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4
밥만 먹고 레벨업 104화
지혜는 생각이 많은 표정이었다.
확실히 민혁은 너무 했다.
모든 게 일방적이었으니까.
지혜가 말했다.
“사정이 있을 수도 있잖아, 만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난 잘 모르겠다.”
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던 중, 지수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는 휴대폰을 넘기다가 뜬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제목은 ‘돌아온 투신 로반’이었다.
“어……? 뭐야, 로반 님이 왜 여깄어!”
분명 아레스 길드와 싸운다는 이야기 이후 연락이 두절 된 로반이다.
그런데 그는 동영상에 나오고 있었다.
“지금 이 투구 쓴 사람…….”
아깐 쓰지 않았던 정체 모를 뿔투구!
그 투구를 쓴 사람은 당연히 민혁일 것이다.
그가 등에 찬 프라이팬이 증명했다.
그리고 이어 로반과 민혁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영상을 셋은 넋놓고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막.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붕대 감기를 하며 날카로운 눈으로 로반을 바라보는 민혁!
“……저, 전투 센스 지렸다…….”
석태가 말했다.
권왕 칸!
그런 코드네임을 가졌지만, 그도 인정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로반 님 버서커 비기 사용한 거 맞지?”
“그런 것 같아. 버서커 비기를 사용하면 로반 님 200레벨 대도 잡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대신에 패널티가 너무 커서 못 쓰신다고…….”
모두가 감탄했다.
그럼 민혁은 얼마나 강한 거란 말인가.
“와, 저 게임 고자가 어떻게 저렇게 세지?”
넷이 함께 어울릴 때 가장 게임을 못했던 게 민혁이다.
그와 함께 게임을 하면 열불이 났다.
하지만 진실은 이러했다.
그 셋이 너무 잘해, 민혁이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
“그것보다 민혁이를 찾을 방법이 생각났어.”
“뭔데?”
지혜의 말에 석태가 반응했다.
“저 프라이팬과 투구를 이용해서 찾으면 되지 않을까?”
“오! 그럼 강아지들처럼 찾아주면 사례금 드려요. 이렇게?”
“그렇지!”
그러던 중, 조용히 휴대폰을 보고 있던 지수가 말했다.
“……못 찾을 것 같다.”
“왜?”
지수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그곳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대장장이 길드 해피밀입니다. 고갱님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하룻밤 사이에 프라이팬과 뿔투구 30만 개 완판되었습니다 ^_^]“……?”
“……?”
지혜와 석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숨을 쉰 지수가 또 다른 글 내용을 보여줬다.
[하룻밤 사이에 길거리에 무슨 프라이팬 등 뒤에 차고 뿔투구 쓴 놈들이 지천에 깔렸냐…….] [ㅇㅈ…… 마치 롱패딩 유행 불어서 지나다닐 때마다 나랑 똑같은 패딩 입은 사람 보는 느낌……ㅋㅋㅋㅋ] [심지어 해피밀 길드에서 주문 폭주 중이랍니다. 오늘만 50만 개 판매 예상이라고…… 심지어 다른 길드도 프라이팬 판매 사업 뛰어드는 중.]“…….”
“…….”
두 사람은 말을 잃었다.
그 순간 때마침 윤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지혜와 그가 통화를 시작했다.
“네네, 저희 동창이에요. 정말요. 자초지종은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일단 귓말 좀 해주세요. 네.”
곧 지혜는 통화를 종료했다.
얼마 후, 윤찬에게로 다시 전화가 왔다.
“뭐, 뭐라고 하나요? 귓속말하셨나요?”
하지만 윤찬은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귓속말 꺼져 있는데요……?]* * *
자고 일어난 민혁은 어기적어기적 몸을 일으켰다.
“배고프다.”
하루의 아침을 언제나 올바른 말로(?) 시작하는 그였다.
방을 나가 부엌으로 온 그는 때마침 일어나 있던 창욱을 볼 수 있었다.
“여, 프라이팬 살인마.”
