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318
315. 푸쉭
블루 나이트와 싸우며 배운 교훈은 많다.
그중 하나가 장비, 즉 기어다.
근력은 기를 수 있다. 운동 능력과 순발력, 체력도 마찬가지다.
변신족 몸뚱이를 믿고 미친 듯이 구르다 보면 알아서 늘어나는 게 신체 능력이다.
불멸 작대기 선생이나, 변신 통나무 선생이나 가르치는 방식은 달랐지만, 요는 하나다.
미친 듯이 구르라는 거.
그 둘이 없다고 해서 내 훈련 방식이 바뀌진 않았다.
물론 최근에는 조금 더 섬세한 방식을 고민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하지만 기어는 아니다.
기어는 내가 노력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부가적인 부분이다.
나한테 부족한 조각이기도 했다.
지금 그 부족함을 채우러 왔고.
새삼 생각해 보니, 나 커스터마이징 무기는 처음이네.
이전에 쓰던 건 다들 못 쓰는 기어를 내가 가져다 쓴 거였다.
아다만티움 샷건도 그랬고, 정글도도 그렇다.
기생 라이플조차도 쓰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었으니까.
기생 라이플 그거, 사실 나 말고 다른 특수종이라면 쓰지도 못할 거다.
불멸족급의 예민함과 변신족급의 무식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무기니까.
뭐, 나한테는 조금 관대한 기어인지라, 피 한 방울에 잘도 움직여 주지만.
본래 그 무기는 특수종의 피를 반은 빨아 처먹어야 라이플이 되는 미친 흡혈 기어다, 이 말이다.
“나 기대된다.”
내 말에 강푸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해도 돼.”
이리 자신감 있는 목소리라니.
좋아. 마구잡이로 기대해 준다.
중고 형과 우미호, 팬더 형은 입을 모아 연구팀에서 쓰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툴툴댔다.
그 가치를 증명할 시간이 도래했으니.
“자.”
강푸름이 나에게 총을 건넸다.
난 유심히 내 커스터마이징 무기를 살폈다.
“음?”
본래 내 아다만티움 산탄총은 둔기의 역할을 겸했다.
장인의 악취미 덕분에 탄생한 형태지만, 나한테는 쓸 만했다.
지금 푸름이 준 것도 그와 비슷했다.
소드 오프 형태의 산탄총.
이전 샷 건을 계승하기 위한 건지, 몽둥이 형태에 가깝다.
방아쇠와 총구만 없다면 몽둥이가 맞다.
손잡이 부근에 버튼 하나와 뒤쪽, 부드럽게 휜 그립이 눈에 띈다. 완만한 곡선이다.
쥐어 봤다. 그립감이 좋다. 손아귀에 착 감긴다. 무게 중심도 훌륭했다.
이대로 몽둥이로 써도 좋을 만큼 흡족하다.
중간에 게이지 표시가 보였고, 색은 까맸다.
자연스레 내가 물었다.
“아다만티움?”
“섞었어.”
요전에 무슨 아다만티움 합금에 성공했다고 했지.
무게는 적당히 묵직하다.
전에 쓰던 거에 비하면 가볍긴 하지만, 그래도 꽤 무겁다.
여전히 어지간한 변신족이 아니라면 쓰지 못할 물건이다.
우리가 있는 곳은 화기 사용에 적합한 실험실.
뒤로 돌아서 세워진 표적 하나를 두고 방아쇠에 손을 올렸다.
겉보기엔 이래도 당기는 순간, 반발력으로 팔뚝이 저릴지도 몰랐다.
적당히 긴장감이 감돌았다. 난 푸름을 힐끗 보며 눈으로 물었다.
쏜다?
푸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오른 검지에 압력을 넣었다. 부드럽게 뒤로 당기는 손가락에 방아쇠가 당겨진다. 퉁.
총기 안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남을 촉각을 통한 진동으로 알아냈다.
곧.
틱.
방아쇠의 효과가 나타났다.
푸쉬식.
총구 끝에서 설사 방귀가 나왔다.
“……?”
푸름아? 불량품을 만들었니?
그동안 쓴 돈으로 뭐, 어디 젤리라도 사 처먹었니?
네가 쓴 돈으로 젤리를 샀으면 이 연구실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
“아, 안 되네.”
강푸름이 탄식했고.
난 이 새끼 머리통을 열어서 안을 관찰하고 싶어졌다.
살을 빼다가 같이 뇌세포도 뺀 걸까?
“이런 거 들고 싸우면 인베이더한테 맞아 죽기 전에 아군 눈빛에 수치사할 것 같은데?”
최대한 부드럽게 표현했다.
