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489
74. 쾌남 이후이건 뭔가 싶었다.
게이트를 넘어서니, 짧은 갈색 풀들이 가득한 넓은 땅이 보였다.
특이한 점은 한쪽은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밝았고.
반대쪽 너머는 무슨 술수인지, 빛이 흐려지며 컴컴해 보였다.
이쪽은 밝은데 저쪽은 어둡고 흐릿하다. 직감이 없어도 불길함이 물씬 풍겼다.
“여긴 어떻게 찾으셨어요?”
아버지께 물으니.
“감으로.”
대수롭지 않게 답하셨다.
한국 전체를 이 잡듯이 뒤져서 나온 곳인데.
이걸 감이라고 할 수 있나.
발로 찾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은데.
중력도, 공기도, 지구와는 달랐다.
적응하지 못한 상태라면 묘하게 크랭크가 맞지 않게 하는 그런 기묘한 땅이다.
너른 땅을 보자니, 힘으로 붙어 보자고 일부러 조립한 공간 같기도 했다.
“2시간 대기 후 출발.”
아버지가 말했고 곧 모두에게 그 말을 전했다.
여기에 모인 면면을 보자면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언라이벌 식스를 포함, 노 페이스 팀.
거기에 NS의 특수 지원 부대까지 들어왔다.
올드포스의 핵심과 엑스큐라시, 협회와 연맹의 주력까지 다 온 셈이다.
애초에 그들이 만든 괴물이 언라이벌 식스 아닌가.
그렇게 모인 팀이다.
전력만 보자면 유례없는 최강처럼 보였는데.
“허약한 애들 몇이 섞이긴 해도 이 정도면 뭐.”
아버지는 산뜻하게 이리 말씀하셨다.
언라이벌 식스도 귀가 있으니 분명 들었을 텐데.
누구도 뭐라 답변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세최특의 위명인가.
“다들 덤볐다가 깨져 봐서 그런다.”
어머니가 옆에서 속삭였다.
다 덤벼 봤어? 언제?
얘기를 들어 보니, 능력이 완전하게 개화한 뒤에 한 번씩 덤볐다고 들었다.
나 정도면 세최특이랑 붙을 만하지.
뭐 이런 마인드였던 것 같은데.
결과는 참패, 그냥 참패도 아니고 미친 듯이 두들겨 맞았다고 했던가.
어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그렇다.
그리 모인 이들이다.
지원 부대가 여기저기 텐트를 치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사이.
“너 이름 앞에 무패 딱지는 떼야지?”
“너 나한테 말 건 거냐?”
크로커다일 아저씨한테 인사나 하려고 다가가는데.
살벌한 기운이 오갔다.
상대는.
“그럼, 누구겠나.”
누군지 모르겠다. 내가 언라이벌 식스 얼굴 다 외우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다중인격, 그러다 뒈져. 일곱 인격 다 썰어 줘?”
“할 수 있으면.”
단정한 느낌이 나는 남자였다. 슈트는 커스터마이징 장비로 보였고.
다중인격이라고 하는 걸 보면 세븐 아이덴티티다.
불멸자이며 초능도 쓰고 변신도 하는.
“싸울 거면 나도 껴 줘, 새끼들아.”
거기에 누군가 끼어들었다. 이건 말 안 해도 누군지 알겠다.
싸움꾼, 순수 변신족.
순혈 중의 순혈, 코끼리로 변하는 변신족, 별칭은 싸움꾼.
그 외에도 다들 한마디씩 거들었다.
“시끄럽다. 다들.”
이건 연금술사.
마법사이자, 스펠 크리에이터.
싸우는 방식은 스펠 기어 남발이라고 했던가.
불멸과 변신의 혼혈이라는 사냥꾼도 보였다.
하운드란 여자 헌터가 한때 이 팀 소속이었다.
