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56
밥만 먹고 레벨업 1057화
몬스터의 주인, 바바리안이 던진 그물에서 쏟아진 수천만 마리의 몬스터들.
심지어 바바리안이 그물을 던진 순간 유저들은 느려졌고, 몬스터들은 그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았기에 혼란이 시작되었다.
그 찰나의 순간, 천외제국이 지급해 준, 알리가 마셨던 포션과 동일한 것을 마시려던 전방의 유저들이, 차마 그것을 마시지 못하고 로그아웃 당했다.
시청자들은 방송화면과 민혁의 생방송 화면 등을 통해 전쟁 상황을 보고 있던 때다.
[저 그물 도대체 뭔데 수천만 마리의 몬스터들을 담을 수 있는 거지?] [한꺼번에 던지는 게 더 위협적으로 보이네요.] [아까 전에는 저 그물 안으로 몬스터들을 숨겨 보호하기도 했습니다.]느려진 연합군의 속도가 다시 본래로 돌아왔을 때, 시청자들은 서둘러 민혁이 이 상황을 유연하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민혁의 시야를 통해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의 화면에 노이즈가 꼈다.
치지지지지직-
[방송이 종료됩니다.]그들의 의아함과 동시에, 민혁이 전장에서 사라져 버렸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민혁에 의해 전장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뭐야?”
“민혁이, 어디 갔어?”
“헉!?”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하늘에서 쏟아진 몬스터에 의해 연합군의 사상자가 끊임없이 늘어가고 있었다.
그때, 두 명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한 명은 알렉산더였다.
“민혁이 없는 동안 유저들에 대한 명령권은 내가 갖겠다!”
그리고 또 다른 사내, 팔 하나가 없었지만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바로 네르바 전 황제였다.
‘도대체 어딜 간 거지?’
그 자리의 모두가 왜 갑자기 사라진 민혁이 사라진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 * *
삐리리리리리리리-!
민혁이 거주하는 자택.
캡슐이 시끄러운 비상벨 소리를 터뜨렸다.
담당의 이진환, 그리고 전쟁에 참여했던 오창욱이 어떤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로그아웃하여 달려갔다.
푸쉬이이이익-
열린 캡슐 안의 민혁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로 기절해 있었다.
“민혁아!”
“미, 민혁 군!”
서둘러 이진환이 상태를 살폈다.
‘잠들었다는 표현이 맞겠군.’
이진환이 내린 결론이었다.
특별한 몸의 이상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요 며칠간의 민혁은 무척 불안정한 상태였다.
‘베라든이라는 자의 죽음 이후로 피로감을 분노와 책임감이라는 감정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더불어, 방금 전까지 치열한 전쟁터에 있던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가뜩이나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끊임없이 긴장하였다가 풀렸다가를 반복함으로써 영향을 받은 듯하다.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걸세.”
“그런가요? 다행입니다.”
오창욱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창욱의 시선이 흐끗흐끗, TV 모니터를 쫓으며 걱정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다시 접속은…….”
“창욱 군.”
진환이 화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게임이 중요한가?”
물론 진환의 말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맞다.
그렇지만 창욱이 말했다.
“민혁이에게 저 아테네는 제2의 세상이니까요.”
“끄응…….”
진환도 창욱이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자는 이를 깨울 순 없는 노릇이다.
“깨어났을 때, 상태를 보고 다시 접속하는 게 최선일 거야.”
물론.
“언제일지는 모르겠죠?”
진환도 알 수 없다.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었으니, 이틀을 꼬박 잘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민혁을 침대에 눕힌 창욱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줬다.
TV 속에선 연신 해설자들의 흥분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1천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강제 로그아웃 당했습니다.] [길길이 날뛰는 몬스터들을…….]창욱은 TV를 껐다.
자는 동안의 민혁이 조금, 편안해졌으면 해서다.
* * *
네임드 몬스터가 까다로운 이유는 동레벨 대비 같은 몬스터가 있어도 공격력과 방어력, HP량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또 고레벨 네임드 몬스터들은 자체적인 치유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일반 몬스터를 동레벨 유저 한명이 사냥 가능하지만 네임드 몬스터의 경우는 동레벨 유저 다섯은 모여야 사냥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 바바리안이 이끄는 몬스터 군단의 문제점은 바로 그런 네임드 몬스터가 약 40%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네임드 몬스터들은 유저의 필살기와 흡사한 ‘특성’을 가진바.
