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24
밥만 먹고 레벨업 1025화
죽었으나 죽지 않은 자.
민혁에게 종속된 발라만은, 겉으로 보기에는 피부가 하얗게 질린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은 모습이다.
그에게는 소환시간 제한이라는 ‘소환수’들이 가지는 큰 제약이 없기에 언제든 밖에 나와 있을 수 있었다.
조금의 자아만을 가진 발라만.
그리고 그를 따르던 검은해골 군단들.
그들은 모두 천외제국의 노예다.
그들에게는 노예의 낙인이 새겨졌으며, 조금이라도 천외제국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면 낙인이 폭발하게 된다.
또한 그들은 용암의 숨결광산에서 채굴을 하게 되었는데, 일반 광산보다 다섯 배는 더 힘든 곳이었다.
그나마 그들이 훈련을 받은 병사와 기사들이기에 버틸 수 있는 정도였으며, 천외제국은 그 누구도 채굴을 시도하지 못할 곳에 이들을 채움으로써 큰 부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천외제국은 그들에게 칭다오 포로들의 반의반도 안 되는 대접을 해주었다.
그들에게 거의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을 제공해 준 것만 해도 그렇다.
발라만은 멍하니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조금의 자아만을 가졌으나 그는 기분이란 건 느낄 수 있었다.
‘살면서 처음인가?’
그렇다. 발라만에게는 처음이었다. 그에게는 조금의 쉴 틈도 여유도 없었으니까.
그저 앉아 있는데, 살랑이는 바람이 그를 기분 좋게 한다.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그의 마음에 평안을 찾게 한다.
이상한 일이다.
‘평생을 쫓아온 그 꿈이 사라졌는데.’
마음은 너무 편하기만 하다.
또한 광산에서 힘겹게 일하고 온 노예들이 발라만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살았어도, 죽었어도 자신들은 그의 수하임을 잊지 않는 것.
곧 발라만이 말했다.
“집…… 보수한다…….”
“예!”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오로지 훈련, 훈련, 훈련만을 거듭해 온 그들에게 다른 일을 하는 것.
자재를 나르고 미숙한 솜씨로 망치질을 한다.
타아아앙- 타아아앙- 타아아앙-!
서로가 힘을 합쳐 허름했던 집을 새롭게 가꾸어 나간다.
그들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며, 이마에선 송골송골 땀이 흐른다. 발라만은 무표정했으나 그 또한 즐거운 기분이라고는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르르르르르르르-
집이 무너져내렸다.
“…….”
“…….”
“바, 발라만 님?”
언급했듯 그들은 수십 년 동안 훈련만 해왔다. 건축일? 할 줄 모른다.
그저 두들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것.
완전히 풀썩 무너져내린 오두막을 발라만이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나는, 괜찮다, 추위, 더위 느끼지 못한다.”
그는 죽었으며, 산 자니까.
하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오늘 영하 17도입니다.”
“…….”
발라만은 말이 없었다.
* * *
민혁이 헤이즈에게 보고를 받았다.
“루브앙 제국에서 1,000만 플래티넘을 보내왔습니다. 후후, 갑자기 생겼던 간부진들의 공백을 메우기 충분하군요.”
민혁은 조금의 꾸지람을 헤이즈에게 들었다.
갑작스레 천외제국 간부진들을 소환한 일은 분명 무리한 일이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카르딘 황자는 1천만 플래티넘을 곧바로 보내왔고 그들에 대한 공백을 쉽게 메울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림자 루오가 노크하고 들어왔다.
민혁은 그림자 루오에게 발라만과 그의 부하들이었던 자들의 감시를 맡겼다.
루오가 현 상황을 보고했다.
“이래저래 해서…… 집들을 다 부숴 먹었습니다.”
“……?”
“저를 보더니 다른 집을 내주면 안 되겠냐고 하더군요. 추운 데서 자면 근손실 온다며 노발대발하고 있습니다.”
“아…….”
민혁은 눈치챌 수 있었다.
‘걔네 헬스 좋아하는구나…….’
집은 다 부숴 먹어도 운동은 해야겠다 이거다.
또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다.
‘평생 훈련만 해왔던 자들이다. 그 훈련을 제외하고서도 몸을 유지하는 건 계속하고 싶은 거겠지.’
그들의 육체가 녹슬지 않는 것. 천외제국 측에선 환영이다.
그러나.
“나중에 봉급에서 다 뜯어내.”
그들은 결코 대우받아선 안 될 노예들에 불과하다.
또 민혁은 이번에 그들이 일으킨 손실을 어떻게 메울까 생각하고 있던 중 루오가 재차 보고했다.
