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199
나갈 땐 마음대로 못 나갑니다
온라인 콘서트는 테오라를 위해 재능 기부(?)를 하는 팬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테오라와 하눌 엔터는 ‘팬서비스에 후한’ 아이돌이라는 부가적인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테오라에 관한 간단한 퀴즈만 맞추면 온라인 콘서트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니. 자원봉사 차원에서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다섯 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을 투자해서 고퀄 콘서트를 열어주는 건 차원이 다르다.
VOD는 유료로 판매하게 됐지만, 그마저도 놀라울 만큼 저렴했다. 영화관에서 진행한 온콘 상영회 티켓도 다른 아이돌의 티켓과 비교하면 거저였다.
상술에 찌든 아이돌 판에서 테오라는 한 줄기 빛이었다.
아이돌을 런칭한 회사에서는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라고 비난했다. 돈을 안 받고 어떻게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하겠냐며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한 것들이라고 이를 갈았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볼모로 삼아서 뽑아먹을 수 있을 만큼 쪽쪽 뽑는 것, 그것이야말로 아이돌 회사의 존재의의 아니던가.
어쨌거나 다른 아이돌 기획사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행보였다. 앨범 포토 카드 판매방식이라거나 티켓 가격 책정도 타 기획사와는 궤가 달랐다.
“손중기 이 자식은 아이돌 사업을 취미로 하나.”
하눌 엔터의 손 대표가 알부자라는 사실은 이미 다들 알지만, 예상보다 훨씬 부자인 모양이었다.
숨겨진 재벌 3세 아닌가 했지만, 배우 매니저로 바닥에서부터 구르던 시기를 봐왔던 터라 그 가설은 기각됐다.
“…제 살을 깎아 먹으면서라도 점유율부터 올려보겠다는 속셈인가?”
아이돌을 상품에 비유하면, 인지도는 점유율쯤 되지 않을까. 점유율부터 높여서 충성 고객을 만든 다음, 가격을 서서히 높이려는 전략일지도 모른다.
키씨 엔터의 대표 기용수는 하눌의 행보를 유심히 관찰해보기로 했다. 만약 이 전략이 먹혀든다는 결론이 난다면 자신도 시도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바닐라진도 이제 6년 차. 마의 7년 차를 넘기고 재계약을 성공적으로 진행한다는 보장이 없다. 되도록 잘 달래보겠지만 입대 문제도 걸려 있어서 쉽지 않으리란 건 확실했다.
신인 그룹을 성공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었다.
“부럽구만….”
비상장회사인 하눌 엔터의 손 대표는 주주와 의견이 달라 기 싸움할 일은 없을 테니까. 키씨 엔터를 세웠고 나름대로 잘 키워왔다고 자부하지만, 때때로 프로듀서였던 옛날이 그리웠다.
다 때려치우고 낭만 넘치던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드는 걸 보면 늙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년퇴직이 임박한 회사원이 귀농을 꿈꾸는 것 같지 않나.
“손 대표는 효자 같은 테오라가 있어서 좋겠네.”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희망이지만 그런 놈들을 미리 낚아챌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기용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들었다. 연습생들이 한창 연습에 매진하고 있을 연습실로 갈 작정이었다.
혹시 연습생들 가운데 긁어주기만을 기다리는 복권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 복권이 낙첨일지 당첨일지는 데뷔시킨 후에나 긁어볼 수 있겠지만 말이다.
* * *
처음 하는 온라인 콘서트 무대. 내가 생각해도 그 무대에서 날아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 여파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찾아왔다.
먹을 것에 정신이 팔려서 그랬을까? 우리를 치켜세워 주시는 관계자분들의 칭찬에 들떠있어서 그랬을까? 뒤풀이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게 배가 빵빵해지도록 채우고 숙소로 돌아가 숨을 돌리자 피로가 순식간에 몰려왔다. 그래도 하룻밤 푹 자고 나면 웬만큼 괜찮을 거라 넘겼다.
이제까지 그래왔으니까. 다음날도 오후에 가벼운 스케줄밖에 잡혀 있지 않아서 다음날까지 쉬엄쉬엄 움직이면 컨디션을 대부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회복력을 맹신한 오판이었다.
준현 형은 침대에서 끙끙대면서 일어나지 못하는 우리를 하나하나 깨워서 죽을 먹였다.
