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915
약먹는 천재마법사 915화
딥웹(4)
“커닝엄에게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딥웹은 특정한 네트워크 영역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야.”
쿠르르릉……!!!
흐릿하게 점멸하는 전기신호와 복잡한 코드들이 물결처럼 일렁이며 사방을 뒤덮었다.
어두운 전뇌공간에서 불규칙하게 반짝이는 코드의 불빛만이 길을 밝혀준다.
거대한 아쿠아리움의 심해통로 한복판을 걸어 지나치는 듯한 기묘한 풍경.
말 그대로 정보의 바다 심처를 직접 두 발로 걸어 관통하고 있는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전뇌공간에 산재된 데이터 잔여물에 가까운 개념이지.”
앞장서서 레녹을 안내하던 락타샤가 말했다.
“어떤 데이터라도 한번 네트워크에 존재했다면 딥웹 안에서 그 위치를 찾아낼 수 있어. 중요한 건 정보를 찾기 위해선 권한이 필요하다는 거지.”
“오호라, 이 남자가 바로 발칸에서 가장 미쳐 있다는 마법사인가?”
후욱!!
방대한 전기신호의 파도 속에서, 형체를 갖춘 인기척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기질적인 로봇, 털 달린 짐승, 전신슈트를 입은 인간.
각자 다른 모습과 형체를 지닌 이들이, 딥웹 내부의 바이러스와 멀웨어를 뚫고 자연스럽게 레녹과 같은 공간에 난입.
그것이 락타샤와 같이 스스로의 의식을 전뇌공간에 의탁한 관리자들임을 레녹이 깨달은 순간,
관리자들이 레녹을 둘러싸고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당신이 출석한 청문회는 아주 인상 깊게 봤어. 소문대로 명불허전이더군. 그 근엄한 시의원들이 아이처럼 쩔쩔매던데.”
“이 도시에서 얼마나 제멋대로 굴었길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건지 궁금할 지경이야.”
“악명대로라면 전뇌공간의 아바타도 아주 흉측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얌전하잖아?”
“이렇게 안정적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하면서, 정작 접속 위치는 숨길 수 있다니. 어떤 우회법을 사용한 거지?”
“…….”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건 관리자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개성인 건가.
자연스럽게 동행하기 시작한 관리자들을 무시한 레녹이 락타샤에게 반문했다.
“너희 관리자들의 권한으로는 정보를 찾기 어려워서, 내 도움이 필요했다고 말하는 건가?”
“우리는 네트워크 내부에서 해석 가능한 부분을 다듬어서 커뮤니티로 사용하고 있지만, 바깥의 오버레이 네트워크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지.”
락타샤가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 같은 술사들은 이 세계의 밖을…… 외해(外海)라는 이름으로 불렀던가?”
“…….”
“마찬가지야. 커뮤니티 바깥에 해석이 불가능한 전뇌공간은 우리에게 있어 그런 의미거든.”
“그럼 권한이라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우리가 말하는 권한은, 원하는 정보를 열람하기 위한 권한이 아니거든.”
락타샤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어 올린 순간, 온갖 전기신호의 흐름으로 이루어진 전뇌공간이 쩍 갈라졌다.
쿠구구구!!!
“관측하기 전에는 서로 다른 개념이 공존한다는 입자이론. 대마법사라면 들어본 적 있겠지?”
한 손을 들어 올린 채 거대한 전뇌공간의 통로를 구축하던 락타샤가 물었다.
“원리는 다르지만, 전뇌공간에서도 비슷한 이론이 있어. 자세히 설명하자면-”
“짧게.”
레녹이 심드렁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지금 내 앞에서 이론에 대해 강의할 생각인가?”
“……요컨대, 중요한 건 우리가 정보를 관측하는 순간에 있다는 거지.”
자신의 눈을 가리킨 락타샤가 말했다.
“딥웹에서 원하는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암호키나 접속권한이 아니야.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보를 찾기 위한 검색권한이지.”
“검색권한이라.”
“원하는 정보의 위치를 정확하게 검색해서, 영자 단위로 주소를 특정해 접속하는 거지.”
락타샤가 웃었다.
“실제로 그런 검색권한이 존재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보안과 암호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
락타샤의 설명은 꽤 난해했지만, 그럼에도 레녹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전뇌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열람권한이 아니라 검색권한.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검색능력 그 자체에 있다는 의미인가.
