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67
어렵지 않게 그것을 들어 올린 레녹이 탄창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여러 구경의 탄환에 호환이 가능하도록 개조를 해놓은 건가. 돈이 깨나 깨졌을 텐데…….”
[술식을 병행한 개조를 이용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 거라고 판단됩니다. 아마 그만큼 자신의 장비에 투자를 하는 스타일이겠죠.]“으음.”
레녹은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에 털보에게 간단한 수면 마법을 걸어주었다.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굳이 그가 알 필요는 없으니까, 잠이나 푹 자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지.
뒤쪽의 객실을 벗어나 우왕좌왕하는 다른 승객들을 지나친 레녹은 곧바로 열차의 출입구를 열었다.
콰아아아!!
차가운 새벽의 바람이 순식간에 객실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과 함께, 철로를 내달리는 열차의 소음이 크게 울려 퍼졌다.
어둠 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초원의 풍경만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올 뿐.
“잠깐만, 당신 지금 뭐하는 거지?”
“제정신이야? 빨리 문 닫아!!”
“지금 이상한 놈들이 이 열차를 노리고 있다고!!”
그래도 승객들 중에서도 마력감지가 가능한 이들이 몇 명 있었는지,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채기는 한 모양이다.
하지만 저들 중에서 도움이 될만한 이들이 없다는 사실을 진작 인지하고 있던 레녹은 뒤에서 들려오는 말을 무시하고 발을 문밖으로 걸쳤다.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릴 생각인가!”
“하, 하지만 그게 살아남는 데는 오히려 더 가능성이 높을지도 몰라.”
“자네 지금 미쳤나?!”
엉뚱한 착각을 하는 이들을 내버려 둔 채 레녹이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열차 밖으로 던졌다.
파앗!
동시에 열차 천장에 붙여놓은 마력사를 이용해 몸의 중심을 잡으면서 코트에 부유마법을 걸고 몸 전체를 위로 띄워 올린다.
쿠당탕!!
“으윽……!!”
착지를 못 해서 요란하게 한 바퀴 구르기는 했지만, 레녹은 그럭저럭 열차 지붕 위에 올라올 수 있었다.
다비는 레녹의 요란한 구르기를 보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령의 작은 배려였다.
저열한 운동신경 때문에 좀 꼴사나워지기는 했지만, 일단 소정의 목적은 달성했다.
레녹은 곧바로 마력사 수십 가닥을 더 뽑아내서 열차 천장과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고정시킨 뒤, 손에 쥐고 있던 라이플을 어깨에 견착시켰다.
철컥!
“다비, 사격 우선순위 지정 부탁해.”
[후방 300m 바깥에서 접근하는 생명반응 37체를 대상으로 번호를 부여합니다. 17체가 열차 좌측 하방. 20체가 우측 상방에서 시속 70㎞ 속도로 접근 중.]두두두두……!!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배기음.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바이크였다.
[옵니다.]부아아아아앙!!
다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둠을 밀어젖히고 열차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수십 대의 바이크.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일까,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은 그 모습에서 일견 치밀함을 엿볼 수 있다.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속도를 올리며 내달리는 저들의 모습을 보니, 아직 열차 지붕에 올라탄 레녹의 모습을 보지는 못한 것 같았다.
일단 가장 먼저 열차에 붙으려는 놈부터 처리해 볼까.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 대면서 자연스럽게 마력을 끌어올렸다.
[조준보정] [정밀사격] [강착]위이이잉……
마력이 총기 내부에서 회전하는 감각이 다르다.
커스텀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라 그런지, 레녹이 가지고 있는 다른 어떤 총기보다도 마력전도율이 높은 것으로 보였다.
순식간에 세 가지 사격보조마법을 흡수한 라이플이 어둡게 빛나면서 낮게 울리기 시작하고.
레녹이 곧바로 손에 쥔 둔기로 열차 문을 부수려는 첫 번째 바이크를 조준했다.
차가운 밤바람의 감촉을 그대로 느끼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낯선 반동이 손가락에 걸리는 것과 동시에 총구가 불을 뿜었다.
열차 (3)
발사.
타앙!!
힘껏 팔을 휘둘러 문을 박살 내려던 첫 번째 라이더에게 정확하게 명중.
