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57
밥만 먹고 레벨업 1058화
루브앙 제국 황제였던 네르바와 그런 그에게 거대한 증오심을 품고 있는 브로드.
어떠한 사람들은 말했다.
혹시라도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된다면 8기둥조차 두렵지 않을 무력을 과시할 것이라고.
그만큼 브로드는 강했다.
천외제국의 위기의 순간마다 매번 두드러지는 힘으로 위험의 돌파구를 만들어주는 브로드는 현시대의 최강자였으니까.
더불어, 아테네의 가장 큰 제국인 루브앙 제국을 이끌던 네르바.
둘은 기름과 물처럼 섞일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그 둘을 함께하게 해버렸다.
몬스터의 주인 바바리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외팔이 놈은 뭐지?’
오랜 시간 음지에 숨어 있던 바바리안은 루브앙 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더불어 저 외팔이 사내는 특별한 전투를 보여주지 않았기에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1천5백만 마리를 죽이겠다는 사내를 보자 어이가 없어졌다.
‘내 몬스터들을? 홀홀!’
황당하기 그지없다.
자신이 만들어낸 네임드 몬스터들은 평균 레벨대가 자그마치 860대에 이르고 있었으니까.
앞으로 나선 네임드 몬스터 수십 마리가 외팔이 사내에게 동시에 특성을 발휘했다.
그 특성들은 제각각이다.
어떤 것은 스턴 상태에 빠트리며, 어떤 것은 공포에 빠트리고, 또 어떤 것은 HP를 갉아먹는다.
그런데.
“……?”
바바리안은 눈을 끔벅였다.
‘어떠한 것도 먹히지 않는다? 이, 이게 뭐지?’
네르바에게 몬스터들의 특성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네르바가 루브앙 제국의 황제라는 것이었으며, 군신의 후보였던 네르바가 보유한 자체적인 권능에 있었다.
네르바는 ‘절대자’라는 권능을 비롯해 루브앙 제국 황제로서의 다양한 권능을 고루 갖추고 있다.
비록 황위에선 내려왔으나 그 권능은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그러한 권능 앞에, 몬스터 따위의 특성이 닿을 리 없었다.
도리어.
“키, 키헤에에엑!?”
“크하아아아아아악!”
“캬아아아아아악!”
몬스터들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브로드가 늑대라면, 네르바는 매와 같은 자.
매와 같은 눈으로 주변을 훑는 그의 시선에 모든 몬스터들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쿠그그그그그그-
또한, 네르바가 발동한 ‘황제의 앞에’라는 스킬이 몬스터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쿠우우웅-!
쿠우우우웅-!
몬스터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안간힘을 쓰며 버티려는 놈들도 있었으나 결국 그 거대한 힘 앞에 무릎을 꿇고 경배했다.
“……!”
바바리안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앞쪽을 꽉 채운 천만 마리가 넘는 몬스터들이 사내 한 명에게 무릎을 꿇고 부들부들 떨어대는 모습.
그것은 ‘경배’였다.
가장 위대한 절대자를 향한 경배!
“이, 이놈이!”
바바리안은 기필코 브로드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계획이 틀어진다.
어쩌면, 그저 잡기술을 많이 익힌 ‘배우’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그런 자들은 꽤 많다.
본인의 무력은 실제 강하지 않으나, 잡기술과 뛰어난 연기로 적들을 물러나게 하는.
“일어나라!”
바바리안이 손가락을 움직여 앞쪽의 놈들을 강압적으로 일으켜 세웠다.
세 개머리 사자들이 눈에 두드러졌다.
지옥의 문지기인 켈베로스를 연상시키며 만들어낸 놈들은 켈베로스보다 더 뛰어나고 강했다.
그런 놈들을 교배시켜 자그마치 삼십여 마리를 만들어냈다.
다리는 표범이었기에 그 속도는 눈으로 좇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 놈들이.
타타타타타타탓-!
동시에 내달렸다.
“위험해…….”
아레스가 신음했다. 이미 무수히 많은 랭커들은 저 세 개머리 사자들과 충돌해 본 바 있다.
레벨 800대의 놈은 그 피부가 무척 질기고 단단할뿐더러, 빠른 발과 강한 발힘, 무엇이든 부술 턱뼈 때문에 굉장히 사냥이 힘든 놈들이었다.
저놈들에게 당한 놈들이 수만은 될 것이다.
