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9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99화
다음 날.
월말 평가 단체 곡을 연습할 때였다.
주열음 이사가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얘들아,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니?”
그동안 주열음 이사는 때때로 연습실 밖에서 우리가 연습하는 것을 지켜만 봐왔다.
이렇게 직접 들어와 우리에게 말을 건 것은 처음이었다.
주열음 이사의 키가 우리보다 한참 작아서 불가피하게 내려다보는 듯한 구도가 되었는데, 알아서 무릎이라도 꿇고 앉아야 할 것처럼 괜히 긴장됐다.
“며칠 지켜봤더니 너희 다섯이서 친한 건 알겠는데….”
저 뒤에 나올 말이 그다지 좋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 정도는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한 팀보다는 그냥 다섯 명이 잘 노는 친구 같다는 인상이 강하거든.”
서로 위아래 없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칭찬은 일단 아닌 것 같았다.
“대표님 성격이야 나도 알아서 이제까지 너희가 어떻게 해왔을지는 대충 감이 잡혀. 과하게 몰아붙이지도 않았을 테고 압박도 별로 안 받았을 거야.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해라… 뭐 이런 식으로 했겠지.”
원조 시드 연습생 셋이 흠칫거리는 걸 보니 주열음 이사의 판단은 정확했나 보다.
“그게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야. 어느 정도 풀어둔 것치고는 다들 상태도 괜찮고.”
“감사합니다.”
강지우가 대표로 말했다.
“그래도 너희끼리 조금 더 긴장했으면 좋겠거든.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고난을 이겨내며 쌓이는 특유의 유대라는 게 있잖아. 너희가 같이 연습한 세월이 그렇게 길지 않은 게 마음에 걸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까지 긴 사족을 앞세운단 말인가?
“그건 앞으로 같이 활동하다 보면 생기지 않을까요?”
반요한의 말에 주열음 이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데뷔 전까지 해야 해.”
퍽 단호한 어조였다.
“처음부터 완벽하지는 못하겠지만, 첫 순간에 보일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대중에게 보일 필요가 있어. 서바이벌에서 탈락한 연습생들이 모여 있는 부차적인 팀이라는 인식을 벗겨내기 위해서라도.”
부차적인 팀.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탈락자들의 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면서도 자존심을 은근히 건드리기도 하는 말이라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
“…….”
“유대감, 동지애, 연대감, 서로를 향한 믿음과 신뢰, 나이 들어서 ‘나 때는 말이야’를 해도 괜찮은 젊은 날의 추억…. 우리 함께 반년 안에 만들어 보자.”
끝날 때까지 버티십쇼.
▶ 확정 보상: 스킬《???》, 의지 +50] [거부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자동진행됩니다.]
그렇게 이름부터 불길한 퀘스트와 함께 제안하듯 포고한 주열음 이사는.
“악마…!”
미친 스파르타의 화신이었다.
말 그대로 지옥 훈련이었다.
픽하트가 주는 것도 없이 연습생들을 무턱대고 갈아댔다면, 주열음 이사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계획에 따라 우리를 상하좌우로 굴려댔다.
주열음 이사는 기꺼이 악당 같은 역할을 맡았다.
‘너희 이만큼 했어? 어쭈, 꽤 하네. 그러면 이번에는 이것도 해볼래? 못 하겠어? 아, 할 수 있다고? 오케이. 그럼 해봐.’
……보면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덕분에 나는 나날이 스탯이 올랐고, 우리끼리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을 흘리며 매일을 반성했고, 다섯 명이 함께 고난을 겪으며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유대감을 무럭무럭 키워나갔다.
견성하가 나를 이상하게 대할 틈도 없었다.
그 반대로 내가 녀석을 살펴볼 여유도 없었고.
알아낸 것은 녀석이 나를 드러내 놓고 불편해하거나 싫어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뿐이다.
