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8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89화
분위기 파악에 실패해 이전처럼 온라온을 까려던 몇몇 분탕 종자들도 물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야심한 새벽에 감성을 자극당해 난폭해진 온갖 집단의 네티즌들에게 말 그대로 처맞고 사라졌다.
마지막 방송을 챙겨보던 대중들까지 합세해 오늘 밤 가장 뜨거운 비극의 주인공이 된 온라온의 편을 들어줬으니 당분간은 얌전할 것이다.
실시간 검색어에는 ‘온라온’, ‘아이돌 연습생 현실’, ‘트루 엔터테인먼트’, ‘이도엽’ 등이 줄줄이 떠 있었다.
제작진이 왜 이런 자극적인 소재를 이제야 풀어놓았느냐?
당연히 온라온의 캐릭터 때문이었다.
애초에 작가들은 해당 사전 미팅을 바탕으로 온라온을 적당한 불행 소재와 버무려 ‘대형 기획사 데뷔조에서 최종 탈락해 힘들어하는 연습생’ 정도의 캐릭터로 잡아놓았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첫 촬영 날부터 제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다가 생방송 바로 전날에 논란이 터졌고, 옳다구나 싶었던 조인수 PD가 투표 집계를 기다리는 동안의 시청률을 위해 전날 완성된 방송분에 다시 손을 대면서까지 해당 분량을 긴급 투입한 것이다.
연습생들도 무대 뒤쪽에 따로 설치된 TV로 관객들과 같은 영상을 보고 있었다.
온라온은 주위에 있던 다른 연습생들과 지나는 스태프들의 동정 어린 시선과 함께 호감도 알림을 받으며 생각했다.
‘조인수 이 시청률에 돌아버린 사이코패스 새끼가…….’
* * *
낮에 출근하자마자 조인수 PD가 나를 불러 몇 마디를 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건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라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한들 이제 와서 내가 뭐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게 가장 화나는 부분이었다.
핸드폰을 대기실에 두고 와 당장 인터넷 반응까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현장 반응만 봐도 사람들이 내게 호의적으로 돌아선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 잘된 일이었지만….
“…….”
오현진과 눈이 마주쳤다.
일단 저 새끼는 내가 꼭 조지고….
아, 머리 복잡해.
“그래도 다행이다. 오해가 풀려서.”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려던 손을 아차 하고 내릴 때, 서문결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그래. 지금은 그렇게만 생각해.”
반요한도 거들었다.
“나도 사실 그렇게 논란까지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일 있을 줄은 몰랐어….”
“맞아. 그리고 나 믿었어. 왜냐면 형은 그렇게 거짓말 못 하니까.”
김준우와 징샤오도 슬쩍 다가와 내게 한두 마디씩 했다.
같이 무대를 했던 옥도윤이나 나윤재를 비롯한 다른 연습생들도 힘들었겠다며 나를 위로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 * *
문자 투표를 집계하는 동안 연습생들은 무대 위에서 가족과 상봉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습생이 먼저 나가 제나와 인터뷰를 조금 하다 보면 미리 얘기가 되어 있는 가족이 무대 위로 올라와 그동안 수고했다, 응원한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시간이었다.
사정상 영상 편지로 대체한 연습생도 있었지만, 그래도 15명이 넘게 해야 하니 시간 끌기에는 이만한 일도 없었다.
리허설 때도 대충 순서와 위치만 익히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제작진은 정확하게 누가 나오는지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다른 연습생들은 그래도 엄마가 올지 아빠가 올지 누나가 올지 정도는 아는 것 같았지만.
‘나는 올 사람 없는데?’
바다 건너에 있는 온라온의 가족들이 나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오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만약 정말 여기서 맞닥뜨린다면…….
그러면 어떡하지?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내 차례는 점점 다가왔고, 잠시 뒤에는 눈물 젖은 얼굴로 돌아오는 김준우에게 마이크를 넘겨받아 무대 가운데로 향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무대로 나가자 아까 영상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지 방청객들이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단체로 숨을 헉하고 들이마시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설치된 전광판에 내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지금은 내가 돌아보고 있어서 뒤통수만 보였지만.
계속 그러고 있자 이번에는 조금 더 원성에 가까운 소리가 나왔다.
“이러니까 처음 멘토 평가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그때도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기억나요?”
다정한 미소를 띤 제나의 물음에 나는 다시 앞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억나요. 눈이 예쁘다고 해 주셨던 것도요.”
“지금 보니 눈만 예쁜 게 아니에요. 그냥 다 예뻐. 이렇게 서 있는 모습만 봐도 너무너무 기특해요. 우리 라온 군, 그동안 많이 고생했죠.”
