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60
밥만 먹고 레벨업 1061화
역대급이다.
5억 이상의 연합군이 모인 것을 보며 전문가들과 해설자들이 힘껏 떠들어댄 소리다.
인류는 헬레냐와 바바리안에 의해 평소의 사이가 좋고 나쁨을 떠나 단합하였다.
위풍당당했다. 그들의 앞길을 그 어떤 적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5억이 넘는 연합군 수억 명이 고작 하루 만에 반의반 토막이 나 5천만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5억이 넘던 연합군 중 약 1억이 넘는 이들이 NPC였다.
세계의 각 제국, 왕국 등은 이러한 말로 그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이 전쟁의 승리가 곧 가족을 지키는 것이다.
-그대의 희생이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아주 어린 소년부터, 노장까지.
그들은 많은 인재들을 끌어모아 전쟁터로 몰았다.
그러한 NPC들 중 상당수가 전사한 것이다.
승리한다면, 그들의 시신은 이 자리에 대부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황제와 왕들과 함께 시끄러운 폭죽 소리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돌아올 것이다.
그 축배의 순간 뒤로,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을 끌어안고 우는 유족들이 있을 거다.
아테네는 고작 인간과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상이다.
그러나 생방송 화면은 전쟁터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를 보여주고 있는바.
광장에 나온 유가족들은 자신의 아들과 남편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넌 것도 모르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들의 기도 내용은 같았다.
“제발, 그 사람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해주세요.”
그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것도 알지 못하고.
헬레냐와 천공의 기사들에 의해 아직은 따뜻한 몸을 가진 시신들이 쌓여만 간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누군가는 아내가 걸어준 목걸이를 움켜쥐고 죽었고, 누군가는 이제 막 태어날 갓난아이를 그리며 눈도 감지 못하고 죽었다.
그 장면이 온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다.
아테네는 제2의 세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그저 ‘게임’ 혹은 ‘영화’ 속 한 장면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그것이 진짜처럼 다가와 가슴을 울렸다.
제발, 연합군이 승리했으면 하는 바람을 그들은 담았다.
하루가 넘는 시간 동안 싸웠던 그 연합군이 기필코 아테네를 지켜줬으면 했다.
[5천만밖에 남지 않은 연합군이 여전히 처절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반나절 동안 부서진 천공의 기사는 고작 한기에 불과합니다.] [몇 기의 천공의 기사들은 몸 곳곳이 고장 난 듯 보이지만 그래도 쉽게 부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천외제국 랭커들이 상당수 전사했으나 그들은 높아지는 페널티를 감수하고 알리처럼, 계속 로그인하고 있습니다.] [민혁이 모은 650레벨대 랭커들도 이제 열 자릿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알렉산더는 천외제국 랭커들처럼 반복하여 살아나 싸우고 있습니다.] [천외제국 가신들도 아칸에 의해 회귀하여 죽음에서 깨어나 다시 진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걸로 보입니다.] [아칸은 레벨 하락 페널티를 안고 회귀를 시켜야 하는데, 그의 레벨은 이제 400레벨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곧 몇 번이면, 더 이상 태초의 권능. 회귀를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천외제국 가신들과 신의 검들이 무너지는 순간, 인류는 가장 거대한 재앙을 마주하게 될 겁니다.] [반대로 헬레냐와 바바리안은 그런 그들을 지루하단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 고작 5천만. 헬레냐와 바바리안이 학살하던 시간을 생각하면, 고작 1시간을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사실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천외제국 하이랭커들이 페널티를 떠안고 반복적으로 살아나는 행위를 그만했으면 합니다.] [그들 대부분의 레벨이 2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켜보면서 말만 하는 제가 미워지는 순간입니다.]이 정도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반복하여 살아났던 자들 덕분이다.
그러나 모두는 알았다.
지금 그들을 ‘영웅’이라 불러도 그것은 금방 잊힐 일이다.
그런데도 천외제국 간부진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다.
푸화아아아악-!
“허억허억!”
검의 대제 엘레. 그녀가 비처럼 쏟아지는 마법을 베어내며 지친 기색을 보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미 이필립스 제국군의 상당수는 전사하였다.
물론 각 제국은 최소한의 군대만을 선출하여 이곳에 보냈다.
만약 연합군이 뚫렸을 때를 각 제국, 왕국이 대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으, 으아아아악!”
