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25
밥만 먹고 레벨업 1026화
강태훈 사장은 박민규 팀장의 보고에 적지 않게 놀랐다.
민혁 유저가 가르치는 자의 인정을 받고 있다?
‘정체된 그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방법.’
그가 그 방법에 도달한 것이다.
“어쩌면 민혁 유저가 이번 이벤트로 혜택을 받는 유저들보다 더 빠른 성장을 이루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있을 것 같다’이다.
무조건 가르치는 자의 배움을 받는다 해도 얼마나 성장할지는 결국 본인의 몫이었으니까.
“민혁 유저가 헬레냐의 부활에 변수가 되는가?”
사실, 제3의 아테네에서 유저들이 헬레냐를 막지 못한다면 인구의 절반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즉, 유저들의 절반은 한 번쯤 강제 로그아웃을 당할 것이며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NPC들의 상당수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즐거움 측은 그러한 상황에 봉면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이벤트를 준비한 것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레냐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매우 저조해 보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작은 변수가 꿈틀대고 있다.
물론.
‘유저 한 명이 강해진다고 한들, 헬레냐를 이긴다. 우스운 발상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헬레냐와 가르치는 자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르치는 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장은 무궁무진하다.’
사실 강태훈은 확신한다.
가르치는 자.
그는 비록 8기둥의 후보에 그쳤으나 실제 그가 가진 힘은 8기둥과 버금감을 말이다.
* * *
가르치는 자 베라든.
그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새하얀 백발에 검버섯이 얼굴 곳곳에 핀 모습만 본다면, 그가 세상의 중심이 되려 했던 자라는 걸 믿지 못할 것이다.
그런 베라든은 뒷짐을 지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카르딘 녀석은 무사히 도착했겠지.”
만약 녀석이 위험했다면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그 애송이 녀석이 황제라니, 끌끌.”
자신의 제자였지만 많이 부족한 녀석이다.
베라든은 대루브앙 제국의 황제가 된 사내를 입에 가벼이 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베라든은 이제껏 카르딘보다 더 뛰어난 인재를 엄청나게 배출해 왔다.
과거에 루브앙 제국과 같은 제국이 없었을까?
아니, 있었다. 루브앙 제국보다도 더 뛰어났던 제국이.
그 제국의 황제도 한때 베라든의 제자였었다.
그뿐만일까? 가장 끔찍했던 지옥의 주인. 초대 죽음의 신도 자신의 제자였고, 2대 군신도 자신의 제자였다.
그의 제자는 선과 악의 구분이 없었다.
그러나 현재, 최소한 선은 아니더라도 그는 악한 제자는 키우려 하지 않고 있다.
“나쁜 녀석들.”
누군가를 떠올리며 읊조린 베라든, 그러나 곧 그는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카르딘 황자를 끝으로 자신은 더 이상 그 누구도 제자로 받지 않기로 하였다.
‘나도 이제 좀 쉴 수 있겠구나.’
이렇게 쉬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제 자신을 귀찮게 하는 녀석들도 사라졌으니 여유롭게 밥이나 먹어볼 생각이다.
‘상추랑, 갖은 나물들이 잘 자랐으려나.’
베라든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고, 그에 텃밭을 키우고 있었다.
물론 텃밭 키우는 솜씨는 좋지 않아 그 모양새가 무척 엉망이었지만 그 맛은 좋다.
‘끌끌, 그래도 카르딘 그놈이 요리는 좀 했는데.’
뒷짐 지고 걸어가다 문득, 카르딘의 요리가 생각났다.
아마 많은 이들이 들었다면 경악했을 것이다.
‘세상에, 루브앙 제국을 이끌 자에게 요리 따위나 시키다니!’
하지만 베라든은 초대 죽음의 신에겐 어깨를 주무르게 하고, 2대 군신에겐 ‘멍청한 놈, 그것도 모르냐?’라고 구박했던 인물이다.
그렇게 자신의 텃밭을 향해 걷던 베라든.
그는 곧, 청천벽력과 같은 모습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아, 안 돼…….”
마치 멧돼지 가족이 휩쓸고 간 것처럼, 자신의 아름다운(?) 텃밭의 모든 것들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베라든. 그는 남을 가르치는 건 훌륭하나 대단한 똥손이었다.
엉망진창이었던 그 텃밭도 힘들게 일군 것이건만?
그런데 그때.
홱!
베라든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디선가 코끝을 간질이는 알 수 없는 냄새가 풍겨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다.
‘이것은……?’
고소하면서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는 냄새.
‘참기름?’
그는 도둑놈(?)을 잡기 위해 살금살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텃밭과 멀지 않은 곳에 한 사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그는 거대한 양은그릇으로 비빔밥을 비벼대고 있다.
