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279
약먹는 천재마법사 279화
대리전(4)
서로 목숨을 걸고 달려들던 직전의 전투와는 다른 허무한 결말에 관객들이 입을 떡 벌렸다.
다음 주자로 올라온 것은 머리통이 로봇 대가리로 만들어진 프리랜서, 매드 맨슨.
육령의 가주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지만, 이미 손에서 떠난 일인 만큼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만 그런 것과는 달리, 성채 주민들의 기대는 한없이 높아져만 갔다.
아무리 바깥 소식에 어둡다고는 하지만 대리인들에 대한 간략한 신상정보는 알음알음 퍼지기 마련.
애덤 브로벡이라는 용병과 매드 맨슨이라는 프리랜서 둘 모두가 거대도시의 음지에서 한가락 하는 실력자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두 사람은 성채 출신도 아니니, 마음 편하게 구경하고 환호해도 문제없을 터.
“이번에는 제대로 싸우겠지.”
“성채 밖에서는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 보여달라고!!”
“돈 받고 싸우는 놈들이라면 우릴 배신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런 기대와 환성이 싹 사라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검을 뽑아 들고 몇 대 깔짝이는 듯 보이던 맨슨이 10여 분간을 도망치기만 하다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린 것이다.
[항복.]묵직한 로봇대가리 사이로 반짝이는 녹색의 안광이, 경쾌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장원 가득히 수천 명의 야유가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이본가주의 얼굴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좋지 않군요.”
“예?”
그녀의 중얼거림에 옆에 앉아 있던 소년, 일원가주가 고개를 들어 이본을 올려다보았다.
“무언가 생각하는 게 있지 않고서야 이리 나올 리가 없어요.”
이본가주가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중얼거렸다.
“의식이 끝나기 전까지는 관객들을 붙잡아놓아야 할 텐데…….”
“…….”
“지금 배치된 경비들로는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건 꽤 흥미로운 이야기군.”
옆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오렌이 말했다.
“대리전의 의식 자체는 사람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텐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이제 와 당신이 주민들의 존재 유무를 신경 쓸 이유가 새로 생긴 것은 아닌지 궁금해서 말이지.”
슬쩍 눈을 뜨고 이본과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한 오렌이 중얼거렸다.
“가령, 이상한 믿음에 너무 심취해버렸다거나 말이야…….”
“…….”
이본가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렌은 아무렇지도 않게 슬쩍 돌려서 말했지만, 그 말에 숨겨진 저의를 눈치채기는 어렵지 않았으니까.
서로가 진실의 파편을 쥐고 있음을 동시에 깨닫는다.
의자 팔걸이를 움켜쥔 이본의 팔뚝에서 혈관이 희미하게 부풀어 올랐다.
다른 가주들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숨도 쉬지 못했다.
하지만 이본가주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오렌의 도발을 인내하고 웃어보였다.
“이제 보니 삼영가주는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모양이군요. 저희는 주민들과 함께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뿐, 언제든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오해라고?”
“그렇죠. 일원과 삼영이 성채의 민심을 충실히 챙기는 동안, 우리 이본은 묵묵히 성채의 기반을 지탱해 오지 않았습니까?”
“…….”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일원이 저희에게 양보를 하고 있는 것뿐이랍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앉은 일원가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렇죠, 일원가주?”
“……맞습니다.”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오렌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 눈동자에 떠오른 선명한 의지에는 한점의 미혹도 섞여 있지 않았다.
“이본가주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제 의지로 진행하는 일. 가주님은 신경 쓰실 이유가 없습니다.”
일원가주. 죽은 채주의 아들이 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로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선택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렌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섣불리 그에게 손을 내밀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이본가주가 무슨 대가를 내걸고 일원가주에게 마수를 뻗었는지, 오렌 역시 감을 잡지 못해서 오랫동안 사태를 관망해 오기만 했지만.
레녹을 통해 교단에 대한 정보를 손에 넣은 지금은 알 수 있었다.
“태오. 나이를 먹어가는 것과, 영면에 드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오렌이 말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젊음을 손에 넣는 것과 죽은 자를 살려내는 것이 다른 일임은 당연하지 않겠느냐?”
“……!!!”