그리고, 락타샤의 설명을 듣고서야 레녹은 딥웹의 관리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버려진 네트워크 어딘가에, 아주 강력한 검색능력을 가진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군.”
레녹이 물었다.
“그게 너희들이 말한 아르스노바의 유산인 건가?”
“우리가 그것을 발견한 건 오래전의 일이었어.”
락타샤가 조용히 말했다.
“외부 네트워크 너머에서 정보처리속도가 극도로 느려지는 주소지를 발견하고 탐색을 시작했지. 처음에는 정체조차 짐작하지 못했지만, 오래지 않아 아주 복잡하고 방대한 알고리즘이 그곳에 산적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
“언령회로로 구축된 알고리즘의 구조와 형상을 해석하는 건 굉장히 난해한 일이었지.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들은 꾸준히 시간을 내서 알고리즘을 해석해 내는 데 성공했고…… 마침내 알 수 있었던 거야.”
덜컹!!
그 순간, 정보의 파도로 이루어진 통로 저편에서 거대한 어둠이 퍼져 나왔다.
검은 보석처럼 발광하며 침잠하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듯한 암흑 속.
마치 어둠의 신전처럼 가라앉는 어둠 저편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신상이 하나 서 있었다.
세 개의 팔을 달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한 손을 들어 올린 신상의 모습.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심상치 않은 외견에 레녹이 멈칫거린 찰나, 락타샤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이, 바로 아르스노바에서 사용하던 검색엔진 소프트웨어였다는 사실을.”
* * *
“아르스노바의 검색엔진이라…….”
수십 년 전에 멸망한 중앙도시 아르스노바.
타자의 접근을 불허하는 장막에 가로막힌 채 베일에 싸여 있는 문명의 정수.
이 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힘과 기술력을 자랑했다는 도시의 검색엔진이, 딥웹 어딘가에 버려져 있었다는 말인가.
상서로운 휘광을 감은 신상을 바라보는 사이, 락타샤가 천천히 신상을 향해 다가섰다.
우우우……!!!
가까이 다가갈수록 신상을 중심으로 퍼져나오는 알 수 없는 진동이 접근을 가로막는다.
물끄러미 신상을 올려다보던 락타샤가 말했다.
“셀 수 없는 사전조사를 거듭했지만, 이 프로그램이 왜 여기 버려져 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어.”
“…….”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지.”
레녹을 향해 돌아선 락타샤가 말했다.
“누군가, 시정부 중앙 네트워크에 아르스노바의 검색엔진을 가져와 사용한 적이 있는 거야. 그리고 목적을 이룬 뒤 딥웹 어딘가에 통째로 폐기해 버렸지.”
“…….”
“이 검색엔진이 있다고 해서 아르스노바의 잊혀진 기술이나 기밀 데이터를 마음대로 검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중앙도시의 데이터베이스 대부분은 아르스노바의 멸망과 함께 그 도시 안에 잠들어 있을 테니까. 하지만…….”
“검색능력만큼은 진짜라는 말이군.”
“그래.”
락타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검색엔진을 제대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딥웹 안에 존재했던 어떤 정보라도 찾아서 열람할 수 있어. 이건 그만한 능력을 가진 문명의 유산이니까.”
아르스노바의 데이터를 검색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 검색능력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이 검색엔진을 다른 데이터베이스에 접촉시킨다 하더라도, 그 검색능력 자체가 퇴색되지는 않겠지.
“지금 이 검색엔진은 외부의 접근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어. 우리의 능력으로는 유의미한 피드백을 이끌어내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지.”
“…….”
“다만, 알고리즘을 해석한 끝에 언령회로 내부에 검색엔진의 기능을 통제하는 인공지능이 내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어.”
“인공지능이 탑재된 중앙도시의 검색엔진이라…….”
“아까도 말했지만, 중앙 네트워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당신의 능력이 필요해.”
굳은 표정으로 신상에게 완전히 돌아선 락타샤가 말했다.
“중앙 네트워크에 진입해서 검색엔진의 방화벽을 우회해 내장된 인공지능을 작동시켜 줘. 그게 우리가 검색엔진의 선행 작동조건을 만족시킬 유일한 방법이야.”
이 어두운 신전 안에 세워진 신상이, 중앙도시에서 만들어진 검색엔진이라는 사실은 이해했다.