서혼 형까지 아침 운동을 빼먹었다고 하니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실감이 들었다.
서혼 형도 그런데 우리야 뭐….
“이럴 줄 알았다. 근육통이랑 몸살 약 가져왔으니까 죽 다 먹으면 먹어라.”
“끙, 준현 혀엉…. 죽을 것 같아요….”
가벼운 수저를 든 박하의 손이 달달 떨렸다. 오란은 전복죽을 한 입 떠먹고 힘든지 한숨을 푹 쉬었다.
“체력 조절 완전 실패네. 내가 신경 썼어야 했는데.”
“우리 전부 콘서트는 처음이었어. 완벽할 수는 없잖아. 초록아, 넌 충분히 잘했어.”
초록 형이 착잡한 듯 눈을 가리는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잘게 떨리는 팔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초록. 리더가 슈퍼맨이야?”
지온의 말은 리더가 무슨 초인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냐는 의미 같았다.
남 손에 맡겨두는 것보단 자기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초록 형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일 같기도 하다. 그렇다 쳐도 과하다.
“모든 걸 전부 책임지려고 하지 마. 그럴 의무 없으니까.”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오란까지도 초록 형을 지긋이 응시했다.
“…음. 그래. 일단 알았어.”
정말 알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넘기려고 알았다고 대답하는 것 같은데?
한 소리 덧붙이려다가 피곤해서 쌍꺼풀진 초록 형의 눈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기회는 나중에도 올 테니까.
“아무래도 스케줄 취소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아요! 금방 끝나는 스케줄이기도 하고 근육통 있긴 한데 움직일 만은 해요!”
낑낑대는 게 신뢰는 가지 않지만, 극구 우기는 멤버들을 말릴 수는 없었는지 준현 형은 이따 다시 오겠다며 숙소를 떠났다.
“온콘 반응 좋던데.”
오란은 팬카페와 SNS 반응을 가볍게 살폈다고 했다. 우리의 한계 이상으로 체력을 소모하긴 했어도 틀림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거기다 호의적인 반응이라니, 팬들에게 우리의 진심이 전해진 듯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은 팬들의 마음을 확신하게 된 것 같다.
* * *
[테오라 무료 온콘 한 거 앎?]나 타팬인데 무료 온콘이라고 해서 구경가봤음. 무료는 못 참지ㅋㅋㅋ
티비에서 나오는 거 보면 테오라 호감이라서 봐도 시간 낭비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음.
무료이긴 했는데 입장 조건이 있었음. 퀴즈 맞추기였는데 테오라 영상 좀 봤다 하는 사람이면 모를 수가 없는 문제였음ㅋㅋ
테오라 여덟 번째 멤버를 묻는 거였는데, 힌트로 이니셜이 HH이라고 알려줌ㅋㅋ
아마 요즘 ‘관찰 금지’로 유입된 팬들도 쉽게 들어가서 볼 수 있게 정했나 봄.
테오라 팬인 친구는 영화관에서 봤다고 했는데 음향 효과도 빵빵하고 팬들이랑 같이 응원도 할 수 있어서 또 상영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현장 콘서트 하면 티켓 잡기도 ㅈㄴ 힘들고 좌석 먼 곳 걸리면 망원경으로 봐도 눈코입 보기 드럽게 힘들잖아?
콘서트 가려면 때 빼고 광내야지, 왔다 갔다 하는 교통비에 숙박비도 들지, 그렇게 가도 애기들 얼굴도 제대로 보기도 힘들지. 그거 따지면 나쁘지 않은 거 같더라.
콘서트의 생생한 현장감이랑은 비교하기 힘들겠지만, 상황이 안 따라줄 때는 나쁘지 않은 듯?
게다가 이번 온콘 다섯 시간이나 했음! 테오라 앨범은 여러 개 냈어도 신인이고 싱글, 미니 앨범이라 그것만 다 하고 끝날 줄 알았거든? 근데 개 혜자더라. 커버곡 무대 퀄도 장난 아니었고 함이원이 작곡한 미공개 곡도 들려줌. 드라마 OST 무대도 보여주고.
10년이 넘는 콘서트 관람 경력으로 단언하건대 얘들 무대 체질이 분명함!
