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우리가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난 오피스텔에 가서 표식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이번 사건이 연쇄 사건인지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연관성을 찾아냈다고 해서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연쇄가 맞겠네요.”
“그러게.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사실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길고양이 사체가 여러 건 발견된 적이 있었거든요.”
“어디서?”
“방배동 저희 빌딩 주변에서요.”
“지금은?”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나서는 더 이상 발견되진 않고 있어요. 그거 보면 사람 죽이기 전에 연습했던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능성이 없진 않겠는데?”
“그래서 걱정입니다. 사건 현장 주변에 저희 비서실 직원이 여럿 살거든요.”
“이 대표네 경호 회사 있잖아. 일단 도움 좀 받지 그래.”
“그건 이미 연락해두긴 했어요. 하지만 열 손이 한 손 막기 어렵다는 말도 있잖아요. 누군지를 모르니까.”
동재에게 말해서 여유 인력을 비서실 직원들이 사는 아파트나 원룸 등을 순찰해 달라고 했지만 사후 약방문이 될까 걱정이다.
“당분간 경찰 순찰이라도 늘려야지 어쩌겠어.”
“고양이를 죽인 놈이 맞다면 용의주도한 놈이에요. CCTV 위치를 알고 제대로 얼굴이 찍힌 장면이 없더라구요.”
“CCTV에 찍히긴 했나 보네?”
“네. 하나 찾았는데 화질이 별로고 후드 티를 입고 있어서 얼굴이 정면으로 잡히진 않았어요.”
“수상하긴 하네.”
이때만 하더라도 범인이 어떤 놈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손기화 검사나 경찰을 만나서 미래를 읽어봐도 범인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아직 어떤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만 이런 놈은 절대 살인을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함정이라고 하는 이유는 사건이 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여기면서도 잡기 위해선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검 특수부에서 다룰 사건은 아니겠죠?”
“아직은 그렇지. 연쇄 사건인지도 명확하지 않으니까.”
문득 2006년부터 일어났던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 사건이 떠올랐다.
워낙에 한국을 들었나 놨다 한 사건이라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던 사건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사건 이전에 연쇄 살인마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연쇄 살인 사건이라면 없었던 사건이 일어난 거야. 그렇다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건데…….’
막연하지만 나와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다면 사건 업데이트되는 거 봐서 좀 알려주세요.”
“그 정도야 어려운 건 아니니까 그렇게 할게. 근데 단순히 직원들 때문이라고 하기엔 관심이 지나친 거 같은데 뭐 짚이는 거라도 있어?”
“아직은요.”
손 검사는 아직이란 대답이 이상하게 들렸는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변수
손기화 검사를 만난 뒤로 두 건의 살인이 한 놈의 소행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보다 인생 1회차에선 내 기억 없던 사건이 확실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는 건 결국 나랑 관련된 사건이거나 나로 인해 달라진 영향으로 벌어진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처음엔 우리 직원들 안전을 위해 관심을 가졌는데 점점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대로 끝날 것 같지도 않았다.
“무슨 생각 하십니까?”
“그 사건 말이에요.”
“역시 그 사건 생각 중이셨습니까?”
“네. 아무래도 이상해요. 빌딩 주변에 사건이 생긴 것도 그렇고 뭔가 죄어오는 느낌이에요.”
“대표님과 관련된 일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아직 확신은 없어요. 그래서 말인데 CCTV 시스템 바꾸는 거 최첨단 설비로 하고 서두르죠. 그리고 오피스텔 빌딩 하나 구매해서 사택으로 써야겠습니다. 보안 시설도 최고로 하고.”
“많이 걱정되시는 모양이군요.”
“느낌이 좋지 않아요.”
엄밀히 따져서 나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죽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불길한 느낌이라니…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오피스텔을 매입하고 사택으로 이사시키는 동안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이라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 이사에게 그렇게 하자고 했다.
“서둘러 보겠습니다.”
대부분 서울에 거주한다고 생각해서 사택을 제공할 생각까진 못 했는데 이번에 알고 보니 지방에서 올라온 직원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참에 직원 복지 차원에서 사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내가 급하게 지시한 일이라 비서실이 서두르기는 했지만 세 번째 사건이 터졌다.
그런데 이번엔 방배동이 아니라 본가가 있는 청담동이었다.
그것도 집이랑 아주 가까운 주거형 오피스텔이라 내가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다.
에밀리는 노박과 함께 호텔에 있으니 별걱정은 없는데 엄마가 걱정이다.
타겟이 젊은 여자다 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왠지 모르게 내 주변을 노리고 점점 가까이 접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과도한 피해의식일까?’
집에서 10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경찰 발표로는 방배동 사건과 연관성은 아직이라고 하지만 범행 수법이 동일하고 손기화 검사에게 확인해 보니 이번에도 이전 사건과 유사한 표식이 있었다는 거다.
“벌써 세 번째 사건이고 앞으로 더 일어날 겁니다.”
“이번 사건이 동일범이란 물증이라도 있는 겁니까?”
“이번에도 표식이 발견됐다네요.”
“아!”
정 이사도 표식이 발견됐다는 말에 놀라는 건 마찬가지였다.
“방배동 쪽으로 집중시켜놓고 방향을 바꿨어요. 그것도 본가가 있는 청담동으로요.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이게 우연이 아니라면 대표님한테 원한을 가진 사람일 겁니다.”
“원한?”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식으로 접근하진 않겠죠. 그게 아니라면 우연의 일치가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렇게까지 불안해한 적이 있던가요?”
“솔직히 그건 인정합니다.”
이쯤 되면 이준영을 생각했어야 했다.
