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61
밥만 먹고 레벨업 1062화
창욱은 잠 한숨 자지 않고 민혁의 곁에서 간호했다.
간호하는 동안에도 혹여 민혁이 깰까 싶어, 무음으로 해놓고 방송을 보았다.
잠을 자지 못해 피곤했던 창욱이, 졸음을 날리기 위해 샤워를 끝내고 나왔다.
‘우리 민혁인 잘 자고 있으려나.’
곧 창욱은 TV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수억 명의 유저들이 로그인의 빛으로 세상을 가득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아테네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계속 접속하고 있습니다!] [속보입니다. 천외제국이 열어준 통로를 타지 못한 많은 유저들이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곳과 가장 가까운 왕국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숫자는 기존에 모였던 연합군의 숫자를 상회합니다. 하지만 연합군의 평균 레벨대가 580대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전력 자체는 훨씬 약하다 할 수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저도 당장 저곳에 달려가고 싶습니다.]창욱은 곧 볼 수 있었다.
TV앞.
모두가 기다리는 그 사람이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 * *
어차피 죽을 건데.
천외제국이 유저들이 넘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 하였을 때 90%가 넘는 유저들의 반응이었다.
한 유저가 옆에 선 친구에게 물었다.
“야, 죽을 거 알면서 왜 왔냐. 너 이제 막 500레벨 찍어서 강제 로그아웃 당하면 렙따잖아.”
친구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니는 600레벨이잖아. 네가 피해는 더 크지.”
“그러니까, 왜 왔냐고.‘
그 말에 친구는 숨 막히는 전쟁터를 보았다.
“그냥. 지키고 싶어서.”
“……나도.‘
지키고 싶다.
무엇을?
그 말엔 굉장히 많은 뜻이 담겨 있다.
쿵쿵쿵쿵-!
가슴 뛰는 엘레가 뒤를 돌아봤다.
일반적인 군대처럼 각 잡힌 것도 아니었고 모두가 같은 문양이 그려진 망토를 두른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전혀 다른 대륙에서 왔다.
누군가는 가족을 기다리는 NPC들을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유일한 쉼터인 이 게임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그저 ‘와야 했기 때문에’.
그 누구의 강요도 없이 선 그들을 보며 가슴 뜨거움을 느끼는 엘레.
알고 있다.
이들은 오합지졸이었기에 연합군과 다르게 빠른 속도로 죽어갈 것이다.
용맹하게 검을 쥐는 지금의 모습과 다르게 곧 다가올 현실의 거대한 벽 앞에 두려움에 떨고 좌절할 것이다.
그러나.
엘레의 목구멍 끝으로 울음이 차올랐다.
“훗날을…….”
눈의 실핏줄이 터진 그녀가 마지막 힘을 담아 헬레냐를 겨눴다.
“위해!!!!!!”
그녀의 외침을 따라, 죽음을 불사한 자들이 내달렸다.
어차피 우리는 유저이기에 죽어도 괜찮다?
아니, 그들의 지금 심정은 실제 전쟁터에 임한 것과 같았다.
하이랭커들이 거대한 해일처럼 천공의 기사들에게 몰려가는 그들을 보며 고마움을 느꼈다.
그들의 숫자가 천공의 기사들에 의해 끊임없이 줄어든다.
바바리안이 소환의 방에 보냈던 천만을 넘는 몬스터들이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그들 덕분에, 하이랭커들은 드디어 천공의 기사들에게 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쓰러지면 뒤에 있던 누군가가, 또 쓰러지면 또 다른 누군가가 밟고 나아가고 있었다.
마치 개미처럼 짓밟혀대는 그들이었으나 그들에게 후회는 없었다.
지니, 로크, 아레스, 칸, 아스갈.
천공의 기사를 향해 그들이 빠르게 접근했다.
천공의 기사가 눈에서 뿜어낸 섬광에 지니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하늘에서 페널티를 떠안고 나타난 지니의 채찍이 천공의 기사를 움켜쥐었다.
“지금!!!”
미친 듯이 발버둥 치는 천공의 기사에 의해 그새 칸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미, 다시 하늘 위에 선 칸이 거인의 주먹 스킬을 전개하며 하강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힘껏 놈의 머리통을 후려치자 놈이 기우뚱했다.
빠른 반사속도로 칸을 베려 할 때, 아레스의 발차기가 그의 턱에 꽂혔다.
“승천!”
콰아아아아아아아-!
곧바로 유저들이 온몸으로 천공의 기사를 잡아대었다.
그 틈에.
스거어억-!
아스갈이 놈의 목에 있는 기다란 호수를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콸콸콸-!
호수에서 초록색 피가 흘러나온다.
