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Mythic creator is a regressed player RAW novel - Chapter 14
최초공개 (3)
우희가 쓰러졌다.
땅에 누운 우희는 미동조차 없었다.
“으아아아!”
난 현실을 부정하듯 고함과 함께 남자에게 돌진했다.
그러나 내공이 담긴 우희의 주먹으로도 어쩌지 못했던 상대를, 평범한 6살짜리의 주먹으로 쓰러뜨릴 수 있을 리 없었다.
휙-!
눈알을 노리고 뻗은 주먹이 코끝을 스치며 빗나갔다.
우희에게 한 차례 매운 맛을 본 탓일까, 흠칫하여 내 주먹을 피한 그는 이내 자존심이 상한 듯,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는 내 배를 발로 힘껏 걷어찼다.
퍽-!
“끄흑.”
붕 떠오른 몸이 이내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어서 거친 흙바닥의 감촉이 전신을 쓸며 지나갔다.
“으흐···.”
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눈에선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힘껏 걷어차인 배는 작은 호흡조차 거부했다.
하지만 난 그런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바닥을 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안···돼! 안 돼··· 가지 마···.”
다시금 우희에게로 향하는 그의 바짓단을 꼭 붙잡은 순간, 남자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좆만한 연놈들이!”
“끅···!”
“안 놔? 어? 안 놔, 새끼야?”
“으···으···.”
퍼억! 퍽!
미친 듯이 분노를 쏟아내던 그는, 내가 힘없이 바닥에 축 늘어진 뒤에야 흠칫하여 발길질을 멈췄다.
“하아, 하··· 씨발, 그러니까 새끼야. 얌전히 처묶여 있지, 왜 성질을 건드려. 후···.”
“······.”
“그래. 어차피 저 년 말이 사실이면 이 새끼도 죽어야 돼. 대형도 그리 말할 거야. 그래, 맞아.”
중얼거리는 남자의 발밑에서 내 의식은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어딘지 나른하면서도 몽롱한 기분···.
난 이 감각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6년 전 그날,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 전에도 한 번 맛봤던 그것은 다름 아닌 죽음의 감각.
이 순간 난 또 다시 죽어가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시야 한켠에 죽은 듯 쓰러진 우희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늘 아침까지 함께 웃고 떠들었던 시간들이 전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안 돼. 아직은 안 돼···. 이대로 죽으면 안 돼! 일어나, 개새꺄!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치며 사력을 다해 혀끝을 깨문 순간, 비릿한 혈향이 감돌며 뿌옇게 물들었던 시야가 한 순간이지만 원래대로 돌아왔다.
“끄흑, 칵. 하아, 하아, 학···.”
“살았네? 응? 살았어.”
내가 피 섞인 기침을 토해내자 남자가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방금 전의 폭력으로 어느 정도 화를 가라앉힌 그는, 어쩌면 우희가 제갈세가주의 딸이란 말이 거짓말일 가능성을 떠올린 듯, 더 이상 나를 몰아붙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굳이 손을 쓰지 않아도 내 몸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으···.”
내가 벌레처럼 바닥에서 꿈틀거릴 뿐 일어나지 못하자, 조소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가 관심을 돌려 다시 우희에게로 향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스로를 저주했다.
여태까지는 무공을 못 익혀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공을 쌓지 못하는 자신의 몸뚱이가 죽도록 원망스러웠다.
제발 한 번만.
우희만 구해내고 죽어도 좋으니까 제발 한 번만···.
난 부디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며 우희가 가르쳐준 신산심적공의 구결을 읊었다.
“북극성이 천하를 비추니.”
“일곱 개의 별 역시 밝게 빛난···. 으흑.”
흙바닥을 움켜쥔 손톱 끝이 피로 물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간절히 구결을 외워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 주인공이 각성하는 영화 같은 전개는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았다.
그 사이 놈은 어느새 우희 앞에 도달해 있었다.
“씨히···. 씨히이···바알···.”
분노와 슬픔은 눈물이 되어 양 뺨을 적셨다.
우희가 쓰러졌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그러나 들끓는 마음과 달리 난 더 이상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남자의 투박한 손이 우희의 어깨를 짚은 순간, 난 차마 더는 그 광경을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바로 그 때였다.
