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280
277. 아버지의 계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총 예순다섯 번의 시뮬레이션.
청기사라는 네임드 하나에 투자한 시간이다.
곱씹고 되새기고 정보를 모으고 상황을 예측하고.
현재, 실시간으로 변동되는 전장의 모든 것을 감각으로 확인한다.
순혈의 불멸자이자, 피닉스 팀장이란 자리를 포커 게임으로 딴 건 아니었다.
유연호는 모든 상황을 계산했다.
유리한 걸 넣고 불리한 걸 빼고.
수없이 계속된 시행착오 끝에 네임드 공략을 준비했다.
청기사는 휠 나이트와 리빙 아머의 진화판.
그걸 공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급한 이론은 많다. 그중 실현 가능한 것을 골라냈고, 유연호는 그걸 실행했다.
* * *
지이잉.
양손에 든 푸른 에너지 블레이드가 금방이라도 주변 모든 것을 썰어 버릴 것 같았다.
발밑에 달린 추진기의 불꽃이 언제라도 터져 나와 사방으로 내달릴 것 같았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맞출 수 있지?”
“아뇨. 아까보다 더 자신이 없네요.”
“약해 빠진 놈.”
아버지가 말하고 제이가 답하고 다른 피닉스 팀원이 핀잔을 줬다.
제이는 대답조차도 안 했다.
그럴 틈이 없었다.
준비된 것처럼,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처럼, 싸움은 다시 시작됐다.
퉁.
청기사의 머리 위로 그물이 날았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다만티움, 최소 그에 준하는 강도의 그물이다.
청기사의 몸이 잔상을 남긴다.
팡 하고 땅을 차더니, 내 시선에서 좌측으로 달렸다.
흐릿한 잔상이 곧 푸른 선으로 남았고, 그물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그물로 낚기에는 너무 빠른 물고기가 아닌가 싶은데.
좌측, 그곳에 선 청기사의 에너지 블레이드가 허공을 가른다.
전투 감각이 놈이 한 짓을 읽어 냈다.
허공을 가른 에너지가 파형을 이루며 늘어나더니, 뚝 떨어져 날아온다. 판타지 소설에 흔히 나오는 검기가 구현되어 날아왔다.
콰가가각.
허공을 긋는 검기는 막는 게 무엇이든 썰었다.
휠 나이트든 뭐든, 검기는 가차 없었다.
그 앞을 막아선 건, 변신족이었다. 정확히는 화랑의 엘리트 대표 선수 삼촌이다.
손에 든 건 묵직하고 두툼한 쇳덩어리다.
내 안목이 정확하다면 아다만티움 덩어리.
저게 기어라면 4번 타자보다 무식한 형태의 기어였다.
카가가가가가가각!
날아온 에너지 블레이드 조각은 두께가 30cm가 넘는 방패를 가르지 못했다.
대신 길고 깊은 자국을 남겼다.
아다만티움은 저쪽, 아더 사이드의 물건이다.
그중에서도 강도는 최고로 치는 물건이고.
단점은 무겁다는 거다.
저런 물건을 들고 움직일 수 있는 특수종이라면 변신족밖에 없었을 터.
어쨌든 에너지 블레이드가 막혔다.
“성공.”
아버지가 중얼거렸다.
저건 또 언제 가져온 걸까.
“준비해 온 거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청기사를 하늘에서 떨어뜨린 이후 전투까지 상정한 거고.”
“넌 또 언제 왔냐?”
우미호의 목소리였다. 얼굴에 검댕이 묻은 채로 왔다. 헬멧은 어디다가 팔아먹었을까.
험난한 전장을 헤치고 나온 모습이다.
“나머지는?”
“로즈는 탈진, 나머지 셋은 돌려보냈다.”
“넌 왜 왔냐?”
여기 있다가 수틀리면 청기사한테 썩둑썩둑 깍둑썰기 당할 판인데, 용케 여기까지 왔네.