파지지지직-
온몸에서 스파크를 튀기는 녀석이 마지막 발악을 해대며 아스갈의 몸을 난도질했고, 수십 번의 섬광을 쏘아 수만 명을 죽여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급기야 폭발을 일으키며 천공의 기사가 산산조각이 나 터져 나갔다.
또다시 고작 한 기.
그를 부순 지니가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부활할 수 없어.”
그들은 600레벨의 문턱 앞까지 밀려났다.
한 사람당 최소 15레벨이 하락한 것이다.
그리고 600레벨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600레벨 특전이 사라짐으로써 큰 폭으로 약해진다.
그렇게 되면 다시 로그인해서 천공의 기사들과 싸워도 무의미하다.
[아칸: 레벨이 357까지 하락했다. 이제 내가 누군가를 회귀시킬 수 있는 회수는 고작해야 한 번이야.]더 이상 NPC들도 되살아날 수 없게 되었다. 상황이 심각하다.
지니가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도 자신들과 같이 곳곳의 랭커들이 천공의 기사 다섯 기를 부수어냈다.
‘그렇다고 승산이 보이는 건 아니야.’
이제 천외제국 가신들의 죽음은 진짜 죽음이 될 것이다.
곳곳에서 떨어지는 메테오가 유저들의 숫자를 빠른 속도로 줄여나가고 있다.
“이 벌레 같은 것들이!”
바바리안이 총 여섯 기의 천공의 기사를 잃고 분노했다.
천공의 기사들은 신들의 땅에서 신들을 죽일 용도였다. 열한 기의 천공의 기사라면 충분하다 믿었다.
하지만, 현재 전세를 보니 그렇지 않았다.
“오냐, 한번 해보자꾸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십 기의 천공의 기사가 인류에게 절망을 선사했다.
수천을 넘는 신들을 상대하기 위해 더 많은 천공의 기사를 거느리고 있는 바바리안이다.
바바리안이 보유하고 있던 천공의 기사는 총 오십 기.
[섬광축제.] [천공의 기사가 섬광의 축제를 벌입니다.]번쩍-!
하늘에서 번쩍이는 빛들이 수억 명의 유저들을 끊임없이 불태웠다.
하지만 유저들도 손가락만 빨고 있던 게 아니다.
아테네에는 다양한 클래스가 있으며 여러 종류의 ‘분석가’가 존재한다.
이 분석가들은 던전 등을 분석하거나 해당 아티팩트 재료의 본질, 또는 NPC나 몬스터에 대해 분석한다.
이러한 이들 수백 명이 모여 계속해서 바바리안을 죽일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고, 결론에 도달했다.
[레바크: 천공의 기사는 결국 바바리안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바리안과의 연결이 끊어지면 모든 천공의 기사도 멈추게 됩니다.] [레바크: 바바리안을 죽일 방법도 찾아냈습니다. 바바리안은 이제껏 총 세 번 부활했습니다.]오랜 시간의 전투 동안 바바리안은 여러 차례 죽었다. 그때마다 몬스터를 빨아먹고 다시 부활한바.
[레바크: 바바리안이 달라붙어 다시 태어난 몬스터들에겐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부 6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는 겁니다.]바바리안의 몬스터들은 전부 숫자가 적혀 있었다.
0에서 10까지의 숫자였으며, 천공의 기사들은 0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몬스터들의 등급에 따라 적힌 것이라 여겼다.
[레바크: 모든 숫자는 눈속임에 불과합니다. 자신이 부활할 수 있는 개체를 숨기기 위함이죠. 하지만 세 번 전부 바바리안은 6이 적힌 몬스터를 통해 부활했습니다.]천공의 기사들이 떨어지며 더욱더 빠른 속도로 유저들을 죽이고 있었다.
뜨거운 함성을 뱉어내던 유저들의 입에서, 이젠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알렉산더: 확신할 수 있는가?] [레바크: 확신합니다.]고작 5분.
그 5분이라는 시간 동안 천공의 기사와 헬레냐는 유저 대부분을 죽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지금도 헬레냐는 무한함에 가까운 마력으로 초당 수십 회의 광역기 마법을 발동했으며, 천공의 기사들은 그보다 빠른 속도로 유저들을 줄여 나갔으니까.
확신.
그 대답이면 족했다.
이미 모든 상황에 대해 NPC들도 브리핑받은바.
[알렉산더: 지금!]번쩍이는 수백 개의 섬광을 무시하고, 수백 명의 이들이 하늘 위로 동시에 뛰어올랐다.
시스템을 관장하는 여인 엘리자베스가 숫자 ‘6’이 적힌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통제했다.
뛰어오른 자들이 움직임이 통제된 숫자 6이 적힌 몬스터들을 빠른 속도로 죽이기 시작했다.
그 틈에 브로드, 밴, 알렉산더가 내달리고 있었다.