[뽀미 : 오하]“···오···하?”
[뽀미 : 이거 무슨 방송임?]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잊고 있던 또 하나의 시야에 이변이 생겼다.
난 심각한 상황인 것도 잊고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언제나 나 혼자만의 공간이었던 스트리밍 화면에 나 말고 다른 누가 있었다.
설마 그 때···?
난 달리는 마차 안에서 스트리밍을 켜던 순간을 떠올렸다.
급한 마음에 평소와 달리 제목조차 제대로 짓지 못했던 그 순간을.
그리고 기본이 ‘공개’상태인 영상 공개 여부를 ‘비공개’로 바꾸는 것을 깜빡했다는 것도.
내 눈이 화면 좌측 상단을 응시했다.
*시청자 수 : 1
첫 시청자의 존재를 두 눈으로 인식한 순간, 갑자기 뱃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구쳤다.
난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것의 정체가 다름 아닌 내공임을!
“아···.”
갑자기 내공이 형성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따위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오직 하나, 다시 일어날 힘이 생겼다는 것 뿐.
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뱃속의 기운을 신산심적공의 구결대로 주천했다.
-북겁성광망천지. 휘아, 여기서 북극성은 단전을 뜻해.
단전에서 피어난 기운이 스러져가던 몸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칠과성야섬요, 일곱 개의 별은 북두칠성을 의미하겠지?
축 늘어진 팔다리가 기운을 되찾았다.
-천지혼재일기, 육체와 정신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야.
넝마나 다름없던 몸뚱이가 서서히 바닥을 밀고 일어났다.
-리변성룡승천, 진기를 천돌혈까지···.
“단번에.”
맞지, 우희야?
주위의 풍경이 뒤로 밀렸다.
힘차게 바닥을 내딛는 발소리마저 고요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내 몸은 어느새 빌어먹을 놈의 등 뒤에 이르러 있었다.
주먹질? 관절기?
그동안 연습해온 수많은 기술들이 머리를 스쳤지만, 처음부터 답은 한 가지였다.
쐐애액-.
왼발로 땅을 디디며 날린 오른발 킥이, 우희에게 정신이 팔린 짐승새끼의 무방비한 가랑이 사이로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뻐억-!
“억···! 꺽···.”
가랑이를 오므린 남자가 허리를 비트는 꼴을 보며, 한 번 더.
퍼억!
“······!”
이번엔 비명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의식이 없는 우희를 보자, 동정심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으···.”
한참을 굴러간 남자가 눈을 까뒤집은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양손으로 가랑이를 가렸다.
난 무방비가 된 녀석의 상체에 올라타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우희와 나 자신에 대한 복수의 의미를 포함해, 적어도 다음 교대자가 올 때까지 녀석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몇 번이고.
퍽! 퍽! 퍽! 퍽!
“으윽! 으! 크···만, 그, 으···.”
“헉, 헉, 헉···.”
“······.”
난 놈이 더 이상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게 된 뒤에야 주먹질을 멈추고 몸에서 내려왔다.
“읏···.”
흥분이 가라앉자 뒤늦게 손에서 통증이 몰려왔다.
바르르 떨리는 주먹은 살갗 여기저기가 벗겨진 채, 누구 것인지 모를 피로 흥건했다.
한계이상으로 혹사당한 몸뚱이 역시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러왔다.
하지만 아프다고 주저앉을 시간은 없었다.
어쩌면 누군가가 조금 전의 소란을 듣고 찾아올지 모른다.
그 사이 절반 가까이 지난 교대 시간 역시 마음에 걸렸다.
난 다리를 절뚝이며 우희에게 다가갔다.
“우희야. 우희야.”
뺨을 몇 차례 두들겨 봐도 그녀는 좀처럼 눈을 뜨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호흡과 맥박이 정상이라는 점이었다.
난 그녀를 등 뒤에 업고 새끼줄로 단단히 고정했다.
“으음···.”
축 늘어진 아이의 몸은 상상이상으로 무거웠다.
지난 몇 개월간 부지런히 몸을 단련하긴 했으나, 그래봤자 6살밖에 안 된 아이의 몸에 근육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는가.
