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0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00화
소란함 속에서 연습실 분위기는 미묘하게 가라앉았다.
반가을 대표는 그러한 분위기를 눈치채고 연습생들에게 단단히 당부해 두었다.
“얘들아. 나중에 보면 다 지나갈 일이니까 지금 너희가 해야 하는 일을 해. 너희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 잊지 말고.”
그렇게 말하는 반가을 대표 또한 요사이 부쩍 피로감에 찌든 낯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브레이커 멤버들이 속한 기획사들이 데뷔 그룹 해체를 논의 중이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데뷔조가 조작되었다는 확실한 증거 앞에서 ‘브레이커’라는 그룹에 대한 대중의 여론이 너무나도 부정적이며 그것이 이후 활동에도 심각한 지장을 줄 수준이라 사실상 빠른 해체가 모두에게 이득”이라며 한 관계자가 입장을 밝혔다.
당연히 브레이커 팬들은 그 ‘모두’가 대체 누구냐며 격분했다.
곧이어 알트 측에서 ‘브레이커 해체 계획 아직은 없다. 허위 보도 대응할 것’이라는 내용의 반박 기사를 내보내며 한바탕 난리가 났다.
팬들과 연습생들의 피가 말라갈 대로 말라가던 어느 날.
‘전문가 평가’ 조작 논란의 여파로 그룹 브레이커(Breaker)의 데뷔를 비롯한 모든 활동이 무기한 연기됐다.
(중략)
멤버들은 그룹 활동에 대한 의사를 보였다. 이에 ALT가 브레이커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각 기획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중략)
한편 ‘픽 유어 하트 시즌2’ 데뷔 그룹 유어스는 올해 말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
– 암트 작작 나대고 진상규명이나 똑바로 해
– 아니 아직도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멤이 있다고..? 내부고발자가 증거 들고 땅땅 나왔는데???
┗ 알트 언플임 연생 방패로 쓰는거
– 근데 얘네 해체가 현실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가능해?
┗ 모를.. 근데 하면 욕 엄청 먹겠지 돈은 알트가 먹을 거고
┗ 근데 알트는 무조건 강행하는 게 이득이지 뭐 하지도 못하고 시간 흘려보내는 멤들이랑 주작당한 연생들이랑 팬들만 불쌍
그 와중에 따까리… 아니, 간부들도 바빴다.
피해 연습생을 명확하게 밝히고 그에 대한 보상까지 똑바로 하라고 알트에게 그동안 묵혀왔던 한을 모아 성토하랴.
그와는 별개로 괜히 이제 와서 보스를 들먹이며 다른 연습생을 공격하는 어그로들 상대하랴.
그룹 이름을 공개한 뒤 소속사 SNS에 연습생들의 일상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는 것 외에 별다른 활동을 시키지 않는 시드 닦달하랴.
– 시드 아직도 비앱 한번도 안 해줌ㅎ 공식 계정도 없음ㅎ 소속사 계정에 셀카만 매일 올려주면 다냐?
┗ (사진) 당연 다지ㅎㅎ 하씨 견성하 개잘생겼네.. 성하야 근데 셀카찍는법 딴 멤들한테도 좀 알려주면 안되겠니 특히 라온이
– 보스 정도면 화보나 광고 제안 안 들어가지는 않았을텐데 그 얼굴에 안 들어가지는 않았을 텐데 무조건 들어갔을 텐데 지금 나온 잡지사픽 업계픽 한둘이 아닌데 시드는 뭐하나 (사진)
– 광고업계 관계자는 힘든 시기를 긍정적으로 이겨낸 맑고 올곧은 이미지의 온라온에게 화장품 브랜드, 음료, 패스트푸드, 유제품, 등 못해도 7~8편의 CF 모델 섭외 요청이 소속사를 통해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라는데 왜 아무 소식이 없어ㅠㅠㅠㅠㅠ
– 근데 우리 지금 1달 동안 나온 떡밥이 픽하트 하면서 나온 떡밥이랑 비슷해서 난 그냥 행복한데 이거 정상?
