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243
240. 화풀이
김이 샜다.
세최특이란 놈의 실력을 보려고 남았는데, 정작 메인디쉬에 해당하는 놈은 외국으로 떠 버렸다.
‘기다려?’
한가한 몸이 아닌 탓에 그럴 수도 없었다.
할 일이 많다.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이건 화풀이였다. 화풀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세최특, 유광익을 주시하는 집단은 많았다.
이 남자도 그중 하나였다.
일전에 공주를 죽이지 않았다는 걸 목격했던 동양인.
이름은 다츠, 소속은 ‘더 라운드’.
테러 단체인 이시스의 모체가 되는 집단 중 하나로, 매드 사이언티스트 모임이다.
‘세최특, 웃기고 있네.’
세상에는 수많은 강자가 숨어 있다.
자신도 그중 하나고.
올드포스, 세계 정부 연합 그늘에 숨은 괴물 놈들은 어떤가.
그래서 세최특이란 별명이 우습다.
세계 최강을 논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광익이 저 안에 있었다면 그놈의 실력을 확인한 다음, 성에 안 차면 죽일 작정이었다.
이유? 세최특이란 이름이 아니꼽다. 그거면 충분했다.
하지만 없다. 그래서 화풀이로 남은 사람 몇을 적당히 두들겨 주고 나올 참이었다.
그리 NS, 비정상이란 이름의 회사 건물의 문을 열어 들어간 참이었다.
LED 조명이 바깥에서 들어오는 어둠을 밀어내, 안쪽을 환하게 비췄다.
1층에 우두커니 선 남자가 보였다.
“……누구?”
눈이 마주친 채 빤히 보자, 남자가 물었다.
“그냥.”
다츠는 답하고 성큼성큼 걸어 거리를 좁혔다. 단숨에 손이 닿을 거리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모가지를 비틀고 지나갈 요량으로.
우둑, 뿍.
그런 소리를 예상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손길을 피한 남자가 툭 하고 뒤로 물러났다.
다츠는 그 움직임에 내심 놀랐다.
‘이걸 피해?’
손을 뻗기 전에 염력의 그물부터 뿌렸다.
상대의 몸을 제압할 생각으로.
그런데 그 염력의 그물이 채 다 펼쳐지기도 전에 상대가 먼저 발을 떼고 물러났다.
한 번의 동작과 움직임으로 상대가 어떤 종류의 특수종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순혈 불멸자구나.”
초능의 발동을 느끼고 피한 거다. 예민한 감각은 때로는 초능이 마법과도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한다. 다츠는 그걸 알았다.
“너, 진짜 뭐냐?”
광익이 작대기 선생이라 부르는 남자가 눈을 부라렸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염력의 그물이 안 통하면 이건 어떨까.
다츠는 속으로 숫자를 세고 허공에 손가락을 튕겼다.
펑, 펑, 펑!
폭죽이 터지듯 허공에 갑자기 불꽃이 터져 올랐다. 동시에 다츠의 두 눈에서 빛이 쏟아졌다.
작대기 선생, 주일호는 손을 모자챙처럼 만들어 눈썹 위에 대고 뒤로 거듭 물러났다.
폭발이 인포메이션 데스크 일부를 그을리고 태웠다.
폭발의 여파로 머리카락이 그슬렸다. 그래도 피했다. 주일호는 몸을 날리며 품에 손을 넣었다가 뺐다.
쓰로잉 나이프 네 자루가 다츠를 노리고 날아갔다.
퍼버버벅.
무형의 막에 칼날이 막혔다.
다츠는 상대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자신과 수준을 논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도 내렸다.
그리 생각하며 다시금 움직이려는 순간이다.
“너 뭐니?”
비상계단 출입구로 덩치 큰 여자 하나가 나왔다.
텅 하고 문을 밀치고 나와 상대를 향해 살기를 쏘아 낸다.
장가희, 광익이 통나무 선생이라 부르는 여자다.
‘살기.’
이런 종류의 살기를 뿌릴 수 있는 특수종은 변신족뿐이다.
다츠는 그리 상대를 파악하고 입을 놀렸다.
“둘, 그래 두 명 정도 죽이면 꽤 괜찮은 흔적이겠지? 세최특이란 놈에게 남길 경고장으로?”
“뭐라는 거야, 이 미친 또라이가.”
“방심하지 마라, 다중 초능력자다.”
장가희의 말을 주일호가 받았다.
잠깐의 겨룸이지만, 주일호는 상대의 능력을 엿봤다.