“아, 그리고 자기들의 식사로는 닭가슴살과 달걀, 버무려지지 않은 샐러드면 된답니다. 쉬는 김에 몸이나 제대로 만든다고 하더군요.”
“…….”
이로써 민혁은 식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먹는 걸 사랑하는 민혁으로선 그들을 이해할 수 없으나, 그들이 그러고 싶단다.
곧 정확히 1,000만 플래티넘이 왔는지 하나하나 세어보겠다며 나섰던 헤이즈가 다시 돌아왔다.
“헤이즈, 알아보라고 한 건?”
“가르치는 자. 베라든에 대한 정보는 아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수만 권도 더 되는 서적을 찾아봤습니다. 그 서적에서 한 가지 문구를 찾아냈습니다.”
헤이즈의 말에 민혁이 귀 기울였다.
“가르치는 자. 그에게는 두 명의 제자가 있었다.”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카르딘과 같은 자를 말하는 건 아닐 것이다.
아주 오래된 서적에 적혀 있을 정도라면 그가 8기둥의 후보였던 시절을 뜻하는 것일 터다.
‘아테네라는 게임은 이렇듯, 힌트를 하나씩은 숨겨두게 마련이다.’
이렇게 수만 권의 책 중 한 가지에 글귀 하나만 적어 놓을 정도로.
‘이 두 제자는 결코 범상치 않은 자들이었을 확률이 높아.’
그들이 누구인지 꽤 궁금하다.
그리고.
“헤이즈, 지금 난 정체되어 있어.”
물론 헤이즈도 잘 알았다.
민혁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8기둥의 후보.
심지어 가르치는 자의 등장은 단비와 같다.
“내가 성장에 주력해도 될까?”
민혁은 황제였으니까 하는 질문이다.
그에 헤이즈가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도 됩니다. 몇 개월간 천외제국을 빠르게 부흥시키셨으니까요.”
헤이즈는, 민혁이 당분간은 자신만을 위해 플레이해도 된다 말하고 있었다.
그에 민혁이 작게 웃음 지었다.
“그럼 다녀올게.”
그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출발했다.
8기둥의 후보였던 가르치는 자를 향해.
* * *
이벤트.
어떠한 게임이든 이벤트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 이벤트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떠나간 유저들마저 다시 되돌아오게 할 수 있고, 동시 접속자수를 폭발시킬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게임이든 게임회사가 진행하는 이벤트는 분명 필요하다는 거다.
그러나 ㈜즐거움이 개발한 아테네는 여느 게임들과 다르게, 이벤트가 무척 적었다.
2개월에 한 번 정도 여타 게임들이 무분별하게 ‘이벤트’를 해대는 것에 반면 아테네는 1~2년에 한 번 모든 유저를 위한 이벤트를 할까 말까였다.
그러나 아테네가 출시된 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3주년 기념으로 아테네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강태훈 사장이 단상 위에 섰다.
아테네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바.
그 이벤트가 어떤 것인지 베일이 벗겨지려 하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촤촤촤촤촤촤촤촥-!
무수히 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있다.
기자들만큼 강태훈 사장도 감회가 새롭다.
강태훈 사장이 입을 열었다.
“이번 이벤트는 650레벨 이하의 유저들에게만 적용됩니다.”
그 말에 한 기자가 질문했다.
“650레벨 이하의 유저들이요? 650레벨을 달성한 유저는 민혁 유저밖에 없지 않습니까?”
“민혁 유저를 배제하기 위한 이벤트입니까!?”
기자들은 지존 민혁의 성장이 너무 압도적이기에 제재를 걸었나 했다.
강태훈은 그에 대해 덧붙이진 않았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를 제재하기 위함은 아니다.’
단지 이 이벤트가 기획된 1년 전부터, 650레벨 이상의 유저들은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되어 있었을 뿐이다.
강태훈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한 달 동안 모든 유저들은 경험치 3배에 아티팩트 드랍률 3배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며 자신과 비슷한 레벨대의 보스 몬스터 사냥 시 5배의 경험치를 얻게 됩니다.”
“와아아아아!”
기자들도 당연히 아테네의 유저들이다.
3배의 경험치 획득률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특히나, 레벨이 높아질수록 느려지던 경험치 획득률에 질려있던 유저들이 더 빠르게 성장하여, 더 높은 벽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3주년이기에 3배의 이벤트이군요.”
“훌륭합니다!”
모든 기자들이 이례 없던 이벤트에 감탄을 터뜨렸다.
그러나 꼭 3주년이기에 3배의 이벤트는 아니다.
‘우리는 이때에 유저들의 성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판단했지.’
그리고 예상대로 생각보다 소수의 유저들을 제외한 자들의 수준은 자신들의 예상에 못 미쳤다.
‘곧 헬레냐가 깨어날 것이다.’