“충전이 안 됐어.”
“충전? 이거 광학병기냐?”
“아니.”
“그럼?”
“네 커스터마이징 장비지.”
“충전은 무슨 소리냐?”
“에너지를 충전해야지.”
옆에서 지켜보던 여자 연구원이 이마를 탁 쳤다.
누가 봐도 답답해 죽을 것 같은 얼굴이다.
보다 못한 그녀가 나섰다.
“대표님, 그 총은 대표님밖에 못 쓸 겁니다.”
“으음?”
“그러니까 소장님 말은.”
이중봉 본부장은 인사도를 정리할 때, 박병준 박사와 강푸름을 연구소장으로 만들었다.
두 개 연구소를 별개로 보고 투 웨이, 개별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짰다.
본래부터 그리 운용되고 있긴 했지만, 연구원은 돌려쓰기도 했는데 이제는 완전 분할이었다.
두 연구소를 오가려면 아예 신분 확인을 새로이 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해졌으며, 그 덕분에 부소장이 된 여자가 눈앞의 여자 연구원이다.
“산탄총의 유효 사거리는 짧을수록 좋다는 점과 대표님이 난전에 능숙하신 것에 착안한 물건입니다. 아다만티움 합금, 그 안에 축능석의 원리를 화학식으로 짜서 도입했습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완성할 수 없어서 몇 가지 주문이 필요했고, 들어간 주문으로는…….”
“한국말로 말해 줄래요?”
놔두면 엊그제 먹은 아침 메뉴까지 말할 기세다.
이쪽도 과학자다. 제 분야와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진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충격량을 저장해서 그걸 탄으로 씁니다. 탄의 형태는 압력탄이라고 봐야 옳을 겁니다.”
“충격량을 저장해?”
이건 좀 신선한데.
“싸우시다가 그거로 막고 때리고 하다 보면 채워질 거로 봅니다.”
그러니까 이걸 몽둥이 삼아 싸우면 탄이 자동으로 채워진다는 거지?
“탄환이 필요 없겠네요?”
“그것도 핵심 중 하나입니다.”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렸다.
전투다.
청기사가 달려든다. 난 손에 든 몽둥이로 놈의 무기를 막는다.
썩둑, 잘린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잠시 멈추고 물었다.
“청기사 블레이드에 잘리지 않을까나?”
“안 잘려. 그렇게 만들었어.”
푸름이 말했다.
그리 자신 있다면야.
다시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블레이드를 막는다. 에너지가 충전된다.
수없이 치고 때리고 휘두른다. 그리 게이지를 채운 뒤, 방아쇠를 당기는데.
틱. 푸쉬쉭.
“……총기 고장은? 대충 들어도 되게 복잡한 형태의 무기 같은데 고장 안 나?”
“그건 그걸 만든 공법을 말씀드려야 하는데, 여기서 쓰인 공법은…….”
“고장 안 나요?”
말을 잘랐다.
“안 납니다.”
확고한 답이 돌아왔다.
좋아, 다시 이미지 트레이닝.
부서지지 않은 총탄의 위력은 어느 정도가 되려나.
난 방금 머릿속에서 막 청기사 낯짝에 새로운 무기의 탄을 꽂아 주고 온 참이었다.
“충전 방식이 그냥 휘두르면 되는 건 아닐 테고.”
“막고 때리면 돼.”
실험실 한쪽에 무슨 쇳덩이 오뚝이 같은 게 보이더니, 어디다 쓰나 했다.
탁, 한 걸음 움직이며 부드럽게 무게 중심을 이동, 양손으로 총의 그립을 쥔다.
허리와 팔을 당기고 발목, 무릎, 허리로 힘을 전달, 그대로 휘둘렀다.
따-앙.
음. 알루미늄 배트가 야구공을 경쾌하게 후리는 소리가 나왔다.
겨우 따-앙?
나 꽤 힘주고 후렸는데?
손아귀에 전해지는 충격도 적다. 그래도 후폭풍은 생겼다.
소리와 내 손에 전해지는 충격과 별개로, 퉁- 하고 충격파가 퍼졌다.
“꺅!”
부소장이 비명을 질렀다. 뒤로 생긴 충격에 훅하고 발이 뜨는 경험을 했을 거다.
강푸름도 마찬가지다. 방심하고 있다가 뒤로 굴렀다.
데구르르.
내가 때린 쇳덩이 오뚝이가 반쯤 찌그러진 채 한쪽으로 구르는 중이었다.
기묘한 위화감이 느껴지긴 하네.
타격음도 작고, 손에 전해지는 반발력도 작으니.
“게이지는?”