그 와중에 나는 반가을 대표에게 직접 작곡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트레이닝으로 죽어 나가는 틈틈이 회사 작업실에서 곡 복원 작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초 부족의 한계를 느끼는 터였다.
“대표님이 나보다 훨씬 잘 가르쳐 주셔. 친절하시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고등학생 때부터 반가을 대표에게 작곡을 배웠고, 지금도 종종 레슨을 받고 있다는 서문결이 내게 조언했다.
“형도 이제까지 잘 가르쳐 줬어. 친절하게.”
내 말에 서문결이 조용히 기뻐했다.
반가을 대표는 서문결의 말대로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었다.
“이야, 이거 카피하기 어려운 곡인데. 잘했네. 카피는 이 정도면 조금만 더 해도 그만해도 될 만큼 잘하는데? 리듬감 좋고, 리스닝도 타고났고.”
물론 반가을 대표에게 들려준 건 저쪽이 아닌 이쪽 세계에 있는 곡을 카피한 것이다.
“혹시 자작곡 같은 거 만든 거 없어? 미완성이라도 괜찮은데.”
“아직은 없어요.”
“그래? 하나도?”
“네.”
“그렇구나. 보통은 이 정도 할 줄 알면 자기 곡 만든다고 난리도 아니라 아무렇게나 만들어 본 게 하나 정도는 있을 줄 알았어.”
애초에 작곡을 시작한 목적이 창작이 아니었던 나는 어색히 웃기만 했다.
혹시 기억이 조금이라도 휘발되면 어떡하냐는 불안감 때문에 다른 것에 눈 돌릴 엄두가 안 났다.
일부라도 원본과 달라지면 내게는 의미가 없다.
랜덤 스탯 초기화라는 흉악한 페널티가 붙은 작곡 관련 퀘스트 하나가 있기는 했지만.
기간이 2년 넘게 남아 있었기에 아직 그렇게 촉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래리 놈이 나보고 그렇게 천재라고 했는데, 설마 3년 안에 나 혼자 만족할 만한 곡 하나 정도는 쓰겠지.’
그때는 퀘스트 제한 시간이 3년이라니 무슨 미친 소리냐고 했는데, 지금은 3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게 묘했다.
“사실 묘해.”
“네?”
묘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묘하다는 말을 들어서 놀란 건데.
내가 긴장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 건지 반가을이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카피는 잘했어. 구조나 음감 같은 것도 잘 살렸고. 왜 이런 식으로 곡을 진행하고 구성했는지 원곡자 입장에서 고민한 티가 나. 그런데 내 귀에는 느낌이 되게 묘하거든.”
“묘하다는 게 무슨 뜻이신지….”
나쁜 말 같지는 않은데.
“원곡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음색이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 낯설다고 해야 하나, 새롭다고 해야 하나.”
반가을 대표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라온이 네가 어떤 곡을 썼을지 궁금했던 거야. 카피가 아니라 네가 쓴 곡이라면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아, 나는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 *
픽하트가 끝난 지도 어느새 한 달이 다 되어갔다.
오르카가 열심히 데뷔를 준비하는 동안, 어떻게 보면 동기라고도 할 수 있는 브레이커는 다소 난항을 겪고 있었다.
대놓고 편파적이던 방송 분량과 편집,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전문가 등 여러 요인 때문에 방송이 끝나고 나서도 팬들 사이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의혹을 가장 크게 샀던 전문가 평가의 불합리함을 고발하는 글이 명백한 증거 자료와 함께 인터넷에 올라왔다.