또 그 옆으로는 구수해 보이는 시래기 된장국이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고 있었다.
‘저, 저 괘씸한……!’
저기서 비벼지는 것들.
자신의 텃밭에서 일구어진 것이 분명했다.
막 나서려던 베라든은 멈칫하고 말았다.
‘후, 욕심을 버리면 그 어떤 것도 밉지 아니하다.’
베라든은 꾸준한 정신수양을 하고 있는바.
‘그럴 수 있지.’
그는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면서 슬쩍 청년을 지켜본다.
고소한 참기름이 뿌려진 붉은 비빔밥이 비벼지는 소리를 들은 적 있는가?
그것은 예술이다.
입안에 절로 침이 가득 고인다.
심지어 비빔밥에는 계란프라이도 넉넉하게 들어간 것 같다.
‘그래그래, 먹을 줄 아는구나. 각박한 세상은 비빔밥 한 그릇에 한 개의 계란프라이를 주게 마련이건만. 그는 세 개는 넣은 것 같군.’
그렇게 맛깔나게 비벼대던 그가 비빔밥을 크게 한 수저 푼다.
‘그렇게 비빔밥의 첫 수저는 크게 먹어야 맛이로다.’
청년의 입안에 그 비빔밥이 들어간다. 그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베라든도 자신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없어도 있는 것이니.’
마치 제 입에 있는 것인 듯 그 맛을 상상해본다.
입안 가득 찬 비빔밥을 씹을 때마다 아삭이는 식감이 느껴질 것이다.
또 고소한 참기름과 고추장이 만나 즐거운 맛을 더하고, 계란프라이는 풍미를 더 해준다.
거기에.
‘옳지, 옳지. 아주 잘 아는구나. 입안에 가득 비빔밥을 밀어 넣었으니 목이 메지.’
그때 구수한 시래기 된장국을 그릇째로 들어 올려 들이킨다.
그를 상상하며 베라든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린다.
그러다 문득, 마음을 다스리던 베라든은 배가 고파졌다.
저 비빔밥을 내가 먹고 싶다!
또 화가 났다.
‘내가 키운 텃밭의 것들인데, 어째서 저자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것인가?’
매번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는 베라든도 참기 힘들었다.
식욕이라는 욕망은 생각보다 큰 것이었으니까.
때문에 청년이 다 먹어버리기 전에 베라든이 나섰다.
“노오오오옴!”
뒷짐을 진 베라든이 성을 냈다.
“우물우물? 안녕하세요!?”
파렴치한 도둑이렷다. 자신의 텃밭을 털어놓고도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모습이라니?
베라든의 얼굴이 심술 맞게 변하자 사내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 어르신이신데. 제가 감히 앉아서…….”
정중하게 일어서 그가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
너무 예의 바른 모습에 당혹했으나 베라든이 말했다.
“이런, 도둑놈 같으니. 내가 힘들게 키워온 텃밭을 파헤쳐 비빔밥을 해 먹다니!? 심지어 얼마나 많은 비빔밥을 반복하여 먹은 것이냐!”
베라든이 키운 텃밭은 당연하게도 고작 한 번의 비빔밥에 사라질 양이 아닌바.
그런데 곧 청년이 경악했다.
“그게 텃밭이었다고요……?”
“…….”
“전혀 텃밭으로 안 보였는데요?”
베라든은 그를 부정할 순 없었다.
카르딘이 말하길.
‘스승님은 농사하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저게 어떻게 텃밭입니까…… 멧돼지 무리가 파헤친 곳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잡초들 같습니다만.’
그러나 베라든은 눈을 부라렸다.
“텃밭이 아닌데 어찌 그런 다양한 재료들이 싹을 틔웠겠는가.”
“죄송합니다. 어르신.”
“그래, 알면 되었느니라. 그러니 이제 비빔밥은 내가…….”
그러나 베라든은 절망하고 말았다.
그 잠깐의 찰나, 사내는 이미 비빔밥을 다 먹어버렸다.
베라든은 절망했다.
“내 비빔밥이…….”
“죄송합니다. 어르신. 제가 가진 재료로 비빔밥을 해드릴까요?”
“치우게!”
자신이 힘겹게 키운 텃밭으로 만든 것으로 먹는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화가 난 베라든. 그러다 곧, 사내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찌 여기에 있는 게지?”
“베라든이라는 분께 가르침을 받고자 왔습니다.”
베라든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자신의 텃밭을 망친 자.
심지어 비빔밥 한 숟가락을 못 먹게 한 자.
애초에 베라든은 더 이상 제자를 받고 싶은 마음 따위 없었다.
베라든도 결국에 사람이었다.
청년이 이쁘게 보일 리 만무했다.
