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26
밥만 먹고 레벨업 1027화
베라든의 앗아가는 자를 저항한 민혁은 경악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민혁은 현재 656레벨이었다. 이제 어지간한 퀘스트나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고서야 경험치가 거의 오르지 않는 수준에 이른 그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레벨에 의한 성장은 정체되었다 말할 수 있다.
‘유저들에게 있어 가장 성장하기 쉬운 레벨업이 정체되었으니 다른 유저들과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거다.’
정체된 민혁과 다르게 아직 650레벨에 도달하지 못한 유저들은 빠르게 격차를 좁혀올 것이다.
그만큼 650을 넘었냐, 안 넘었느냐의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 획득률 자체가 달랐다.
그런데 지금 평소의 ‘친밀도가 상승하였습니다’가 아닌, ‘조금 인정받았습니다’라는 알림 하나만으로 민혁은 레벨업했다.
‘그는 가르치는 자.’
심지어 배움의 기둥이 될 뻔하였던 자다.
‘나는 생각보다 엄청난 자를 만난 것일지도 모른다.’
민혁은 눈치챌 수 있었다.
베라든을 통해 자신은 정체된 성장을 다시 빠르게 할 수도 있으며, 그로 인한 성장은 무궁무진할지도 모른다는 것.
베라든도 민혁을 당혹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 앗아가는 자를 통해 보고자 한 것은 자신이 가진 것을 잃으면서까지 배우고자 함이 있었는가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아예 앗아가는 자를 무력화시켜 버리는 자라니?
그러나 언급했듯 베라든은 더 이상 제자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 그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
흥미가 생겼다는 거다.
‘공손함 뒤에 숨겨진 강함이라.’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가 자신의 텃밭을 망친 이라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 힘을 무력화시키다니, 기분 나빠서 싫다네.”
“…….”
민혁은 말문을 잃었다.
시스템 알림은 베라든이 자신을 조금 인정하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그 표정은 전혀 달랐다.
“솔직히 텃밭 때문에 그러시죠?”
“무슨 소리인가? 난 고작 텃밭 때문에 그럴 쪼잔한 사람은 아니네. 설령 그렇다 한들, 자네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는가?”
실제로 민혁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긴 했다.
그리고 베라든은 지금 민혁에 의해 텃밭을 잃어 오늘 무엇을 먹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다 묘책이 생각났다.
‘호오라?’
자신은 앞의 청년에게 조금 호감이 생겼고 생각이 변할 수도 있다 여길 뿐이지, 제자를 받지 않고자 함은 현재로써 변함없다.
때문에 청년을 쫓아낼 묘책이 떠오른 것이다.
“정 그렇다면 이 산의 동쪽으로 쭉 가다 보면 산들의 주인이 지키는 것들을 좀 캐오던가. 그것을 캐온다면 내 자네에게 작은 가르침 하나 정도는 줄 수 있지.”
띠링!
[퀘스트: 산들의 주인이 지키는 것]등급: SSS
제한: 베라든의 제안을 받은 자.
보상: 베라든의 작은 가르침.
실패 시 페널티: 베라든의 가르침을 받을 수 없게 됨.
설명: 베라든은 지금 몹시 배가 고프다. 산을 지키는 주인이 키우는 것들을 얻어와 베라든에게 건네준다면 작은 가르침 하나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텃밭의 것들을 다 먹어버렸으니 그것들을 얻어와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혹여 그 맛있는 것을 드시고 만족하신다면 저를 인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인정이라, 그 어떤 자도 나의 인정을 받긴 쉽지 않았다네.”
그리고 민혁은 그곳으로 향하기 전 궁금한 것도 하나 있었다.
“어르신께선 아주 큰 두 제자를 두었다 들었습니다. 혹 그들이 누구인지 제가 말씀하신 것을 얻어온다면 가르쳐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 그것을 안다 한들 민혁이 얻는 것은 없었다.
단지, 궁금할 뿐이었다. 베라든의 손을 거친 두 명의 거대한 제자들이 말이다.
“그러지.”
꺼려지는 일이었으나 베라든은 고개를 주억였다.
곧 민혁이 다시 꾸벅 고개를 숙이고 동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두 명의 커다란 제자라.’
베라든은 씁쓸하게 웃었다.
어떠한 책에 적힌 것인지는 모른다.
본래 전설이란 것은 허황된 이야기가 가미되게 마련이니까.
때문에 어느 정도는 진실이고, 어느 정도는 거짓인 경우가 많다.
‘내겐 세 명의 제자가 있었다.’
단지, 다른 한 명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그가 재료들을 구해온다 한들, 두 명에 대해서만 말해줄 생각이다.