강푸름이 뒤로 굴러 머리를 다리 사이에 끼운 채로 물었다.
그 와중에도 이게 궁금한 걸 보니, 제가 만든 무기의 위력이 어지간히 궁금한가 보다.
파란 게이지가 겨우 십 분의 일쯤 찼다.
“요만큼 찼는데?”
난 손가락으로 표시를 해 주며 말했다.
“그만큼이나 찼다고요?”
뒤로 굴렀다가 일어난 부소장이 내가 손가락으로 만든 눈금을 보고 놀랐다.
“너무 조금이라 놀란 거죠?”
“에, 아닌데요.”
“그거 타입이 두 개야. 하나는 집탄, 다른 하나는 산탄. 집탄은 유탄 발사라고 보면 돼. 탄환 원리는 이 친구가 설명하다가 말았는데, 스펠을 새겼다.”
“충격을 먹는다는 건 방어에도 용이하다는 거고요.”
부소장이 머리카락이 흩날려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으며 말했다.
부연 설명이 덧붙었다.
충격량을 먹긴 하지만, 100% 다 먹을 순 없다는 거.
일정 수준의 에너지를 충전하면 나머지는 흘려 버리는 거다.
위력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타입이 두 개라고 했던가.
방아쇠를 쥐자, 오른손가락에 버튼이 걸렸다.
눌렀다. 곧 게이지 색이 붉게 변했다.
기다릴 거 뭐 있나.
표적으로 총구를 겨누고 쐈다.
꽝!
우둑.
반발력이다. 푸쉭 소리를 듣기 전에 기대했던 그 반발력이 어깨뼈를 탈구시킬 듯 터져 나왔다.
반사적으로 전신 근육이 긴장하며 감각이 예민하게 변했다.
엿가락 늘어나듯 주변 사물이 늘어나며 나를 다른 시간에 존재하게 한다. 절로 몸의 기어가 높아진 거다.
난 어깨에 전해지는 힘을 흘려 몸으로 받아 냈다. 충격에 맞춰 몸을 흔든 거다. 곧 늘어진 시간이 본래대로 돌아오고.
무슨 박격포라도 쏜 것처럼 탄을 쏘아낸 소드 오프 뒤로 팍하고 빛무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탄은.
펑!
실험실 벽에 구멍을 만들었다.
휘이잉.
구멍 난 벽에서 바람이 흘러들어왔다.
웨에에에에엥!
폭발과 동시에 터진 사이렌이 귀를 때리고.
곧.
“누구냐? 불멸교? 프로메테우스?”
“잘도 여기까지 왔나 보네.”
“대표님?”
“전투 가용 인원 제외, 전부 외부로 대피하세요.”
“내가 선두다.”
방귀태, 어머니, 정직이, 우미호, 기남이 순이다.
어, 음.
강푸름 이 새끼 뭘 만든 거냐.
다섯이 들어와 주변을 둘러본다. 마지막으로 이중봉 본부장이 들어오더니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내 손을 바라보고는.
“할 일이 없어서 건물 벽에 총질하는 거냐? 심심하면 일해라. 한 회사의 대표라면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지.”
말끝마다 욕을 붙이던 양반이 그럴듯한 훈계를 끝으로 몸을 돌려 나갔다.
한국 최초의 자동차 이름을 부르짖고 싶네.
“……네가 원하면 그래, 내가 목숨을 걸기로 했지. 심심해서 벽이나 부숴도 괜찮아, 내 입으로 한 말은 뱉는다. 괜찮다. 난 괜찮아. 동생 대신 미친 사람 하나 돌보는 거, 별거 아니니까.”
“야, 넌 자식아. 우리 미호 놀라게. 애 떨어지겠다.”
너희 벌써 애도 있니? 요새 분위기가 좋아 보이긴 하더만.
“미친 소리 그만해라.”
우미호와 방귀태가 돌아섰다.
“대표님 심심해요? 그럼 신입 사원이라도 갈구실래요? 욕구불만이시면 그것도 괜찮습니다.”
정직이가 더없이 진중한 태도로 말하고 뒤로 슬쩍 발을 빼더니 총총 사라졌다.
어머니는 말없이 내 어깨를 두드리고 떠났다.
휘이잉.
건물 밖에서 불어온 바람이 볼을 스친다.
분명 따스한 봄바람인데.
“얌마, 강푸름.”
강푸름이 벌떡 일어났다.
그가 다가온다. 나도 다가갔다.
우리는 마주 섰고.
짝.
하이파이브를 했다.
남들이 뭐라건 무슨 상관일까.
이게 내 커스터마이징 무기다.
위력 끝내주고, 효율성 죽여준다.