일원가주, 태오를 바라보는 오렌의 시선에는 희미한 연민밖에 남지 않았다.
“하물며 다른 사람의 피와 살을 먹어치워 만들어낸 허상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채주 자리는 네가 가져도 좋아. 하지만 지금 네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하면 나는 족하구나.”
“전 모르는 일입니다.”
태오는 이를 악물고 시선을 돌렸다.
“대리전의 판은 거의 다 기울었고, 채주자리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제 손에 넘어오게 될 겁니다. 대부님께서 제게 주실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군요.”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오렌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장원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아직 대리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칠현의 대리인, 플라톤의 용병이 기다리는 무대 위.
코트를 걸친 날카로운 인상의 청년이 천천히 계단을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마지막에 서 있는 것이 과연 누구일지 한번 끝까지 지켜보자꾸나.”
* * *
‘생각했던 대로군.’
일원과 이본. 삼영가주들 간의 대담. 그 모든 대화를 남김없이 훔쳐 듣고 있던 레녹이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본에게 협력하는 목적이 죽은 자의 부활이라면, 아마 그 대상은 틀림없이 죽은 채주가 틀림없겠지.
가주들의 동요를 틈타 오렌은 절묘한 대화의 간극을 잡아 진실의 파편을 레녹에게 들려주는 데 성공했다.
‘전대 채주의 소생이라…….’
죽은 자를 되살리는 일이 얼마나 세계의 법칙에서 어긋나는 일인지, 또 불가능한 기적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법칙을 구부리거나 다시 쓰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생명의 순환을 정면에서 거스르는 반역.
하지만 만약 이본가주가 자신이 되찾은 젊음을 미끼로 일원가주를 꼬드겼다면 충분히 납득가능한 일이다.
삼두령의 일원이자, 8가문의 필두로서 일원가주 자리에 앉은 태오 역시 시의회의 늙은이들이 바라는 시간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었을 테니.
그만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팔굉성채 주민들의 목숨이라고 하더라도.
‘가주들의 목적은 파악했다. 그렇다면 교단은?’
아버지의 소생을 바라는 일원가주. 젊음을 손에 넣고 싶은 이본가주.
귀도 교단이 딜런 오케이시에게 시행했던 불사체 연구의 수혜를 두 사람이 바라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면 윌터가 진정으로 바라는 일은 무엇일까?
채주의 권한을 획득해서, 유적지의 결계를 해제하고 난 뒤.
구세계의 자취이자, 이 세계와는 괴리된 시공을 이용해서 교단은 무슨 짓을 벌이고 싶어 하는 걸까.
“…….”
라바테논 대학에서 윌터가 수육한 몸을 희생시켜 불러냈던 괴물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때 보여주었던 괴물체가 단순히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발악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윌터의 ‘선교’가 진정으로 그러한 수육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어떨까.
구세계의 시공을 촉매로 삼아, 세계의 시간선을 초월한 존재들을 불러내기 위한 일환이었다면-
오오오오오!!
레녹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시선을 현실로 되돌렸다.
당장 싸워야 하는 상대가 그의 앞에 서 있었으니까.
그리고 레녹과 오렌이 상정한 모든 계획은, 채주 자리를 이쪽에서 가져가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았었나.
7레벨 성위마법사의 등장에 이미 흥이 식어 있던 관객들도 고개를 돌리고 시선이 집중된다.
제아무리 바깥 소식에 어두운 성채 주민들이라고 할지라도, 이제는 그가 누구인지 들어 알기에는 충분했던 시간.
“또 마법사냐?”
“아까 그놈처럼 맥없이 기권할 생각은 아니겠지?!”
“대장이면 뭘 좀 보여달라고!!”
성채주민들의 격한 호응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선 두 사람의 시선이 흔들리는 일은 없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호리호리한 체격의 권사. 애덤 브로벡이었다.
그는 억지로 소리를 쥐어짜 대는 관중석을 올려다보면서 픽 웃었다.
“재밌는 풍경이야. 그렇지 않냐?”
“…….”
“용병일을 하다 보면 참 개 같은 일이 많지만, 그럼에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이유가 있지. 이런 직업이 아니라면 어디 가서 이런 특이한 경험을 해보겠어.”
“긍정적인 사고방식이군.”
