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53)
053화
내 기억엔 NGN 호텔 회장과 만나야 할 용건이 없었다.
내가 미국에 오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거나 그게 아니면 제인이 서프라이즈를 위해 아껴둔 듯했다.
“거긴 왜?”
“보스 덕분에 NGN 재정 상태가 말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제가 만나야 할 이유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얼마 전에 제안을 해왔어요. 재정 상태가 엉망인데다 메이슨 호텔과도 지분 관계가 엮여 있어서 보스가 벌인 일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에요.”
“설마 NGN 호텔을 저보고 인수하라는 겁니까?”
“보스라면 얼마 들이지 않고 NGN 호텔을 인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긴 해요.”
“제인 생각은 어때요?”
“저야 당연히 인수하는 쪽이죠.”
“자금은 얼마나 필요한 겁니까?”
“10억 달러면 충분해요.”
지금 내 자금 사정으로 말하자면 10억 달러 정도는 근사한 외식 한 끼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 추진하죠.”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NGN 호텔 회장을 만나 큰 틀에서 합의했고, 나머지는 제인과 함께 실무진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라스베이거스 5성급 호텔 두 곳이 내 수중에 떨어졌다.
냉정히 말하면 내 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모두 카지노와 맥클레인 씨와의 계약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미처 모르고 있었는데 내가 라스베이거스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모든 호텔 카지노에 퍼지는 바람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파멸의 겜블러가 자기네 카지노에 들러서 카지노뿐만 아니라 호텔까지 박살 내지나 않을까 겁내는 거다.
실제로 메이슨 호텔과 NGN 호텔이 내 수중에 떨어졌으니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결코 엄살이 아니었다.
후일담이지만 내가 협회와 협의하란 말을 하지 않았다면 여러 호텔이 위험해질 뻔했다.
호텔끼리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문제인데 몇몇 억만장자들이 여러 호텔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서였다.
내 지시에 의해 제인이 합의한 바에 의하면 내가 받아야 할 총 1,917억 달러 중 모두를 달라고 할 수는 없어서 25%인 479억 달러를 받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메이슨 회장에게 받은 돈도 있고, 호텔 인수 등 복잡한 셈법 때문에 대략 450억 달러 정도를 예상하면 된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100억 달러는 일시금으로 받고, 남은 금액 350억 달러는 5년에 거쳐 나누어 받기로 해서 많이 양보했다.
하지만 내가 외국인이라 세금 문제도 있고 해서 그 돈을 다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래서 제인이 나더러 영주권을 획득하라고 추천한 거다.
지금 내 재정 상태면 신청만 하면 바로 받아들여질 거란 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제인의 충고를 따르기로 했다.
세금 낼 건 다 내겠지만 미국에서도 내고 한국에서도 내고 싶지는 않아서다.
“그거 알아요?”
“뭐가요?”
“보스 때문에 협회에서 호텔 카지노 보증해주는 제도를 파기했다는 거.”
“괜히 제가 잘못한 거 같네요.”
“그건 아니죠. 그들이 오만해서 벌어진 일이니까.”
“오만이요?”
“네. 언제나 카지노가 이긴다는 오만이요.”
라스베이거스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협회를 만들어 카지노 설립을 권장했었다.
거물 고객 유치를 위해 카지노가 큰돈을 잃어도 협회가 보증해준다는 제도를 만들었던 것인데 나 때문에 피를 보게 됐으니 협회 보증 제도를 파기해 버린 모양이다.
그들 입장에선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거였다.
파멸의 겜블러
제인과 함께 LA로 날아왔다.
한국에서 같이 간 경호팀과 미국에서 합류한 경호팀까지 몰려다니다 보니 차량만 해도 4대라 전세기가 필요했다.
우리가 탔던 비행기는 전세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맥클레인 씨에게 넘겨받은 전용기였다.
라스베이거스와 LA를 자주 왕래해야 하니 전용기가 필요하던 참에 잘 된 거였다.
