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riter in the Corner of the Room RAW novel - Chapter 53
53. 분열. (3).
“최대호라면···. 설마 제작팀의 최대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그 친구는 왜···.”
김시우가 최대호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자 박대규가 아닌 비서실장인 이홍준이 핑계를 댔다.
“하···. 하지만 그건 너무 억측이 아닌지···.”
“억측이요? 그럼 왜 진행자가 갑자기 갑작스럽게 제작되었다고 이야기한 거죠?”
“그래도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이홍준이 자꾸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자 김시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제가 지금 하는 것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없는데요?”
“그···. 그렇지만.”
“왜요? 초콜릿 엔터는 해도 되고 저는 하면 안 되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
“조용!”
옆에서 듣고 있던 박대규가 이홍준을 향해 소리쳤다.
“죄···. 죄송합니다.”
이홍준은 자기 실수를 깨닫고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일단은 다음 것도 준비 중이긴 하거든요? 하나 더 올린 다음에 마저 얘기 나눠도 괜찮습니다.”
“잠깐 생각할 시간을···.”
“네네. 천천히 하세요. 아직 음식은 많이 남았으니까요.”
박대규는 머리가 복잡했다.
최대호와는 초콜릿 엔터 초기부터 함께 했던 사람이었다.
초콜릿 엔터가 이렇게까지 커지는 데 그의 공이 절대 적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니 사장인 박대규 입장에서는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럼 ‘돼지컬 100.’ 영상 삭제와 최대호가 잘못을 인정하는 공개 사과 영상을 올리면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하아···. 일단 알겠습니다.”
이러나저러나 회사에 피해는 올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면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사장인 박대규의 역할이었다.
“최대호를 자르면 ‘돼지컬 100’은 계속 사용해도 되는 겁니까?”
“뭐, 마음대로 하세요. 대신 기간은 5일 드리겠습니다.”
김시우의 대답에 결단이 선 박대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아, 계산은 하고 가실 거죠?”
“네.”
박대규는 능청스럽게 회를 집어 먹는 김시우를 보며 마치 한 마리의 뱀처럼 느껴졌다.
‘정말 작가가 맞는 건가? 아니, 그래서인가?’
이미 자신이 도망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문을 열고 나가기 전 김시우가 또 말을 건넸다.
“아! 그리고 최대호 처리는 알아서 잘 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괜히 잡음이 나면 저도 소리를 키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김시우의 협박성 발언에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박대규와 이홍준이었다.
서둘러 회사로 돌아온 박대규는 곧바로 제작팀에 찾아갔다.
“최대호 팀장 어디 있어.”
“팀장님 지금 잠깐 외근 나갔습니다.”
“하아···. 알겠어.”
박대규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최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팀장. 어디야.”
-지금 잠깐 외근 나왔습니다.
“또 다른 사람 아이디어 훔쳐서 콘텐츠 제작하려고?”
-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궁금하면 내 사무실로 찾아오게. 아무리 늦어도 오늘 중으로 꼭 찾아오게.”
뚝.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오라는 통보를 한 뒤 박대규는 ‘돼지컬 100’에 대한 자료들을 전부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하아···. 김시우가 말한 것처럼 그 사람이 말한 날 다음부터 갑자기 기획되었어. 더군다나 제작한 사람은 최대호 본인이 아니고···. 분명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부하직원에게 양보하는 척했겠지.”
박대규도 이 바닥에서 한참을 구른 사람이었기에 최대호의 속셈을 단번에 파악했다.
“이 자식 아직도 이 짓을 하고 있었다니···.”
예전에도 이런 적이 몇 번인가 있긴 했었다.
그때마다 최대호와 마찰이 있었지만, 늘 결과는 좋았기에 박대규도 모른 채 눈감아 주었다.
결국 계속된 성공에 초콜릿 엔터는 작은 영상 제작 외주 업체에서 대형 너튜버들이 넘치는 회사로 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최대호와 멀어졌기에 그가 아직도 이런 짓을 벌이고 다니는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박대규였다.
시간이 지나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최대호가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최대호입니다.”
“들어와.”
최대호가 어기적거리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자 박대규가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시길래. 그렇게 죽일 듯이 노려보십니까?”
“너···. 알고 있었지.”
“뭐를요?”
“김시우 작가가 왜 계속 웹드라마로 우리 회사 너튜버들을 저격하는지.”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잘못은 너튜버가 했지 제가 했습니까? 왜 저한테 화를 내시는 거죠?”
계속해서 발뺌하는 최대호에게 박대규가 ‘돼지컬 100’의 서류를 던졌다.
“이거! 김시우 작가가 보여준 아이디어라며!”
“···.”
서류에 맞은 최대호가 잠시 고개를 숙인 뒤 다시 고개를 들어 박대규를 바라보았다.
“예! 제가 훔쳤습니다. 그래서요? 이 바닥 원래 이런 거 사장님도 알고 계셨잖아요. 이렇게 훔친 아이디어?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사장님도 그래서 눈감아주신 거 아니셨습니까?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 그 자리에 앉아계신 거잖아요!”
쾅!
최대호의 말에 박대규가 책상을 내려친 후 어금니를 꽉 물고 말을 건넸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
하지만 최대호는 그만하자는 박대규의 말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놈들은요. 저희랑 다른 놈들이라고요. 그 정도 아이디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생각해 내는 놈들입니다. 저희랑은 다른 천재라고요. 저희가 평생 따라 하려고 공부를 해도 따라가지 못한다고요. 그래서 훔쳤습니다! 저희한테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해서라도 성공하고 싶었으니까. 인정받고 싶었으니까!”
최대호가 속에 있는 자격지심을 터트리며 전부 쏟아내듯 이야기했다.
