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291
288. 재능은 때론 저주가 된다 (6)
“혼자 배트맨 찍어요? 지금 뭐 하는데요?”
실적을 건네주는데, 지혜 팀장 누나가 어쩐지 짜증 비슷한 걸 냈다.
“가챠 돌리는 중인 것 같네요.”
본 그대로, 느낀 그대로 말했다.
“가챠?”
“그런 게 있어요.”
전화를 끊고 다시 움직였다. 그리 찾은 마약 제조 시설이 둘, 마약 보관 창고가 둘이다.
그 뒤에 찾은 곳은 컨테이너가 쌓인 곳이었다.
좁은 사무실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는데 짐을 맡아 두는 곳이란다.
항구 끝자락 즈음에 도착하자마자 로즈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월척인데.”
그러니까 뭐가?
“박스 다 까 보자.”
로즈가 말했다. 이놈의 직원이 자꾸 대표를 부려 먹는다.
그래도 어쩌겠나.
힘도 없는 저 초능 특수종에게 쇠로 된 컨테이너를 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난 재능을 발휘했다.
잠긴 컨테이너를 하나하나 손수 땄다.
우득.
문을 뜯어내고 벽에 구멍을 내서 찢었다.
아다만티움 정글도가 살짝 그리웠다.
손으로 하려니 손이 많이 간다.
그리 자물쇠 따는 재능을 응용해 컨테이너를 하나하나 손수 열다 보니.
“이런 미친 새끼들이.”
덩치 한 무리가 또 다가왔다.
“여기다.”
그걸 본 로즈가 신난 어조로 말했고.
난 덤비는 애들을 또 때려눕혔다.
“컥!”
“억!”
“내 다리!”
“내 팔!”
“내 눈!”
그리 골고루 때려서 바닥을 기게 한 뒤, 컨테이너 가챠를 마저 까니.
겁에 질린 아이가 보였다.
하나가 아니다. 최소 십여 명.
불멸자의 감각을 열었다. 인기척이 느껴지는 컨테이너는 없다.
그런데 사람이 나와?
“인식 장애 주문이 걸린 컨테이너 같아.”
로즈가 말했다.
인식 장애, 여러모로 편한 주문이었을 거다.
그 덕분에 세관에도 쉽게 통과했을 거고, 사람들이 잘 의식하지도 않았을 거니.
거래하기도 쉬웠을 거고.
이번에 찾은 건 인신매매 집단이었다.
이게 왜 월척인지는 나도 금세 알았다.
난 상대에게 빙의했다.
난 마법사다.
그리고 부산에 왔다.
그럼 온 목적은? 부산은 한국 최대의 암시장이 있는 곳이다.
당연히 뭘 사고팔아야 하지 않겠나.
불법 마법사 집단답게, 그들은 마약도 사거나 방부 처리된 곰 웅담 따위를 살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도 제 물건을 팔 것이다.
파란 눈의 꼬마. 까만 눈의 꼬마. 까만 피부의 꼬마, 노란 피부의 꼬마, 흰 피부의 꼬마.
어디서 이렇게 다양하게 구했을까.
“반반이야.”
로즈가 내 속을 읽듯이 말했다.
이게 혜민을 납치한 놈들의 사업체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그게 무슨 상관일까.
어차피 개자식들인 건 마찬가지인데.
“나와라. 괜찮아.”
다들 쭈뼛거리며 눈치를 봤다.
“야, 네가 와서 말해 봐.”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서 무서운 얼굴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에 로즈는 적격이었다.
그녀는 표정을 잘 숨기고 거짓 감정을 쉬이 보였다.
“구하러 왔단다. 괜찮아.”
그녀가 애들을 타일러 밖으로 내보냈다.
난 그사이 경찰에 연락하고.
로즈는 쓰러뜨린 친구 하나에게 다가갔다.
양쪽 눈을 밤탱이로 만든 친구다. 퉁퉁 부어 앞이 안 보일 듯싶었다.