해운사와 영화 투자사는 LA에 있지만 호텔 두 곳이 라스베이거스에 있기에 자주 왕래할 수밖에 없는데 일주일씩 번갈아 가면서 업무를 보겠다고 했다.
제인과 거의 매일 붙어 지내지만, 데이트는 아직이다.
“우리 데이트는 언제 해요?”
“어디 좋은 데 없을까요?”
“야구 좋아해요?”
“물론이죠. 한국 남자들 대부분은 야구를 좋아합니다.”
“아시아는 축구가 우선 아닌가요?”
“솔직히 말해서 축구는 국가대표 경기가 아니면 안 보는 편이라 야구가 훨씬 재밌죠.”
“마침 LA 다저스 경기가 있는데 보러 갈래요?”
“좋은 생각이에요.”
데이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첫 번째 데이트 장소는 야구장으로 정했다.
생각해 보니 미국까지 와서 왜 메이저리그 구경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돈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니 이제야 주변에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거다.
이전에는 어떻게 하면 아진그룹과 동등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그거 알아요?”
“무얼 말입니까?”
“야구 한 게임에도 엄청난 돈들이 오가는 거요.”
“스포츠 도박을 말하는 거죠?”
“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도 모르게 스포츠를 피했던 것 같다.
주변에 누구라도 있다면 결과를 미리 알 수가 있으니 재미가 덜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피한 거다.
제인이 스포츠 도박 얘기를 하니까 비로소 깨달았다.
그래도 뭐 제인이랑 3시간 정도를 사적인 시간으로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데이트를 떠나서 그녀도 나를 이해해야 할 사람 중 하나니까.
“한 게임에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하네요.”
“거의 없어요.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중요한 경기거나 인기 있는 팀끼리 매치업이 성사됐을 때 혹은 포스트 시즌 경기가 있을 때 큰돈들이 오가긴 해요.”
“불법 도박이겠죠?”
“사설 도박도 있고, 카지노가 나서는 경우도 있어요.”
“카지노라…….”
“관심이 좀 생겨요?”
“합법적인 것이 아니라면 나서고 싶진 않아요.”
한국에도 스포츠 토토가 있기는 했다.
미국이야 워낙에 합법적인 도박이 성행하는 나라라 내가 몰라서 그렇지, 하려고만 들면 합법적인 방법이 있기는 할 거다.
제인이 내게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은근히 바라고 있는 거다. 내기가 걸려야 경기를 보는 내내 짜릿할 테니까.
“카지노가 보증하는 게임이 있는데 해볼래요?”
“배당이 얼마나 되죠?”
“경마만큼 높지는 않아요. 그리고 LA 다저스가 속한 디비전에는 올해 애리조나팀이 우세해서 더 낮아졌구요.”
“그럼 소소하게 즐겨보는 정도만 하죠. 한 100달러?”
제인 말대로 배당이 그리 높지 않은 시리즈가 진행 중이라 이기는 팀을 맞춰도 두 배를 겨우 넘는 정도였다.
이럴 때는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팀이 지는 경기라야 배당이 높을 것인데 아쉽게도 다저스는 2001년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해서 재미를 볼 수 있는 팀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카지노에서 하룻밤 게임하면 긁어모을 수 있는 칩이 상당할 텐데 굳이 적은 금액에 베팅할 이유가 없다.
단지 제인이 원하는 거 같으니 소소하게 해보자는 거였다.
“100달러요?”
“네.”
“너무 적지 않아요?”
“재미로 하는 건데 액수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대신 우리끼리 내기하는 건 어때요?”
“에이~ 보스 능력을 아는데 내가 왜 그런 내기를 해요. 저 바보 아니에요.”
“그럼 얄미운 사람 없어요?”
“갑자기 얄미운 사람은 왜요?”
“왜겠어요. 혼내주려고 그러지.”
“정말요?”
“하하하! 당연하죠. 제인은 우리 편이니까.”
“뿌듯하네요. 보스가 그리 말해주니까.”
웃음을 머금고 있는 제인은 아름다웠다.
그 웃음에 약간의 장난기가 더해지니 일할 때 제인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있기는 한가 보죠?”