그런 놈들 서른 마리가 동시에 팔 하나를 잃은 네르바에게 달려간다.
“플라이드 검술 4장.”
끼에에에에에에에-!
하늘 위로 수십 마리의 매가 활짝 날아오르는 듯하다.
네르바가 쥔 검에서 뻗어진 수십여 개의 검기가, 곧 하늘에서 자세를 잡은 매처럼 아름답게 떠 있다.
그러한 매들이 동시에 하강하더니.
“무리사냥.”
쿠콰콰콰콰콰콰콰콱-!
내달리는 사자들을 단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몸 곳곳을 관통한다.
“크헝헝헝!”
“크라아아아악!”
“크르으으으으!”
그런 와중에 몇 마리의 사자들이 고통을 무릅쓰고 네르바를 향해 덤벼든다.
자신을 한입에 집어삼킬 것 같은 사자의 거대한 입을, 네르바가 가볍게 베어냈다.
푸화아아아아악-
타, 타타타, 타타타탓-!
좁은 보폭으로 움직이며 사자들을 베어 넘기는 그를 보며 연합군이 감탄했다.
반대로 바바리안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배우 따위가 아니었다고? 도, 동시에! 동시에 물어뜯어라!”
파파파파팟-!
수십 마리의 사자들이 고통을 잊고 동시에 튀어 올랐다.
모두가 직감했다.
위험하다.
저렇게 쏘아지는 공격이라면 아무리 네르바라도 고작 한 손으로 막아내기엔 버겁다.
그런데.
우우우우우우웅-!
작은 빛이 일렁이며 모습을 드러낸 마법.
루브앙 제국의 천재적인 기술력에 의해 만들어진 흑빛의 ‘팔’이 네르바의 텅 비어버린 왼쪽 어깻죽지에 장착되었다.
“……!”
“……!”
“……!”
네르바는 노년을 편하게 보내고 싶었다.
더 이상의 욕심 없이, 그저 루브앙이라는 제국이 온전했으면 했고, 그 루브앙을 브로드가 가졌으면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숱한 위험이 많을 것을 알았다.
그랬기에 비밀리에 이 왼팔을 제작하게 하였다.
사용시간은 고작 1시간에 불과하나 진짜 팔에 전혀 굴하지 아니한다.
양손으로 검을 쥔 네르바가 접근하는 사자들을 보며 비웃었다.
“매의 습격.”
그 순간.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네르바의 주변에서 접근하던 모든 사자들이 수천 자루의 검에 난도질당했다.
놈들은 그의 몸에 생채기 하나 입히지 못하고 후두둑, 쓰러져 내렸다.
“놈!”
바바리안이 깜짝 놀라 네르바를 불렀다. 네르바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역겨운 주둥아리, 닫으라 하지 않았느냐. 그 주둥이, 내가 찢어주마.”
네르바가 마치 매처럼, 비상했다.
유저들은 페널티를 동반해야만 하는 필살기 스킬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바.
네르바는 놀랍게도 그러한 페널티가 없었다.
그는 가장 위대했던 황제였고, 가장 강한 제국을 키워냈던 강자다.
분명 처음, 사용 후 거대한 피해를 안아야 했다.
그러나 네르바는 계속 성장했다.
유저와 NPC의 다른 점은, 유저는 오로지 레벨과 스킬로 성장하나, NPC는 본인이 강해지는 것이기에 그러한 피해를 없앨 수 있었다.
끼에에에에에에에-!
모두가 아름다운 매처럼 높이 비상해 있는 네르바를 홀린 듯 바라봤다.
그의 검이 햇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났다.
“사냥의 시간.”
삐이이이이이이이-!
하늘 위에 있던 네르바의 검에서 뻗어진 수천 개의 검기가 동시에 몬스터들을 향해 쏘아졌다.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단숨에 수천 마리의 몬스터들을 베어낸 그 검기들.
그런데…….
수우우우웅-!
다시 검기들이 마치 비상하는 매처럼 하늘로 떠올랐다.
사냥의 시간은 총 4분 동안 발동되며, 그동안 적이라고 인식된 모든 적들을 멸살한다.
또한, 유저들의 알림창으로 표기하자면 그 추가 데미지는 자그마치 6,000%에 이른다.
수천 개의 계속된 공격을 가하는 검기가 6,000%의 데미지를 내는 것.
네르바의 공격력은 퍼센트기 때문에 그 데미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푸푸푸푸푸푸푸푹, 푸푸푸푸푹-!
