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59
밥만 먹고 레벨업 1060화
발라만 공작은 죽었으면서도 산 자이지만, 또 한 번의 죽음을 겪으면 영원한 죽음에 빠져든다.
죽음의 신과 영혼을 담보로 계약을 맺은 그는, 특별한 힘을 얻는 대신 죽음을 경험할 시 영원토록 죽음의 신의 노예로 부려져야만 했다.
그런 그가, 연합군이 끌어모은 힘과 허리춤에 장착된 폭탄과 함께 그물 안에서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세상이 크게 진동했다.
눈치 빠른 자들은 바바리안의 그물 외부에선 어떠한 데미지도 입힐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부에선 아니었다. 바바리안의 그물 안에 있던 에그널과 그의 병사들이 거대한 폭발에 휘말린다.
아주 작게 열린 틈으로 뿜어지는 거대한 화염이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라이터에 지져지는 거미줄처럼 녹아내리는 그물을 보며 연합군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바바리안이 가장 까다로웠던 이유 중 하나가, 몬스터를 감추고 한꺼번에 토해내는 저 그물에 있었기 때문이다.
[몬스터 창조사 에그널을 사냥하셨습니다.]들려오는 알림이 발라만 공작이 성공했음을 알려준다.
그의 희생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런 것은 없었다. 그는 희생으로 생을 마감한다 해도 손가락질받을 쓰레기였으니까.
단지, 기억될 것이다.
그래도 그의 마지막은 인류를 위해 죽었음을.
그리고 그를 아꼈던 자들은.
“발라만 공작을 위하여.”
“위하여!”
검은해골 군단. 용암의 숨결광산이라는 곳에서 최소한의 쉬는 시간만을 가지고 천외제국을 위해 광산만 캐던 그들이 거대한 함성을 뱉어냈다.
발라만에게 키워져, 수 없는 약탈을 일삼았던 그들.
영웅놀이?
그딴 건 없다.
믿고 따랐던 주인이 가는 길을 함께 가고자 함이다.
그리고 그들은 천외제국에서 매번 몸만들기에 열중했다.
오로지 샐러드와 닭가슴살로 만들어진 몸!
로크라는 자가 매번 찾아와 자신들에게 관심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자신들을 경멸하였으나 몸만큼은 인정해 주었고 자신들을 보며 말했다.
-크흐, 이렇게 몸 좋은 이들이 웃통을 벗고 전장에서 달리며 이런 대사를 뱉으면, 끝장나지.
그 말을 떠올리며 번들거리는 근육질의 그들이 내달렸다.
“디스 이스 스파르타!!”
“디스 이스 스파르타!”
“디스 이스 스파게티!”
“디스 이스 스파게티!”
뭔가 이상한 외침이 껴 있긴 했지만 그들은 내달렸다. 한 손에는 비쇼르가 만든 폭탄을 들고!
주인 없는 삶을 그들은 이어갈 생각 따윈 없었다.
그물을 잃은 바바리안은 당혹스러웠다.
그들은 몬스터들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으며 최대한 안쪽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죽음을 각오한 자들이다.
온몸이 베이고 할퀴어져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는 선두의 한 명이 몬스터에게 몸을 던졌다.
네임드 몬스터를 꽉 껴안은 그가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비쇼르가 만약의 때를 대비해 그들에게 준 폭탄은 사실상 투척용이었다.
애초에 천외제국도 그들에게 이러한 희생을 원한 건 아니다.
민혁이 있었다면 그들 모두를 말리려 했을 거다.
하나 그랬다 해도 굳은 의지의 그들을 멈추게 할 순 없었을 거다.
“디스 이스 스파르타!”
“디스 이스 스파게티!”
거대한 외침이 곳곳에서 울려 퍼지며 네임드 몬스터들이 터져 나갔다.
어떠한 이는 폭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하늘을 담았고.
또 어떠한 이는 자신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떠올리며 엿 같은 감성팔이에 빠졌다.
쾅, 쾅, 콰콰콰쾅, 콰콰콰콰쾅-!
십만이 넘는 검은해골 군단이 일제히 폭발을 일으키며 네임드 몬스터들을 집어삼켰다.
그 폭발력은 반경 20m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했기에, 빠른 속도로 바바리안의 몬스터 군단이 제거되었다.
“이, 이이이이……!”
그물과 아끼는 몬스터인 에그널을 잃은 바바리안은, 오랜 시간 힘겹게 만들어낸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 또한 잃고 있었다.
그가 인간이란 이래서 무섭다를 상기하며 어느덧 1천만도 남지 않은 몬스터들을 보았다.
