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459
44.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하여.
긴 가시 호랑이와 니들 볼.
애초에 이곳을 내 개인 실험장으로 삼은 이유가 이거였다. 크리쳐의 형태가 현재 내 능력으로 가장 상대하기 좋았으니까.
긴 가시 호랑이는.
“나왔다아!”
……깜짝 놀랐네.
바로 뒤에서 자원 채집팀 아저씨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비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째지는 목소리였다.
귀청 떨어지겠네.
“그러네요.”
장옥이 먼저 반응했다. 정면을 막고서 도끼를 교차하며 도끼날을 튕긴다.
팅.청명한 소리가 울리며 장옥이 등을 보였다.
훌륭하다. 자신이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왜 장옥인가.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통 팀을 구성할 때는 레이더, 저격수, 파이터, 메디컬, 리더로 역할을 나눈다.
여기서 난 파이터의 역할을 장옥에게 맡겼다.
나머지? 나머지는 다 내가 하면 될 일이다.
내가 가진 초능은 셋.
하나는 염동, 둘은 신속, 셋은 뇌전력이다.
여기서 뇌전력을 통해 뇌안을 뜸으로 레이더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으니.
난 이미 가시 호랑이가 다가오는 걸 알았다.
그러므로 놀랄 일이 아니다.
가시 호랑이, 말이 호랑이지, 실제 호랑이보다 몇 배는 느리다.
애초에 묵직한 일격을 선호하는 놈이라는 것이다.
약점은 미간.
거기에 총알을 박아 넣으면 된다.
특수종, 그것도 불멸자 사이에서 내려오는 유명한 명언이 있다.
“사격은 훈련으로 완성된다.”
반복 훈련으로 숙달된 사수는 불멸자의 그것과 비슷한 사격 실력을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진짜 불멸자랑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멈춰 있는 상태에서 쏘는 것쯤은 가능하다.
“구 씨, 막아.”
코드명 구 씨, 장옥이 신이 나는지 늘어뜨린 팔을 휘저으며 도끼를 허공에 그었다.
그와 함께 그가 쥔 도끼 기어의 두 번째 형태가 드러났다.
첫 번째가 절삭력 극대화라면.
두 번째는 원거리 투사형이다.
휘두른 궤적에 따라 진공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쌔애애앵!
공기를 가르며 질주하는 칼날이 긴 가시 호랑이를 때렸다.
깨앵!
두 눈은 붉고 몸은 갈색이다. 갈색 사이로 기이한 형태의 붉은 줄무늬가 보였다.
크리쳐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와 함께다.
맞은 놈들이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제자리에서 총기의 조립을 끝냈다.
총신의 길이는 40cm.
견착을 위한 개머리판과 조준경이 매끈하게 빠진 물건이다.
당연하게도 이 또한 기어였다.
조준을 돕는 사이오닉 기술이 가미되었으며 안에 들어간 탄환도 추미탄이란 물건으로 타깃으로 정한 적을 맞추는 데 특화된 물건이다.
난 한때 불멸자가 했던 격언에 한마디를 더 보태고자 했다.
‘사격은 훈련과 장비로 완성된다’라고.
훈련도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장비가 도우니 이 순간 난 그야말로 불멸 저격수가 될 수 있음에.
조준하고 쏜다.
꽝!
소음이 터진다. 레일건의 특징이었다. 진화된 대물 저력 레일건이 날린 추미탄은 음속의 영역을 돌파하며 허공을 격했다.
펑.
쏘자마자 호랑이 대가리가 터진다.
한 방 이후 옆으로 총구를 돌린다.
펑, 펑, 펑!
총구 앞으로 불길이 연신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연속으로 날아간 탄환이 크리쳐의 머리통을 터트렸다.
고속 저격이다. 잘 훈련된 불멸자만이 할 수 있는 짓이다.
그 와중에 염력의 방벽을 만들어 장옥을 피해 들어온 놈들을 막는다.
나는 이 모든 걸 혼자서 할 수 있었다.
레이더도, 리더도, 저격수도.
신속을 몸에 두르고 염력으로 몸을 떠받친 채다.
그 상태에서 뇌전으로 뇌를 달궜다.
순식간에 세 가지 능력을 혼용했다.
한 가지 능력을 풀로 써 버리면 쉽게 지친다. 중요한 건 효율성이니.
세 가지를 조합해 적절하게 섞는 게 필요했다.
내가 그동안 했던 훈련의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와우.”
구경하던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나온 크리쳐가 십수 마리였는데 순식간에 죽어 나갔다.
“아.”
장옥이 도끼를 든 채로 멈췄다. 결국은 한 마리도 근접 거리까지 다가오지 못했기에 그가 할 일이 없었다.
“변신족이 불멸자처럼 싸우는 것 같네요.”
고개를 돌린 장옥이 말한다.
이럴 때 보면 날카롭기 짝이 없는 친구다.