그는 다른 한 명의 제자를 떠올렸다.
‘가장 뛰어났으며, 가장 악했고, 가장 선했지.’
그러다 그는 곧 웃음을 흘렸다.
“산들의 주인에게선 재료를 얻어올 수 없을 것이다.”
베라든은 즐거운 일이 생긴 듯 피식거리며 웃어댔다.
* * *
민혁은 계속해서 동쪽으로 올라갔다. 계속해서 오르던 그는 마치 초원과 같이 드넓게 펼쳐진 곳과 마주할 수 있었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이곳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리고 말지 않은 곳에서 아주 곱게 자라나 있는 것들이 보였다.
‘호오, 취나물과 시금치, 숙주나물, 청경채와 배추까지 다양하게 있네.’
벌써부터 군침이 도는 듯하다. 민혁은 그 재료가 있는 곳을 향해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산들의 주인이라.’
민혁은 베라든이 자신을 과소평가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때.
쿠구구구구구-
알 수 없는 진동이 느껴졌다.
민혁이 그를 인지하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크학!?”
민혁이 뒤로 튕겨 날아갔다. 온몸의 뼈가 부러진 듯한 강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 단단한 초월자의 갑옷 세트의 일부분이 찌그러졌을 정도다.
[HP가 87%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민혁은 경악했다.
‘이게 무슨…….’
한 번의 충격에 말도 안 될 정도의 딜량이 들어왔다.
땅을 뒹군 민혁이 서둘러 몸을 일으켜 자신을 들이받은 대상을 확인했다.
‘소?’
말 그대로 아주 거대한 소였다. 심지어 이마에 뿔까지 자란 소!
[산들의 주인 Lv 786.] [산들의 주인을 죽일 시 산들의 주인이 지키는 재료가 시들어 버립니다.]민혁은 소의 레벨이 이토록 높은 것은 처음 본다.
그리고 본래, 민혁이 이러한 소를 만났을 때는 대부분 입안에 군침이 돌곤 한다.
그러나 산들의 주인이라는 이 존재는 먹는 것 자체도 불가능한 존재로 보였다.
어찌 보면 고작 소에 불과한 그가 눈을 번뜩이며 민혁에게 경고했다.
“썩 꺼지거라.”
뒷발로 땅을 벅벅 차대는 그 소의 모습이 무척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저기 자라난 것들이 꼭 필요한바.
“저기 있는 것들만 가지고 가면 안 될까?”
민혁의 그 물음과 동시에 또다시 산들의 주인이 돌격해왔다.
순간 가속이 시속 수백 키로 이상에 가까워 보였다.
민혁이 그에 반응하기도 전에 그 거대한 소가 민혁의 지척에 이르러 있었다.
민혁이 그 찰나에 무형검을 발동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팟-!
무형의 검이 미친 듯이 소를 베었다.
무형검이 온몸을 난자하지만, 산들의 주인은 큰 타격을 받진 않은 듯 보였다.
‘방어력을 무시하는 무형검이 베고 지나감에도 끄떡없어.’
그렇다는 의미는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산들의 주인은 애초에 HP량 자체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편에 속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건 보스급들보다도 더 높은 것 같은데?’
민혁은 산들의 주인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네임드 몬스터에 속하는 편이었으나 특별한 특성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
‘대신 HP량과 방어력, 공격력이 월등한 케이스.’
쉽게 표현하면 헤라클과 비슷한 존재라고 볼 수 있었다.
“바람같은.”
무형검을 발동하고 가까스로 피해냈다 생각한 민혁.
그 순간.
쿠우우우웅-!
순식간에 몸을 비튼 산들의 주인의 뿔이 민혁을 강타했다.
“크흡!”
민혁이 또다시 하늘을 날며 생각했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 절대방어를 펼쳐 그 7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저 재료 몇 개를 가지고 도망치는 것이다.
그러나 무척 위험한 방법이며 재료도 많이 얻을 수 없다.
‘혹시 쫓아온다면 큰일이니까.’
그리고 또 다른 방법.
‘바로 산들의 주인을 제압하는 것.’
산들의 주인은 산마저 몸으로 들이받아 부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레벨이 무척 높았기에 자칫, 되려 민혁이 강제 로그아웃 당할 정도로 강한 적수다.
파아아앗-
민혁이 또 한 번 돌진하는 놈에게 폭주하는 검을 전개한다.
그러나.
팅-
“……?”
민혁은 정말 높은 HP량만큼 사기적으로 높은 방어력에 말문을 잃었다.
쿠우우우웅-!
한 번 들이받은 산들의 주인이 민혁을 뒤쫓는다.
