔야 함 온라온 숨못쉬게하는 아름다움
– 온라온팬 아닌데 온라온밖에 안 보였음
┗ ㄹㅇ
이윽고 무대가 모두 끝나고, 몇몇 멘토의 코멘트까지 지난 뒤 새로운 영상이 나가기 시작했다.
[제작진: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예요?] [서찬빈: 데뷔를 했는데… 다음 앨범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는 거예요.] [김준우: 연습생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제일 막막했어요.]짤막하게 연습생들의 사연이 풀렸다.
짠하고 안타까운 사연이 나올 때마다 현장과 인터넷이 눈물바다가 되었다.
와중에도 반요한과 서문결의 분량은 없었다.
비범한 정신세계를 소유한 두 사람에게 가장이라고 할 만큼 힘들었던 일이 있기는 한 건지, 있었는데 말하지 않은 건지, 말했는데 편집해 버린 건지는 당사자와 제작진만이 알았다.
[온라온: 춤을 다시 못 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온라온은 다른 연습생들이 픽하트에서 제공한 반팔 연습복을 입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게, 겨울 사복을 입고 있었다.
온라온의 영상은 정면이 선명하게 나왔던 다른 연습생들의 영상과는 달리 CCTV 영상이라도 따 온 것처럼 보이는 등, 촬영 구도까지 확연히 차이가 나 앞선 인터뷰들과는 시기의 차이가 있음을 짐작게 했다.
뒤이어 나온 것은 논란이 된 글에도 있던 바로 그 춤 연습 동영상이었다.
[제작진: 원래 잘 췄잖아요. 어쩌다가 춤을 다시 못 추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
– 뭔소리임
– 사기친거 걸리니까 대충 해명이라도 하려나 보죠ㅋ
화면 속 온라온이 영어로 말해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한 뒤, 차분하게 사정을 설명했다.
[온라온: 슬럼프…라고 해야 할까요.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요. 어느 날 갑자기 몸이 도무지 말을 안 들어서, 그제야 이상한 걸 알았어요. 처음 몇 달 동안 반복했던 기본 루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누군가의 공감을 바라지도, 동정을 구하지도, 도움을 기대하지도 않는 것처럼 담담한 태도로 온라온은 자신이 겪었던 일을 풀어놓았다.
조인수 PD가 녹화된 인터뷰를 거의 자르지 않아 온라온의 영상은 제법 긴 시간 동안 이어졌다.
트루 연습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는 것과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은 빠져 있었지만, 회사를 나왔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도록 나와 있었다.
[제작진: 그렇게 힘든데 픽 유어 하트 시즌 3에 출연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뭐예요?] [온라온: 저의 내일을 위해서요. 그대로 포기하면 내일은 오늘과 같을 테니까요.]사실 트루에서 나온 지 제법 시간이 지나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된 이 날의 온라온은 이미 시스템과 여러 차례 접촉한 뒤였다.
또한 자신이 언젠가 떠나고 말 것을 막연하게나마 예감한 상태이기도 했다.
온하제만큼이나 온라온도 본래 이렇게까지 제 약한 부분을 인정하듯 털어놓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훗날 몸이 뒤바뀔 온하제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차원관리국의 조언을 수용해 마치 증언하듯 인터뷰를 해두었던 것이다.
기묘한 존재의 속삭임을 마냥 거부하기에는, 당시 온라온은 몹시도 지쳐 있었다.
차원관리국의 예측은 옳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초월적인 단체조차 그러고 나서도 온라온이 끝끝내 버틸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해당 인터뷰는 방송분에 포함되지 않음을 사전에 안내한 후 지난 1월에 이루어졌으나, 최근 참가자에 대한 무분별한 논란을 확인한 제작진이 참가자에게 재동의를 구해 방송되었음을 밝힙니다.]판사가 무죄 선고를 땅땅땅 내리는 것처럼 확실하게 들어간 마지막 자막까지 포함해, 믿을 수 없을 만큼 호의적인 편집은 조인수 PD의 개똥 같은 자존심에서 나왔다.
조인수 PD는 이걸로 2차 경연 무대로 화제성을 끌어 올려준 온라온에게 진 빚을 다 털었다고 여겼다.
게다가 이런 일은 시청률이 담보되는 카드였다.
‘혹시 몰라 그때 관찰 카메라를 설치해 둔 게 다행이었지.’
그런 내막을 가진 온라온의 영상을 끝으로 광고 타임이 찾아왔다.