하운드는 일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날 데리러 왔다가 혈압 올라서 돌아갔는데, 그 뒤에는 뭐 데면데면 친한 척 잘하던 여자 말이다.
마지막은.
“너구나, 온신이.”
누군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기적의 염동술사였다. 보는 순간 알았다.
염동력만으로는 전 세계 최고라는 특수종이다.
“네, 뭐.”
“야, 내가 찜한 애다. 건드리지 마.”
그러자 크로커다일이 나서고.
또 한바탕 난리가 날 듯,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내 아들이다.”
아버지가 내 뒤에서 말했다.
언제 오셨대.
그러자 다들 합죽이가 됐다.
이건 뭐 초등학생도 아니고. ‘합죽이가 됩시다, 합’ 하면 닥치는 건가.
“싸우기 전에 너희끼리 열 올릴 거면 내가 몸 풀어 주고.”
“아니요. 아닙니다.”
대표로 나서서 말한 건 기적의 염동술사였다.
나긋한 표정인데, 그 표정에 은근히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인도 계열 남자였다.
“어쨌든 만나서 반갑다.”
그리 말하고 염동술사가 나한테 속삭였다.
호감이 있는 눈치인데.
그건 이 사람뿐 아니라 전부가 그랬다.
“나중에 올 팀은 정했고?”
이건 사냥꾼의 밀명을 받고 온 소속 팀원 중 하나.
대뜸 말을 놓는데, 불만은 없었다.
이 양반 딱 봐도 쉰은 넘어 보이잖아.
“네.”
“벌써?”
그러자 옆에서 크로커다일이 끼어들고.
아버지의 눈빛이 형형하니 싸우진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더니 날 두고 입만 털었다.
“네.”
“어디로?”
이건 싸움꾼의 물음.
이쪽은 동양인이긴 한데 한국 사람은 아니고.
중국 쪽인가.
“노 페이스 팀이 제 겁니다.”
이 한마디로 상황 정리 끝이다.
아니, 내가 가긴 어딜 가.
노 페이스 팀 꾸려서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아.”
하운드가 외마디 신음 따위를 흘렸다.
2시간은 후딱 지나갔고.
곧 우리는 움직였다.
노 페이스 팀은 핵심 멤버만 왔다.
나사로크가 그렇게 오고 싶다고 해서 지원팀에 합류하긴 했고.
나, 로니, 구스타프, 미랑, 이후, 추수미, 도라엘, 장옥이까지다.
“장옥이랑 로니 괜찮겠어?”
나머지 인원이야 실력으로 증명하긴 했는데.
이 둘은 불안하긴 하니까.
“문제없어요.”
장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은 이해한다는 건가.
“나도 숨겨 둔 한 수쯤은 있어. 무엇보다 마지막 기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응? 무슨 기회?
“나쁘지 않아. 멤버.”
미랑이 상황을 정리하고 나아가다 보니.
꾸어어어어!
저 멀리 괴성이 터졌다. 크리쳐의 울음, 하울링이다. 공포감을 심는 외침이었다.
컴컴한 어둠 너머, 우르르하고 녹색 괴물체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오크?”
“장난하나.”
뒤에서 들린 두 마디 말.
그리고.
“대기.”
아버지는 한마디만 내뱉고 내달렸다.
아버지는 역동적인 동작으로 내달리는 오크 무리를 향해 홀로 나섰다.
쿵쿵, 땅이 울리며 달려드는 놈들의 손에는 기기괴괴한 날붙이가 들려 있었다.
“진동, 절삭 특화 무기.”
그러자 뒤에서 미랑이 말했다. 불멸자의 감각으로 적의 무기를 판명하는 과정이다.
걱정은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구경하기 바빴을 뿐.
그래도 됐다.
꽝!
첫 만남에 터진 굉음.
아버지 앞에서 달려들던, 아버지보다도 몸집이 두 배는 큰 녹색 괴물 십여 마리가 일격에 부서졌다.
