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57
0057 / 0923 ———————————————-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는데요…소제목은 그냥 이 스타일로 가려구요…^_^;
아치와 라스를 비롯한 남자들이 나름대로 겨울을 날 정도의 집을 짓고 땔감을 모아들이고 있는 사이, 마을 아낙과 아이들은 다 타버린 밭을 일구며 살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힘든 일을 하는 틈틈이 라스는 아치에게 글을 배웠고, 이제는 처음 아치에게 빌렸던 기사 이야기라는 책에 적혀 있는 단어를 이해하고 문장을 읽을 수 있게 되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생각 외로 잘 배우는데요? 거봐요. 기본 글자를 읽고 쓰고 그 기본 글자로 단어를 조합해 그 단어로 문장을 배우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했잖아요?”
나름대로 자신의 가르침을 꾸준히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라스가 대견하게 생각된 것인지 아치도 힘든 일도 하고 자신의 공부를 해야 하는 와중이었지만 라스가 글을 읽고 쓰는 일을 열심히 도와주었다.
공부하고 집을 짓고 하는 틈틈이 라스는 활과 화살을 가지고 산중으로 들어가 산짐승을 잡아와 마을 사람들이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이렇게 사냥을 해서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해준 탓인지 어느덧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라스를 한 가족처럼 여겨 주었다.
이제는 가을의 초입으로 들어서고 어느덧 밭의 곡식이 나름대로 그 결실을 맺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때까지도 모니크는 라스와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라스는 다른 사람이나 모니크의 일을 도와준다거나 말을 건다던가 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의 노력 때문인지 모니크가 예전처럼 혐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거나 라스가 무슨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잔뜩 경계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만, 그래도 라스와 함께 있는 것을 여전히 달가워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라스가 처음 모니크를 보았을 때 분명 아치의 아내나 그와 결혼이라도 할 사람으로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지나 조금씩 알게 된 것은 분명 아치는 모니크와 결혼을 한 사이도 아니고 그녀에게 특별한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처음에는 짐작 뿐이었지만 함께 지내다 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모니크의 모난 성격 때문인지 마을 남자들 중에서도 모니크를 믿는 사람들은 있어도 그녀에게 특별한 마음을 품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어느 틈인가 자꾸 모니크에게 시선이 돌아간 라스는 그녀와 어색하게 지내는 것이 마음에 걸려 고심 끝에 모니크가 혼자 있을 때를 기다려 슬며시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뭐야?”
조심스레 다가간다고 한 것이지만 모니크는 뒤에도 눈이 달렸는지 대뜸 라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퉁명스럽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마을을 위해 노력한지 오래 되었지만 라스는 그녀가 퉁명스럽게 말을 받아 넘기자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그렇게 화 좀 내지 마! 내가 못 마땅한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한테 특별히 잘못한 일은 없는 것 같으니 말이야!”
무슨 말을 할까 내심 많이 준비를 했지만 이렇게 밖에는 말이 나오지 않아 많이 어색하기는 했다. 그러자 모니크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뭘? 나 원래 이러는 거 몰라?”
역시나 모난 성격답게 그녀는 라스를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푹푹 내쉬더니 이내 촌놈들은 역시나 무엇을 해도 어색하다며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나한테 뭘 바라는 건데?”
대뜸 정곡을 찔러 오자 기분이 상한 라스는 그냥 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어색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녀와 친해질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옳았다.
“너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서 말이야.”
이런 때에는 굳이 돌려 말을 하는 것 보다 직접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것이 옳다는 사실을 대충이나마 알고 있는 라스는 이내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모니크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핫! 그런가? 하지만 어쩌나? 나는 친구는 별 필요 없거든.”
갑작스러운 말을 듣고 라스는 자신도 모니크 같은 친구는 필요 없다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렇지만 이내 침착함을 유지하며 자신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는 모니크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하지만 나도 이곳에서는 혼자야.”