특정 연습생에게 점수를 몰아주거나, 반대로 최대한 적게 주거나 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해당 글은 만약 전문가 평가 없이 시즌1, 2처럼 ‘대표’들의 투표만으로 데뷔 그룹이 결정되거나, 전문가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면 데뷔 그룹 멤버는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뮤직박스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조인수 PD로 추정되는 인물이 특정 연습생들(이름 부분은 삐 처리되었다)의 분량을 줄이라고 노골적으로 지시하는 녹취록까지 어딘가에서 유출되며 상황은 되돌릴 수 없는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아니ㅋㅋㅋㅋ이것도 다 돈벌자고 하는 짓이니까 100명한테 공평하게 분량 못 주는 건 그래도 이해하지만 그냥 자르라고 하는건 대체 무슨 상도덕임 ㅅㅣ발우리애들 살려내 ㅠㅠ
– 탈락연생 팬들이 그동안 ㅈ인수한테 당한게 ㅈㄴ 많아서 새삼 빡치기는 했는데 이제와서 느그박살에 넣어달라 할 생각 없거든요 그냥 떨어진 애들한테 배상이나 제대로 해
– 보스 같은 경우는 지금 그나마 나은데 소속사에서 방치하는 애들은 뭐 어떡할 건데ㅜ 방송 끝나고 팬들 다 떨어져나간 연생들 개많구여 저는 제픽이 어떻게 사는지도 몰라요 다훈아 살아는있는거지 ㅜㅜ
– 아그냥 부당하게 떨어진 애 누군지 밝히고 해체해 브레이커 개구린 이름 나왔을 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음ㅋㅋ 닉값하자~
– 처음부터 이상했음 누구는 ㅈ문가 가산점 들어가고 누구는 안들어가고ㅋㅋㅋㅋㅋ 이렇게 노골적으로 조작하겠다고 신호를 보냈는데 못 알아들은 대표들이 멍청했네^^
– 3차 순결식 때는 전문가 평가 후보자들이면 다 점수줘서 못 받은 애들 떨어지게 하더니 최종에서는 서브리더로 뽑힌 3명한테만 적용한 게 레전드
– 그럼 전문가평가 점수 들어가서 서브리더로 뽑힌 ㅅㅊㅂ, ㅇㅎㅈ, ㅎㅅㅈ 얘네 중에 조작멤 있다는 거 아님?
┗ 서찬빈은 넘사니까 혅아니면 섲 중 하나겠지 둘일수도 있고
– 근데 보스는 지네 회사 가서 데뷔하려고 일부러 떨어진거 아님?? 사실상 픽3 최대 수혜자 같은데
┗ 이건뭔
– 여러분 @ //wdojka @ //okiudhqqa 얘네처럼 도넘는 글에는 반응하지 말고 신고용 피뎁만 따고 먹금하세요 퍼날ㄱ
여러 공중파 뉴스에 보도되고 정치인도 거론하는 등 여파는 일파만파 번져가 경찰 수사까지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실제로 ALT 본사에 압수 수색이 들어갔다.
대체 누가 간도 크게 저런 짓을 저질렀냐며 뮤직박스가 발칵 뒤집혔지만, 관계자들을 탈탈 털어도 내부고발자의 정체는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다.
“우리 고객님 꽃길 걷게 해드려야지.”
내부고발자 관리자 14227호, 아니 래리는 기묘하기 짝이 없는 음률의 콧노래를 불렀다.
만약 그 혹은 그녀 또는 그것이 나서지 않았다면 뮤직 박스와 알트는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버텨 조작 사실은 데뷔 그룹이 해체할 때까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유력한 피해자로 꼽히는 연습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시드 또한 대응에 나섰다.
“회사에서도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면서 대처하고 있어. 너희는 괜찮니?”
“네… 뭐…….”
연습생들이 모두 최종까지 가면서 혹시나 하였기는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데뷔에 큰 기대가 없던 서문결과 반요한은 물론이고.
온라온 또한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일찍이 짐작하고 있던 일이었다.
“상황 보면서 강경하게 나가자는 게 회사 방침이야. 저쪽이랑은 어차피 틀어져 있었으니까 새삼 눈치 볼 것도 없지. 대중도 일단은 우리 편이고.”
우리를 정말 물로 봤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스레 입맛이 쓰기는 했으나 이제 와서 픽하트와 관련해 뭔가를 더 해볼 생각은 시드에 속한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외부에서 자꾸만 툭툭 건드리니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