쿠콰콰콰쾅-!
콰아아아앙-!
마법을 피해 내달리는 이들이 결국 그 폭발에 휩싸여 몸이 산산조각이 나 터져 나간다.
이필립스 제국의 기사 한 명이 팔을 잃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의 팔을 어깨에 걸친 엘레가 힘겹게 부축했다.
“조금만 버텨라, 곧 사제에게 데려가…….”
콰아아아아앙!
그러나 또다시 떨어지는 마법 폭격에 엘레와 그가 휩쓸렸다.
뜬 눈으로 하반신이 날아간 채 죽음을 맞이한 기사를 보며 엘레가 입술을 깨물었다.
“방법은?”
“바바리안이 다시 살아나지 못할 방법을 찾았는가?”
끊임없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그 와중에도 몇몇 이들이 바바리안이 몬스터의 몸에서 다시 살아나지 못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끄으으응…….”
엘레는 일어설 힘조차 없는 상태에서 비틀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번쩍-!
빛이 터진 순간, 바바리안의 심장에 창을 박으려던 밴이 온몸이 새까맣게 그을려 땅에 떨어졌다.
“회귀.”
곧바로 다시 나타난 밴이 브로드와 눈을 맞추며 내달린다.
그러나 천공의 기사들은 쉬운 존재가 아니었다.
‘하나, 이젠 부술 수 있다.’
그들은 한 기의 천공의 기사를 부수는 데 성공했다.
고작 한 기뿐이지만 말도 안 될 정도로 단단한 그놈들은 뒤통수에 달려 있는 호스관이 약점이었다.
문제는 그 호스관까지 닿기 위해서는 엄청난 지원군이 필요했다.
그 호스관을 잘라낼 자를 보호해 줄 많은 자들!
그러나 지금 인류는 고작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수억 명이 죽어버렸다.
“하악하악.”
거친 숨을 토해내던 엘레가 힘겹게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아직, 천외제국 이들은 싸우고 있다.
자신은 여기서 무너질 순 없었다.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다시 하늘을 뒤덮는 엄청난 숫자의 마법들을 보았다.
그 마법들이 일제히 떨어지며 다시 수백만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쿠콰콰콰콰콰콱-!
바닥을 나뒹구는 엘레. 거대한 폭발음에 그녀의 귀에 이명이 울려 퍼졌다.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되지 않았다.
그녀는 문득 민혁과 나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천외제국과 전쟁터를 잇는 거대한 통로를 만들 겁니다.
그 말을 떠올리던 엘레가 곧 기절했다.
* * *
TV를 보고 있던 송민근의 손에 흥건한 땀이 쥐어졌다.
그는 천외제국과 계약한 650레벨대 랭커 중 한 명이었다.
계약내용에 따르면, 이번 천외제국과 계약한 이들은 접속불가 페널티가 끝난 후 다시 접속해야 했다.
그러나 송민근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
‘내가 접속했는지 안 했는지 누가 알겠어?’
대부분의 유저들이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은 이미 거대한 선금을 받았고, 괜히 페널티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흘러가는 전쟁 상황을 보면 이 전쟁은 결코 인류가 승리할 수 없다.
5분 후 접속불가 제한이 풀리게 된다. 송민근은 여유로이 TV를 보며 계속해서 부활해서 싸우는 천외제국 랭커들을 보았다.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지?’
욱신-하고 가슴이 아프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TV는 각 제국과 왕국에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을 보여줬다.
‘그리고 난 왜 움직이는 거지?’
그는 다시 캡슐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 * *
번쩍-!
기절했다 깨어난 엘레가 주변을 둘러봤다.
고작 몇 분 동안 기절했던 그녀가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켜 세웠다.
비틀거리는 그녀 옆엔, 죽어 나가는 인류를 뒷짐을 지고 바라보며 우아한 표정을 짓는 헬레냐가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아이구나.”
“…….”
“검신을 능가하는 재능을 가졌으나 제국을 택했다. 그리고 수억의 병사들이 마치 그대를 신격화하여 따르고 움직였지. 대륙황제 엘레라, 그런 이름보단 검신 엘레가 낫지 않았느냐.”
모든 것을 관조하는 눈을 가진 헬레냐가 그녀를 보며 한 말이다.
온 힘을 다해 검을 쥐어보려 하는 엘레지만, 손에서 계속 힘이 풀렸다.