강태훈은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헬레냐의 조각에 의해 온전하게 부활하지 못하는 헬레냐.
그녀가 곧 깨어난다.
그러나 그들은 알아야 한다.
‘헬레냐가 온전한 부활을 하지 못했다 하나, 그녀가 잠깐 깨어났을 때.’
그 당시에도 유저들은 헬레냐를 감당하지 못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압도당했다.
그때와 지금의 수준?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때문에 그녀에게 대비하기 위한 발판을 어느 정도 마련해 주기 위해 기획된 이벤트다.
‘한 달 동안 3배의 경험치를 주는 것에 불과해 보일지만, 엄청나다.’
그로 인해 600레벨 달성자가 당분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테니까.
또한.
“400레벨 유저들이 15레벨업을 달성시키면 2레벨업의 포션을, 500레벨 유저들이 8레벨업을 달성시키면 2레벨업의 포션을, 600레벨 유저들이 4레벨업을 달성시키면 2레벨업의 포션을 지급합니다.”
“……!”
“또한 이벤트 기간 동안 시스템이 인지하여 가장 큰 성장을 이루어낸 열 명의 유저에게 모든 스텟 +5 상승의 포션을, 가장 큰 성장을 이룬 유저에게 모든 스텟 +8 상승의 포션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진짜, 막 퍼주는구나.”
“크, 한번 퍼주니까 제대로 퍼주네.”
기자들의 환호 속에서 강태훈 사장은 쓰게 웃었다.
최근, 군신의 광고영상이 세상에 나간 적 있다.
그리고 그 영상에서 헬레냐는 왕 위의 신 에게논과 손을 잡고 신들의 땅을 쳤다.
물론 그것이 실제는 아니다.
그러나, 강태훈 사장이 생각했을 때.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헬레냐는 온전한 힘을 찾지 못했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뭐든 할 것이니까.
‘이제 막느냐, 못 막느냐는 앞으로 유저들의 행동에 달렸다.’
유저들은 몰랐다.
㈜즐거움이 공시하지 않았지만 제3의 아테네는 이미 시작되려 하고 있음을.
그리고 강태훈 사장, 그가 기자들을 둘러보며 덧붙였다.
“이제껏 많은 분들이 신클래스와 평범한 클래스 사이에서 많은 질타를 해왔습니다.”
사실이었다.
초반에 신클래스는 너무나도 큰 두각을 드러냈으니까. 후반에도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일반 유저들이 신클래스를 능가하는 방법은 600레벨을 달성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계승을 성공한 신들은 이제 일정 레벨을 달성할 때마다 어느 정도 해당 클래스의 봉인이 풀리는바.
현재 650레벨을 넘어선 유저는 고작 한 명뿐.
그리고 그에 근접한 유저는 더러 있는 상황이다.
또한, 500에서 600레벨이 되는 것보다 현재 600에서 650레벨이 되는 것이 더 힘들다.
“신클래스를 제외한 많은 클래스들은 650레벨에서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이할 겁니다.”
“……!”
“……!”
어떠한 이벤트를 발표할지에 대한 것보다 더 큰 파장이 일어났다.
이 말 한마디가, 한 달 동안 유저들의 레벨업 욕구를 올릴 테니까.
강태훈 사장이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런 그에게 박민규 팀장이 다가왔다.
“사장님.”
그 부름에 강태훈 사장이 쓰게 웃었다.
“그래, 벌써 커뮤니티에 민혁을 겨냥한 이벤트라는 말이 빗발치고 있는가?”
강태훈 사장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거다.
하지만 민혁을 위해 기획한 이벤트를 바꿀 생각은 없었다.
또 사람들은 민혁을 겨냥한 거 아니냐고 지적하면서도, 실제로는 원하고 있지 않았을까?
‘지존과 가까워지는걸.’
“네, 맞습니다.”
자신의 예상이 맞았구나.
박 팀장은 그와 관한 보고를 올리려 한 것이다.
‘민혁 유저의 레벨은 높다. 때문에 앞으로는 레벨을 올리기 위해 꽤 큰 정체기를 거쳐야 할 거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만큼 레벨이 높았으니까.
그런데.
“제가 올리려는 보고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음?”
의아한 표정을 지은 강태훈에게 박 팀장이 보고했다.
“민혁 유저가 1레벨을 올렸습니다.”
“……?”
휴대폰을 보며 말하는 박 팀장을 보며 강태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확인했을 때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가 3%밖에 안 되었는데?”
“맞습니다. 어?”
박 팀장이 다시 휴대폰을 보았다.
“방금 또 1레벨 올랐네요.”
“……?”
강태훈 사장이 말문을 잃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그에 박 팀장이 말했다.
“민혁 유저가, 가르치는 자의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