맞다. 난 신속과 염력으로 육체 능력을 뒷받침하고 장비와 훈련으로 불멸자의 특징을 대체했다.
변신과 불멸의 피를 잇진 못했다고 해도.
그와 비슷한 일은 할 수 있다는 증명.
이게 내가 이후를 넘어설 방법이자.
아버지의 아들로 사는 길이었다.
“다음, 온다.”
이번에는 미리 말해 줬다. 뒤에서 또 소리치지 말라고.
“억!”
그런데 또 비명을 내질렀다. 놀랄 만했다.
우리가 너무 소란을 피운 덕일까.
장옥이 부수듯이 질주한 탓에 사방에서 크리쳐가 몰려나왔다,
순서대로 나오기로 약속이라도 했는지, 이번에는 서른 마리가 넘는 니들 볼이 둥둥 떠올랐다.
“니들 볼!”
채집팀 아저씨 목쉬겠네.
거듭 외치시네.
이번에는 대비했기에 안 놀랐다.
적당히 몸을 틀어 귀도 보호했다.
니들 볼이 바닥에 푹 하고 박혔다가 위로 퉁 하고 떠올라 앞으로 이동한다.
기본적으로 제 몸에 염동을 걸어 움직이는 놈들이다.
“장옥아, 권총 챙겼지?”
“네? 네.”
너무 당연한 걸 물었다.
“혹시 튀어 들어오는 놈 있으면 날려 버리고.”
장옥에게 하는 말은 최소한의 대비다. 그럴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한다.
눈을 감고 집중한 뒤, 다시 눈을 떴다. 이미지 메이킹이 끝났다.
퉁퉁- 하고 날아오는 니들 볼은 빠르진 않았다.
대신 위협적이었다. 한 마리만 놓쳐도 몸에 구멍이 날 것이다.
아, 물론 방호복을 둘러싸고 있으니, 구멍까지야 나지는 않겠지만.
거듭 당하면 위험할 것이다.
“후우우.”
길게 호흡을 뱉은 난 초능 하나에 집중했다.
염동력이다.
니들 볼은 제 몸에 염을 더해 움직인다. 그리하여 통통 튀어 날아드니.
양손을 뻗어 위로 치켜든다.
“거위 같네요.”
슬쩍 뒤를 돌아봤는지, 장옥이 한마디 건넸다. 거위, 구스타프다.
그건 좀 불쾌한데.
근데 비슷해 보이긴 할 듯했다.
두 손을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휘두른다.
손끝을 따라 올올이 풀려나는 건 사이오닉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염동력 응축, 전환, 전개, 압력.
네 가지 과정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퉁 하고 니들 볼이 서너 번 바닥을 튕기며 장옥이 부수고 깨서 만든 가시 정글 공터에 들어선다.
그걸 보며 난 손을 뻗어 휘둘렀다.
웅.
이 일대, 염동력 따위로 움직이는 것들은 이 에너지 압박을 파훼할 수 없으니.
두-웅.
이딴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물론 실제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저 날아오던 니들 볼이 멈췄을 뿐.
날아오는 운동 에너지에 맞춰 몇 바퀴 구르는 놈들은 있지만, 공중을 날던 놈들은 전부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약점은 눈이다.”
니들 볼은 몸에 눈을 숨기는 크리쳐다. 자세히 보면 실금이 간 부분이 있고, 거기에 총알 한 발만 박으면 끝이다. 약점이 명확한 크리쳐였다.
지금 내가 보인 재주는 염동력으로 주변 일대를 제압하는 거였다.
이게 어떻게 되냐고 원리를 물으면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그냥 됐다.
직감과 영감의 영역이었다.
상대가 염동력을 주로 쓴다면 난 그 상대의 능력을 원천봉쇄할 수 있었다.
파지직.
내 손끝으로 뇌전이 튀었다.
이번에는 두 개의 초능을 섞었다. 염동과 뇌전.
아까보다 출력을 몇 배는 높이기도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극심한 피로가 몰려오진 않았다.
아직 괜찮았다.
내 눈에 장옥이 묵묵히 권총 한 자루를 들고 니들 볼의 눈을 찾아 쏘는 게 보였다.
개인 능력 활용은 증명 완료였다.
이걸 토대로 팀을 재구성하면 될 터였다.
본래 팀원에 채집팀을 별도로 구성해서.
새로운 형태의 팀 탄생이다.
이제까지 컨퀘스트 미션에서 쓰지 않던 타입일 것이다.
개척, 소거, 채집.
여기에 소거와 채집을 엮는 거다.
아니, 새로운 건 아닌가.
이미 알음알음 퍼진 형태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노 페이스 팀이 나아갈 방향이 정해진 셈이다.
그리 생각하면서 시선을 넓게 뿌리는데 묘한 게 잡혔다.
뇌안은 어떻게 보면 불멸자의 감각보다 더 탁월한 레이더다.
아예 눈에 보이니까.
뒤통수를 노리지 않는 이상, 눈에 빤히 보이는 걸 놓칠 리가 없는 거다.