“네임드 사냥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재산이 될 테니까.”
우미호의 눈이 빛난다. 지금이 아니라 이후의 일을 내다보는 눈이다.
“그게 전부?”
“거기에 내 월급 줄 놈이 벌써 죽으면 곤란하고.”
미호가 말을 덧붙였다.
그래. 내가 죽으면 네 연봉은 누가 챙겨 주겠냐.
청기사가 검기를 날리고 멈춰 있는 사이에 나눈 시답잖은 대화다.
말하면서도 내 신경은 놈에게 향해 있었다.
이 작전, 어디까지 상정했을까.
이미 정해진 바가 있다면 이후의 일도 예측했다면.
다음 단계다.
퉁. 다시 그물이 청기사 머리 위를 덮는다.
청기사의 발에 달린 추진기가 다시 불꽃을 뿜으려 할 때.
“쏴.”
아버지의 명령이 떨어졌다.
투두두두두두두.
사방팔방, 최소 쉰 명이 넘는 인원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그중에는 반자동 기관총을 들고 갈긴 사람도 있었다.
총탄이 놈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을까?
눈속임이었다.
청기사는 막지 않았다. 그럴 필요를 못 느꼈을 거다.
놈의 몸 위로는 얇은 보호막이 있다.
그건 최소 트라이앵글 필드 이상의 견고한 방어막이다.
그 방어막 안에 있는 갑옷의 강도도 방어막과 견줄 만하다.
이 정도 화력으로는 뚫을 수 없다.
그래서 눈속임이다.
그 눈속임 사이에 섞인 수.
화약의 연기와 탄환의 폭풍 속에 숨긴 한 방.
탕.
결빙탄.
이 또한 수십 발이다. 그중 두 발이 놈의 발끝에 걸렸다.
파사삭- 하고, 추진기 중간쯤에서 얼음덩이가 만들어졌다.
아주 잠깐이지만, 기동력이 반감되는 사이다. 그물은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누가 위에서 잡아 당긴 것처럼 공중에서 멈췄다.
“와우.”
난 아버지가 짠 작전에 감탄사를 더했다.
그물이 허공을 날더니 놈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염력이다. 그것도 꽤 고위의 염동력자 여럿이 힘을 썼다.
아까 킬 더 블루 나이트를 외치는 사람 사이에서 묵묵히 앞으로 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있었다.
말로 듣진 않았지만, 아버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청기사 사냥팀.
아버지가 꾸린 한 수.
떨어진 그물이 놈의 몸 위로 엉킨다.
“한 타이밍!”
드물게 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럴 만했다.
불멸자를 향한 말이 아니었으니.
“오오오오오오오오!”
청기사의 후면.
놈의 모체는 휠 나이트와 리빙 아머.
그럼 아무래도 후면이 더 얇고 약하지 않을까 하는 가설이 있다.
그 가설에 맞춰 일격을 준비하는 자가 있었다.
기합과 함께 전신에서 붉은 오오라를 태우는 이.
초능 특수종은 제 초능 에너지를 ‘오오라’라고 부른다.
그 오오라가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해질 때가 있다.
마스터 급의 초능력자가 제힘을 몽땅 쏟아 버릴 때다.
불닭이란 이름은 능력자였다.
몸 위로 타오르는 불길의 오오라가 곧 현실에 나타난다. 붉은 불길이 작은 창처럼 변하고, 불닭은 그걸 던졌다.
화륵.
타오른다. 빨간 화염에서 파란 화염으로 변한 불꽃 창이 청기사의 등 뒤를 때렸다.
펑!
폭음이 터졌다. 화염이 치솟았다. 놈의 전신을 불살랐다.
하지만.
내 오감과 육감이 말했다. 인간으로 치자면 저건 생채기 수준의 상처밖에 주지 못할 거라고.
아까부터 느껴지는 청기사의 존재감은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다.