“형이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너 어제 아테네 공식 홈페이지에 실시간 검색어 1위 했어, 거기에 생방송으로 투신 로반이랑 싸워서 이기는 영상도 뜨고. 대단한 자식.”
자신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유명세를 탔다?
민혁은 그에 딱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에이씨, 그러면 먹는데 귀찮아지는데!”
창욱은 그런 말을 하는 민혁을 보며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든 게임을 하면 랭커가 되고 싶고 강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정작 민혁은 정말 몸서리치게 귀찮아하는 표정이었다.
“맞다, 민혁이 너 어제 귓속말 꺼져있더라?”
“아, 그거 루시아 님이 계속 라면 먹고 싶다고 귓속말해서요. 예전에 끓여준 라면 맛을 잊지 못하겠다나 뭐라나.”
“……내가 아는 그 루시아 님?”
“네.”
“조, 좋은 거 아니야?”
“형, 나쁜 거죠! 세상에. 저한테서 라면을 뺏어 먹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니!”
“그, 그래?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아니긴요. 형이 그분을 잘 몰라서 그래요. 그분 감자전 두 젓가락 먹으려는 식탐 있으신 분이에요.”
하지만 그와 다르게 창욱은 곰곰이 생각했다.
정말 루시아가 라면 먹고 싶어서 민혁에게 귓속말했겠는가?
‘생각보다 루시아 님이 되게 과감하신데?’
흔히 라면 먹고 싶다.
‘라면 먹고 갈래?’는 관심의 표현으로 드러나지 않던가.
어쩌면 이것은 ‘썸’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혁은 그런 루시아를 라면을 뺏어 먹으려는 악당으로 보고 있었다.
‘얘도 천상 고자란 말이지.’
창욱도 함께 천상 고자였기에 그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루시아와 그가 잘 되었다면 배가 아팠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창욱은 시무룩해졌다.
‘근데 난 왜…….’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없는가!
갑자기 어깨가 축 처진 창욱이 힘없이 터벅터벅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형, 갑자기 왜 힘이 없어요?”
“말 시키지 마…… 부러운…… 아니, 나쁜 놈아.”
“……?”
민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울토마토와 샐러드를 양껏 먹어줬다.
‘신의 요리라.’
다섯 개의 신의 요리!
민혁은 벌써 기대가 됐다.
그리고 요리의 행방에 대해서 알기 위해선 요리사의 탑의 전 탑장인 보로토를 만나야만 했다.
보르토는 요리사의 마을 라밴에 있다고 하였다.
민혁은 곧바로 아테네에 접속했다.
* * *
라밴에 도착한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부터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
자신처럼 등 뒤에 프라이팬을 매고 뿔투구를 쓴 이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허공에 프라이팬을 휘두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코리아 넘버원.”
“……?”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이런 사람들도 있었다.
“프라이팬을 사랑하는 모임, 프사모에서 길드원 모집합니다. 대신 프라이팬 공격력 50 이하는 안 받아 줍니다.”
민혁은 별의별 이상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전 요리사의 탑장 보르토가 있는 곳으로.
* * *
전 요리사의 탑장 보르토!
그는 대낮부터 자신의 집에서 술에 심하게 취해 있었다.
‘결국 식신 님을 이을 자는 나타나지 않는 겐가…….’
이곳에서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는 이는 없었다.
놀라운 식신의 전설!
하지만 그 식신의 전설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콧방귀를 끼었다.
‘아니, 그런 미친놈이 세상에 어딨습니까, 보르토 님!’
‘보르토 님, 그 허황된 사실을 너무 믿으시는 거 아닙니까? 마치 전래동화를 믿는 거하고 똑같은 격이지 않아요?’
그렇다.
사람들은 식신의 전설을 하나같이 이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동심을 키워주기 위한 전래동화쯤으로!
확실히 그럴만했다.
식신의 전설은 너무나 허황되어 보이는 것투성이였으니까.
하지만 어렸을 적, 보르토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항상 그 말을 들었었다.
‘그분은 언젠간 오실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한때, 식신을 섬겼다고 하였고 그의 이야기에 대해 해주곤 하셨다.