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행히 창고밖엔 아무도 없었다.
끼익-.
문을 닫은 난 창고 안의 남자가 열어둔 빗장마저 다시 건 뒤, 걸음을 재촉했다.
미리 녹화해둔 영상 덕에 길을 헤매는 일은 없었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학, 학, 학···.”
몇 분이나 걸었을까.
숨을 헐떡이며 지나온 길을 돌아보자 바닥을 점점이 물들인 붉은 자국들이 보였다.
내 주먹과 손톱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우희를 업느라 손아귀에 자꾸만 힘이 들어가는 탓에 좀처럼 피가 멈추지 않는 듯했다.
난 더 이상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손바닥 대신 손등으로 우희를 받쳤다.
하지만 출혈 따위는 갈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주를 시작한 순간부터 비 오듯 쏟아지는 땀줄기 속엔 눈물과 침 역시 섞여 있었다.
수분이 부족한 탓인지 입안이 바싹 마르고 눈앞이 어지러웠다.
고개는 땅바닥만 바라본지 오래였다.
하다못해 개울에 들를 수만 있다면, 나무 그늘 밑에서 조금만 쉴 수 있다면.
그런 유혹에 시달리면서도 꾸역꾸역 걸음을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등 뒤에 닿는 우희의 따스한 숨결 덕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는 끊어질 듯 미약하게 이어지는 아랫배의 청량한 기운 덕이었다.
그리고 그 기운은 다름 아닌 눈꺼풀 안쪽의 세계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시청자 수 : 4
*실시간채팅
[minji park : 오하] [뽀미 : 오하오하] [김근혁 : 무슨 상황인가요?] [뽀미 : ㅁㄹ] [jsP : 걷기만 하고 있음]어느새 아까보다 늘어난 시청자들은 채팅창에 저마다의 궁금증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궁금하기론 내가 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없던 내공이 갑자기 생겨난 이유가 뭘까.
스트리밍과 내공의 관계는?
어쩌다 우연히 타이밍이 겹쳤을 뿐, 사실 둘 사이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건 아닐까?
각종 의문이 머릿속에 휘몰아쳤지만 지금은 우희를 업고 걷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하물며 그들에게 말을 걸 기운은 더더욱 없었다.
난 차라리 우희를 근처 수풀에 숨기고 혼자서 어른들을 불러오는 방법도 고민해봤지만, 사나운 야생동물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길가에 정신을 잃은 아이를 홀로 두고 떠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렇게 다시 얼마나 걸었을까, 등 뒤에서 옅은 고함과 함께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기 있다!”
젠장···.
뒤를 돌아본 나는 이를 악물었다.
멀리서 일단의 무리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희라도 숨겨둘 걸!
때늦은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이제 와서 남은 방법은 없었다.
난 몇 걸음 못가 따라잡힐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한 놈도···. 단 한 놈도 남김없이 제압하라!”
지척에서 들려온 우렁찬 외침에 난 혼비백산하여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절망에 휩싸인 순간, 거센 바람이 내 얼굴을 할퀴며 어깨 너머로 빠져나갔다.
잠깐, 바람이··· 앞에서?
그제야 난 조금 전의 외침이 뒤가 아닌 앞에서 들려왔음을 깨닫고는 눈을 번쩍 떴다.
“아···!”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눈앞에 서있는 건 제갈세가의 무사들이었다.
만신창이가 된 나와 우희의 모습에 분노로 눈시울을 적신 그들은, 틀림없는 제갈세가의 무사들이었다.
그들 중엔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단예도 있었다.
단예가 내 등에 업힌 우희를 보곤 대경실색하며 다가왔다.
“아가씨!”
“단 무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제가···!”
“아니에요. 저희가···. 하아··· 무사님, 우희를···.”
난 미처 말을 다 끝맺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정신을 잃기 직전, 누군가 내 몸을 부드럽게 받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곧 등 뒤에서 냉병기 특유의 섬뜩한 피륙음이 들려오기 시작했지만, 난 그저 우희를 또다시 차가운 바닥에 눕히지 않아도 되는 것에 만족하며 의식의 끈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