┗ 완전 정상 저쪽 판 탈출했다는 게 제일 행복하다ㅎㅎ
– 인수야 깜방 갈 땐 가더라도 하드는 다 털어놓고가
– 그래서 리얼리티는요? 어차피 뮤박에서는 안 시켜줄거 아니까 뮤박 말고 다른 데서라도.. 웹예능이라도 해줘 ㅠㅠ
그래도 팬들은 서서히 적응하고 있었다.
개인 연습생이 아닌 시드 연습생 온라온에게.
보스가 아닌 오르카에게.
* * *
주열음 이사가 감독하는 지옥 훈련 덕분에 우리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다사다난한 일들에 깊이 신경 쓸 겨를조차 없이 매일을 보냈다.
조작 논란에 대한 반응이 가장 격하게 타오르는 시기에 회사에서 별다른 외부 스케줄을 잡지 않아 트레이닝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따금 평화로운 지하가 바깥과 동떨어진 외딴 섬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다만 브레이커 멤버들은 데뷔까지 미뤄지며 마음고생이 심한 것 같았다.
‘뮤직박스 망해라. 알트 망해라.’
나는 하루에 한 번씩 문제의 원흉인 뮤직박스와 알트를 마음속으로 저주했다.
그때, 직원 한 명이 터덜터덜 지나가던 우리를 불렀다.
“얘들아. 너희 로고 나왔으니까 보고 가.”
여러 가지 트러블로 완성이 지연되던 로고가 드디어 나왔다는 말에 막 출근한 나와 멤버들은 모니터 앞으로 와글와글 몰려들었다.
“와….”
얇고 매끄러운 검은색 선으로 그려진 범고래 한 마리가 우리를 반겼다.
전체적으로 슬림해서 둔하거나 무거워 보이는 느낌 없이 맵시 있어 보였고, 색으로 꽉 채워진 부분이 없어 투명하다는 인상도 함께 주었다.
꼬리 부분에서는 오선이 자연스럽게, 일종의 물결처럼 뻗어 나오고 있었다.
그림 밑에는 현대적인 글씨체로 ‘ORCA’라는 그룹명이 깔끔히 적혔다.
직원이 우리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라온이가 말했던 것처럼 나중에 앨범 활동을 할 때나 컨셉마다 여기 등 부분에 효과가 들어갈 거야. 물론 전체적으로 그때그때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기본 형태는 이래.”
“우와아.”
“너네 공식 계정이나 B앱 채널 같은 것도 곧 오픈할 거니까 알아둬.”
“네!”
“참, 아직 세부 사항 논의 중이기는 한데. 너네 리얼리티도 들어갈 것 같아.”
“리얼리티요?”
내가 알기로 리얼리티 한 편 찍는 데만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그리고 아이돌 리얼리티는 기획사가 제작비를 대부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신인은 특히.
시드 같은 소형 기획사에서는 촬영 규모가 작은 것조차 부담되는 게 현실이라 큰 기대는 안 하고 있었는데.
“협찬이 꽤 들어오기도 했고, 제작비도 어떻게 충당이 될 것 같아서 제작은 거의 확정이라고 보면 돼.”
그렇게 설명한 직원은 나를 혼자 남긴 채 다른 녀석들을 먼저 연습실로 보냈다.
“라온아, CF 들어온 거는 다 거절하는 게 확실한 거지?”
아, 혼자 남기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 문제였나.
이미 반가을 대표나 주열음 이사와도 한 번 이야기를 마친 사항이었기에 나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직은 이른 것 같아서요.”
“그래도 하나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요한이 형이나 결이 형도 다 거절했잖아요.”
만약 픽하트에 출연했던 연습생들만 따로 뭔가를 하면 당장 인지도를 얻을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멤버 사이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쯤은 딱히 머리를 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반가을 대표나 주열음 이사도 그 사실을 알아서 내 결정을 오히려 반기는 눈치였는데 이 사람은 왜…?
[시드 직원 한유림이 당신의 얼굴을 당장 만천하에 자랑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한유림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44]그 이유였냐고.
