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258
항상성
[엄마한테 스폰 받는다고 오해받은 썰 풉니다ㅋㅋ] [자꾸 이상한 제목으로 글 리젠되는데 사이트 해킹당했어?] [스폰설 당사자라고 지목당한 아이돌의 충격적인 라방.avi]….
[테오라 함이원의 스폰설 해명(?) 타임라인 순으로 총정리해줌]소규모 커뮤니티에서 스폰 의혹 글이 올라옴. 아이돌 그룹 T의 메인보컬 H라고 거의 누구라고 대놓고 알려주는 수준으로. 쉽게 안 낚이는 사람들 때문에 글 작성자가 빡쳤는지 증거라고 동영상 올림. 지금은 글삭했는데 동영상은 남아있어서 찾아옴!
(동영상)
광고사 여자 대표라는 영상 속 여성분과 테오라 함이원의 행동과 표정을 지적하며 빼박 스폰서라고 우기기 시작.
마침 함이원이 전시회 관람하는 김에 라방을 켬. 스폰설 주장하는 안티가 채팅창에 등장. 그래도 팬들은 무시하고 얌전히 작품 감상함.
(동영상)
때마침 전시회장에서 여성분 하나를 마주치는데 ‘광고사 여자 대표’였음! 거기다 아는 척까지 함.
당연히 안티들이 그거 보라면서 풍악을 울리면서 우르르 대거 등장. 바로 강퇴 파티!
잠깐 대화하는 사이 전시회를 연 화가도 만나기도 하는데, 그 화가가 바로 함이원 아빠! 예전에 콘서트에서 얼굴 살짝 드러낸 적 있어서 일부 팬이 알아봄.
(동영상)(동영상)
근데 그분이 광고사 여자 대표한테 가서 자연스럽게 허리에 팔을 두르네? 가볍게 볼 키스도 하네??
라방 시청자들이랑 함이원이랑 같이 온 배우 태규영도 단체 패닉에 빠짐.
결론은 그 광고사 여자 대표가 함이원 엄마였음. 그니까 함이원은 아빠 전시회에서 라방해 보려고 왔던 거고 거기 엄마도 들렀다가 이런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 거ㅋㅋㅋ
(세 줄 요약)
1. 테오라 함이원이 광고사 대표한테 스폰 받는다고 의혹 제기
2. 전시회 관람 중에 둘이 만나는 장면이 라이브 방송을 타서 채팅창 난장판
3. 알고 보니 함이원 아빠 전시회였고, 광고사 대표=함이원 엄마였다는 진실이 밝혀짐
p.s. 스폰서 아니면 장 지진다던 안티들 어디 갔음?^^
– 이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막장 드라마 찍을 필요 없네!
– 길길래 맨 아래로 내려옴 깔끔한 요약 감사
– 아가리 파이터들 꼬리 말고 숨었죠~?
└미리 밝혔으면 됐을 걸 숨겨서 지들 기만했다고 난리치는 중
└헐ㅋㅋㅋㅋㅋ
└지구가 지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아나
– 영상 정주행함. 근데 타이밍이 너무 공교로운데?
└전시회는 두 달 전에 날짜가 정해졌다고 함. 단순한 우연임
└원래 현실이 더한 법
└우연이 원래 그런 거야~
– 태규영 뭐ㅋ 씬 스틸러ㅋㅋ
└시선강탈 ㅋㅋ누가 짤 좀 쪄줘ㅜㅜ
– 게시판 난리 날 만하다
└난 음란 광고 글 올라온 줄 알았음ㅋ
– 그러니까 함이원이 단독 광고 찍었다는 거죠?
└그러네..? 광고 회사 대표인 엄마를 광고 촬영 현장에 만날 일이 그거 빼곤 없지?
└무슨 광고 같음?
└영상으로는 모르겠음 남돌이 할만한 광고니까 로드샵 화장품? 아웃 도어 브랜드?
– 하눌에서는 빨라도 내일 공식 입장 내놓겠네
– 현 시각 머글 반응 장난 아님
└누구한테나 어처구니없을 사건ㅋㅋ
└테오라 해외 팬덤 성장하는 추세라 이 일이 해외로 수출되는 것도 시간문제
└아 쪽팔려ㅋㅋㅋㅋ
– 가만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 함이원 아빠는 유명 화가, 엄마는 광고사 대표? 금수저네
└함이원 아빠 ‘지수함’ 작가는 전시회 한 번 열 때마다 몇억 단위로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 일러스트레이터로 기업과 콜라보도 종종 하는 성실한 화가.
└함이원 엄마는 광고사 더연 네트웍스의 오너이자 대표. 더연 네트웍스는 창립 이래 무섭게 성장해 이제는 대기업 광고까지 맡는 젊은 감각의 광고사.
