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poon Life White Paper RAW novel - Chapter 359
359. 보유한 현금을 전부 베팅하도록 해요.
며칠 뒤.
오늘 역사적인 첫 삽을 뜨는 한국디즈니랜드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화성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재성은 데이비드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어제 피치가 스페인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3단계나 강등시킨 여파로 유로화와 유럽 증시가 크게 폭락했습니다.]“어느 정도는 예고된 일이었는데도 충격이 꽤 큰 것 같네요.”
[계속 확산되어 가는 재정 위기에 유럽 전체가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이다 보니 작은 충격에서 크게 반응하고 있습니다.]푹신한 시트에 몸을 기댄 재성은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
“하긴 쉽게 끝날 상황이 아니긴 하죠. 거기다가 다음 주말에는 그리스 2차 총선이 예정되어 있잖아요.”
[그날 만약 긴축을 반대하는 급진 좌파연합 시리자가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정말 유럽은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겁니다.]지난달 그리스에서 총선 투표가 이루어졌으나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나오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이해관계가 맞는 정당과 손을 잡아 연립 정부가 구성됐겠지만 이번에는 그게 불가능했다.
유럽 연합이 구제금융 제공을 대가로 요구한 긴축재정 실시를 두고 각 정당 간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연정 구성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 결과 다시 2차 선거를 치르게 됐다.
“여론 조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어요?”
[보수집권 여당인 신민주당과 긴축을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지지율이 각각 22.7%와 22.0%로 박빙입니다.]“오차를 고려하면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에는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어렵겠네요.”
[그 때문에 정말로 그렉시트(Grexit)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감돌고 있습니다.]그렉시트(Grexit)는 그리스의 유로 존 탈퇴를 뜻하는 말이었다.
“또다시 아무도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하게 된다면 자칫 무정부 상태에 빠질 수도 있겠죠.”
[정말 그리될 가능성이 큽니다.]“이대로 7월까지 그리스 정부가 구성되지 않는다면…….”
[재정이 완전히 바닥나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지게 될 겁니다.]“그리스가 무너진다면 이탈리아와 구제금융을 받고 겨우 한숨을 돌린 스페인까지 연쇄 부도가 이어질지도 모르겠네요.”
그러자 데이비드가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끔찍한 가정이지만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로 볼 때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남유럽 국가들의 연쇄 부도로 인한 피해 규모가 최소 1조 유로에 달하게 될 겁니다.]“1조 유로라…….”
한화로 무려 1,480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액수였다.
“그렇게 된다면 태풍이 유럽에서만 끝나지 않겠네요.”
“그래요?”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조만간 17개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거라고 예고했는데 여기에 J P모건 체이스를 비롯해 뱅크 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까지 미국 5대 대형 은행들이 전부 포함됐습니다. 물론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고요.]“유로존 위기가 월가까지 덮칠 수 있다고 보는 거네요.”
[유럽 은행들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보유한 곳이 바로 월가니까요.]출렁이는 유럽 상황에 월가 투자자들이 큰 재미를 보고 있었지만 반대로 막대한 자금이 유럽에 묶여 있기도 했다.
‘그 말은 그리스에서 폭탄이 터지면 충격파가 미국까지 미친다는 뜻이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에서도 조만간 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7.5%까지 올리는 강화된 자본 규제안을 발표할 거라고 합니다.]“원래 최소 2%만 쌓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맞습니다. 단번에 3배 넘게 대폭 규제를 강화하는 겁니다.]“그만큼 미국 정부도 현재 유럽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반증이겠네요.”
현금을 미리 준비해 두도록 해서 유럽에서 연쇄부도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 일종의 방화벽을 쌓아두게 하는 거였다.
“그렉시트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그리스 국채 가격도 바닥이겠네요?”
[현재 1유로당 14센트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매수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고요.]“정크 수준으로까지 떨어져 있네요.”
[디폴트를 선언하게 되면 그리스정부에서 발행한 국채가 말 그대로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테니 그럴 수밖에요.]내부의 정치 불안과 과도한 복지로 인한 재정 고갈, 그리고 이자도 제대로 갚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부채까지 3중고에 빠진 그리스가 스스로 위기를 이겨내긴 어려워 보였다.
‘이렇게 부도 직전에 있는 그리스국채에 손을 대는 건 웬만한 야수의 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지.’
손에 든 핸드폰을 고쳐 쥐며 재성이 말했다.
“큰 판이 벌어졌는데 우리가 빠질 수는 없죠. 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리스 국채를 전부 주워 담도록 해요.”
데이비드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스가 디폴트로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지금은 서로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유로존과 그리스 양쪽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이대로 간다면 파국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테니 최악의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거예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오히려 썩은 부위인 그리스를 잘라내 버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데이비스의 반박에 그는 차분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평상시라면 그랬을 수도 있죠.”
[지금은 다르다는 말씀이십니까?]“한 곳에만 위기가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럽 전체에 번져 있는데 섣불리 그리스를 퇴출시켰다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니 함부로 그럴 수 없을 거예요. 아무리 튼튼한 제방이라도 작은 구멍 하나에 무너져 내리는 법이니까요.”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는지 이미 지난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서 확인했잖아요.”
서브 프라임 그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였지만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시작점은 바로 세계 랭킹 4위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었다.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리먼 브라더스를 파산시킨 미국 정부도 그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이야기를 들은 데이비드가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긴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군요.]“설사 급진좌파연합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그렉시트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걸 알 테니 결국 유로존과 타협을 택하게 될 거예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된다면 휴지값에 사들인 그리스 국채가 크게 뛰어오를 테니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군요.]“바로 맞췄어요.”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재성이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국채를 얼마나 사들일까요?]“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얼마나 있어요?”