그린 등급의 에너지 레벨은 잘해야 2에서 3인데.
지금 사방에서 다가오는 이족보행의 무리는 최소 레벨이 4다.
거기에 6레벨도 보인다.
숫자만 보자면 지금 눈앞에 있는 장옥이보다 위라는 거다.
뭘까, 서서히 거리를 좁혀 오는 무리다.
정면에 여덟, 우측에 넷, 좌측에 셋이다.
아무렇지 않게 뒤를 돌아보니, 다섯이 퇴로를 막았다.
진짜 뭐지.
어떻게 봐도 좋은 의도로 보이진 않았다.
뇌안이 발동하니, 눈에 스파크가 튀었다.
뒤쪽에 있던 다섯이 하나같이 같은 행동을 보인다. 양손을 앞으로 드는 행위다. 왼손은 앞, 오른손은 뒤에서 검지를 반쯤 말았다.
누가 봐도 총을 쥐고 방아쇠에 손을 올린 모습이었다.
가시 정글에 은신한 채로 뒤를 노리는 놈들이다.
“구 씨, 서둘러야겠다.”
장옥을 재촉한 뒤, 난 염동력을 한 번 더 발동했다.
웅.
뒤쪽을 향해 무형의 방벽을 세웠다.
그와 동시였다.
드르르르륵!
장벽 위에 탄환 세례가 쏟아졌다.
“으허허헉!”
아까도 놀랐던 채집팀 아저씨가 이번에도 놀랐다.
* * *
‘저 새낀 뭐지.’
조미려는 새삼 놀랐다.
전투원 둘, 채집원이 셋.
효율성이 극악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도끼로 가시 정글을 돌파하더니, 달려드는 긴 가시 호랑이를 몰살.
이후 니들 볼이 날아오다가 멈춰 구른다.
그걸 보니 침을 꿀떡 넘어갔다.
‘수준이…….’
일개 전투원이라 할 수 없지 않나.
조미려는 운이 나빴다.
만약 그녀가 다른 가면 무리를 노렸다면 이 정도로 난감한 상황은 없었을 테니.
아니, 어쩌면 필연일지도 몰랐다.
고작 둘이서 이계를 방문한 것과 다름없는 상대다.
방심이라 볼 수 있지 않나.
그리고 방심한 곳을 찌르는 것은 싸움의 기초 아닌가.
“뭡니까? 신생팀이라며?”
추방자는 지구의 소식에 늦을 수밖에 없다. 아예 다른 세계에 사는 탓이다.
노 페이스 팀은 이제 막 위상을 올리는 팀이었다.
그들의 실력까지 파악할 순 없었다. 그나마 최근까지 지구에 있던 흑색 비단 조미려가 제일 잘 알았다.
그녀가 아는 건 노 페이스가 신생팀이고 이제 겨우 소거 임무만 가능한 수준이란 것이었다.
근데 직접 보니까 레벨이 남다르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겠어.’
동시에 그녀는 확신했다. 지금 보이는 놈이 최소 노 페이스 팀의 간부급일 것이라고.
아는 게 많을 것이다.
“그래서 놓칠 겁니까?”
조미려가 물었다. 이터의 일원은 피식 웃었다.
“그건 아니죠.”
놀란 건 놀란 거고.
이터 쪽 일원도 준비한 게 있었다.
조미려의 뒤에 있던 서포터가 그녀의 등을 건드렸다.
“왜?”
“최소 열 명 이상이 접근합니다.”
“불멸자셨군.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 쪽 사람이니.”
이터의 일원이 대신 답변했다.
기왕 하는 일이라면 앞뒤가 깨끗하고 말끔하게 해야 하지 않겠나.
바퀴벌레란 별명을 가진 이터의 일원이 이미 손을 쓴 뒤였다.
최소 열 명 이상의 추방자가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조미려에게 꼭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이터는 같은 추방자도 잡아먹는 미친 새끼들이다.
식인을 넘어 식괴라 불리는 이유가 뭐겠나.
실력은?
조미려가 손짓으로 물었다. 불멸자가 손가락 하나를 펴서 위아래로 내렸다.
제 부하의 직감으로 봤을 때는 셋보다 수준이 조금 낮다는 표시다.
‘만만치 않은데.’
어쨌든 쏘아진 화살, 더 늦출 수는 없었다.
곧 이터의 무리가 주변을 포위.
슬금슬금 다가서기 시작했다.
동행했던 바퀴벌레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게 신호였다.
우두커니 선 가면 특수종 뒤로 총탄이 날아들었다.
드르르륵!
자동 소총이 불을 뿜었다.
허나, 기대한 장면은 없었다.
‘막아?’
어느새 염동 방패가 탄을 전부 막았다. 조미려의 눈에 일그러지는 무형의 장막이 보였다.
탄환을 막을 정도의 염동력자다.
“죽엿!”
이터의 일원이 외쳤다.
그와 동시에 조미려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