어린 시절의 보르토는 그를 생각하며 꿈을 키워왔었다.
하지만 결국 식신은 오랜 시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은 전 요리사의 탑장이자, 노망난 늙은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보르토는 술을 한껏 들이켰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계십니까? 와구!”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보르토는 고개를 갸웃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문을 열자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사내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언가를 뜯고 있었던 듯, 입가에 묻은 기름기를 서둘러 닦아냈는데, 자신의 머리 크기만큼이나 커다란 오리 훈제 고기를 들고 있었다.
“……자넨, 누군가?”
“식신의 유물을 찾기 위해 왔습니다.”
“……!”
그 말에 보르토는 깜짝하고 놀랐다.
그리고 보르토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말했다.
“자넨, 세상이 내일 멸망한다면 무엇을 할 건가?”
“맛있는 걸 먹어야죠?”
“드래곤 로드가 자네에게 선물을 준다면 뭘 받고 싶나?”
“꼬리 조금만 떼 달라고 할 거예요. 드래곤의 꼬리는 무슨 맛일까요!”
“자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무슨 생각을 하지?”
“그냥 배고파서 깨는데…….”
‘이럴 수가……! 이거 완전 먹을 거에 미친 놈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보르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증명이 필요하다.
그는 후다닥 안쪽으로 뛰어들어 갔다.
보르토의 아버지가 과거 남겨두었던 식신이 만든 요리 한 가지가 존재했다.
이는 식신이 직접 자신의 힘을 이용해 봉인시켜 놓았다.
오로지 식신만이 먹을 수 있는 요리!
그 때문에 이 요리 자체는 식신이 아니면 먹을 수 없다!
곧 그는 상자를 열었다.
그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을 본 순간 민혁은 깜짝 놀라며 보르토와 그 요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보르토는 조심스레 젓가락을 건넸다.
“자네, 이 요리에 손을 뻗어보겠나?”
식신이 아니라면 이 요리 자체에 젓가락이 닿을 수 없다.
심지어 보르토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 전에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이 요리를 먹을 때 꼭 필요한 게 있지요.”
민혁은 비장한 표정으로 보르토를 보았다.
* * *
“이 요리를 먹을 때 꼭 필요한 게 있지요.”
민혁의 비장한 표정!
그는 서둘러 식품 보관 인벤토리에서 뜨끈뜨끈한 밥 한 공기를 꺼냈다.
요리사의 탑의 전 탑장 보르토!
그가 내민 요리는 다름 아닌, 메추리 알 장조림이었다!
메추리 알 장조림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밥도둑 중 밥도둑이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어머니가 전날 밤 용기에 가득 차게 해놓은 메추리 알 장조림을 보면 그만큼 흐뭇할 때가 없지 않던가.
민혁은 슬그머니 메추리 알 장조림에 젓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그의 젓가락은 당연하게도 너무 쉽게 검은빛을 머금은 메추리 알을 집었다.
“허억……!”
보르토는 경악한 표정으로 민혁을 바라봤다.
이어 메추리 알 장조림이 든 요리를 그에게 건네더니, 몇 걸음 물러나 절을 했다.
“식신이시여!”
하지만 민혁은 그가 안중에도 없었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밥 위로 수저를 가져갔다.
푹 퍼낸 다음 그 위에 메추리 알 장조림을 올려 한입 가득 먹었다.
“와구!”
입안 가득 뜨끈뜨끈한 밥알과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메추리 알 장조림의 맛이 느껴진다.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뭐, 뭐지? 엄청 맛있잖아?”
민혁은 감탄하고 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이제까지 먹었던 메추리 알 장조림과 달랐다.
더욱더 깊은 맛이 있었고 씹을 때마다 노른자와 흰자의 맛이 적절하게 어울렸다.
“당연하지요. 그 요리는 식신님께서 만드신 요리입니다. 그 알은 사실 메추리가 아닙니다.”
메추리가 아니다?
그럼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크기는 분명히 메추리 알과 흡사했다.
곧 다소 충격적인 보르토의 말이 이어졌다.
“바로 피닉스의 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