[이미 투자가 이루어져서 묶여 있는 것들을 제외하고 당장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은 320억 달러 정도입니다.]현금만 320억 달러라니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었다.
여기에 우량 기업에다가 지분 투자를 해둔 것과 단기 운용 중인 자금까지 포함하면 골드원이 움직일 수 있는 돈은 몇 배로 늘어났다.
그러자 재성이 망설임 없이 말했다.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산들은 놔두고 보유한 현금을 전부 베팅하도록 해요.”
[320억 달러를 모두 말씀이십니까?]“어중간하게 할 것 같으면 차라리 손을 대지 않는 주의잖아요, 나는.”
[역시 화끈하시군요. 이래서 제가 오너를 좋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다시 한번 큰 판을 벌이게 돼서 그런지 잔뜩 들뜬 목소리로 데이비드가 말을 이었다.
[2차 총선 투표날까지 일주일 정도 밖에 시간이 없으니 지금 바로 채권 매입을 시작하겠습니다.]“그렇게 해요.”
리스트가 아주 큰 투자였지만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기에 불안감은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여기저기 투자를 하느라 많이 빈 주머니를 얼마나 다시 채우게 될지 기대가 되었다.
[참 그리고 애플 관련해서 보고드릴 소식이 있습니다.]“말해봐요.”
[다음 달에 임시 이사회를 열어 사퇴한 스티브 렌 대신 브래드 COO가 정식으로 CEO 자리에 취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스티브 렌이 물러났을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기에 그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대주주들 반응은 어때요?”
지금까지 애플이 곧 스티브 렌인 것처럼 인식되어 왔으니 그런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스티브 렌과 달리 새로 애플의 선장이 된 브래드는 관리형 경영자의 이미지가 강했기에 더욱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재성의 생각은 달랐다.
“스티브 렌이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이루는 선구자였다면 브래드는 그걸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인물이에요. 그리고 지금의 애플은 오히려 브래드 같은 사람이 더 필요한 시기고요.”
실제로 스티브 렌이 남겨놓은 유산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애플을 시총 2조 달러가 넘는 절대적인 강자로 만들어낸 인물이 바로 브래드였다.
“그걸 알기에 스티브 렌도 브래드를 후계자로 직접 지명한 거겠죠.”
[저희 골드원이 제일 많은 지분을 소유한 1대 주주인 만큼 말씀처럼 됐으면 좋겠습니다.]“그렇게 될 테니 염려하지 말아요.”
[말이 나왔으니 드리는 이야기인데, 조만간 스티브 렌의 병세에 대한 기사가 나올 것 같습니다.]살짝 표정을 굳히며 재성이 말했다.
“결국 언론에서 알게 된 모양이네요.”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눈에 띌 정도로 몸이 수척해져 더 이상 감추기 어려웠을 겁니다.]“언젠가는 알려질 일이었으니 어쩔 수 없겠죠.”
착잡한 표정을 지운 재성은 얼마간 더 이야기를 나눈 뒤 통화를 끝냈다.
그사이 어느새 목적지인 경기도 화성시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고 가볍게 미소를 짓는 그의 눈에 한국 디즈니랜드 착공식이라고 크게 적힌 현수막이 들어왔다.
***
[유니콘 그룹, 한국 최초 디즈니랜드 건설 공사 착공과 함께 사업 본격화!] [박재성 회장 5조 원 투자!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테마파크를 만들겠다!오늘 정오 경기도 화성시에서 한국최초의 디즈니랜드 건설 착공식이 열렸다.
유니콘 그룹이 발표한 계획대로 사업이 이루어진다면 경기도 화성시남양읍 신외리, 문호리 일대 약 430만㎡에 디즈니랜드를 비롯한 숙박쇼핑 여가 시설이 집약된 대규모 데 마파크가 들어서게 된다.
착공 3년 뒤인 2015년 6월 그랜드오픈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된다.
총 사업비 5조 원이 들어가는 대역사로, 착공식에서 박재성 회장은 유니콘 그룹이 가진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 세상에 없던 최고의 테마파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착공식에는…….]
ㄴ드디어 한국에도 디즈니랜드가 만들어지는구나!
ㄴ5조란다. 역시 왕손 형님이셔.
ㄴ옆에 조그마하게라도 제논 파크하나 어떻게 안 될까요. TT
ㄴ재성 형님이 언제 우리 실망시키는 거 봤습니까. 다른 데에 큼지막하게 하나 지어줄 테니. 믿어봅시다.
ㄴ디즈니랜드에 제논 파크까지 아~~! 벌써 심장이 두근거리네.
ㄴ행복회로 그만 돌려라. 탄내가 아주 진동한다.
ㄴㅋㅋㅋ 그러게 재성빠들 또 오버한다.
ㄴ아직도 재성 형님을 믿지 못하는 불쌍한 중생들이 있다니.
ㄴ재성천국 불신지옥!!!
디즈니랜드 착공식 뉴스로 한국이 크게 떠들썩할 때 미국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스티브 렌 병세 악화로 6주 시한부 선고!] [몰라보게 수척해진 스티브 렌의 모습에 충격!] [시한부설에 애플과 스티브 렌 측묵묵부답.] [애플 CEO 사임 이유 결국 병세악화 때문?] [스티브 렌 대리인 시한부설 인정남은 삶을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보내고 싶다고 밝혀.] [시한부 소식에 회복세를 보이던 애플 주식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