“내가 할게.”
로즈가 말하며 그 친구 앞에 앉더니, 품에서 손가락 길이의 짧은 칼을 꺼냈다.
“두 개만 물을 거야. 대답하는 건 네 자유고.”
“뭐?”
눈이 밤탱이가 된 덕분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놈이 답했다. 어깨를 움찔하는 게 보였다.
로즈는 칼을 찔렀다.
“꺽.”
남자가 신음을 흘렸다. 교묘하다. 불멸자의 감각이 로즈가 한 일을 파악했다.
어깨 어림을 찔렀다. 칼이 들어간 각도, 깊이 모든 게 보인다. 로즈는 사람을 상대하는 게 능숙했다.
특히 고문이라면 더없이 능숙했다.
칼도 그냥 안 뽑았다. 비틀어 뽑는다.
그러며 놈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끄으으읍!”
밤탱이가 된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로즈가 남자의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 이게 3 정도야. 다음에는 5 정도로 아플 거고. 점점 늘어날 거야. 그리고 난 찌를 곳을 열 군데 정도 알고 있어.”
차분한 말투다.
로즈는 그리 말하고 한 군데를 더 찔렀다.
이번에는 가슴 쪽이었다. 칼날이 내장을 피해 교묘하게 살과 근육을 찢는다.
남자의 입가에서 피가 흘렀다. 어금니를 꽉 깨물어 잇몸이 터진 것 같았다.
그리 두 번 찌르고 로즈는 물었다.
“윗선 어디야?”
“여, 여기서, 흐그, 안, 안 멉니다.”
계속 가장 똘똘해 보이는 놈을 놔두라고 했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영리한 놈은 상황 파악이 빠르다. 눈치도 빠르고.
잡힌 밤탱이 친구는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반항해 봤자 남는 게 없다는 걸 안 놈은 술술 불었다.
본거지도, 누가 뒤에 있는지도.
당연하게도 큰 손이란 회장님이 하는 일이 아니었다.
누가 시키는지도 모르고 그저 맡아만 둔 거라고 했다.
보통 뜨내기 고개들이 이리 물건을 보관한다는 말도 들었고.
하지만 이런 물건은 보통 영향력 있는 집단이 엉켜 있다고도 했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도.
냄새가 폴폴 났다.
“가자.”
내가 먼저 말했다. 로즈가 뒤따랐다.
그날 난 아이를 보관해 준 창고의 주인에게 책임을 물었고.
그는 사지가 부러지고 혀가 잘린 채 발견됐다. 죽이진 않았다.
* * *
“야, 딸기, 대체 뭔데? 일부러 이래? 실적 쌓으라고? 오늘 밤 내로 부산 내에 있는 범죄는 다 소탕하겠다, 이거야? 아니면 엿 먹이려고 이러니? 보고서 조뺑이 까라고?”
“아뇨. 제가 어떻게 하는 건 아닌데요. 거기서 알아서 하는 거지.”
“딸기 같은 소리 하네.”
전화를 끊은 이주원은 이게 화풀이임을 알았다.
괜히 전화해서 따져 본 거다.
서울 지부 팀장의 말투가 아니꼬워서 그런 것도 있었다.
그리고 18기도 아니라 19기라는 걸 알아서도 그랬고.
‘맹랑하게 노네.’
이지혜는 이지혜고, 이주원은 참상을 제대로 돌아볼 시간도 없었다.
용의자는 둘이다.
법이고 뭐고 부산의 밤을, 음지의 세계를 바닥까지 파헤칠 기세다.
초저녁이 되기 전부터 시작해서 아주 개판을 치고 있었다.
마약상을 족족 잡아 족치고 무기 거래상도 하나 잡았다.
그때마다 이지혜 팀장에게 연락이 왔다.
덕분에 이주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집에 들어갈 건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그러다 발견한 게 여기다.
인신매매 집단의 대가리와 사지가 부러졌고, 혀가 잘렸다.
“우우우.”