* * *
오늘은 좋은 소식이 한꺼번에 여럿 쏟아지는 날인가 보다.
“너희 데뷔곡 나왔다!”
“와! 드디어!”
슬슬 데뷔곡 연습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 우리 사이에서도 조금씩 말이 나오던 차였다.
“대표님이 엄청 고생하셨어.”
데뷔곡은 정하늘 작곡가와 반가을 대표가 공동으로 작곡했다.
대학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이 옛날부터 ‘Sky Fall’이라는 있어 보이는 이름의 작곡가 듀오로 활동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조금 지난 뒤의 일이었다.
이쯤 되니 나는 반가을 대표의 학연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쩐지 주열음 이사와 정하늘 작곡가가 반가을 대표가 보유한 인맥의 끝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서문결이 픽하트3 최대 히트곡인 리와인드를 작곡한 바 있으니 이참에 데뷔 앨범 타이틀곡부터 서문결의 자작곡으로 나가면 어떤가 하는 의견도 나왔다는데.
주열음 이사가 반대했다고 들었다.
더 좋은 곡이 있는데 ‘자체 제작’이라는 수식어 하나 노리려고 충분히 연마되지 않은 곡을 타이틀곡으로 미는 것은 오히려 제 살 깎아 먹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주열음 이사에게는 다소 완벽주의 기질이 있는 것 같았다.
다만 멤버의 자작곡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곡의 퀄리티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얼마든지 밀어줄 생각이 있다며 의욕을 고취하는 것도 주열음 이사는 잊지 않았다.
대체 주열음 이사의 ‘일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와인드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물론 그 정도의 곡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
서문결 또한 평소에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식으로 살면서, 곡이나 무대 퀄리티에는 끔찍하게 집착하는 편이라 주열음 이사의 냉정한 결정을 깔끔히 받아들였다.
그러고 보니, 지옥 훈련을 가장 묵묵히 따라간 연습생도 서문결이었지.
두 사람… 의외로 잘 맞는 것 같았다.
“일단 들어보자.”
직원이 파일을 재생시켰다.
3분 30초 뒤.
가이드 녹음이 되어 있는 데뷔곡을 들은 나는 차가운 계곡물에 풍덩 빠진 것처럼, 아니면 눈이 무릎까지 쌓인 눈밭에 몸을 던진 것처럼 상쾌한 싸늘함에 몸을 가볍게 떨었다.
반가을 대표가 곡 하나는 잘 뽑아주겠다고 그렇게 자신하더니, 그럴 만했다.
눈이 초롱초롱해진 강지우가 물었다.
“이거 제목이 뭐라고요?”
직원이 답했다.
“해방.”
* * *
본격적으로 데뷔곡 연습에 들어가기 전, 주열음 이사가 우리를 불러 말했다.
“앞으로 트레이닝 일정 자체는 훨씬 편해질 거야. 이제까지 따라오느라 고생 많았다.”
와, 드디어…!
다들 말은 안 해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솔직히 너네만큼 잘 따라오는 애들은 처음 봤어. 이렇게 시켰는데 너네만큼 팔팔한 애들도 처음 봤고.”
시작할 때야 딱 죽을 것 같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들 주열음 이사의 하드코어적인 연습 일정에 그럭저럭 적응한 상태였다.
그동안 가장 여유가 있던 사람은 강지우였고, 가장 무던하게 견딘 사람은 서문결이었으며, 가장 악착같이 노력한 사람은 견성하, 가장 성과를 본 사람은 반요한이었다.
대견하다는 듯한 주열음 이사의 말에 우리는 하하,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가 버텨낸 것은 대단한 목적의식 때문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쟤보다는….’ 또는 ‘저 인간도 하는데 나도….’ 따위의 가소로운 면이 있는 사고가 연쇄적으로 부딪힌 결과였다.
하다 보니 우리끼리 불이 붙어서 갈수록 더 열심히 달려들게 된 거지.
어쨌거나 이게 주열음 이사가 기대하던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우리 다섯 사이에 승부욕을 매개로 한 유대라는 게 생기기는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