묘하게 측은하게 느껴지는 영상 속 온라온의 말에는 팬들은 물론이요, 일반 대중의 마음까지 흔드는 힘이 실려 있어 한참 전부터 현장과 인터넷은 눈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 지금 눈물이 안멈춷요ㅠㅠㅜㅠㅠ아니 애가 얼마나 힘들었으면ㅠㅠㅠㅠㅠㅠㅠㅠ
– 이걸 투표마감 5분전에 내보내??? 읹수 니가 사람새끼냐????
– 아 저 동생이 해달래서 다른연습생한테 투표했는데ㅠㅠㅠ투표 한번했으면 못 바꾸죠? 라온이 뽑고 싶은데ㅠㅠㅠㅠㅜ
물론 이 시점에서 온라온과 온하제의 영혼이 바뀌었기에 나올 수 있는 따뜻한 반응이었다.
트루 공개연습생 출신으로 현재는 SNS에서 고등학생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이도엽도 방송을 보고 있다가 관련 글을 올렸다.
[10대 후반을 지하에서 보냈다. 그곳에서 데뷔라는 것은 너무나도 막연한 일이었고 얼마가 될지 모르는 기다림을 버티지 못한 나는 부끄럽지만 연습생을 포기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기에 그때 그만둔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그곳에서 평가는 매일 있었고 기합은 일상이었다. 다이어트나 우울증 때문에 약을 먹는 친구들도 항상 있었지. 몇 년씩 연습을 더한 형들보다 잘 추던 재능 있는 동생 한 명도 많이 힘들어했다. 정말 많이.
그때 ‘아, 쟤도 곧 그만두겠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틀렸네.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해본 사이는 아니지만 한때 같이 연습하던 동기로서 꼭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픽하트3 #온라온 #데뷔하자]
지하에서 벌어졌던 따돌림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떳떳한 입장도 아닌 이도엽이 글을 올린 것은 선의라기보다는 관심을 받고 싶어 한 행동에 가까웠다.
만약 도움을 주고 싶었다면 논란이 있던 밤에 진작 올렸을 터였다.
그게 뭐가 중요한가.
팬들은 울면서 해당 글을 여러 사이트에 퍼갔다. 몇 분 사이 그게 또 다른 SNS에 퍼지고, 개인적인 톡방에 퍼지고를 반복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듯 광고 시간은 유난히 길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불만을 가질 새도 없이 해당 화제에 대해 찾아보기 바빴다.
[(영상) 언제부터인가 폼이 망가지기 시작한 아이.. 마치 공들여 빛내던 원석이 중간에 깨져버린 것처럼 참 허무했었는데… (중략) 그때 힘들었던 네 마음을 다 알아주지 못해 미안하고 앞으로는 꽃길만 걷자 #온라온 #데뷔하자]온라온의 재능을 눈여겨봤었던 댄스 트레이너도 방송을 보다가 SNS에 짤막한 글을 올렸다.
다시 방송이 시작되고 집계 시간을 벌기 위한 VCR이 흘러나왔다.
그때쯤 무슨 말을 해도 도무지 듣지 않는 악플러들을 제외한 대중의 마음은 온라온에게 확연히 기울어져 있었다.
– 글 올린 새끼 쫄렸냐? 삭튀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1팔놈아 넌 계속 그러고 살아라 법정에서 볼 날까지
– 트루도 뭐 문제있는거 아니에요? 17살이 저렇게 될 때까지 방치하는게 정상인가? 그래놓고 아무 대책 없이 회사에서 내보내는 거 이거 나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가????
┗ 트루가 원래 연습생들끼리 기싸움도 심하고 시스템도 데뷔전후로 다 거지같아서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요
– 제작진은 사람이 저상태인 걸 알면 서바이벌을 시키는게 아니라 병원을 보내야 했던 거 아니에요? 슬럼프가 그냥 온것도 아닐거고 저정도면 우울증 심하게 걸려도 안 이상한 것 같은데
– 이거 논란 무마시키려고 급하게 찍은 것도 아님 입장 밝힐 상황도 안 되는 미자 신나게 패던 분들 다 어디 가셨어요?
– 저정도로 힘들었는데 방송하면서 그렇게 웃고 떠들 수 있어요? 저는 이것도 그냥 이미지메이킹 같은데
┗ 웩
┗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 공감은 못 해줄망정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지금 대중들에게 새로이 자리 잡은 온라온의 이미지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힘든 것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픽하트 촬영 내내 밝고 긍정적으로 성장해온 매력 만렙 연습생’쯤이 될 것이다.
언젠가 맡았던 ‘새드엔딩 인터넷 소설의 시한부 섭남’만큼이나 과다한 설정이었지만, 사실인 걸 어쩌랴.
논란의 메인 불씨가 단순한 성장 서사보다도 한층 극적이고 감동적인 사연으로 변모하자 논란에 끼워팔듯 붙어 있던 국적 문제는 덤으로 해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