치익-
연초에 불을 붙이면서 레녹이 대답했다.
“니콜과 마오렌은 잘 지내나?”
“응?”
레녹의 말에 애덤이 살짝 놀란 듯이 중얼거렸다.
“놀라운데. 두 사람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거야?”
“사람을 쉽게 잊는 편은 아니거든.”
에이전트와의 협업. 흑마법사와 테러조직 팔시온을 처리하던 당시, 그쪽 판에 한발 걸치고 있던 플라톤의 멤버들이 니콜과 마오렌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긴 만남은 아니었지만, 당시 무명의 프리랜서였던 레녹을 높게 평가하던 니콜의 태도는 기억에 남아 있다.
마오렌이 니콜에게 상당한 존대를 사용하던 것을 생각하면, 니콜 역시 용병단에서 상당한 고위직일 터.
애덤과 안면이 있을 거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레녹의 담담한 대답에 애덤이 멋쩍은 얼굴로 웃었다.
“헤헤, 사실 나도 니콜 누님한테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
철컥!
애덤이 양쪽 팔의 팔꿈치를 가볍게 튕기는 것과 동시에, 그의 손에 쥐여 있던 건틀렛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마치 하나의 갑주가 되어버린 것처럼 양쪽 팔뚝을 두껍게 감싸고 묵직한 장갑으로 변한 건틀렛.
두 갈래 강철을 손에 쥔 권사가 천천히 자세를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
“적으로는 절대 만나지 말라고 했던가.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한판 붙어보고 싶어지잖아.”
“그런가?”
“그래. 그래서 연금이 풀리고 난 뒤로는 적당히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 설마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이야…….”
마른 입술을 핥은 애덤이 웃었다.
“난 역시 운이 좋아.”
“재밌는 놈이군. 너같은 놈도 흔하지는 않지.”
레녹도 실소를 터트렸다.
광기와 혼돈 위에 세워진 것처럼 보이는 이 도시는, 사실 꽤나 정밀하고 복잡한 계산과 이성 속에 유지되고 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꿍꿍이가 가득한 이 곳에서 애덤처럼 순수하게 강적을 상대로 호승심을 불태우는 사람도 드물었다.
“딱 보니 지금 돌아가는 판과는 별로 관련도 없어 보이는군.”
레녹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러니까 목숨 정도는 살려주지.”
“오오, 아주 날 아래로 깔아보는 눈빛. 아주 좋아.”
애덤 역시 제 자리에서 가볍게 뜀을 뛰면서 씩 웃었다.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 한번 보겠어. 그쪽 따까리들이 시시하게 기권해 버린 덕분에 이쪽도 힘이 남아돌거든!!!”
파아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애덤이 자세를 낮춘 그대로 몸을 쭉 밀어 올렸다.
깊게 구부려진 무릎이 용수철처럼 튕겨 오르며 그 호리호리한 신형이 앞으로 내달린다.
순식간에 레녹의 옆에 내려앉은 애덤이 오른쪽 어깨를 깊게 숙이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후우우우웅!!
지근거리에서 쏘아지듯이 치켜올리는 어퍼컷.
팔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땅 아래쪽에서 거대한 기류가 폭발하듯 치솟아 오르며 레녹을 휩쓸었다.
뻐어어엉!!
강렬한 선공에 관객들이 덩달아 가열찬 환호성을 내질렀다.
“오오오오!!”
“이제 좀 제대로 된 싸움을 볼 수 있는 건가!”
장원 가득히 울려 퍼지는 환성을 뒤로하고, 애덤이 곧바로 자신이 일으킨 흙먼지 사이로 몸을 비집었다.
자욱한 흙먼지 사이를 순식간에 돌파해서 마법사의 기척을 포착하고 질주.
건틀렛에 때려 박은 마력을 그대로 휘둘렀다.
키이잉!!
[스토니아 권격술] [4단 연투 총체]두두둥!!
짙은 마력으로 발광하는 건틀렛이 그 자리에서 기관총처럼 쏘아지면서 묵직하게 레녹의 몸을 두들긴다.
연달아 쏘아지는 권격에 담긴 힘이 어찌나 거센지 그 풍압만으로 일대의 흙먼지가 싹 밀려나면서 순식간에 두 사람의 신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쩌어어엉!!