“가십시오! 크하아아아악!”
“으, 으아아아악!”
바바리안이 적들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천공의 기사들을 집중시켰다.
600레벨대 고레벨 유저들이 오로지 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내던졌다. 세 유저는 계속해서 쏟아지는 천공의 기사들을 무시한다.
바바리안에게 근접했을 때, 브로드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다섯 기의 천공의 기사를 향해 날아올랐다.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자신을 사냥하려는 사냥꾼들의 검을 온몸으로 막아낸다.
밴이 먼저, 바바리안의 심장을 관통하고.
푸우우우욱-!
천공의 기사가 밴의 뒷덜미를 잡아채 땅에 꽂은 후 다리를 부쉈다.
알렉산더의 주변으로 수백 자루의 무기가 떠올랐다.
“무기폭격.”
쿠콰콰콰콰콰콰콰콱-!
수백 자루의 각기 다른 무기들이 바바리안에게 꽂혔다.
‘빌어먹을, 데미지가 부족하다.’
알렉산더는 급격한 레벨다운으로 턱없이 떨어진 자신의 데미지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모든 스킬을 펼쳐 바바리안을 압박했다.
바바리안은 소환술사다. 소환술사의 단점은 공격력이 턱없이 낮다는 것에 있다.
하지만 이 괴물 같은 바바리안은 공격력이 낮다는 것만 제외하면 HP와 방어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알렉산더가 다른 랭커들에게 눈짓했다.
그 순간 랭커들의 공격이 알렉산더를 강타했다.
곧바로 다시 로그인하여 나타난 알렉산더가 몇 차례 반복했다.
“제발 좀 죽어어어어어어!”
알렉산더가 마지막 힘을 짜낸다. 바바리안의 HP가 10% 미만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더 이상 알렉산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더 이상 접속불가제한을 무시하고 로그인할 수 없게 됩니다.]알렉산더는 아주 작은 희망을 바랐다.
하지만 브로드는 다섯 기의 천공의 기사에게 난도질당해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쿨럭!”
피를 왈칵 토해낸 그에게 천공의 기사들이 내려서고 있었다.
다리가 부서진 창신 밴이 팔로 기어온다.
“홀홀, 가여운 노인일세.”
“대머리보단 낫네.”
“…….”
아무튼, 알렉산더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바리안의 멱살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놈만 죽이면, 아주 작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나는 다시 아테네에 전념하고, 천외제국의 이들은 다시 모두의 동경을 받으며, 이 아테네를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희망이 산산조각 부서진다.
점차 차오르는 바바리안의 HP.
“보시게. 아름답지 않은가.”
헬레냐가 하늘 위로 낮은 클래스 마법만 발동시켜 모은 거대한 마법이 펼쳐지려 하고 있다.
[경고!] [경고!] [경고!]끊임없는 경고창이 점멸하고 있다.
쩌어어어억-!
하늘이 열리며 수만 개의 헬파이어가 지상을 향해 강림하고 있다.
그 열기가 너무도 뜨거워, 지상에 있는 유저들의 HP가 감소할 정도다.
위험을 직감한 천외제국 유저들이 내달렸다.
최소한 NPC라도 데리고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네.”
알렉산더는 점차 가까워지는 헬파이어들을 보았다.
딱 한 번.
자신이나 혹은 브로드, 아니면 창신 밴급의 강자.
그 강자의 힘 한 번이면 당장 앞의 바바리안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느덧, 헬파이어가 코앞에 이르렀다.
바바리안이 작은 웃음을 지으며 수만 개의 헬파이어를 바라봤다.
그런데.
꽈아아아아악-
“우리가 이겼어.”
갑자기 알렉산더가 바바리안의 멱살을 온 힘을 다해 쥐었다.
바바리안이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 더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하늘에서 펼쳐져 경악했다.
하늘 위로,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의 숫자만큼 만들어진 빛의 방패가 그들을 지켜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수만 개의 헬파이어가 그 방패를 뚫지 못하고 소멸되어 사라지고 있다는 거였다.
그 자리의 모든 유저들은, 똑같은 알림을 들었다.
[길드 마스터 민혁 님이 접속하셨습니다.] [연합군의 사령관 민혁 님이 접속하셨습니다.]깜짝 놀란 바바리안이 서둘러 알렉산더의 팔을 풀어내려 했지만 어느덧 기어온 밴이 바바리안의 다리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
온몸에 소름이 돋은 바바리안이 뒤쪽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모두가 기다리던 한 남자가 스킬을 전개하고 있었다.
밴이 웃음 지었다.
“잘 가시게, 까.까.머.리.”
바바리안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너무한 거 아닌가?”
“…….”
대머리의 심정을 이해하는 밴이, 찰나에 ‘아 너무했나’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