보이지 않는 주먹에 얻어맞은 것처럼 바이크에서 벌렁 나자빠졌다.
동시에 미끄러진 바이크가 순식간에 뒤로 튕겨 나가면서 뒤따라오던 다른 이들의 접근을 방해한다.
다른 라이더들이 빠르게 넘어진 바이크를 피해 움직였지만, 레녹이 주먹을 움켜쥐는 것이 더 빨랐다.
“다비.”
[빠앙.]콰아아앙!!
추격자들의 한복판에서 넘어진 바이크가 정확하게 폭발. 순식간에 다섯 명이 넘는 추적자들을 불태워버렸다.
“……!”
어둠 속에서 피어오른 불꽃으로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인지, 일제히 고개를 들어 레녹을 올려다보는 바이크 라이더들.
레녹은 살기가 담긴 시선을 무시하면서 곧바로 탄알을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순식간에 옆으로 따라붙던 한 명의 헬맷이 박살 나며 피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도 운전자가 떨어지면서 넘어지는 바이크.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다른 추적자들은 족히 십 미터는 넘게 거리를 벌리고, 그사이 다시 열차가 속도를 내며 앞서 나간다.
“…….”
그제야 레녹의 의중을 알아차린 라이더들이 빠르게 시선을 마주했다.
접근하는 하나를 죽여서 통제를 잃은 바이크를 터뜨린다.
맞으면 몇 배가 넘는 인원의 손실. 피하면 역으로 추적이 불가능해진다.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지는 몰라도 바이크의 제어권을 잃어버린 순간 과부하를 일으켜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처방안은?
추적자들이 결론을 내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철컥!! 카가각!!
바이크 위에서 제각기 장비를 꺼내든 이들의 살기가 일제히 레녹을 노리기 시작했다.
피부 위로도 느껴질 만큼 질척거리는 전의를 감지한 레녹이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이긴 한데…… 카시아가 얼마나 빨리 돌아올지 모르겠군.”
결국 가장 중요한 일은 자치령에 도착할 때까지 열차를 지키는 것.
눈에 뻔히 보이는 수작까지 부려가면서 추적자들의 시선을 이쪽으로 돌리기는 했지만, 결국 레녹 혼자서 열차를 온전히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적을 궤멸시키는 일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빠르게 달리는 열차 위에서 열차의 운행능력을 온전히 보호하며 수십 명이 넘는 마력사용자들을 뿌리치는 것이 가능할 일인가?
할 수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레녹도 조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문제였다.
영역을 사용하는 일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자성영역으로 손에 쥐는 마력지배력은 엄청나게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지만, 그 반동으로 찾아오는 강력한 탈력감은 레녹조차 잠깐 전투불능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압도적이었으니.
결과적으로 탐사단과의 전투에서도 자성영역을 전개한 직후 반동 때문에 딜런과 밀라가 이리나를 상대하지 않았던가.
생각을 정리하는 도중에도 상황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서로 의사를 주고받기라도 한 것인지, 수십 대의 바이크가 일제히 속도를 높이면서 열차와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동시에 열차의 양쪽. 가장 앞서 있던 바이크 두 대가 각자 핸들을 확 꺾고 차체를 휙 눕혔다.
정상적으로는 추격과정에서 결코 해서는 안 될 행동. 오히려 따라오는 이들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뿐이겠지만.
그다음으로 일어나는 일들은 레녹의 예상조차 아득하게 뛰어넘고 있었다.
부아아아앙!!
가장 앞서가던 바이크 두 대가 절묘하게 차체를 기울이면서 만들어진 인위적인 경사면.
그 차체를 받침대 삼아서 뒤따라오던 바이크 십수대가 연달아 하늘 높이 솟구친 것이다.
“……!!”
아군의 차체를 발판삼아서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묘기에 가까운 운전기술에 레녹이 입을 벌렸다.
그동안 온갖 초인들을 마주했지만, 막상 이런 식의 기술을 눈앞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화려한 기술에 시선을 빼앗기기는 했지만, 저들이 이런 묘기를 부려가면서 억지로 열차 위쪽으로 뛰어오른 이유는 하나뿐이겠지.