말 그대로 부서져 찢겨 튕겨 날아가고.
그 뒤 반대쪽에 분사 형태의 에너지 방출, 임팩트였다.
콰콰콰콰콰콰!
파도처럼 몰아친 부채꼴의 광학 에너지가 오크 무리 한쪽을 섬멸.
최소 수백 마리는 달려왔던 것 같은데.
임팩트로 두어 번 후려치고 에너지 방사 몇 번 하니, 끝이었다.
이건 뭐 게임이 안 됐다.
싸움 성립이 안 된다. 그냥 개박살 수준이지.
“저게, 그?”
“임팩트지.”
“나랑 싸울 때도 꺼내더니만.”
“웃기시네. 너 따위가 무슨?”
아버지가 없으니 뒤에서 또 금세 싸움질이다.
멀찍이 떨어져 구경하고 있자니, 이후가 옆에 붙었다.
“흐.”
근데 이 새끼 왜 침 흘리냐. 눈깔은 왜 이래.
아니, 부분 변신까지 했네?
“손톱은 왜 세우고 있어?”
도저히 존댓말이나, 존중해 줄 타이밍이 아니었다.
“흐.”
놈이 날 봤다. 이건 반쯤 눈깔이가 돌았는데.
“큼.”
뒤에서 그걸 보던 미랑이 헛기침하고.
미랑의 곁에서 로니가 나랑 눈을 마주치더니 화사하게 웃었다. 봄의 꽃처럼.
“얘 약 했어?”
“선배잖아.”
미랑이 한마디 했다.
“필드에서 선배고 뭐고가 어디 있나. 내가 팀장인데.”
맞는 말이다. 보통은 미랑의 말에 다 고개 끄덕여 주지만.
나도 생각이란 걸 한단 말이다.
즉, 지금은 남자다움을 보여 줄 때다.
인류 멸망 앞에서 보여 주는 남성미, 캬, 죽여주네.
‘멍청이.’
내 의도를 읽은 로니가 입 모양으로 날 놀렸고.
“맞는 말이야. 논리적이군.”
미랑은 수긍했다.
내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닌데.
어쨌든 후의 손목을 붙들고, 당겼다.
혹시 몰라서 염력 방벽도 치고서.
“괜, 괜찮다.”
말도 더듬네.
“너무, 너무.”
너무?
“좋아.”
시발, 이건 뭐냐고 진짜.
얘 진짜 누가 약 먹인 거야? 그런 거야?
이런 짓을 할 사람이라면.
“구스 너냐? 장난질한 거냐?”
“뭔 헛소리야?”
아, 생각하던 걸 정리 안 하고 그냥 뱉어 버렸다.
근데 너무 당황스럽잖아.
이 새끼가 왜 이러는 건지.
“푸하.”
응?
이건 뭐지. 이건, 이건.
들은 기억이 있다.
뭐 때문인지는 모르나, 미랑이가 가끔 웃음소리를 내곤 했다.
차디차서 겨울 마녀라 불리는 여자의 웃음소리, 참으로 귀한 웃음소리였다.
난 고개를 뒤로 돌렸고.
주변 모든 게 사라지고 오롯이 미랑이만 내 눈에 남았다. 시간이 느려지는 착각이 들었다.
이계의 한복판, 어지러운 땅 위에서.
웃는다. 내 여자가 웃는다.
날 보고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끝이 움직이며 곧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웃음이 끝났다.
느려진 시간이 돌아오며 새삼 난 깨달았다. 난 또 한 번 반했다는 걸.
저 여자가 내 여자였다.
“결혼해야겠다. 역시.”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응원한다.”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린 이후가 입을 연다.
“뭐가 좋다는 거야?”
응원한단 말에 반응한 내가 물었다.
오늘 아예 날을 잡은 건지, 이후가 주섬주섬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 세최특 팬이다.”
“팬?”
“보기만 해도 짜릿하다.”
뭐야, 이 새끼.