[산들의 주인이 폭주합니다!] [산들의 주인의 속도가 대폭 증가합니다.]가뜩이나 엄청나게 빠른 산들의 주인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하늘에 붕 뜬 민혁을 쫓아와 한 번 더 들이받는다.
물론 날아가는 속도에 의해 민혁이 받는 데미지는 더 적었으나, 이미 그의 HP는 한없이 떨어진 상태다.
[HP가 44%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단시간에 많은 HP가 하락하며 강한 충격을 입었습니다.] [몸 곳곳의 뼈가 골절되어 움직임이 쉽지 않습니다.]몸이 너덜너덜해진 민혁의 머릿속으로 또 다른 해결책이 떠오른다.
필멸을 발동하는가?
‘필멸을 발동하면 산들의 주인은 죽는다.’
또 민혁이 받는 페널티 대비 얻는 게 적으며, 심지어 산들의 주인이 죽으면 모든 재료는 시들어버린다.
그렇다면 다른 스킬로?
‘아니, 다른 스킬을 전개할 시간에 내가 당한다.’
그 상황에 민혁이 선택한 것.
“한우소환.”
쿠우우우우우우우웅-!
“음머어어어어어어어!!!!”
산들의 주인과 호각을 이루는 존재를 소환하는 것이다.
연달아 공격하기 위해 내달리던 산들의 주인.
그를 거대한 크기의 한우가 막아섰다.
한우가 보유한 한우돌진은 자신이 커지는 것을 한우 스스로가 제어할 수 있다.
또한, 최대한 거대해질 시 더 광범위한 공격이 가능한 것일 뿐이며, 기존의 크기에서도 한우돌진 사용이 가능했다.
“한우돌진.”
딱 산들의 주인만큼 거대해진 크기의 한우가 돌진했다.
그 틈에.
“꼭두각시 인형 빌, 자아의 쇠사슬.”
산들의 주인을 제압하고자 한 민혁이 소환을 끝마쳤다.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민혁을 노리고 달리던 산들의 주인과 한우가 충돌했다.
한우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되려 산들의 주인을 천천히 밀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빌과 자아의 쇠사슬이 빠르게 움직였다.
빌의 검이 산들의 주인의 등을 노렸고, 자아의 쇠사슬이 목덜미를 노렸다.
그런데.
“음머어어어어!”
한우가 거칠게 포효했다. 그 포효에 민혁은 자아의 쇠사슬과 빌을 멈추게 했다.
한우의 포효는 마치 우리의 전투를 참견하지 말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쿠우우우우우우웅-!
뒤뚱뒤뚱 뒤로 밀려나던 산들의 주인.
안간힘을 쓰며 밀고 들어가려 하지만 결국 힘에 부쳐 쓰러지고 말았다.
콧김을 내뿜는 한우가 본래의 모습인 우마왕으로 돌아왔다.
민혁은 그저 그 모습을 지켜만 봤다.
그러다 곧 볼 수 있었다.
우마왕이 거친 숨을 헐떡이며 쓰러진 산들의 주인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좋은 승부였소.”
‘이건 뭔 상황이냐……?’
그리고 곧 민혁은 더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거친 숨을 헐떡이는 산들의 주인. 심지어 뿔이 삼지창처럼 뾰족하고 흉포한 녀석의 볼이 발그스름해지는 것이다.
곧바로 산들의 주인이 빛에 휩싸이며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
한우와 똑같았다. 원할 때 인간의 모습이 될 수 있는 것이 말이다.
심지어 산들의 주인은 여인이었다.
“나와 같은 종과 만나는 건 처음이구려. 또 이토록 미인이라니, 영광이오.”
우마왕, 한우의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노련미 넘치는 그의 말에 산들의 주인의 볼이 더 발그스레해졌다.
“저도 반가워요, 우리 함께 소의 모습으로 변해, 저쪽에서 오붓하게 건초를 뜯는 건 어때요?”
“후후, 그 옆의 아름다운 강가에서 강물도 한잔하면(?) 더할 나위 없지.”
“저, 저기…….”
두 소가 어디론가 걸어간다. 민혁이 조심스레 부르자 동시에 돌아봤다.
“저거 가져가도 됩니까?”
“그런데 저 인간은 누구죠?”
“제 주인이십니다.”
“가져가도 좋아요.”
“아, 네…….”
민혁은 흔쾌히(?) 승낙받자 그곳에 있는 재료들을 모두 수확했다.
그리고 함께 멀어지는 한우, 산들의 주인을 보며 일이 쉽게 풀려 기쁘면서도 찝찝했다.
그렇다.
기쁜데 뭔가 찝찝했다.
‘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