그때.
“고전하고 있네, 영감.”
“홀홀, 생각보다 만만치 않구나.”
헬레냐가 바바리안의 옆에 섰다.
여전히 연합군의 숫자는 굉장히 많았다.
“만약 네가 없고, 천공의 기사들 또한 사용하지 않는다면, 난 질 걸세.”
바바리안은 인류를 자신이 어쩔 수 없음을 뼈저리게 눈치챘다.
“신들을 죽일 때 쓰려 했건만.”
몬스터 군단이 바바리안이 열어놓은 소환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더 이상 몬스터 군단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거다.
대신, 열린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쿠우우우우웅-!
땅에 착지한 순간 땅이 움푹하고 파였다.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로 떨어진 존재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끼디디딕-
타이탄과 흡사해 보였지만 훨씬 작았다.
약 4m 높이에 이르는 놈은 온몸이 은빛의 티타늄에 뒤덮여 있었다.
타이탄과 흡사한 로봇의 얼굴의 중앙엔 오로지 하나의 눈만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거대한 장검을 들고 있었다.
[천공의 기사 Lv 1,051.]“……!”
숨 막히는 레벨에 모두가 압도당했다.
“홀홀, 천공의 기사들은 전부 무신을 본떠 만들어졌다네. 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천공의 기사가 단순히 레벨만 높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쿠우웅, 쿠우우웅, 쿠우웅 쿵쿵쿵-!
하늘에서 천공의 기사들이 계속 떨어져 내렸다.
레벨 1,000대의 몬스터는 네르바와 같은 자들에게도 생소한 몬스터.
나열하고 선 천공의 기사의 숫자는 정확히 열하나였다.
그런 천공의 기사의 얼굴에 있는 중앙의 눈에서 거대한 빛이 일렁였다.
번쩍-!
거대한 섬광이 연합군을 덮쳤다. 그리고 섬광이 뿜어진 그곳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섬광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단 한 번에 3천이 죽어 나갔으며, 그것이 시작이었다.
끊임없이 빛을 번쩍이는 천공의 기사들에 의해 연합군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기 시작했다.
“파이어볼.”
헬레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이어볼.”
“파이어볼.”
“응축.”
수만 개의 파이어볼이 하나가 된다. 그 거대한 파이어볼이 그녀의 우아한 손가락을 따라 지상을 강타했다.
쿠화아아아아앙-!
메테오급의 파괴력이다. 발 빠르게 연합군이 천공의 기사들에게 달려들어 보지만.
서거억-
그들이 쥔 대검에 한 번에 일곱이 넘는 연합군이 죽어 나갔다.
서걱서걱서걱-!
빠르게 연합군 사이를 누비는 그들에 의해 초당 수백 명이 죽어 나간다.
바바리안의 말처럼, 그들은 단순히 강하고 단단하기만 한 게 아니라 놀라운 검술을 펼쳤고, 때론 그 검을 활로 바꾸어 쐈고, 때론 철퇴로 만들어 연합군을 으깼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천외제국 가신들과 랭커들이 나섰다.
로크가 거대한 도끼로 힘을 실어 머리통을 노렸다.
“천 톤의 도끼!”
콰아아아아아아앙-!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던 로크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찌그러졌……?”
부서진 게 아니라 조금 찌그러졌다. 천 톤의 도끼는 로크의 자랑 스킬 중 하나다.
추가데미지 8,000%의 힘으로 적을 힘껏 내리찍는 힘.
드래곤의 두개골도 부술 수 있는 스킬이, 고작 ‘찌그러지는 것’에 그친 것이다.
스거어어억-
“……!”
로크의 몸이 단숨에 양단되었다.
털썩-
뒤를 이어 아스갈이 핏빛 대검으로 수차례 천공의 기사를 가격해 보지만.
“이런 방어력은 처음 봐…….”
찌그러트리는 것밖에는 하지 못했다. 또 공격을 시도할 시 충격을 입은 적이 흔들리기라도 해야 하는데 천공의 기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수라의 대검의 내구도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아스갈이 무뎌진 대검의 날을 보았다. 오랜 전투로 인해 그런 것일 수도 있어 보였으나, 천공의 기사를 타격할 시 무기가 훼손되는 효과도 있는 듯 보였다.
채, 채채채채채챙, 채채채챙-!
아스갈은 천외제국 랭커 중 실력으로는 민혁과 견준다는 평을 받는 여인이다.
그런 아스갈이 밀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발로 명치를 걷어찬 천공의 기사가 바닥에 쓰러진 아스갈의 복부에 거대한 대검을 꽂아 넣었다.