요즘 신인들 음방에서는 라이브 AR 깔고 가고 무대 길게 보여주는 경우 별로 없잖아. 홍보할 때도 하이라이트 부분만 보여주고. 그래서 그런지 앞 세대 아이돌보다 콘서트 라이브 능력이 떨어지더라고?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그랬다는 거임. 반박 시 네 말이 맞음^^
어쨌거나 가끔 두세 곡 부르고 허덕이는 아이돌 보면서 저거 콘서트는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테오라는 잘하겠더라.
왜 안 지쳐? 로봇이야? 얘들 안무도 격하고 노래도 쉽지 않거든? 근데 흔들림도 없어.
팬이 아닌데도 눈을 뗄 수가 없더라. 티비에서 나왔으면 채널 못 돌렸을 거고 뉴튜브 광고였어도 끝까지 볼 수밖에 없었을 거 같음.
예전에 비슷한 느낌 받았던 아이돌 그룹 있었는데 지금 1군 아이돌임. 그니까 내 말은 테오라가 앞으로 K팝의 대들보가 될 새싹이다 이거임!
본진이 따로 있기는 한데 테오라도 찍먹해 볼 생각.
성장 서사 완벽하고 멤버들 전부 본업 천재고 멤버들끼리 관계성도 좋고 다들 귀여워서 지켜보다 보면 이빨 건조해짐.
무해한 애들이라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 자극적인 맛을 지금까지 잔뜩 먹어와서 그런지 이런 순한 애기들 보니까 정화된다ㅋㅋ 팽팽하게 당겨진 아이돌계에 편안함을 가져다준다고 해야 하나?
한마디로 완전 힐링돌.
본의 아니게 주절거렸는데 결론은 테오라 온콘 VOD 사도 후회 안 한다는 거! 가격도 저렴하니까 되도록 큰 화면으로 스피커 빵빵한 곳에서 감상하기를 추천함.
– 이게 테오라 팬이 쓴 게 아니라고? 구라 적당히 쳐라
└ㅋㅋㅋㅋㅋㅋㅋ
– 와 가격 뭐임? 거의 공짠데? 일단 지른다
└온콘도 팬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한 거라 영상도 싸게 풀었나 봄. 나도 일단 구매 갈김
– 코티지라서 행복해요♥ 어덕행덕!
└코티지? 테오라 팬덤 이름임? 뭔 뜻?
└아직도 코티지의 뜻을 모르신다면 가르쳐드리는 게 인지상정! 코티지란…
–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된 댓글입니다)
└분탕질하지 말고 꺼져 고소 크리 맞고 싶냐?
– 팬 미팅의 탈을 쓴 팬콘을 할 때부터 알아봤는데 얘들 콘서트하면 팬들 집에 안 보낼 각
└ㅇㅈ 누가 무료 온콘을 다섯 시간을 함? 돈도 못 버는데? 진짜로 돈 벌 수 있는 현장 콘서트면 팬들 본전을 찾으라고 개오래할 듯
└그럼 밤새는 거? ㅈㄴ좋아 꼭 간다
└티켓팅 성공할 수만 있다면
└무대 장인들이 하는 본전 안 아까운 콘서트? 콘서트광인 내가 빠질 수 없지
– 실시간으로 티켓팅 경쟁률 높아지는 소리 들리네
– 인기 한창 올라가고 있을 때 무료 콘서트를 해버린다는 게 보통 멘탈로는 어려운 거 아님?
└연습하고 콘서트 준비로 쓴 시간이 적진 않을걸? 요즘 테오라 잘나가서 돈 쓸어 담을 텐데. 기회비용 엄청났을걸
└팬들한테 진심이라는 거지. 아니었으면 회사에서 시켰어도 최소 시간만 채우고 홀랑 내려갔을걸. 내 본진처럼……….
└토닥토닥
– VOD 노래 부분 유행곡 많던데? 아닌가? 나 테오라 팬이었나? 왜 타이틀을 다 앎??
└나도 왜 아는 거rㅋㅋㅋ
└신인상 아무나 타나요~^^**
– 마인드가 된 거 같음. 제발 이대로만 커줘라ㅜㅜ
└걱정마세요! 테오라 모범돌 모먼트 모음 영상☆ https://www.newtube.com/watch?v=tUbVy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마음대로 못 나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