끊임없이 검기들이 적들을 베어내고, 비상하고, 하강하고를 반복한다.
엄청난 속도로 제거되는 몬스터들을 보며 바바리안과 연합군이 숨죽였다.
이미 브로드는 몬스터들을 끊임없이 학살하고 있는바.
그가 죽인 몬스터의 숫자가 네르바와 비등하다.
그런데, 계속 몬스터를 사냥하던 브로드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네르바!!!”
분노한 브로드가 어느덧 검을 들고 전장에 뛰어든 네르바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선 넘지 말라지 않았나?”
여전히 발동 중인 사냥의 시간의 검기들이 브로드가 사냥하려던 몬스터들을 베어 넘겼기 때문이다.
“아, 미안하군.”
태연하게 말하는 네르바를 보며 그가 힘껏 네르바의 얼굴을 후려쳤다.
콰지이이익!
“빌어먹을, 브로드. 그거 좀 넘었다고 이딴 식이냐?”
“고작 그거라? 네가 독살한 내 단원들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난 일로 여기서 이러는 건 아니지 않나? 증오가 뇌를 먹기라도 한 건가?”
결국, 브로드가 네르바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홀, 홀홀……?”
바바리안과 연합군은 당혹스러웠다.
아니, 잘해내다가 갑자기 왜 지들끼리 치고받으며 싸워대는가?
그리고 바바리안은 연합군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알 수 있었다.
‘이 둘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나? 홀홀, 이거 잘만하면 손대지 않고 죽일 수 있겠군.’
바바리안은 그 둘의 무력을 보며 위험을 감지했다.
그런데 둘이 스스로 멱살을 움켜쥐고 싸우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브로드가 검으로 네르바를 베었다.
푸화아아아악-!
“크흐으윽, 이 미친놈이, 지금 이 상황에서…….”
곧바로 브로드의 검이 쉴 새 없이 네르바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네르바는 잠깐의 틈을 보아, 브로드를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기필코, 오늘, 죽여주마!”
싸우는 두 사람의 몸 곳곳에서 피가 낭자했다.
더 우스운 건, 그 주변에서 공격을 시도한 몬스터들이다.
“꺼져라!”
콰지이익-!
“끼어들지 마라.”
콰콱-!
둘에게 덤벼들던 몬스터들이 단숨에 정리되며 두 사람이 피 튀기는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콰지이익-
옆구리가 베인 네르바가 비틀거릴 때, 브로드가 그의 명치를 발로 힘껏 걷어찼다.
뻐어어어어엉-!
멀리 날아간 네르바가, 몬스터의 위에 있던 바바리안의 바로 근처에 떨어졌다.
‘홀, 홀홀홀!!’
바바리안의 입가가 미친 듯이 찢어졌다.
가장 큰 위험이라 생각했던 두 놈이 스스로 찢어 죽이려고 안달이 나 있는 상황이니, 이 얼마나 즐겁단 말인가.
“홀홀홀홀!”
그는 결국 그 웃음소리를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냈다.
브로드가 몬스터들을 밟고 내달리며 검에 강대한 힘을 응축시켰다.
“용병극강검술.”
바바리안의 입가가 더욱 찢어졌다. 네르바가 저 힘을 맞으면 절대 온전치 못할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네르바의 코앞에 다가온 브로드가 그 힘을 쏘아 보냈다.
“늑대왕 사냥.”
크허허허허허허헝-!
거대한 포효를 터뜨리는, 브로드의 가장 강력한 힘이 쏘아졌다.
네르바가 아닌, 바바리안에게.
“홀홀……?”
바바리안이 무언가 이상함을 직감했다. 서둘러 몸을 피해내려던 때.
“네 주둥이는 내가 찢어준다 하지 않았느냐.”
네르바의 목소리였다. 바바리안의 발밑에 수백 마리의 매들이 들러붙어 그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 이……!”
바바리안은 깨달았다.
그들의 연극에 완전히 속았음을!
거대한 늑대왕이, 곧바로 바바리안의 몸을 갈가리 찢어발겼다.
“크하아아아아아악!”
네르바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바바리안을 보며 브로드를 올려다봤다.
‘브, 브로드. 이놈…….’
둘은 과거 오랜 시간 합을 맞췄다.
지금은 원수지간이라고는 하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깊게 벴다, 더럽게 아프군…….’
이거 일부러 이랬다.
네르바는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