절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저 꼴 보기 싫은 변신족 여자와 손을 합칠 필요가 있을 정도로.
“너 내가 누군지는 아니?”
경고를 무시한 장가희는 땅을 박찼다.
땅을 박찬 순간, 신은 운동화가 터진다. 발이 부풀고 전신에 털이 자란다.
변신족의 본능은 상대의 강함을 한눈에 알아본다. 장가희는 본능에 몸을 맡겼다.
변신체로 변했다는 것 자체가 상대가 위험하다는 걸 인정했다는 것과 같았다.
장가희는 달려드는 동작과 연계해 앞발을 휘둘렀다.
사나운 암사자의 모습을 한, 웨어 라이언의 앞발이 무형의 막을 때렸다.
까가각, 까각!
버티던 막이 깨진다. 쩡- 하는 소리와 함께 장가희의 손에서 자란 손톱이 허공을 지나 팍- 하고 땅에 박혔다.
그 틈에 주일호는 다시 칼날을 던졌다.
아까와는 종류가 다른 칼날이다.
안에 초소형 칩 폭탄을 탑재한 물건이었다.
“알아서 피해.”
경고는 했다.
장가희는 반사적으로 몸을 튕겼다.
칼날이 무형의 막 틈을 파고든다.
꽈-앙!
폭발이 일어났다.
건물이 찌르르 울렸다.
칼날 파편이 튀어 벽과 천장에 박혔다.
“잔재주.”
남자는 멀쩡했다. 전신이 은빛에 물든 채로 그저 손을 뻗을 뿐이었다.
수은으로 만들어진 인간 같은 모습이었다.
그 상태 그대로 손을 휘젓는다.
염동력이 다시 발동하고.
변신족과 불멸자, 그리고 한 명의 초능 특수종이 재차 맞붙었다.
* * *
“그 흔적이 이거다?”
난 반파된 1층 건물을 살폈다.
리모델링 할 때, 건물 기둥에 힘을 줘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폭삭 무너질 뻔했다.
아직도 폭약 냄새가 가득한 일 층이다.
꽤 험난한 전투의 흔적이 남았다.
흔적만으로 이곳에 일어난 일을 다 연상할 수 없을 만큼.
“설마 선생님 둘이 죽었다거나?”
혹시나 해서 물었다.
그럴 일이 있겠냐마는.
“일호 그 친구 왕년에 좀 날렸다. 이런 일로 안 죽어.”
불멸자의 목숨줄은 긴 법이니까, 나도 인정이다.
“가희를 모르니? 아들?”
어머니도 한마디 뱉었다.
생사를 몰라도 제 친구가 죽을 리 없다는 믿음이 엿보였다.
그래, 이 정도로 죽을 리는 없지.
나도 믿는다.
“죽진 않고 조금 다쳤다.”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얼마나요?”
“일호는 한두 달쯤 요양.”
불멸자, 그것도 순혈 불멸자가 두 달 정도 요양이라면 반죽음 상태다.
요단강 수온을 재고 온 거다.
보통 인간이라면 죽었을지도 모를 출혈이거나, 그에 준하는 부상이다.
“장 쌤은요?”
내가 NS의 대표라지만, 아직 직급이 입에 붙진 않았다.
뭐, 난 수평적인 회사를 원하지만, 직급은 필요하다. 민간 기업이란 게 어떻게 수평적인 구조로 굴러가겠나.
명령과 그에 따를 팀이 있는 판에.
그래서 대강 직급은 정해뒀지만, 그래도 입에는 안 붙는다.
“왼쪽 팔이랑 다리 하나 부러졌단다.”
“……정말요?”
아버지의 말에 나보다 어머니가 더 놀랐다.
그러더니 혀를 찼다.
“애가 요새 군살이 좀 늘더니.”
그게 나무랄 일인가요, 어머니.
어머니는 친구에게도 가혹하셨다.
습격자는 한 명.
CCTV는 그 모습을 담지 못했다.
몸에 재밍 기계라도 달고 사는지, 그를 찍는 CCTV가 전부 노이즈를 일으키며 망가졌다.
“뭐 하는 개, 놈이에요?”
개새끼냐고 물을 뻔하다가 아버지와 어머니 앞인 걸 인지하고 말을 바꿨다.
“그 개놈에 대해 알아낸 건 두 가지다. 하나는 다중 초능을 갖춘 특수종이란 거고.”
다중 초능, 나도 들어 보기만 한 능력이다.