“그만하자고! 내일까지 ‘돼지컬 100’ 영상 내리고 네가 직접 사과 영상 올리든지. 아니면 다시는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고 해고당할 건지 결정해.”
“제가 왜요!”
“김시우 작가가 그걸 원하니까.”
“그러니까! 그 새끼가 뭐라고.”
“나 이 회사 사장이야. 회사의 피해를 줄일 의무가 있어. 그래도 난 자네를 잃고 싶진 않아.”
회사에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최대호를 해고하는 게 제일 좋은 선택이었지만, 박대규는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최대호와 함께하기로 했다.
그에게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재능은 없지만, 편집실력과 안목은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런 그라면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다시 복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물론, 그것은 박대규만의 생각이었다.
“아니! 전 못합니다. 저를 자르든지 마음대로 해보시죠. 저도 가만히 안 있을 테니까.”
최대호가 거칠게 사무실 문을 열며 나가자 박대규는 머리를 감싸며 의자에 앉았다.
“하아···. 대호야. 왜 그렇게까지 변한 거야···.”
이후 박대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고, 김시우는 다음 공격을 준비 중이었다.
***
5일이 지났지만, 초콜릿 엔터에선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최대호가 사과할 인간이었으면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박대규도 최대호를 내치지 못하는 걸 보면 박대규에겐 최대호라는 사람은 많이 중요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박대규의 사정이기에 당연히 김시우는 곱게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기간이 지났네? 사과 영상 올려.”
“네.”
김시우는 전에 찍은 사과 영상을 게시함과 동시에 촬영 준비를 서둘렀다.
“그리고 7번 대본 준비 됐어?”
“네!”
리벤지 필름의 팀원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럼 바로 촬영 들어가자고.”
김시우가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는 사이 박대규와 최대호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 갔다.
“최대호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최대호에게 사과 영상을 올리라고 말한 날 이후 5일 동안 최대호는 잠수를 타버렸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최대호를 해고하려는 순간 박대규의 스마트폰이 연달아 울렸다.
지이이잉.
“뭐지?”
도착한 두 개의 메시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하나는 김시우가 올린 영상에 관한 내용이 담긴 메시지.
나머지 하나는 최대호가 보낸 회사 비리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이···. 미친 새끼가···.”
김시우의 일로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최대호는 혼자 죽을 수 없다며 그동안 자신이 모아온 회사의 비리 자료들을 뿌려버리겠다며 협박성 글을 보냈다.
이제는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박대규였다.
오히려 최대호가 가진 자료들이 뿌려지면 말 그대로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몰랐다.
“이러면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박대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그러는 동안 김시우는 빠르게 저격용 웹드라마의 촬영을 시작했다.
주인공은 심지영.
이 복수극의 마침표를 찍을 배우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동안 다른 배우들이 웹드라마를 찍는데 심지영이 조용히 있었던 이유였다.
“마지막은 내가 해야 한다고 해서 그동안 말없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마지막이 빨리 왔네?”
“그러게요. 다 그 깡패 너튜버 덕분이죠.”
깡패 너튜버가 김시우의 차를 부수는 것이 화제가 되어 초콜릿 엔터와 김시우의 채널은 사람들의 이목을 더욱 크게 끌었으며, 현재 그 깡패 너튜버는 집행유예 기간에 사고를 쳤기에 실형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아무튼 오늘도 완벽한 연기 부탁드립니다.”
“네, 작가님. 저만 믿으세요.”
장난꾸러기처럼 미소를 짓는 심지영의 모습에 김시우는 단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그녀는 그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큐!”
이유진의 큐사인과 함께 심지영이 연기를 시작했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MCN(Multi Channel Network)(다중 채널 네트워크) 회사의 제작 팀장이었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쳐 교묘하게 바뀐 뒤 콘텐츠를 제작해 성공 가도를 달리는 역할이었다.
그렇다.
이 배역은 바로 최대호를 모티브로 한 배역이었다.
당연히 결말은 그 사실이 들통나게 되어 모든 걸 잃게 되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심지영은 엄청난 연기력을 뽐내며 주변 배우들의 존재감까지 지워버리는 듯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촬영이 끝나자 이유진을 포함해 스태프들과 배우들까지 진짜 탑배우라는 게 어떻게 다른지 알아버린 듯했다.
“서···. 선배님 사인 한 장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아유, 그럼요 사진도 찍어드릴게요.”
“꺄악! 감사합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심지영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는 사이 몇몇 배우는 멀리서 허탈한 표정으로 심지영을 바라보기만 했다.
김시우는 그들이 허탈하게 심지영을 바라보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바로 박탈감.
과연 자신이 저 정도의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상대적 박탈감이었다.
압도적인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산물을 눈앞에서 보자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을 느낀 것이었다.
하지만 한편, 그 모습을 본 김시우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그들이 진심으로 연기를 생각한다는 것이었으니까.
‘이번 일이 끝나면 배우팀도 새로 꾸려야겠네.’
“무슨 생각해?”
어느새 사인과 사진 촬영을 마친 심지영이 생각에 잠긴 김시우에게 다가왔다.
“그냥, 이번 일 끝나면 뭐 할지 고민 중이요.”
“이참에 좀 제대로 놀아 보는 건 어때? 여행을 간다든지. 아니, 너 보면 쉴 때 맨날 집에서 잠만 자잖아. 그리고 일어나서 또 글 쓰고. 그게 무슨 휴식이야.”
“한 번 고민은 해 볼게요.”
***
며칠 뒤 편집을 마친 웹드라마가 드디어 올라갔다.
마지막 웹드라마의 제목은 ‘도둑질의 최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