“너 강푸름, 연구 소장님아 뭘 만든 거야?”
“성공, 대성공이다. 충격 저장형 근접 전용 전투 산탄총이다.”
이름 참 길다.
무기의 이름이 필요했다.
난 강푸름이 이 무기를 어떻게 해서 만들었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근접전을 위한 것이며, 난전 속에서 대규모 살상을 가능케 하는 물건이다.
나 홀로 적진을 헤집으라고 만든 물건.
순전히 내 변신족 전투 스타일을 따라서 만든 것.
난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름을 그대로 붙이고자 했다.
“이건 이제부터.”
“임팩트요. 연구소에서 지은 이름이에요.”
부소장이 한쪽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끼어들었다.
“아, 그것도 괜찮네.”
아까 처음 방아쇠 당겼을 때, 임팩트가 커서 푸쉭이라고 지으려고 했는데 임팩트란 이름이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그나저나 이거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연구 실험실 외부가 바로 벽이 아니었다면 이런 거로 인명 피해가 생길 뻔했다.
아니, 애초에 이걸 위해 실험실을 전부 벽 쪽에 몰아놨던가.
“총기 실험 연구실 하나 더 내준다. 지하로.”
난 대표다. 화끈하게 쐈다.
“대표님 최고.”
부소장이 엄지를 들었다.
저 사람은 사회성이 투철했다.
강푸름은 그 반대고.
이 친구는 옷을 탁탁 털더니 돌아섰다.
“어디 가냐?”
“다음 거 만들러.”
강푸름이 날 보며 떠오른 무기가 몇 개라고 했더라?
하나가 아닌 건 확실했다.
“저도 그럼.”
부소장도 떠났다.
이곳에는 나와 임팩트만 남았다.
화약 냄새 하나 나지 않는데 이 정도 파괴력이라.
주문 냄새가 희미하게 코끝을 스친다.
고로 깨달은 거 하나.
이 기어는 스펠 기어를 겸하는 거다.
이제까지의 스펠 기어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지만 말이다.
고로 이건 강혜민의 모친, 김주희 여사의 손길이 들어간 작품이기도 하다는 거다.
나쁘지 않네, 정말.
툭툭 바지를 털고 나도 나섰다.
“여기, 음, 미안해요.”
난 떠나며 실험실 인접한 사무실을 쓰던 이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했다.
어쩌겠나.
나도 이렇게 위력이 지릴 줄은 몰랐는걸.
* * *
광익이 임팩트를 시험한 날의 새벽이었다.
일교차가 있는 계절이다.
새벽 나절에는 꽤 쌀쌀했다.
더욱이 바지도 안 입고 흰 티 하나 걸치고 돌아다닌다면 몸을 바들바들 떠는 것도 맞았다.
이제 열다섯이나 될 법한 아이가 제 팔을 양손으로 감싼 채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흐으으.”
절로 신음이 흐른다. 산속이다. 체온을 유지할 만한 물건이 없었다.
보이는 거라고는 죄다 나무와 흙뿐이다.
아이는 고민하다가 발을 옮겼다.
도시로 가야 했다.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가면 살 수 있을 터였다.
아이는 뒤를 힐끔힐끔 봤다. 쫓아오는 기척은 딱히 없다.
아이는 이곳까지 온 과정을 떠올렸다.
자신이 잡혀 있던 연구소에 소란이 있었다.
“미친 새끼들이!”
연구소를 지키는 경비가 픽픽 쓰러지는 것도 봤다.
그리고 덤비는 남자가 보였다.
“미안, 내가 바빠서. 여기가 두 번째란 말이다. 한 군데 더 들러야 한다고.”
전신을 전투 슈트로 가린 사람이었다.
머리에는 연구용 헬멧을 쓰고 사지를 결박당한 아이의 눈에 문밖에 선 남자가 보였다.
둘이 눈이 마주친 건 우연이었다.
“구해 줄까?”
남자가 물었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허공에 손을 몇 번 휘저었다.
그러자, 손발을 묶은 기구가 펑 하고 깨져서 흩어졌다.
손목과 발목에는 딱히 상처도 없었다.
뭘 했는지는 몰라도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묘기다.
아이는 그리 생각했다.
“데려가 주랴?”
“됐어요.”
아이는 거절했다. 저 사람의 뭘 믿고 따라가나.
풀려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 뒤로 눈치를 보다가 남자가 더 난리를 치는 와중에 빠져나왔다.
‘누구였지?’
알 게 뭔가.
아이는 생각을 접고 발을 놀렸다.
빠져나왔으니, 이제 제 세상이었다.
아이는 NS의 연구소 습격 사건으로 세상에 풀려난 행운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