“감사합니다. 제나 이사님이나 다른 쌤들도 저희를 위해서 정말 많이 고생해 주셨잖아요.”
나는 굳이 아까 그 화제를 끌고 오지 않는 선에서 답했다.
[제나가 당신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제나 호감도 +5 현재 호감도 +57]“아니에요. 우리 라온 군은 늘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여서 언제나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 친구였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보고 싶었던 가족을 만나볼까요?”
나는 조금 긴장했다.
그리고 조금 뒤 무대 위로 올라온 사람은….
“?”
……묵혜성이었다.
‘아니, 쌤이 왜 거기서 나와…?’
* * *
– ??????
– ???
– 묵혜성????????
– 아니 어쩐지 멘토석에 아까부터 안계시더라니?????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의 반응도 온라온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온라온은 애써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다.
이 인간이 왜 여기 있는지(잘못 왔나?), 온라온이랑 가까운 가족이기라도 했던 건지(편지에는 묵혜성의 묵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내 행동에 이상한 점이 있지는 않았는지(대단히 많았다), 나는 지금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알겠냐?) 등등.
당혹스러움에 여러 생각으로 뒤죽박죽된 온라온의 머릿속이 펑 터짐과 동시에 튀어나온 어리벙벙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누, 누구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구세욬ㅋㅋㅋㅋㅋㅋ
– 아니 너가 모르면 어떡해 바보야ㅠㅠㅠㅠ
– ㅋㅋㅋㅋㅋ무슨 관계고를 떠나서 묵혜성 존나 서운하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
– 야 그래도 멘톤뎈ㅋㅋㅋㅋㅋ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크로니클묵혜성인데 누구세욬ㅋㅋㅋㅋㅋㅋ
말하고 나서 화들짝 놀라 손으로 입을 막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캡처되어 방송 후에도 길이길이 회자할 한마디였다.
온라온이 다급히 덧붙였다.
“아니! 당연히 묵혜성 멘토님인 건 알죠!”
“…안다니 다행이네.”
시작부터 헛나가는 두 사람의 대화에 제나가 진행을 위해 웃음을 꾹 내리누르며 말했다.
“지금 라온 군은 묵혜성 멘토님이 이 자리에 나오실 거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 같거든요. 두 사람 관계가 정확히 어떻게 되나요?”
모두가 궁금해할 질문에 답한 것은 묵혜성이었다.
“온라온 연습생 어머니가 제 사촌 누나입니다. 부모님이 두 분 다 해외에 계신데 일이 바빠 오늘은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 같으니 이번 한 번만 부탁한다고 해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묵혜성은 살면서 온라온을 본 것 자체는 멘토 평가 때가 처음이었다고 담백하게 덧붙였다.
“아, 그럼 원래는 온라온 연습생과 친척 관계라는 걸 몰랐어요?”
“네. 아무래도 온 씨가 드문데 라온이라는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보기는 한 것 같아 나중에 온라온 연습생 어머니께 물어봤더니 맞다고 해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연이 다 있네요.”
그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온라온은 머리를 굴렸다.
부모의 사촌이면 오촌인데….
설마 저번에 자다 깨서 봉변당한 오촌 친척이?
그때도 목소리가 약간 귀에 익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진짜로?
시스템, 아니, 래리 이 자식의 농간에 내가 또?
온라온의 생각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묵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쌤이 진짜 제… 당숙……?”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생경한 호칭을 곧바로 입에 담으며 눈에 띄게 어색해하는 온라온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 라온이가 누구보고 이렇게 서먹해하는 거 처음 봐요 ㅋㅋㅋ
– ㄱㅇㄱ 누가봐도 혈연관계인 거 처음 안 얼굴
– 표정만 보면 출생의 비밀이라도 들은 줄 알겠어ㅋㅋㅋㅋㅋㅋ
– 누가 온라온한테 마시던 오렌지주스 흘리는거 합성좀
┗ 아ㅁㅊ 라온이 표정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다 했더닠ㅋㅋㅋㅋㅋㅋ아침드라맠ㅋㅋㅋㅋ
┗ 묵혜성: 라온이, 사촌누나 아들이에요
┗ 온라온: ????? (주르륵)
기본적으로 무심한 편인 묵혜성은 연예인에, 그것도 아이돌에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라는 평을 주변 사람들에게 꾸준히 들어왔고 본인도 인정했다.
하지만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사람인 묵혜성은 이제 20년째 이 일을 하고 있었다.