검색엔진 내부에 해당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한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으며, 그것을 작동시켜 권한 획득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는 것 역시.
하지만 레녹이 검색엔진을 앞에 두고 결정을 고민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락타샤는 아르스노바의 데이터베이스가 딥웹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분명…….’
발칸 음지에 숨어지내는 흡혈귀 의사. 알레한드로 머피.
중앙도시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생존자이자, 유전공학과 생명공학에 뛰어난 소양을 지닌 의사이기도 하다.
레녹이 견뢰의 신분으로 상시 소지하고 다니는 생명유지 장치 역시 그의 작품.
하지만 레녹이 머피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두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아르스노바의 검진기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중앙도시의 검진 기록.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의료 데이터베이스.
만약 이 검색엔진을 정상적으로 작동시켜 머피가 지닌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한다면,
레녹의 프로필이 아르스노바의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고 있던 이유 역시 알 수 있지 않을까.
락타샤에게 검색엔진에 대해 설명을 들은 그 순간부터 레녹은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해두지만 당신이 도와준다고 무조건 성공한다는 건 아니야. 운이 좋아 강인공지능이 깨어난다 해도 그다음 일은 알 수 없지.”
“…….”
“중도에 포기하거나 실패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지만, 성공할 경우 검색엔진의 지분을 당신과 우리가 절반으로 나눠 가지게 될 거야. 이것도 당신의 위상을 고려해서 높게 쳐준 결과-”
“이해했다. 시도해 볼 가치는 있겠군.”
락타샤의 말을 끊은 레녹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슬쩍 신상을 바라본 레녹이 말했다.
“이번 일이 끝난 뒤, 검색엔진의 사본을 하나 받아야겠다.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검색엔진의 용량은 현실에 존재하는 저장장치에 담길 수준이 아니야. 양자연산장치를 사용해도 사본을 만드는데 한 달은 꼬박 걸릴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알아서 하지.”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신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우우웅……!!
신상에 퍼져나온 기묘한 진동이 퍼져 나와 레녹을 밀어내려 하지만, 레녹은 아무렇지도 않게 신상의 앞에 섰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는 것과 동시에, 전뇌정령이 레녹을 매개체로 삼아 전뇌공간에 접속하는 것이 느껴졌다.
‘다비.’
[보고 있어요. 이거 생각보다 엄청난 물건인데요?]레녹의 내면에서 다비가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대답했다.
[제가 지금까지 이 딥웹에서 구경했던 영자 알고리즘 중에는 가장 완성도가 높아요. 이 정도로 복잡하고 유기적인 언령 연산장치를 유기체가 작성할 수 있다니…….]‘검색엔진의 사용 권한을 바로 가져올 수 있겠어?’
[음…… 힘들겠는데요.]드물게도 자신감을 내지 못하는 다비의 모습.
[특정한 조건에서 언령회로 골자가 바뀌도록 설정이 되어 있는데, 해당 조건의 시행횟수가 5만 번이 넘어요. 마력입자의 양면성을 감안했을 때 수십억 번이 넘는 변수를 전부 계산해야 명령어를 탈취할 수 있는 셈인데. 마스터와 제가 영역을 유지하는 시간 안에는 어려울 거예요.]“…….”
가능과 불가능의 문제보다는, 시간과 효율의 문제에 가깝다는 의미인가.
레녹이 생각에 잠긴 사이 다비가 계속해서 설명했다.
잠깐 신상을 들여다본 것만으로 락타샤가 내린 가정보다도 훨씬 더 깊이 있는 추론을 내놓는 다비의 대답.
‘검색엔진의 방화벽을 우회해서 인공지능을 작동시키라는 말이 그런 의미였군.’
[아하, 인공지능이 어디 있나 했더니 아예 검색엔진에 자체적으로 내장이 되어 있나 보네요. 걱정하지 마세요.]다비가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판을 엎지르고 망치는 능력으로는 누구한테도 밀리지 않으니까요!]“…….”
위이이이잉!!
몽상전의경의 영역 안에서 급격하게 밀도가 높아진 마력이 순식간에 다비의 의념을 통해 전뇌공간의 출력으로 치환.
동시에 다비의 의념이 은은하게 발광하는 신상 안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그 순간, 신상 안에서 무언가가 맥동하는 듯한 기이한 위화감이 울려 퍼졌다.