“그래서 너도.”
말하며 턱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제야 난 그동안 있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그게 전부 말투가 병의 신이라 생긴 오해라고?
몇 가지 상황이 떠오르고.
미랑이 웃는 장면도 겹쳤다.
“바보.”
옆에서 로니도 깔깔 웃다가 날 보고 말했다.
이런 씹, 그러니까 이게 호감을 품어서 나한테 이러는 거였어?
“미랑이랑 세최특이 물에 빠졌다. 누굴 구하지?”
“둘 다 물에 빠져 죽을 정도로 허약하지 않다.”
정답이긴 한데.
“그래도 빠졌어. 네가 구해야 해.”
“정미랑 미안하다.”
어이고? 사과하네?
“여자로서 정미랑은?”
“난 좀 거친 타입을 좋아한다.”
이것도 아니고?
“스캔들은?”
“나랑 상관없는 자들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쾌남 새끼네?
“혹시 미랑이가 널 좋아한다고 하면?”
“그건 아니다.”
미랑이 숨도 안 쉬고 답했으나.
난 이후의 답이 궁금했다.
“싫다.”
“주먹 내밀어”
내 말에 이후가 주먹을 내밀고.
나도 주먹을 내밀어 툭 쳤다.
“형이라고 해도 되지? 말은 놓을게.”
“너무 좋다.”
세최특의 팬이라 나도 좋아하지만, 순수한 호감이란 거다. 이게.
“세최특 말고 너도 좋다.”
“나도.”
난 후에게 어깨동무했다.
“절친 나셨네.”
뒤에서 이후보다 한국말에 능숙한 외국인 구스타프가 말했다.
“왜요, 보기 좋은데요. 우정 크.”
장옥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
나도 마주 엄지를 들어 줬다.
미랑은 은은한 미소를 보였다.
오늘 미소 대방출이네.
“너희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그러는 거지?”
그런 나에게 크로커다일이 다가와 말했다.
“압니다. 엿 같은 이계, 엿 같은 멸망 직전의 엿 같은 광신병자의 땅.”
몰라서 이러겠나.
“참 엿 같네.”
크로커다일 아저씨가 내 기분을 한마디로 표현해 줬지만.
지금 난 엿 같이 기분이가 좋은걸?
“구경만 할 겁니까?”
괜히 큰소리 한 번 내고 나도 손을 뻗었다.
오크 무리 옆, 가가가가각! 하고 땅을 헤집고 달려드는 놈들이 있었다.
저건 또 뭔가 자세히 보려니.
“코뿔소 두더지다.”
코뿔소도 아니고 두더지도 아닌 반푼이 무리였다.
“추정 등급 옐로우, 엿 같은 이계치고는 만만하군요.”
“만만? 옐로우가?”
옆에서 크로커다일 아저씨가 연신 딴지를 걸었지만, 걱정에 앞서서 하는 말로 들렸다.
그러니 걱정을 떨궈 주면 될 일이다.
탁.
가볍게 땅을 박찬 난 위로 날았다.
비행 능력을 기반으로 공중을 선점했다.
코뿔소 두더지는 지상 특화 크리쳐다.
그러니까, 날고 있는 개체에게 무용한 놈들이다.
“크아!”
“크아아아!”
밑에서 귀엽게 애교만 부리기에 난 손을 들었다.
파직.
뇌전이 튄다. 눈에서 시작된 스파크가 전신을 한 바퀴 휘돌아 내려앉았다.
“낙뢰.”
읊조린 한마디.
쩌러렁!
내 손에서 시작된 한줄기 벼락이 적 한가운데를 뚫고 지졌다.
이게 끝도 아니었다.
“월광아.”
염동력을 발동하며 손을 비트니, 월광이 춤을 췄다.
사방으로 은색과 푸른색이 반반 섞인 궤적을 그리며 코뿔소 두더지 부대를 말 그대로 쓸어버렸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