온라온이 그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라는 것은 물론이고, 합숙 도중에 했던 통화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 정도는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금세 내릴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안 좋은 말이 인터넷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 아니 진짜 혈연관계였던 거 몰랐다는 말을 믿어?
– 지금 생각해보니까 1~2화 분량이랑 편집도 좀 억지같지않음? 크로니클 팬이라고 이미지 잡았던 것도 그렇고 걍 짜고 친거 아니야??
┗ 와.. 그때 애 어떤 상태였는지 알면서도 이런다고?
┗ 추하다 힘들었던 애 어떻게든 까고 싶어서 아직도 드릉드릉 투표도 끝났으니까 애 그만 패
– 근데 멘토랑 연생이랑 친인척 관계여도 되나? 오촌 정도면 완전 남도 아니고 이건 좀 특혜 같은데..
┗ 뭐어때 주안이랑 지연우는 같소속사 연습생 동기였던거 노골적으로 어필하면서 동정표 싹 쓸어갔는데
┗ 22 묵혜성은 뭐 그런 것도 없었잖아 주안이랑 석수영이 제작진한테 대본받아서 몇몇 연생 미는 동안 묵혜성은 진짜 멘토로서 냉정하게 잘 가르쳤음 온라온 말고 다른 연습생들한테도 다ㅇㅇ
앞선 사연의 여운이 아직 가시기 전이었고.
20년 가까이 별문제 없이 연예계 생활을 해온 것으로 유명한 묵혜성의 말끔한 이미지와 생방송에서 더없이 실감 나게 당황하고 놀라는 모습들이 더해진 덕분에, 온라온을 향한 우호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온라온은 계속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아니, 저는 순수하게 저를 열심히 하는 제자로서 챙겨주시는 줄 알았는데 그냥 혈연 때문이었다니…. 그런 속된 인연에서 나오는 호의였다니…….”
아, 얘가 지금 많이 당황해서 제정신이 아니구나.
평소보다도 훨씬 정돈되지 않은 투로 횡설수설하는 것이 누가 봐도 자신이 묵혜성과 혈연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혈연이 속되기는 뭐가 속돼. 그리고 오촌이면 요즘 거의 남…. 남은 아닌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 본인 입으로 혈연=속됨 이라고 말하는거 개웃김ㅋㅋㅋ 묵혜성도 인지부조화와서 대꾸하다가 말 꼬이곸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는 걍 웃기고 진짜 몰랐던 거 맞는 듯
– 둘 다 절대 짜고 쳐서 나올 수가 없는 반응이다 이건 평생 박제돼서 10년 뒤에도 픽하트 생방송 레전드 썰로 위튜브에 올라온다 내가 봤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라온의 페이스에 휘말려 있던 묵혜성은 이 바보 같은 대화를 이어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입을 막아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해냈다.
앞서 다른 연습생들이 가족과 했던 것처럼 곧바로 포옹을 강행한 것이다.
물론 썩 자연스러운 그림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의 훌륭한 비주얼이 이 순간을 그럭저럭 아름다운 장면으로 보이게 했다.
“나중에 얘기하자.”
마이크를 든 손을 아래로 내린 묵혜성이 조용히 말했다.
온라온은 대충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여기서 두 번씩이나 누구시냐고 물을 자신은 없었다.
한쪽에 비켜 서 있던 제나가 저게 뭐냐고 큐 카드로 입을 가리고 남몰래 웃을 만큼 어색하게 등을 몇 번 토닥여 준 묵혜성이 온라온을 풀어주었다.
그래서는 안 됐다는 생각이 든 건 그 직후였다.
“저, 근데 그냥 앞으로도 계속 쌤이라고 하면 안 되나요?”
“뭐?”
“당숙은 좀, 남 같아서….”
“…….”
– 묵쌤 찐당황
– 졸지에 혈연 부정당한 묵혜성
– 근데 거리감이 쌤[[[(넘사)[[[당숙임
– 어떻게 당숙이라는 호칭이 바로 나오지 요즘 애들도 당숙이라는 말을 알아요?? 신기ㅋㅋㅋㅋㅋ
“……네 마음대로 해.”
어찌나 못 말리겠다는 것처럼 체념적인 어조였는지,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연습생들은 눈물 없이는 못 보는 감동적인 가족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온라온과 묵혜성만 주말 저녁 시간대에 하는 예능처럼 굴었다.
그렇게 뜻밖의 가족과 만나는 시간도 모두 끝나고.
픽하트3 최고의 아웃풋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Rewind’의 어쿠스틱 버전까지 21명이 나누어 부른 뒤.
마침내 데뷔 멤버가 결정되는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