그것들이 끊임없이 유저들의 숫자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연합군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계속해서 몰아붙여라, 라그만 공작과 신의 검들이 강한 몬스터들을 빠르게 줄여 나갈 것이다!”
뼈아프지만, 일반 병사들과 기사들로 놈들의 공격을 막아내면, 그 틈에 신의 검들과 같은 강한 자들이 네임드 몬스터들을 집중 공격하여 숫자를 줄여가고 있다.
유저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스가아아아악-!
알렉산더가 네임드 몬스터를 베고 지나갔다. 피가 솟구치는 놈을, 650레벨 랭커들이 공격하여 죽였다.
‘476마리.’
‘477마리.’
끊임없이 수를 줄여 나가는 알렉산더가 주변을 둘러봤다.
천외제국의 이름난 하이랭커들과 뛰어난 가신들이 빠르게 네임드 몬스터들을 집중 공격하고 있었다.
‘장기전으로 가면 우리에게 유리하다.’
알렉산더가 그리 생각하는 이유.
유저는 접속불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밀리기만 하던 연합군이 어느덧 팽팽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홀홀홀.”
바바리안이 웃음 지었다.
‘엄청난 강자들이 많구나.’
솔직히 바바리안은 놀랐다.
그가 생각하는 강자들 대부분은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된 문양을 각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루브앙 제국을 나타내는 문양을 가진 자들도 상당하긴 했다.
그러나 진짜로 자신에게 위협이 될 법한 자들은 포크와 나이프의 문양이 각인된 자들이다.
특히나 늑대를 닮은 사내와 머리가 번질거리는 자신과는 다르게, 검은 머리카락을 찰랑이는 노인이 유독 두드러졌다.
‘부럽군…….’
아, 이게 아니지.
검은 머리카락을 홀린 듯 보던 바바리안은 그들이 자신들에게 무척 위협적이라 느끼는바.
그들의 강함이 궁금하기도 했다.
바바리안이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크하아아아악!”
“키헤에에에에에엑!”
“키히이이이이익!”
그 주변의 모든 네임드 몬스터들이 늑대를 닮은, 브로드와 밴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등을 맞대고 선 브로드와 밴.
바바리안은 선두로 나아가는 거대 지네를 보았다.
[지옥지네 Lv 875.]그 두꺼운 갑각은 부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놈이 뿜어내는 독은 모든 것을 녹여낸다.
그런데.
콰자아아아아악-
브로드는 그것을 단숨에 갈라냈다. 그리고 자신에게 몰려오는 네임드 몬스터들을 향해 튀어나갔다.
스거어어억-!
그의 검이 휘둘러 질 때마다 네임드 몬스터들이 픽픽, 쓰러져 갔다.
그에 뒤처질쏘냐? 창신 밴은 노련함의 창술로 네임드 몬스터들을 막아냈다.
‘호오, 굉장하구나.’
절로 감탄이 흘렀다.
‘분명 위험이 되기에 제거해야 한다만, 태초의 권능이 걸리는구나.’
아칸이란 자는 어떠한 특별한 힘을 받은 것인지 공격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 태초의 권능이란 것, 회귀라는 것이 언제든 발동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바바리안에게 들었다.
‘불가능하다는 게 결론이니라, 홀홀.’
물론 가설일 뿐이긴 했으나 적들이 사망 후 최소 10분 내지로 발동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만약 실제로 그런 시간제한이 있다면 어찌 될까?
‘진짜 죽이는 게 가능해지는 게지, 홀홀.’
늑대와 닮은 사내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 생각하던 바바리안이 방법을 찾아냈다.
‘그 방법이 있구나.’
한 명의 강자는 때론 백만의 병사의 몫을 한다. 저 사내가 딱 그러하다.
아깝긴 하지만, 묘책을 낸 바바리안이 또 한 번 그물을 던졌다.
그가 그물을 펼친 순간, 이미 당해봤던 이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브로드도, 자신에게 뻗어오는 그물을 보며 위험을 직감했다.
그가 밴을 힘껏 밀쳤다.
“자네……!”
밴이 먼 곳까지 날아가 가까스로 그물을 피해냈다.
거대한 그물이 뿔뿔이 흩어졌던 몬스터들을 빨아들였고, 그 범위 안에 있던 몬스터들은 그물에 함께 걸렸다.
바바리안이 힘껏 당기는 순간.