푹-!
단숨에 하이랭커 둘이 당했다. 고작 몇 번의 공격에.
브로드를 비롯한 가신들이 천공의 기사들을 향해 움직였다.
쩌어어어엉-!
브로드의 검이 천공의 기사의 머리를 후려친 순간 처음으로 놈이 기우뚱거렸다.
곧바로 스킬을 전개.
콰아아아아아앙-!
천공의 기사를 뒤로 날려버린 브로드가 주변을 둘러봤다.
‘나조차도 이 정도 데미지밖에 주질 못한다.’
자신이 한기를 부수는 데에만 최소 30분은 걸릴 것이다.
그때, 구원군이 나타났다.
쩌어어어어어엉-!
8m 높이에 이르는 거대한 타이탄.
신화 속에 내려져 오던 온몸이 흑빛으로 번들거리는 초월자의 병기가 등장해 천공의 기사를 베었다.
천공의 기사의 티타늄으로 이루어진 갑옷이 크게 찌그러졌다.
초월자의 병기는 기갑병기 조종사 랭킹 1위 이든만이 발동시킬 수 있는바.
또 천외제국은 드워프 오르골과 신의 대장장이가 합작품, 초월자의 병기를 기반으로 만든 수백 기의 타이탄이 있다.
비록 초월자의 병기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루브앙 제국 타이탄과 견준다 할 수 있었다.
끼이이익, 쿵!
끼이이이익, 쿵!
흑빛의 타이탄 군단이 연합군을 구하기 위해 내달렸다.
끼리리리릭
철컥-!
그들의 몸 곳곳이 열리며 한 기당 수백 발의 미사일이 장착되었다.
피유유유유융-!
수백 개의 타이탄이 쏘아낸 수만 발의 미사일이 천공의 기사들을 끊임없이 강타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콱-!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천공의 기사를 향해 수백 기의 타이탄이 검을 늘어트리고 내달렸다.
타이탄의 단점은 오랜 시간 운용이 불가능한 것.
장점은 그만큼 파괴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거다.
“와아아아아아아!”
“이든!”
모두가 이든의 등장에 열렬히 환호했다.
그런데 간과한 것이 있었다.
헬레냐가 그들과 함께라는 것이었으며, 수백 기의 타이탄이 붙어도 천공의 기사는 부술 수 없다는 거다.
“슬로우.”
“……!”
타이탄들에게 빛의 족쇄가 스며들었다.
평소보다 훨씬 느려진 타이탄은 천공의 기사들의 대검에 의해 머리통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고작 3분.
이든은 믿을 수 없었다.
3분 만에 수백 기에 달하는 천외제국의 타이탄이 모두 부서졌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든도 헬레냐의 슬로우 마법에 걸려 움직임이 크게 둔화되었다.
조종사는 기갑병기를 끊임없이 조종해야 했다.
하지만 조종사의 몸이 느려지자 기갑병기의 몸도 자연스럽게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처커커컥-!
파지지지직-!
천공의 기사 다섯 기의 대검이 초월자의 병기의 몸 곳곳을 관통했다.
파지지지직-!
천공의 기사가 거친 스파크를 튀기는 초월자의 병기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모든 타이탄이 정리되었다.
인류가 공포에 찬 표정으로 헬레냐를 보았다.
바바리안과 헬레냐가 동시에 움직이자 더 이상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지겹구나, 빨리 끝내고 가야겠어.”
헬레냐는 더 이상 흥미를 잃은 듯 보였다.
하늘 위로 그녀가 쏘아 보낸 수만 개의 마법이 별처럼 떠올랐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쾅-!
고작 반나절.
천공의 기사와 헬레냐에 의해 총 5억이 넘던 연합군이 5천만 남게 되었다.
‘끝이다…….’
‘이길 수 없어.’
그리고 천외제국의 사람들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폐하, 어서 돌아와 주십시오.’
‘민혁아…….’
그 시각.
“쿨럭쿨럭.”
누군가를 위하고,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는 한 절대신이 온몸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 앞에 ‘융합’하여 강한 힘을 내는 거신형제가 마침내 싸늘한 죽음을 맞이해 있었다.
수십 일도 더 그들과 싸운 사내가 그들에게서 떠오른 흑빛 구슬을 손에 쥐었다.
“융합할 수 있는 건 한 번뿐인가?”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그 신이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하는 곳.
‘드디어 널 지킬 수 있을 것 같구나.’
헬레냐와 바바리안이 있는, 전쟁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