전신이 타오르면서도 양손에 든 에너지 블레이드의 푸른빛은 그대로였다.
좌우로 제 무기를 휘둘러 그물을 썬다.
썽, 썽.
잘린 그물이 놈의 몸을 타고 떨어지고, 머리 위를 비운 놈이 땅을 찼다. 추진기의 불꽃이 터지고 청기사가 하늘 위로 솟구쳤다.
놈의 몸에 붙은 불꽃이 잔재가 되어 흩어졌다.
“끄으윽.”
전심전력, 온 힘을 다해 던진 한 방이 안 먹혔다.
불닭이 코피를 터트리며 쓰러지고, 그걸 동료가 부축하며 뒤로 물러났다.
“안 먹히네.”
아버지가 입맛을 다셨다.
심각한 순간 아닌가요?
“써드 페이즈.”
아버지가 말했다. 그 말에 제이가 바닥에 뭘 꽂았다.
받침대 따위로 보였다. 그는 거기에 발을 올리고 바닥에 드러눕더니 라이플 조준경에 시선을 맞췄다.
“차징 에너지 90%, 10초 이내 완료됩니다.”
라이플 총신에 있는 게이지 칸 표시에 불이 들어온 게 보였다.
아버지의 계획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먼저!”
그보다 먼저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
협회 능력자로 보였다.
누군지 알아볼 수는 없었다.
다만, 그 뒤로 이지혜 경찰 팀장 누나가 보였을 뿐.
그 누나가 입을 벙긋거렸다.
말 더럽게 안 듣네.
나만 봤을 것이다. 아는 얼굴이라 빤히 쳐다봐서 그렇다.
나선 이들 중 몇이 허공을 찼다.
신기한 광경이 이어졌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차는데 몸이 위로 솟는다. 보이지 않는 계단이라도 밟는 것 같았다.
염동력의 힘이었다.
중간에 받침대를 만들고 차고 올라가는 식이다.
꽤 연습한 거로 보이지만, 서커스란 생각이 들었다.
청기사가 저걸 보고 팝콘이라도 처먹으면서 기다려 주지 않는 이상, 참 쓸모없는 짓 아닌가.
청기사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날개는 없지만, 발에 달린 추진기가 놈의 몸을 꽤 높게도 날려 줬다.
놈은 떨어지면서 밑으로 블레이드를 찔렀다.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한다.
에너지 블레이드 두 자루가 주 무기인 것도, 그 블레이드 에너지를 날리는 것도, 전부 상정 범위 안이다.
이미 휴즈 게이트 사건 당시 경험해 본 바이다.
하지만 저건 뭔가.
허공을 찌르자, 칼날 끝에서 에너지 탄환이 튀어 나왔다.
아까가 칼날이라면 이건 송곳이다.
호기롭게 나선 염동력자 몇이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들이 바란 건 단순했다.
불닭의 공격 대신 염동력으로 만든 무형의 힘으로 몸에 구멍을 내려 한 거다.
미친 짓이었다.
청기사의 찌르기는 에너지 탄환이 됐고, 그들이 쏘아낸 염동력의 주먹질인지 칼질인지는 청기사의 방어막에 생채기도 내지 못했다.
에너지 탄환이 떨어진다. 곧 염동력자 몇이 몸에 피어싱 치고는 꽤 커다란 구멍을 만들 찰나다.
우직.
염동력자 다섯이 나서고 청기사가 칼날을 찌를 순간에, 난 이미 땅을 찼다.
아버지의 계획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을 구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차징 샷이라는 걸 맞출 생각으로 보였으니, 겸사겸사다.
땅을 차고 내달린다.
변신체로 변하고 제대로 달리면 주변 사물이 보이지 않는다. 목표한 것만 눈에 잡힌다. 그리 달리며 공중에 몸을 띄운다. 순식간에 염동력자 무리 사이로 들어간 난 손과 발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퍼버버버벅!