└어쩐지 귀티 철철 흐르더라
└단독 CF 찍을 정도면 지금은 함이원이 더 잘 벌지도 모름
└금수저에 본인도 능력 있네 부럽다
– 올해 최고의 반전ㅋㅋㅋ 사실 찐 스폰설로 끝나도 안 이상한데
– 애들이 얼마나 모범적인데. 팬들은 다 믿고 잇었음
└진짜 의심 안 했다고? 먼지 한 톨만큼도? 털면 다 나오게 되어 있음
└ㅎ…
– 누가 저 글 올린 사람 신상 안 털어주나
└조만간 털릴 듯. 누가 안 털어도 하눌에서 고소하면 경찰서 갈 테니까 저절로 알게 되겠지
– 이 글 자꾸 누가 퍼가냐ㅋㅋㅋㅋㅋ 왜 가는 곳마다 보이는데?ㅋㅋㅋㅋ
└커뮤 폐인임?
* * *
아이돌은 본업만 잘한다고 전부가 아니었다. 우상으로 남아서 팬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의무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스폰설은 자칫 잘못 대응했다간 테오라의 위상이 흔들릴 만큼 위험한 건이었다. 명확한 증거 없이 해명했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멤버 한 명의 일탈이라 할지라도 아이돌 그룹이 가진 무형의 가치가 깎여나가면 다시 회복하기 쉽지 않았다. 문제 멤버가 탈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흔해져서 예전보단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명백한 오점이 남게 된다.
아이돌 팬들은 황당한 가짜 뉴스로 끝난 이 사건에 놀라고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카더라가 실제로 밝혀져서 탈퇴한 아이돌 멤버 한둘은 좋아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때 전부 다 거짓말이나 오해이길 마음속으로 빌지 않았던 사람은 얼마 없었다.
결국 단순 해프닝으로 밝혀져 웃긴 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그들을 주시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테오라는 일상으로 복귀해가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진정됐으니까 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네. 다들 수고했어.”
“도와줘서 고마워.”
혼자였더라면 지금처럼 빠르고 유쾌하게 처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별말씀을.”
“정 고마우면 밥이나 사던지.”
“좋아. 오후에 회사 가야 하니까 바로 점심 먹으러 갈까? 내가 살게.”
“올! 이원 형 행동력!”
마침 오전 연습을 마치고 슬슬 점심 식사를 준비하려던 차였다. 대충 모자를 뒤집어쓰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멤버들이 방에 들어갔다가 주섬주섬 겉옷을 걸쳐 입곤 현관 앞쪽에 모였다.
“잠깐!”
박하가 다급히 우리를 불러세웠다.
“왜? 뭐 빠뜨렸어?”
“아니이! 설마 그대로 나갈 건 아니지?”
“이 차림이 어때서?”
아침에 일어나서 격한 운동을 마치고 샤워하고 깨끗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멀리 나갈 것도 아닌데 굳이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할까?
“스케줄 없을 때니까 옷은 편하게 입는다고 해도, 머리는! 입술은!”
멤버들의 모습을 훑어보면서 내 상태를 떠올렸다. 입술은 원래 붉은 편이라 괜찮지만, 염색과 탈색을 반복한 머리카락은 개털이 된 지 오래였다.
아이돌의 숙명 같은 문제였다. 아무리 케어를 한다고 해도 찰랑찰랑 윤기 나는 머릿결을 가질 순 없었다.
화면상에 머릿결이 좋아 보이게 나오긴 하지만, 그건 다 헤어 디자이너님이 신의 기술로 감쪽같이 둔갑시켜둔 거였다. 그래도 모자 쓰고 가는 데다 벗을 일도 딱히 없을 테니까 괜찮지 않나?
“지온 형! 여기 립밤 있으니까 이거 발라! 모자만 쓰면 다 가려지는 줄 알아? 혼이 형 그 색상 조합은 도대체…! 기강이 해이해졌어, 기강이!”
잔뜩 무게를 잡아도 박하의 잔소리는 컁컁대는 강아지의 울음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물론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랬다가는 귀찮은 일을 맞이하게 된다.
“알았어, 박하야. 뭐 하면 되겠어?”
박하의 취급 방법을 익힌 지 오래인 멤버들은 얌전히 박하의 챙김을 받았다.
입술 색이 옅어서 아파 보이는 멤버에겐 촉촉한 립밤을 발라주고, 푸석푸석한 머리는 헤어 오일을 발라 쓱쓱 만져줬다.
박하가 분주하게 움직인 결과, 멤버들 모두가 모자를 벗어도 부끄럽지 않은 꼴은 됐다.