피를 머금은 침을 질질 흘린 놈의 눈빛이 보였다.
정상이 아니다.
이미 맛탱이가 가도 한참 갔다.
몸에 칼자국도 몇 군데 보였다. 지혈을 정성스레 하기도 했다.
살아도 산 게 아니다. 동공이 풀려 혀가 있어도 뭐라 말을 못 할 판이다.
“이 새끼는 왜 이렇게 지독하게 당한 거야.”
“그, 팀장님.”
팀원 하나가 이주원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의 팀은 최근 부산에서 판을 치는 불법 마법사를 추적 중이었다.
그렇게 몇 곳을 의심 범위에 두고 감시 중이었는데.
여기도 그중 하나였다.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사업장 중 하나였다.
이주원은 팀원에게 가 보라고 손짓하며 걸었다. 누가 듣지 못할 거리까지 간 뒤, 담배를 꼬나물며 주원은 전화를 걸었다. 이지혜를 향해서였다.
“네.”
이지혜가 전화를 받았다.
“야, 딸기, 세최특이 노리는 게 마법사야?”
이지혜는 몰랐다.
하지만 이주원은 반쯤 확신했다.
이 새끼 이거, 마법사 집단을 노린다고.
그리고 경찰이 알아챈 걸 정작 마법사 무리가 모를 리 없었다.
* * *
마법사 다섯이 다시 모였다.
“안하무인이군.”
“멋대로입니다.”
스펠 크리에이터를 잡은 건 운이 따랐다.
그들은 본래 사업을 위해 부산에 왔다.
그런데 그 사업체와 연관된 부분에서 타격이 왔다.
또라이 한 놈이 작정하고 제 사업체를 들볶는 중이다.
이제까지 윗선에 약 치고 주변에 정체를 숨겨 유지하던 사업체 몇 개의 타격이 너무 커서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유인은?”
“시간을 두고 하려 했는데, 이리되면…….”
“당장 수를 써야겠습니다.”
후드 로브를 뒤집어쓴 이들이 말을 나눴다.
“도발하는 것 같군. 우리를 노리는 거고.”
“오만하군요.”
덤비라는 거다. 어디든 쫓아갈 테니, 싸우자는 거고.
마법사는 이런 도전을 외면하지 않는다.
고작 특수종 하나둘에 무너질 이들이라면 어찌 주문 습득자라 할 수 있을까.
하물며 이쪽은 준비가 철저히 되어 있기도 했다.
상대가 네임드라면 그래, 주문으로도 한계가 있겠지만, 그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인간이라면 주문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게 주문쟁이 오만함의 이유이자, 상대가 세최특이라 해도 겁을 집어먹지 않는 원인이었다.
“불러. 그놈, 놔두면 안 되겠다.”
앳된 목소리, 그들의 리더가 명령했다.
그는 심기가 불편했다.
세최특이 아니었다면 잡아 둔 둘에게 뜯어낼 게 꽤 많았다.
공들일 시간이 있었다면 그리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 결과 둘 다 멀쩡한 정신을 갖고 나갈 수는 없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고용주가 필요한 건 몸뚱이지, 정신이 아니지 않나.
몸을 작정하고 부수거나 내장을 몰래 빼돌리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세최특이란 놈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공들여 며칠 수고를 할 시간이 없다.
계속 이런 난리를 치게 둘 수 없다.
마법사 리더는 결심했다.
일단 청기사 슬레이어란 오만하고 멍청한 특수종을 처리한 뒤에 나머지를 시작하자고.
* * *
주문, 그것도 제대로 된 주문이라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혜민이가 그랬다.
그 둘에게 뽑아먹을 게 있다면 시간이 필요했을 거다.
근데 내가 이리 들쑤시고 다니면?
거기에 전직 테러리스트 장미 또라이가 나선 덕분에 제 사업체에 타격이 생겼다면?
나라면 못 참지.
그 결과다.
뚜르르르르.
전화가 울렸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NS 대표 유광익입니다.”