보통 하나의 능력을 가지면 싱글.
그리고 두 개의 능력을 가지면 더블.
세 개를 갖추면 트리플이다.
그리고 트리플을 넘어서면 숫자를 세는 게 의미가 없기에 다중 능력자, 멀티플 사이킥이라고 부르는 거다.
어지간한 초능이 과외 선생 두 명한테 소용 있을까?
최소 마스터, 그러니까 초능력에 통달해 붙는 그 명칭이 붙을 정도는 돼야 칼날이 먹힐 거다.
그게 아니라면 턱도 없다.
그냥 다중 능력자가 아니라 멀티플 마스터란 얘기였다.
머릿속에서 내린 빠른 결론 끝에 내가 물었다.
“전 세계 통틀어 멀티플 몇 명 없지 않아요?”
내가 알기로는 한국에는 아예 한 명도 없다.
“없지. 알아낸 두 번째가 그거다. 고스트야.”
일전에 날 습격했던 금발, 박혁의 부하 중 하나를 팬더 형이 그리 칭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사회 인프라에 잡히지 않는 유령.
아버지는 행안부의 권력자다.
장관이랑도 친하다.
난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이 정도 일이 터졌으면 경찰도 정부도 알았을 거다.
어지간하면 정부의 정보 조직도 움직였단 소리다.
단군 그룹은 어떻고.
툭하면 놀러 오는 긍낙이 삼촌은 실없어 보이지만, 그 능력을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단군 그룹도 움직였을 거다.
고로 진짜 유령이다.
그러니까 대외적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숨은 강자?
세상에 이렇게 힘숨찐 놀이를 좋아하는 애들이 많다.
“됐어요.”
“응?”
“뭐, 못 알아냈으면 어쩔 수 없죠. 볼 일 있으면 다시 오겠죠. 뭐.”
해결도 안 될 일 잡고 끙끙 앓으면 어쩌겠나.
그냥 털고 넘어가야지.
“그거 말고 특별히 다른 일은 없었나 봐요?”
“도둑이 들었다고 하더라.”
아버지가 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털어 갈 게 뭐가 있다고?”
팬더 형 짐을 이쪽으로 옮겼는데, 피규어를 노리고 왔나? 오타쿠 범죄 집단이?
“컴퓨터랑 서버 쪽 노렸다는데, 그건 마리가 슥삭 했다.”
아, 이것 봐라? 우리 회사 자산이 어디 있는지 아는 놈인데?
그나저나 역시 우리 마리.
어디서 쥐어 터지진 않지.
“정직이란 친구도 힘썼다고 하고.”
아버지가 줄줄이 말하는 걸 보니, 나 없는 동안 내 회사에 신경 꽤 쓰신 것 같다.
“건물 밖에서 대기하는 삼촌이랑 이모도 그만 쉬라고 하세요.”
내가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차에서부터 듣고 주차장에서 위로 올라오며 마저 들은 이야기의 끝이다.
그 와중에 1층에서 흔적도 살폈고.
답답하다고 퇴원한 장가희 통나무 선생님이 사옥 안에 있다는 말도 들었다.
작대기 선생은 아직 집중 치료가 필요해서 병원이고.
그 와중에 툭 던진 말에 아버지가 눈을 끔뻑이며 반응했다.
“……어떻게 알았냐? 아들? 아무리 감이 좋아도 거기까진 불멸자의 감이 닿지 않을 텐데?”
주변 건물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거? 아무리 나라도 그건 모르지.
“아버지 혼자서 움직인 게 아닌 것 같으니까요. 그럼 피닉스팀이 왔을 거고, 제가 오는 사이 또 습격이 있을지도 모르고 대비하는 건 상식이니까, 그에 맞춰 주변 경계를 하시겠죠.”
이게 뭐 대수로운 일이라고.
머리가 꽉 막히지 않았다면 금세 알아챌 수준 아닌가.
약간의 넓은 시야가 필요하지만, 어려운 건 아니다.
안으로 들어서는 사이, 뒤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속닥거리는 게 들렸다.
“우리 아들 바보 아니었어.”
“제가 말했잖아요. 천재예요. 광익이.”
“그래, 천재지, 우리 아들.”
나이 스물이 넘어서 저런 얘기를 들으려니, 낯간지럽다.
여덟 살 꼬맹이 때나 듣던 칭찬인데 말이야.
“빚을 졌다.”
안으로 들어가니, 통나무 선생이 목발을 짚고 나와 말했다.