나한테 맞은 염동력자들이 신음조차 지르지 못하고 사방으로 날아갔다.
최소 뼈 몇 군데는 부러질 거다. 운이 나쁘면 떨어지다 죽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생존 확률은 높아지지 않나.
그들을 쳐 내고 날아오는 에너지 탄환을 눈으로 좇으며, 허공에서 몸을 튼다. 동시에 오른 주먹을 올려 쳤다.
꽝!
폭음과 함께 몸이 훅하고 밑으로 밀렸다.
떨어져 내리며 균형을 잡으려다가 말았다.
턱.
어머니가 날 받았다.
“애가 왜 그렇게 무모하니?”
“그래도 틈은 생겼잖아요?”
오른손이 엉망이 됐다. 주먹 뼈가 튀어나오고 팔꿈치까지 시큰하다.
따-앙.
경쾌한 쇳소리는 그 이후에 울렸다.
소리보다 빠른 탄환 하나가 놈의 머리를 때렸다.
놈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난 땅에 발을 디디며 위를 올려다봤다.
내가 한 짓의 결과를 보려 했다.
청기사는 멀쩡해 보였다. 투구 겉면이 안쪽으로 조금 찌그러지긴 했지만, 저걸 치명상으로 부르긴 어렵다.
“더럽게 단단한 새끼네요.”
“그러게.”
내 말에 엄마가 답했다.
내가 한 짓도 반쯤 미친 짓이었지만, 어머니는 날 탓하지 않았다.
실패하면 미친 짓이지만, 성공했으니까, 그건 곧 의외의 일격이 됐다.
난 놈의 에너지 탄환을 주먹으로 때려 위로 올려 쳤다.
단단한 내 몸과 완력을 믿고 한 짓이다.
에너지 블레이드를 보는 순간 알았다. 저건 물리력을 동반한 특수한 에너지라고.
그러니, 주먹으로 때릴 수도 있지 않겠나.
광학 병기처럼 무조건 뚫고 자르는 게 아니다.
“열역학 계열 기어 가진 팀원은 서포트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청기사는 여유로웠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인 건 아니었다. 놈은 허공에서 추진기로 부력을 유지하며 밑으로 내려섰다.
나와 어머니의 앞, 거리가 고작 열 걸음 내외였다.
“저거, 우리 만만히 보는 것 같다. 아들.”
어머니가 말했다.
“네, 몹시 그래 보이네요.”
주먹의 시큰함이 가시지 않았다.
“음.”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아버지가 짧은 신음을 뱉더니 말을 이었다.
“목표는 최소 직경 5cm 이상의 구멍, 강슬혜 가능해?”
전장의 한복판, 평소의 아버지와 다른 날카로운 어조다.
“혼자서요?”
“저도 같이 합니다.”
나보다 먼저 한 사람이 끼어든다. 어머니 동생, 나한테 삼촌 되시는 분이다.
아까의 방패를 든 채다. 묵직한 무게가 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졌다.
“제가 막습니다. 누님은 그동안 놀고먹었으면 무리하지 마십시오. 우리 대원이 뒤에 있습니다.”
“어머, 호응아. 나 아직 젊다.”
어머니가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시베리안 호랑이의 얼굴로 할 만한 포즈가 아니다.
내숭이다.
“마리도 돕겠어요.”
마리까지 나선다. 표범 얼굴로 말한다.
나도 당연히 나서려는데.
“조카, 아까 먹은 건 다 소화했나?”
삼촌이 곁에 서며 묻는다.
아까 먹은 거? 당연히 소화가 다 됐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거 부스터다.”
삼촌이 그리 말했고.
난 이제까지 청기사에 오롯이 집중하던 신경 일부를 내 몸으로 돌렸다.
그제야 볼 수 있었다.
단군 그룹이 만든 에너지 바는 뭐가 달라도 달랐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