그러나 노상수 팀장에게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 나는 미처 이준영이 범인일 가능성에 대해서 0.1%도 생각하지 않았다.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에 세 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경찰도 동일범 소행으로 여기고 이 사건이 연쇄 살인 사건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경찰은 쉬쉬했지만, 어느 기자에 의해 3건의 살인사건이 연쇄 살인이고 출입문 주변에 표식이 있었다는 걸 폭로했다.
덕분에 아파트며 오피스텔이며 표식이 있는지 확인한다고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 ? ? * ? ? *
“큭큭! 재밌네.”
이준영은 특종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서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다려. 이무혁! 연습은 충분히 했으니까.”
세 건의 살인을 저지르면서 누군가를 죽이는 연습을 했는데 그게 바로 이무혁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그놈에게 충성하는 놈들이라면 전부 다 죽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증거를 남기지 않아야 하고, 보다 더 완벽해져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누구랑 말하는 거야?”
혼잣말하는 것을 들었는지 이수영이 부엌 쪽으로 가면서 시선도 주지 않고 말했다.
“그냥! 뉴스가 재밌어서.”
“너도 이제 그만 놀고 회사 일에 신경 좀 쓰지?”
“누나가 잘하고 있잖아.”
“네가 하란 대로만 하고 있는데 뭘 잘한다는 거야. 이럴 바엔 네가 직접하는 게 낫지 않아?”
“아직은 아니야. 할 일이 남았거든.”
“맨날 놀기만 하면서 무슨 할 일이 있다는 거니?”
“있어. 나중에 보면 알아.”
“너 설마! 무혁이 주변 얼쩡거리는 건 아니지?”
“왜? 그럼 안 되는 건가?”
“무혁이 그놈은 이미 우리가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거물이야. 그만 인정하고 일이나 해. 정 복수하고 싶으면 우리 아진그룹 다시 키워놓고 덤비든가.”
“큭큭! 그놈이 죽으면 간단하겠네.”
순간 이수영은 이준영을 돌아 보았고, 섬뜩한 눈빛을 확인했다.
그것은 마치 집착을 넘어선 광기를 머금은 눈빛이었다.
“너 무섭게 왜 그래?”
“내가 뭘?”
“함부로 덤빌 생각이라면 하지도 말라고. 그 자식한테 경호원이 몇 명인지나 알아?”
“걱정 마! 무모하게 덤빌 생각 없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네.”
이수영은 이름만 남은 아진그룹을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이준영이 달라졌다는 거다.
예전의 그 찌질하고 못났던 이준영이 아니라 눈에서 광채가 난다는 거다.
가끔 무서운 눈빛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그가 만들어준 계획대로 투자하고 일을 진행하니 남은 계열사들 실적 개선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아진건설은 흑자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하는 재미가 있기는 했는데 문제는 이준영이 겉돌고 있었다.
“2분기 실적은 어때?”
“많이 좋아지고 있어. 건설 쪽은 수주도 이어지고 있고.”
“주식 투자 쪽으로 꾸준히 자금 밀어 넣는 거 잊지 마!”
“걱정 마! 네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으니까.”
“누나는 내 말만 들으면 돼. 그럼 오래지 않아 최고가 될 수 있을 거야.”
“제발 좀 그래라. 신미진 그년 좀 깔볼 수 있게.”
“신미진이 거슬려?”
“당연하지. 넌 모르는 게 있어. 여자끼리만 아는 거니까.”
“재벌 2세들 모임에서 잘린 것 때문에 그래?”
“그것도 있고, 하여간 그년이 그렇게 큰소리치는 것도 다 무혁이가 돈 빌려줘서 그런 거잖아.”
“아! 맞다. 잊어먹고 있었네.”
이준영은 누나 수영의 말에 네 번째 타겟을 정했다.
세 번의 연습은 너무 쉬웠고, 심지어 마지막 세 번째는 너무 쉬워서 이렇다 할 감흥도 없었다.
그래서 어려운 타겟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때마침 수영이 신미진을 거론했다.
아진그룹이 쪼그라들어서 재벌 2세 모임에 남아 있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신미진이 망신을 주면서 이수영을 쫓아낸 거다.
그러니 감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뭘 잊고 있었다는 거야?”
“아니야. 말해봤자 누나는 모르는 일이야.”
“아무튼 사고는 치지 마.”
“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하니까.”
신미진을 찾는 일은 어려울 거 없었다.
오래 연락 안 하고 있었지만, 전화 몇 통화면 요즘 어디서 노는지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신미진이 죽을 경우 자신이 찾는 전화를 했다는 진술이 나올 수 있으니 도움받지 않고 찾아내야 했다.
심부름센터에 전화해서 신미진이 어디서 노는지 확인만 해달라고 한 이준영은 수고비를 계좌도 아니고 퀵으로 보냈다.
마스크를 쓰고 의뢰해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신분 노출 없이 신미진이 주로 어디에 출몰하는지 알아냈다.
재벌 집 자식들답게 물관리가 철저한 회원제 클럽인데 위치는 압구정동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목격자를 남기지 않는 거였다.
해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신미진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어라? 큭큭! 고맙네.’
운전해주는 기사만 따돌리면 되는데 고맙게도 오늘은 신미진이 클럽에 들어간 뒤에 기사를 퇴근시키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운전기사를 보냈다고 해서 집에 혼자 간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지켜보는 데 아닌 게 아니라 어떤 남자랑 같이 기사 딸린 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신미진! 오늘은 아닌 모양이네.’
미행할까 하다가 오늘은 그냥 보내주기로 했다.
억지로 따라가서 죽일 수는 있겠지만 목격자 없이 처리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고작 신미진 따위를 죽이다가 목격자나 증거를 남기고 싶지는 않아서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