“이 바닥에서 일하다 보면 경쟁자가 없을 순 없어요. 아시다시피 제가 로비스트로서도 활동했었으니까.”
“그렇겠네요.”
“보스가 혼내주기 좋은 경쟁자가 있는데 얼마나 혼내줄 거에요?”
“어디 멀리 보내버릴까요?”
“그게 가능할까요?”
“내기 조건으로 LA를 떠나서 멀리 동부로 가버리라고 하면 되죠.”
“생활 기반이 여기 다 있는데 멀리 보내는 건 좀 가혹하고 으스대는 꼴만 안 봐도 좋겠어요.”
“그럼 돈을 좀 울궈내면 되겠군요.”
“그 인간도 내기를 좋아하니까 딱이예요.”
제인이 말하는 그 인간은 활동 영역이 비슷한 저스틴 슈미트란 변호사로 대형 로펌 소속이다.
“오! 제인! 어쩐 일이야. 생전 안 하던 연락을 다 하고 말이야.”
“저스틴에게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서.”
“소개? 누군데?”
“따라와.”
제인이 저스틴을 불러낸 곳은 타이탄 호텔 카지노 VIP 룸이다.
하룻밤 대여료가 15만 달러나 하는 곳이다.
“뭐야? VIP 룸까지 빌렸어?”
“내 보스야.”
“보스?”
“들었을지 모르겠는데 내가 새로운 일을 하게 됐거든.”
“영화 투자사 CEO가 됐다는 말은 들었는데 벌써 망한 거야?”
“망하다니 무슨…….”
“그럼 뭔데?”
“그건 차차 알면 되는 일이고, 보스 부탁을 받아서.”
“부탁? 무슨 부탁?”
“홀덤 게임을 즐기고 싶은데 게임 잘하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는데 LA에서는 너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하하하! 이제야 뭔가를 좀 아시네.”
제인이 치켜세워주자 저스틴은 눈치 없이 으스대기 시작했다.
지금 모습만 보면 허풍이나 떠는 유치한 놈팽이로 보이지만 제인 말대로 홀덤 게임 실력이 출중했다.
해서 카지노에서도 7할 이상의 승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블랙잭이나 바카라도 승률이 좋았다.
무엇보다 돈을 땄을 때 미련 없이 일어설 줄 아는 절제력을 가지고 있어서 친구들은 장난삼아 그를 신의 손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인사하세요. 제가 말씀드린 저스틴이에요. 저스틴! 인사해. 내 보스야.”
“안녕하십니까? 저스틴 슈미트라고 합니다. 이렇게 젊은 분인지 몰랐습니다.”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죠.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가 중요하니까.”
“하하하! 물론이죠.”
저스틴은 제인이 보스라 부르는 남자가 동양인에다 어리기까지 해서 살짝 당황했다.
그러나 특유의 너스레를 떨면서 상황 파악을 끝냈고, 홀덤 게임 초짜라고 단정 지어버렸다.
모든 게임이 그렇듯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하기에 저스틴은 제인 앞에서 혼쭐을 내주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제인! 내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제인의 몸은 언제나 탐나는 먹잇감이었다.
언젠간 자기 침대로 끌어들이고 말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기에 오늘도 제인의 부름에 응한 거였다.
“VIP룸이 아까운데 제 친구들을 불러도 되겠습니까?”
“원하는 바입니다. 제인 딜러 좀 요청해 줘요.”
“알았어요.”
저스틴이 부른 친구들이 도착하는 동안 제인은 카지노에 요청해서 딜러와 같이 플레이할 참가자도 요청했다.
저스틴이 부를 친구가 세 명이라 홀덤 테이블을 채우기 위해서 겡미에 참가할 사람을 채워달라는 거였다.
딜러가 도착하고 카지노 매니저가 데려다준 참가자들과 함께 먼저 게임이 시작되었다.
건들거려도 막상 게임이 시작되자 제법 날카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기본 테이블 머니가 1만 달러라 VIP룸에 어울리지는 않았으나 저스틴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서서히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