바로 지금 이 모든 작업을 방해하고 있는 레녹부터 죽이고 목표물을 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달빛을 등지고 뛰쳐 오른 바이크 뒤쪽에서 샷건을 꺼내 든 라이더 하나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뒈져라, 이 개새끼야!!”
타아앙!!
발악과 같은 고함으로 내지른 산탄이 고스란히 레녹이 추켜올린 실드에 막혀 사라지고.
“눈이 즐겁기는 했지만, 허공에 몸을 띄우는 건 패착이다.”
공중에 떠오른 바이크 네 대에 순식간에 마력사를 이어붙인 레녹이 그대로 줄을 수축시켰다.
“으어어어!!”
허공에서 격돌한 바이크 네 대가 그대로 박살 나며 거대한 철덩어리로 변하고.
[마그네틱 컨트롤]그 직후 라이더들의 시체와 뒤섞여 거대한 나사의 형태로 변한 고철덩이가 열차 아래쪽으로 쏘아졌다.
레녹의 시선을 틈타 열차 앞쪽으로 속도를 높이려던 다른 라이더들을 향해.
콰아아앙!!
순식간에 앞서가던 바이크 세 대를 깔아뭉개고 허공으로 비산하는 철덩어리들.
마력을 사용해서 손에 넣은 자성으로 그 모든 금속들의 조작권을 확인한 레녹이 손을 쭉 펴면서 중얼거렸다.
“고작 이걸로 시선을 끌 셈이었다면 좀 부족한데.”
파앙!!
바이크에서 튀어나온 부품과 나사, 볼트가 무차별적으로 튕겨 나가며 멀쩡한 다른 바이크를 찌르고, 라이더들의 살점을 헤집었다.
기를 쓰고 속도를 높이던 추적자들은 몸 안쪽을 파고드는 금속의 투사체에 조금도 반항하지 못하고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흐아아악!!”
“아파, 아파!!”
의외라면 의외일 수 있지만, 사람은 자신이 쥐고 있는 도구가 거꾸로 주인을 찌를 거라고는 쉽게 생각하지 못한다.
레녹은 전투에 돌입한 순간 항상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것을 선호하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서 그러한 경향을 더욱 절절하게 실감하고 있었다.
이렇게 거칠고 음습한 도시이기 때문에 더더욱, 다른 사람은 믿어도 손에 쥐고 있는 장비 하나만큼은 신뢰하는 풍조.
그런 성향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겠지만, 반대로 거기 휩쓸려서 레녹이 정작 그 사실을 망각해버린다면 안되겠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레녹의 발치에 쓰러져 있던 남자가 피를 토해내며 웃었다.
“쿨럭!! 흐흐, 이걸로 끝이 아니야…… 바이커 갱의 추적을 고작 이렇게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바이커 갱이라…….”
바이크를 타는 놈들이라고 동네방네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굉장히 직관적인 이름을 사용하는 갱단이 아닐 수 없다.
레녹은 발로 천천히 남자를 밀어서 열차 지붕 밖으로 밀어내면서 대꾸했다.
“알고 있어.”
쿠웅!
만약 바이거 갱단이 정말로 카시아를 노리려고 이런 짓거리를 저지른 거라면, 추가 전력이 더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다.
아무리 카시아가 전투에는 익숙하지 않은 연구소 출신에, 몸이 상당히 약한 편이라고는 해도 정면에서 화력 싸움은 부담스럽겠지.
피해 없이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전력이 대기하고 있어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만약, 카시아가 지금 이 순간 자치령으로 향한다는 정보가 유출된 것이라면…….
‘열차를 앞질러서 기다리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저기!!”
마침 기관사에게 다녀온 카시아가 돌아왔는지,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레녹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카시아는 열차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황당한 표정으로 지붕 쪽을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설마 벌써 추적자들을 다 처리한 거예요?”
“그쪽이 너무 느긋하게 오시는 바람에, 그렇게 됐습니다.”
“……그건 미안해요. 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진 이유가 있었어요.”
“말씀하시죠.”
카시아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당장 열차를 멈춰야 해요.”
“이유는?”
“방금 기관사 쪽에 연락이 왔어요. 자치령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갈림길. 그 근방에 위치한 중개소가 습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