[몬스터 필드.] [몬스터들과 함께 끌려온 자들은 외부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몬스터 필드의 그물이 발동된 순간, 외부의 이들은 몬스터들을 공격할 수 없게 됩니다.] [단, 몬스터가 아닌 자가 몬스터 필드 안에 빨려 들어갔을 시, 그들의 HP, MP, 그리고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은 4분을 버텨낼 때마다 전부 회복됩니다.] [몬스터 필드는 총 12분간 발동 가능하며, 시전자가 원할 시 언제든 해지될 수 있습니다.]쫙-하고 당겨져 펼쳐진 그물에서 다시 몬스터들과 유저들, NPC들이 쏟아져 내렸다.
바바리안은 웃었다.
‘본래 이 힘은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형 몬스터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용도였다.
이 안에서 인간형 몬스터들이 4분 이상을 버티면 상처 회복, 마력 회복, 스킬 대기시간 감축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하나, 외부의 모든 것을 차단하기에 늑대를 닮은 자를 죽이기에 알맞다.
“공격이 안 들어가는데?”
“이런 미친……!”
“이게 뭐야?”
“헉, 브로드 경! 브로드 경이 안에 계셔.”
천외제국 측도 상황이 심각함을 눈치챘다.
지니가 서둘러 아칸을 불렀다.
“아칸, 회귀 사용 가능해?”
“불가능하다.”
동시에 모든 천외제국 이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렇다면 12분 뒤에 그물이 사라졌을 때는……?”
지니가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아칸이 고개를 저었다.
“죽은 후 5분 내로 회귀를 발동해야만 한다.”
“…….”
그 말을 들은 지니는 절망했다.
“아무리 브로드 경이라고 해도…….”
지니의 얼굴이 심각하다.
물론 저 안엔 꽤 강한 NPC와 랭커들도 함께 빨려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공격은 브로드에게 집중될 거다.
“브로드 경이라고 할지라도 수천만 마리의 공격을 일제히 받으면 견딜 수 없어.”
눈앞이 깜깜해졌다. 바바리안이 이죽이며 웃어댔다.
“홀홀홀홀, 그대가 이 시대의 최강자인가?”
치아가 몇 개 빠진 바바리안이 즐겁다는 듯이 웃는 모습이 그로테스크하다.
그의 말처럼, 모두가 그리 생각하고 있다.
브로드는 아테네에서 유저들이 뽑은 가장 뛰어난 NPC의 1위에 당당히 이름을 기록하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그대라 할지라도 혼자서 이 모든 몬스터를 상대하긴 힘들 거야, 홀홀홀홀!”
갈수록 기괴해지는 바바리안의 웃음소리에 브로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치아가 몇 개 빠지고, 심지어 이가 누렇기까지 한 바바리안의 모습이 더럽기 짝이 없다.
그에 브로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역겨우니 그 아가리…….”
“처닫아라.”
브로드의 말을 다른 사람이 받았다.
“……?”
그 순간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갑자기 던져진 그물에 엉켜 있던 몬스터와 NPC, 유저들 사이.
그사이에 껴 있던 한 명의 사내가 하나밖에 없는 오른손에 쥔 검을 어깨에 걸치며 나섰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연합군이 술렁였다.
“이, 이런 미친……!”
“내가, 평생을 살면서 이 조합을 보게 될 줄이야…….”
그 자리의 모두가 탄식을 흘렸다.
브로드의 옆에 함께 선 사내.
그는 최근까지만 해도 유저들이 뽑은 최강자 NPC 1위를 오랜 시간 지켰던 자다.
그러나 팔 하나를 잃고, 황제의 자리에서 내려옴으로써 그 순위가 2위로 밀려난바.
그가 어깨에 걸친 검으로, 딱 절반 선을 그었다.
“선 넘어오지 마라, 브로드.”
“네르바…….”
브로드가 치아를 뿌드득 갈았다. 분노의 대상이나, 지금은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너나 선 넘지 마라, 내가 딱 1천만 마리만 죽이겠다.”
“나는 1천5백만 마리를 죽이지.”
서로가 으르렁거렸다.
네르바와 브로드가 몬스터들을 향해 한 걸음씩 떼기 시작했다.
연합군, 그리고 시청자들이, 몬스터들을 향해 고고하게 걸어가는 현시대의 가장 뛰어난 ‘NPC 지존’들의 뒷모습을 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