“미안하지만 난 더 이상 제자를 받고 싶지 않다네.”
그 말에 청년은 자신이 뵙고자 하는 자가 그인 것을 알았다.
“어르신, 제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청년의 인상은 좋았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도 했다.
뭐, 실수로 자신의 텃밭을 망쳤지만, 자신은 정말로 더 이상 제자를 받고 싶지 않다.
‘물론 꼭 텃밭 때문에는 아니다.’
정말이다.
진짜로.
“다시 말하겠네, 난 더 이상 제자를 받지 않기로 다짐했다네. 돌아가시게.”
그러나 쉽게 포기할 청년이 아니었다.
그에 베라든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베라든은 8기둥의 후보였던 자다.
‘그리고 난 8기둥이 되지 못했지.’
그러나 알아야 할 게 있다.
그는 되지 못했다는 말이 정확하지 않다.
‘나 스스로 8기둥이 되지 않고자 했다.’
자신의 제자들 때문이었다.
그에게서 피어오르는 무시무시한 살기는 8기둥들이 가진 힘과 견준다.
또한 그는 가르치는 자라는 수식어와 같이 남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반대로.
‘빼앗을 수도 있다.’
베라든이 가진 권능 중 하나.
앗아가는 자의 힘이 피어오른다.
그 거대한 힘이 사내를 짓누른다.
초대 죽음의 신도, 2세대 군신도, 그리고 카르딘 황자도 모두 이 권능 앞에 절망했다.
사실 청년이 자신의 텃밭을 망쳤기에 앗아가는 자를 발동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베라든이 모두에게 행한 일종의 ‘시험’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베라든은 제자를 받을 생각이 없는바.
설령 청년이 이 시련을 무사히 통과해도 받아줄 생각 따위 없었다.
‘그는 이방인인가?’
그에겐 이런 알림이 끊임없이 울릴 터.
[앗아가는 자.] [가르치는 자가 당신이 배운 것을 앗아가려 합니다.] [시간이 지속될수록 당신의 스텟이 저하되며, 레벨이 다운되기 시작합니다.] [저항할 수 없는 강한 힘이 당신을 짓누르고 있습니다.]그렇다. 앗아가는 자는 대상을 약하게 만든다.
강해지고자 찾아온 이들을 약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에게 정말 끔찍하고 두려운 것이다.
대부분의 자들이 죄송하다며 도망쳤다.
그러나, 소수의 이들은 알았다.
‘고작 이것들을 내어주어 당신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야.’
‘오로지 얻고자만 하려고 해선 안 되겠죠.’
‘그래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 소수의 이들이 베라든의 인정을 받았다.
쿠그그그그그그그그-!
나무가 크게 흔들리고 땅이 요동친다.
그리고 베라든의 앞에 무릎 꿇지 않기 위해 버티는 청년이 있다.
“썩 꺼지거라! 난 내 텃밭…… 아니, 더 이상 제자를 받을 생각은 없으니!”
더욱더 강하게 베라든이 그를 압박한다.
그런데 곧.
“전 꼭 베라든 님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잠시, 그 말뜻을 베라든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곧.
쿠그그그그그그그-!
이번엔 청년에게서 거대한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방금 전의 그 예의 바른 모습이 사라진 청년의 눈이 매와 같이 날카롭다.
쿠그그그그그그그-
되려 그의 힘에 더욱더 땅이 진동하고 나무가 요동치며, 하늘이 크게 운다.
‘뭐, 뭣……!’
[상대방이 앗아가는 자의 권능을 억누르기 시작합니다.]앗아가는 자의 힘이 짓밟히기 시작한다.
베라든이 더욱더 큰 힘을 피어내려 하지만.
[상대방이 앗아가는 자의 권능을 완전히 억누릅니다!]후우우우웅-
베라든의 몸에서 휘몰아치던 절대적인 권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껏 많은 자들이 베라든을 찾아왔으나 그의 권능을 억누른 적은 없었다.
경악한 베라든.
제자를 받지 않겠다, 다짐했던 그가 새로운 경험에 이채를 띄웠다.
* * *
자신을 베라든이라고 밝힌 노인.
그 노인의 앗아가는 자의 힘에 민혁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굴복하지 않는 자로 저항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힘을 완전히 저항해 냈을 때 민혁에게 경악스러운 알림이 들려왔다.
[베라든이 당신을 조금 인정하고 있습니다.]“……?”
민혁은 의외의 알림이라 생각했다.
평소 이런 경우 민혁은 ‘베라든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라는 알림을 들었다.
그런데 그와 조금 다른 의미의 알림이었다.
그리고 그 알림 뒤에 숨겨진 것은 더 놀랍기 그지없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