상대가 싫어 할 줄은 알지만 왼손을 뻗어 모니크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준 라스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대뜸 처음 의도했던 것처럼 모니크에게 다음 사냥에 함께 나서줄 것을 청했다.
“······뭐?”
갑작스럽고도 뚱딴지같은 제안에 모니크가 목소리를 높이자 라스는 마을 남자들이 숲에서 살고 있어 몸동작은 빠르지만 모니크 처럼 날렵하게 무엇을 던져 맞추거나 하지는 못한다며 함께 사냥을 하면 보다 많은 짐승을 잡아 마을 사람들이 그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일군 밭으로는 겨울을 나기 힘들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그러니 네가 좀 도와줘라.”
“뭐······그런 일이라고 한다면 기꺼이 도와줄게.”
생각 외로 고집을 부리거나 하지 않고 쉽게 허락을 한 모니크를 보고 라스가 고맙다는 말을 남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색함은 피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빨리 엉성하지만 집도 거의 다 지어졌고 밭의 곡식들도 축복을 받은 것인지 생각 외로 잘 자라 주어 제대로 수확하기만 한다면 거의 문제없이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 즈음 라스에게도 기쁜 일이 하나 생겼는데, 그냥 떠날 수 있었지만 조건 없이 마을에 남아 마을을 재건하는데 큰 도움을 준 라스를 위해 어제 마을 남자들이 자신만의 집을 지어 준 것이다. 별다른 가구도 없고 단지 비바람만 피할 수 있으며 겨울의 추위를 조금 면할 수 있는 곳이기는 해도 자신을 위해 집을 지어준 것이 정말로 고맙게 생각 되었다.
늘 아치의 통나무집에서 얹혀살다가 자기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니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일찌감치 밖으로 나오니 문득 어디에선가 낮지만 짧고 힘찬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얍! 이얍!”
무슨 일인가 싶어 조용히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가니 아치와 마을 남자들, 그리고 싸울 수 있는 젊은 여자들이 한 곳에 모여 긴 나무 막대기를 손에 들고 검처럼 휘두르며 열심히 부딪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지?”
의아한 생각이 들어 마을 사람들 쪽으로 다가가니 그 자리에 있던 모니크가 라스가 다가오는 것을 보더니 슬쩍 인상을 썼다.
그녀가 인상을 쓰건 말건 가볍게 웃어준 라스가 찬찬히 살펴보니 아치가 모두를 가르치는 것이 분명한데, 가르치는 아치에게서 생각 외로 노련한 전사의 모습이 보였다. 전에 퀸터 매트 성에서 보았던 발레리아와 같은 고급 전투 기술을 직접 보여주며 가르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가만히 보면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에서 갑옷을 입은 채 구사하는 검술은 단순하게 상대의 방패를 부수거나 갑옷의 틈새를 노리고 찌르기만 하는 등, 매우 단조롭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라스도 이제까지 기사나 무장병이 두려운 것은 그들이 튼튼한 갑옷을 입고 있어 제대로 화살이 들어가지 않고 칼이나 도끼로 내리쳐도 쉽게 상대에게 타격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들의 검술은 별 것 아닌 것, 그러니까 단지 무기를 휘두르는 수준에서 끝이 난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번에 발레리아라는 여자 귀족이 싸우는 모습이나 지금 마을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아치를 보니 실제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치가 가르쳐 주는 전투 기술을 보면 검술이라는 것이 단순히 대검을 맞부딪치거나 각종 무기, 즉 철퇴나 도끼와 같은 타격 무기나 창과 같은 것으로 상대를 내리치거나 지르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생각을 모두 버려야 했다.