무시할 수 없는 정보의 흐름을 인지하고, 반사적으로 반응해 버린 듯한 움직임.
그리고 다비는 그 위화감을 놓치지 않은 듯했다.
파바바바밧!!!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던 신상의 표정이 순간 무표정하게 변한다.
하늘을 향해 펼쳐 들고 있던 세 개의 팔 중 하나가 구부러지고, 투명한 피부 위로 복잡한 회로의 잔상이 떠올랐다.
우우우우웅!!!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한 진동을 발하는 신상의 모습에, 락타샤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알고리즘이 완전히 망가지면 복원은 불가능해! 그러니-”
“아니.”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신상에서 손을 떼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끝났다.”
“……뭐?”
그 직후,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던 신상의 입이 열리더니 안내음성이 흘러나왔다.
[긴급 프로토콜 발동. 검색엔진 내장 강인공지능 ‘하이베르크’ 작동 완료.]콰아아아앙!!!
신상이 산산 조각나 쪼개지며 그 안에서 희끄무레한 영체가 솟구쳤다.
[알고리즘 수복을 시작합니다.]영체가 무기질적인 음성을 내뱉은 순간, 신상이 시간이 되감기듯 다시 조립되기 시작했다.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군.”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가온 락타샤가, 신상의 머리 위에 떠오른 영체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나를 비롯한 천재적인 해커들이 십년 넘게 노력해도 반응조차 하지 않던 검색엔진이, 이렇게…….”
[알고리즘 수복 완료. 외부 변수 완전 제거 확인.]철컥!!
부서져 있던 신상이 멀쩡한 형태로 수복되어 어두운 공동 아래 바로 선다.
은은하게 발광하던 영체가 깃들자, 신상의 두 눈에 밝은 안광이 들어왔다.
천천히 시선을 돌린 신상이, 레녹과 락타샤를 향해 말했다.
[반갑습니다, 사용자님. 본 아르스노바의 검색엔진 하이베르크는 올바른 사용자를 인식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적합한 권한이나 시동어를 보유하고 계시지 못하신다면, 작동권한 교체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권한 교체? 무슨 테스트를 말하는 거지?”
[하이베르크 검색엔진은 강력하고 우수한 성능 기반 영자회로를 통해 완성되었으나, 언령회로의 자성영역 순환구조의 특성상 오류가 잦은 편입니다.]강인공지능이 레녹의 질문을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답변했다.
[알고리즘에 오류가 생길 경우 작동이 멈추는 경우가 잦아, 특정 테스트를 통해서 권한을 갱신하는 절차가 최신 업데이트 버전에서 추가되었습니다.]“최신 업데이트? 최근에 업데이트가 추가됐다는 건-”
“중앙도시의 기준으로 최근이라는 말이겠지. 혼동하지 마라.”
레녹이 락타샤의 말을 막으면서 말했다.
“요컨대 성능 좋은 검색엔진을 만들기는 했지만, 쓸데없이 고장이 잘 나는 프로그램이라 따로 권한 습득 절차를 만들어두었다는 말이군.”
[아르스노바의 검색엔진 하이베르크는 다차원 데이터베이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탐색하기 위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당 설명은 적합하지 않습니다.]인공지능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레녹이 물었다.
“어떤 기준을 통과해야 권한을 갱신시킬 수 있지?”
[하이베르크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논리적 추론능력과 다차원 복합사고능력, 성능대비 수복 효율성 지표를 계산하기 위한 영역적성이 필요합니다.]강인공지능이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 오백로?!”
“…….”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락타샤가 더듬거리며 반문하자, 인공지능이 자연스럽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백로(烏栢鷺)는 승천자 진둔 자이기스 이더노어가 창시한 추상전략 보드게임으로, 흑돌과 백돌을 사용해 판 위를 점유하고 빼앗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입니다.] [현존하는 보드게임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높은 지적능력과 추론능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창시자 진둔은 이 게임을 후인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었다 밝혔습니다.]“…….”
[해당 보드게임이 결계술을 비롯한 복합 술법진의 학습에 가장 적합한 방식임이 알려진 이후 아르스노바의 귀족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으며, 본 인공지능 역시 오백로 승부를 위한 연산회로를 갖추고 있습니다.]그렇게 설명한 인공지능이 신상의 손을 들어, 느릿하게 사람들을 향해 까닥였다.
[오십시오. 한판, 두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