팔꿈치를 크게 돌리며 휘어져 들어간 오른쪽 주먹이, 레녹의 실드에 가로막힌다.
다중첩된 무형의 방어막을 몇장 부수고 들어간 건틀렛이 그대로 마법사의 코앞에서 멈춰 섰다.
“흐아아압!!”
애덤이 힘찬 고함을 내지르며 힘껏 건틀렛을 비틀자, 남은 실드마저 깔끔하게 박살 나고 순식간에 마법사가 있던 자리를 두들겼다.
[2단 회전 붕권]우지직!!
“……!!”
미간을 꿈틀거린 레녹이 뒤로 물러서는 것과 동시에, 건틀렛이 바닥을 찍고 근방의 대지를 뒤집어 엎어버렸다.
콰아아아아!!
쏟아져나오는 흙더미의 파도를 바라보며 애덤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명성과는 달리 대응이 너무 소극적인데. 힘 좀 써보는 게 어때, 형씨!!”
“…….”
레녹이 대답하지 않자, 다시 한번 애덤이 먼저 무너진 지상을 질주했다.
양손에 장착한 두터운 건틀렛을 고쳐잡은 애덤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쉬지 않고 두 주먹을 연달아서 휘둘렀다.
쿠구구구구구!!
주먹을 휘두르는데 마치 거대한 트럭이 지나가는 듯한 엔진소리가 울려 퍼진다.
상대적으로 공세가 빠르고 가벼운 일반적인 권사와는 달리, 애덤의 두 주먹은 느릿하지만 묵직하고, 심지어 강렬한 중압감까지 느껴진다.
그건 아마 그의 양쪽 팔뚝을 모두 뒤덮은 두꺼운 건틀렛의 존재 때문이겠지.
단순히 무겁고 면적을 차지하는 수준을 떠나, 건틀렛을 중심으로 근방의 공기가 회전하면서 희미한 인력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남들과는 다르면서도 확고한 스타일을 선택한 것도 모자라, 아예 마력 응용 방식까지 완전히 특화시키는 데 성공한 결과.
권사의 전투방식을 따르면서도 그 공세의 균형을 속도보다 힘에 초점을 맞춘 그 방식이 틀렸는지는 알 길이 없다.
여태껏 그가 살아온 시간과 건틀렛에 묻었던 피만이 그 방식의 옳고 그름을 증명해 줄 뿐.
“하하하하핫!!! 실격패 당하기 싫다면, 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걸!!”
다소 무모하게 보일 정도로 격렬하기 그지없는 공세만, 애덤은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대리전에서 첫 번째로 붙었던 사군의 처형인과 삼영의 그림자 술사의 대결.
처형인을 마지막까지 몰아붙이던 그림자 술사가, 자신의 마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실격패 당한 그 장면을 애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술사가 발휘했던 마력의 흐름이 7레벨 이상은 결코 아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사슬 고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마력의 흐름 자체는 상당히 협소하다고 봐야 할 터.
권사인 자신보다는 여러모로 마법사인 반에게 한없이 불리하기 그지없는 규칙이다.
놈이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고작 앞선 전투 몇 번을 보고 팔찌의 마력한도를 추측해 내지는 못했을 터.
상대는 이미 애덤과는 차원이 다른 경지에 도달한 술사지만, 서로 비슷한 핸디캡을 짊어지고 있다면 승산이 있다.
제아무리 견뢰라 불리는 마법사라 해도, 마력흐름을 억제하고 철저하게 근접전으로 끌고 간다면 틀림없이-
“이길 수 있……!!”
쿠우우우우웅!!
그 직후 애덤의 머리 위에서 묵직한 거대한 얼음의 주먹이 내리 찍히며 엄청난 굉음을 내뿜었다.
“으으으으으……을.”
장원에 벼락처럼 내리꽂힌 거인의 팔뚝과 함께 퍼져나오는 싸늘한 냉기.
온몸을 곤두서게 만드는 그 서늘함에 관중석의 희미한 열기마저 얼어붙는다.
“…….”
입을 떡 벌린 가주들을 올려다보며 연기를 훅 내뿜었다.
멍하니 이 참상을 바라보던 사회자에게 레녹이 고개를 까닥거렸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