“제 돈 빌려 가셨어요?”
“헛소리는, 그 사람 말이야. 그 불멸자.”
습격자와 둘의 싸움을 연상할 순 없지만,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다중 능력자를 물러나게 하려고 한 명이 꽤 크게 다쳤다는 걸.
그리고 크게 다친 쪽은 작대기 선생이고.
뼈를 주고 살을 깎는 전법이었을 거다.
그게 아니라면 이리될 일이 없을 테니까.
통나무 선생은 어쩐지 풀이 죽어 보였다.
이런 모습 처음이었고, 그래서 마음이 쓰였다.
통나무 선생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그리 손을 올린 채로 내가 말했다.
“네, 변신족 아줌마. 건강하시면 됐죠.”
“나 처녀야, 자식아.”
“네, 변신족 노처녀.”
농담이다. 농담 몇 마디에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
야생의 살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은데?
“네, 그냥 처녀.”
말을 바꿨다.
농담에 사람 잡겠네.
팔다리 부러진 채로 뭘 하시려고.
“오셨어요? 오라버니.”
마리와.
“전 개인 훈련이 더 몸에 맞는 것 같습니다.”
작대기 선생이 없으니 얌생이처럼 구는 정직이가 보였다.
말하는 거나, 태도만 보면 참 진중해 보이는데 말이야.
훈련 농땡이 치는 꼴이 눈에 훤하다. 하여간 겉과 속이 다른 놈이야. 아직 더 갈궈야 한다. 그래야 사람 된다.
“그럼 아빠는 간다. 미뤄 둔 일이 많아.”
감사했다. 나와 어머니를 위해 꽤 무리하신 게 분명하니까.
“아버지, 감…….”
그리 말하려는데 나보다 먼저 어머니가 나섰다.
아버지의 손을 꼭 잡더니, 조용히 속삭이셨다.
“고마워요. 오늘 일찍 와요.”
“당신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지.”
“오늘 일찍 와요. 광익이도 집에 없고 마리도 없고, 알죠?”
뒷얘기 따윈 듣고 싶지 않아서 어머니 말을 끊고 나섰다.
“아버지, 감사해요.”
“아들놈 때문에 한 거 아니니까 넣어 둬라.”
이건 낯간지러워서 그러신 거다.
그리 말하며 나서는 아버지가 무전기에 대고 말하는 게 들렸다.
“오늘 난 무조건 칼퇴다. 나머지는 야근하든 말든, 난 칼퇴.”
단호하시네.
“도둑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두 분의 금슬이 이리 좋은 이유는 뭘까 생각하다가 툭 내뱉은 말이다.
“마리가 정직이랑 같이 잡아서 경찰에 넘겼어요.”
마리가 답했다.
“동훈이 형은?”
“곰 오라버니는 같이 경찰서에 갔어요. 배후를 알아본다고 했어요.”
없는 사이에 미친 사이코패스한테 습격받아, 어디서 개수작을 부렸는지 도둑도 들어.
버라이어티하네.
“갔던 일은?”
통나무 선생이 물었다.
난 잘됐다고 답하고 이어 말했다.
“왕자랑 공식적으로 친구 먹었어요.”
“……어떻게 하면 일이 그렇게 끝나니?”
“어쩌다 보니까요.”
그나저나, 우리 선생님들 쥐어 터지는 거 보니 마음이 안 좋네.
이 양반들 왜 어디서 맞고 다니나. 사람 기분 상하게.
“아들, 참아.”
네?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머니가 괜히 하는 말이다.
“주먹 펴.”
아,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네.
오햅니다. 오해.
그런데 진짜 어떤 새낀지 더럽게 만나고 싶네.
“아까 네가 말했잖니, 다시 올 거라고. 그때를 기다리렴.”
어머니는 현명하셨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건 놔두자, 그 개인지 새인지 모를 새끼는 마음속에 담아 둔 채 다음으로 넘어갔다.
도둑질한 새끼는 뭘까 하는 의문 말이다.
화풀이가 될지도 모르지만, 남의 집을 털었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그냥 지나가던 좀도둑이 들어왔을 확률은 없다.
그게 아니니까 팬더 형이 그 도둑의 배후를 알아보러 간 거고.
우리 회사 서버를 털려고 한 걸 보면, 뭘 알고 온 게 분명했다.
난 기대했다.
팬더 형이 나섰다면 제대로 알아 올 테니까.
그놈들 누군지, 모르겠지만.
화풀이를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