“아, 전화 받으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 난 상대의 목소리를 잊지 않았다.
머리카락 대신 돌기 달고 비듬 떨구던 아저씨의 목소리다.
“그 사진 주인 찾았습니다. 간신히 찾았죠.”
아재가 말한다.
“정말요?”
눈은 그대로, 입술도 그대로, 하지만 목소리로는 상대를 반긴다.
절로 그리됐다. 날 보던 로즈가 눈을 깔았다.
왜 갑자기 눈을 깔고 그러냐.
“네, 보상은 두둑하게 해 주셔야 합니다.”
“아, 물론이죠. 원하는 게 뭐든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해 드리죠.”
“여기 주소, 문자로 찍어 드리겠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주소가 문자로 왔다. 확인한 난 로즈를 바라봤다.
난리 친 결과물, 정확히 반나절만이었다.
“얼굴 좀 어떻게 해 봐. 무서워서 같이 못 다니겠으니까.”
로즈가 말했다.
내 표정이 뭐 어때서.
“함정이다.”
로즈가 이어 말했다.
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쪽으로 가면 적어도 강혜민 모녀 납치 사건의 주범이 있을 테니까.
재밌을 것이다.
상대도 나도, 아주 재밌을 것이다.
“표정 좀.”
로즈가 눈을 깔며 말했다. 평소에 잘도 말대꾸하던 애가 왜 이렇게 겁을 집어먹는 건지.
“알았다.”
답하고 고개를 좌우로 털었다.
다시 움직일 시간이다. 난, 입에 초코바 열다섯 개째를 씹어 삼키고 주소를 향해 바이크를 몰았다.
부아아아앙.
어느새 해는 졌고 달이 떴다.
웨엥! 웨엥!
내가 한 일 덕분인지, 부산에는 때아닌 사이렌 축제 중이다.
여기저기 경찰과 경찰 특공대가 바삐 움직이는 밤이다.
난 밤의 도로를 타고 달렸다.
내 뒤를 따라 달빛이 따라왔다.
도착한 뒤, 바이크에서 내렸다.
넓은 공장부지 같았다.
가로등 따위는 없었고, 옆쪽으로는 산길이 이어졌다.
그 옆에 널따란 공터와 공장 건물, 기숙사 건물 따위가 보였는데,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인식 장애 주문 따위 걸려 있을 수도 있기에 확신할 수는 없다.
내려서 얼마 걷지 않아, 머리 돌기 남자가 보였다. 깜빡이는 가로등 밑이었다.
눈으로 보기 전까지 있는지도 몰랐다.
인식 장애 주문이 근처에 걸려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저 작자가 불멸자가 아니라면 이리 기척을 숨길 수도 없었을 테니까.
고로, 난 지금 주문의 영향에 있었다.
“오셨습니까?”
머리 돌기 아저씨가 날 반겼다.
“왔죠.”
생긋 웃으며 말하니, 아저씨가 고개를 갸웃한다.
“음, 표정이 왜 그럽니까?”
말하며 한 걸음 물러선다.
“내 표정이 왜?”
“눈이 너무 무서운데요.”
“표정 관리 좀 하라니까.”
뒤에서 로즈가 중얼거렸다.
한 건데, 표정 관리.
“아닌데, 내 눈빛 되게 선량한데.”
“살인마 같은데요.”
아재가 말하더니, 뛰듯이 물러났다.
잡으려고 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기 위해 땅을 지르밟는 순간이다.
뭐지?
분명 왼발을 앞으로 내밀어 달리려 했는데, 균형을 잃었다. 툭 하고 무릎으로 바닥을 찍으며 넘어졌다.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고개만 드니, 머리 돌기 아저씨가 웃는 게 보였다.
“왜 그래요? 괜찮아요?”
상대가 날 비웃고 있다. 달리다 넘어지는 판이니 그럴 만도 한가.
몸을 일으킨 순간, 난 내 몸에 생긴 이상을 알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