“왜.”
헬레냐가 그녀를 돌아보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검신보다, 네 제국을 지키는 게, 대륙을 지키는 게 더 값지다 여긴 것이냐?”
매번 장난스러운 웃음을 깔깔 흘려대던 헬레냐는 없었다.
엘레가 젖먹던 힘을 짜내 검으로 그녀를 공격했다.
가볍게 발끝을 비틀어 피해낸 헬레냐가 손가락으로 그녀를 허공으로 띄웠다.
“그랬기에 즐겁다.”
헬레냐가 작은 미소를 띠었다.
“인간은 필사적이기에 밟는 맛이 있다. 쯧, 네가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너는 검신이기에 나를 베었을 테지.”
헬레냐가 혀를 쯧쯧 찼다.
“지금, 너의 병사들은 모두 죽었고, 이제 곧 이 자리의 남은 자들도 모두 죽을 것이다. 대륙황제는 다른 이들이 있어야 더 강한 것일 텐데.”
엘레는 말이 없었다.
그저 분했다.
그녀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그녀가 엘레를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우아하게 걸어갔다.
그녀의 말처럼, 대륙황제 엘레였기에 그녀를 베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함이 들었다.
또, 그녀의 말처럼.
‘무엇 때문에 나는 그토록 처절하게 지켰는가?’
라는 알 수 없는 의구심이 솟구쳐올랐다.
엘레를 무시하고 걸어가던 헬레냐는 ‘쯧쯧, 가여운 것’ 하며 혀를 차다 곧 하늘에서 번쩍이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아주 작은 빛이었다.
고작 인간 한 명이 다시 로그인하며 뿜어내는 작은 빛.
빠르게 올라가는 연합군의 채팅창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을 채워내는 빛 말이다.
[송민근짱 님이 로그인하셨습니다.]반복하여 살아나는 자들은 많았다.
그랬기에 헬레냐는 감흥 없이 그를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그 빛이 갈수록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나였던 빛이, 수백 개.
수천 개.
그리고 수백만 개.
이젠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과 같이 엄청난 숫자의 빛들이 하늘 위에 떠올라 있었다.
최소 1억5천 개의 로그인의 빛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연합군은 쉴 새 없이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았다.
[룬바바 님이 로그인하셨습니다.] [바로가 님이 로그인하셨습니다.] [에바카 님이 로그인하셨습니다.] [둠바둠바 님이 로그인하셨습니다.] [뚱땡이와함께춤을 님이 로그인하셨습니다.] [엉덩이퓨전 님이 로그인하셨습니다.]쉴 새 없는 알림창이 보였다.
연합군은 NPC의 숫자도 많았으나, 사실상 그 대부분의 숫자를 유저들이 채우고 있었다.
[지, 지금 접속불가 제한이 풀린 대부분의 유저들이 다시 재접속하고 있습니다.] [아테네의 이방인들. 고작 유저에 불과한 그들이 자발적으로 계속 접속하고 있습니다.] [벌써 1억 명이 넘는 유저들이 재접속하였습니다.] [그들이 민혁을 대신하여, 대륙황제 엘레의 곁으로 집결하고 있습니다.]또.
[세계 곳곳의 수많은 유저들이 천외제국으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민혁 유저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 공지사항을 올린 바 있습니다.] [천외제국과 전쟁터를 잇는 통로가 전쟁 시작 후 25시간이 지난 때에 연결된다는 공지였죠.] [사실상 유저들 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보상을 주겠다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자발적인 전쟁 참가자들의 도움을 바란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했던 부정적인 반응과 전혀 다릅니다.] [지금 통로를 유저들이 끊임없이 넘어서고 있습니다!]하늘 위.
수억 개의 거대한 빛이 세상을 가득 채우며 절망에 물든 세상을 밝혔다.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수억 명의 유저들.
어떤 이는 레벨 고작 40이었고, 어떤 이는 고작 100이었으며, 어떤 이는 300에 불과했다.
그런 그들이 통로를 넘어, 빛이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어느덧 자신의 뒤를 가득 채운 유저들을 보며 엘레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검신을 포기했던 선택은 후회가 없어.’
그리고 본디 검의 대제 엘레는 아테네에서 유명한 사이다 캐릭터다.
“아직 안 끝났어, 이 X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