“이 다크서클은 어떡해. 잠깐 밥 먹으러 가는 거니까 봐주는 줄 알아! 어휴, 이러고 나가서 우리 팬이라도 마주치면 어떡해?”
“어떡하긴. 그냥 이러고 만나는 거지. 팬들도 이젠 우리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받아들일 때도 됐어.”
그러는 홍오란은 평소에도 피부 관리에 철저하다. 머리가 조금 길어서 삽살개 같긴 하지만, 지금도 얼굴에도 뭔가 찍어 바른 것 같았다.
“이익! 정말 그럴 거야?”
“그럴 건데.”
홍오란은 심심풀이로 박하 신경을 긁는 것 같다. 박하는 찌르면 찌르는 대로 바로바로 반응하니까 장난 거는 보람이 있겠지만.
“이제 됐지? 얼른 밥 먹으러 가자. 배고파서 배가 홀쭉해졌으니까.”
일어난 순간부터 잔뜩 먹어야 하는 초록 형인데 오전에 차기 앨범 맞이 단체 운동까지 격하게 했다. 배 속이 텅텅 빌 만했다.
“지금 허리 재면 20인치 나올 것 같은데.”
그만큼 배고프다는 뜻이겠지만, 과장도 이런 과장이 없다. 허리가 20인치면 연예 기사로 대서특필되고도 남을 텐데. 연예 뉴스 란에는 SNS에 올라오는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사생활도 전부 보도되니까 말이다.
시답잖은 주제로 쓸데도 없는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밴을 타고 이동해 회사 앞에서 내렸다. 같이 점심 먹고 회사에 가려고 숙소에 온 준현 형과 두열 형까지 더해져서 북적북적한 인원이었다.
내가 고른 곳은 한우 정육 식당이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소고기를 먹을 수 있으면서도 한턱낸다는 기분을 낼 수 있는 식당.
우리는 룸을 잡고 앉았다. 총 8명이라 네 명씩 한 테이블에 앉기도 좋았다.
신선한 재료를 고르는 눈이 좋은 지온과 먹는 데 일가견이 있는 초록 형이 고기를 골랐다.
“금수저 이원아, 나 맘껏 먹어도 될까?”
초록 형이 ‘맘껏’이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살짝 겁도 났지만, 고마움의 의미로 점심을 사기로 했으니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설마 파산은 안 하겠지.
“얼마든지.”
“된다고 했다? 다들 들었지? 백 년 만에 허리띠 풀어야겠네~”
“초록 형은 식도에 다른 아공간으로 연결되는 문이라도 달린 거 아니야?”
“아무리 위가 먹고 싶은 만큼 늘어난다고 해도 배가 안 나올 수가 없는데. 초록이 배 나온 거 본 사람?”
초록 형이 빵빵하게 부른 배를 우리에게 자랑한 적은 없지만, 그 정도 먹었으면 옷 밖으로 티가 나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왜 본 적이 없지…?
“밥 먹을 때 화장실 자주 들르는 타입도 아니고. 도대체 먹은 게 어디로 가?”
“글쎄? 나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먹어와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어릴 때부터? 엥겔 지수 엄청났겠네. 웬만한 집은 감당 못 했겠어. 우리 집도 휘청휘청했겠다.”
서혼 형네 집은 부모님이 식당을 하셔서 웬만하면 식비 걱정까진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추가됐다.
“내가 그래서 우리 영감이랑 엄마한테 잘하지.”
어머니한테는 애교 넘치긴 했지만, 아버지인 남 배우님한테는 속 썩이는 아들처럼 굴던데. 그래도 본인이 그렇다고 주장하니까 그런 걸로 믿어줘야겠다.
치익?
달아오른 불판에 고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영롱했다. 선명한 마블링이 돋보이는 고기는 곧 육즙을 머금고 먹음직스럽게 익어갔다.
“역시 소고기는 레어지.”
난 미디엄 웰던으로 먹는데 맛잘알 초록 형이 레어가 진리란다. 육회로도 먹는데 핏기만 없으면 되는 거 아니겠냐는 논리였다.
단순히 빨리 먹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야?
배가 어느 정도 차고 물냉면과 비빔냉면, 된장찌개를 취향대로 시켜 입가심까지 했다. 멤버들은 식사를 거의 마친 후였다. 물론 초록 형은 제외.
“식단 관리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 만찬이니까 든든히 먹어 둬라.”
준현 형 입에서 나온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나를 포함한 멤버 전체가 바짝 긴장했다. 차기 앨범 컨셉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알지만, 풀과 닭가슴살, 단백질 쉐이크로 도배된 식단을 받게 될 미래가 두려웠다.
위에 저장이라도 해두고 싶은 마음으로 젓가락을 다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