아치가 마을 남자들 중 하나를 상대로 보여주는 방법에는 상대의 힘을 역으로 이용해 뜻하지 않게 급소를 찌르는 방법부터 시작해 라스가 자주 걸려들어 위험에 빠졌었던 방법, 그러니까 상대를 일격에 죽이려고 도끼나 철퇴, 혹은 쇠못이 박힌 몽둥이 같은 것을 들고 큰 동작으로 휘두르는 상대의 옆으로 들어가 무릎 뒤를 강하게 후려쳐 넘어뜨리는 방식까지 다양하면서도 효과적인 전투 기술이 많았다.
특히 방패를 들고 싸우는 사람이 방패로 상대의 시야를 가리고 무기 공격을 방어해 내면서 그 빈틈을 노려 허벅지나 팔, 다리 같은 곳을 찌른 다음 방패로 목이나 얼굴, 가슴 같은 부분을 내리찍어 상대를 일격에 쓰러뜨리는 방법까지 가르치고 있었다.
라스는 아치가 가르치고 있는 방법 중 마지막 것, 즉 방패 너머로 칼을 휘둘러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전투 방식 때문에 자신의 왼쪽 허벅지가 가끔씩 쑤셔 온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어쨌거나 아치의 지도로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다시 막대기를 휘둘러 검을 부딪치는 연습을 했다.
‘아! 그렇군. 이거구나······.’
이제야 라스는 지난번에 무장병들이 산위로 올라왔을 때 마을 사람들이 도망치지 않고 싸웠던 힘의 근원이 이런 아치의 노력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때 마을 사람들이 죽은 것 보다 오히려 무장병이 죽은 숫자가 더 많았다는 사실은 잘 훈련된 무장병 하나가 보통 사람 10명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고, 기사 한 명은 조잡한 무기를 든 농민군 30명 이상을 간단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기본 상식에서 많이 어긋나는 일이었다.
“어? 라스도 한 번 해 볼래요?”
팔짱을 낀 채로 마을 사람들이 전투 훈련을 받는 모습을 조금 거리가 떨어진 채 지켜보고 있던 라스를 발견하고 마을 남자 중 한 사람이 다가와 함께 하기를 청했고, 그는 머쓱한 가운데서도 그 자리에 함께 했다.
은근슬쩍 기어 든 라스를 돌아보며 씽긋 웃음을 지어 준 아치는 검술과 전투 기술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수해 주었고, 라스는 이런 식의 전투 기술에 걸려들어 종종 자신이 죽을 번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열심히 기술을 터득해 보려 했다.
일단 사람들이 바람을 피하고 겨울의 추위를 대충이라도 막아줄 곳을 마련하는 일이 급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짓고 있던 집이 어느덧 거의 다 지어졌고, 슬슬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밭에 나가 감자를 캐고 콩과 채소를 수확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라스는 자신이 은화를 150개 정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해도 산을 내려가 물건이나 식량을 구입해 올 용기를 가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한 말이지만 그는 그대로 자신의 오두막에 은화를 감추어 둘 수밖에 없었다.
잠깐 지낸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흘러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라스는 겨울 동안만 이곳에서 지내고 날이 풀리면 산을 내려가 이곳을 떠나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어.”
잠시 자신에게 주어진 두 장의 양가죽 종이를 펴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그 안에 쓰여 있는 글을 읽어 본 라스는 다시 그것을 고이 접어 은화 150개와 함께 잘 넣어 두었다. 그리고 한쪽 벽에 세워져 있는 활과 화살, 도끼, 그리고 대검 옆에 놓여 있는 사슬 갑옷을 바라보았다.
==========================================================================
으음…마을 사람들이 전투 기술을 배운다는 것이 조금 억지스러울지도…
뭐, 나중에 나오겠지만 아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입니다…^_^;;
아치는 지금 자신의 이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58…
53, 54, 55회의 허걱…코멘트가 몽땅 사라졌네요…@_@;;
어쩔 수 없이 어제 20일 화요일 분량부터 오늘…매일 연재를 시작하는 분량까지…
2연참으로 독자분들과의 대화를 대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