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64
밥만 먹고 레벨업 1065화
처음 오블렌을 만났을 때, 그는 수천 년 이상의 시간을 알쏭달쏭 조미료통에 갇힌 채 보냈다.
그는 답답해하였고 그곳을 빠져나온 후에도 미쳐 버리는 줄 알았다며 민혁에게 조미료통 세상 속의 이야기를 줄곧 하곤 했다.
베라든의 유언이 스쳐 지나간다.
[한번 융합되어 검에 빨려 들어가면 영원히 그 안에서 잠들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괜찮다고 하였다.]죽어가는 베라든. 그가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안타까웠다.]민혁은 흐릿한 미소를 머금는 베라든을 보았다.
[혼자만의 길을 걷는 네가.] [그런데 안도하였다.] [네 곁을 함께하는 많은 자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너의 짐은 오블렌이.] [또 네 친구가.] [또 가족이.] [그리고 많은 자들이 함께 나눌 것이다.] [너를 만난 잠깐의 시간이, 가장 값졌다.]파지지지지지직-!
거대한 스파크가 민혁의 검에서 튀었다. 흑빛의 아름다운 장검.
[수호신 오블렌이 대륙을 멸하는 검과 융합되었습니다.] [융합된 검의 힘이 고스란히 당신에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당신의 한계가 초월합니다.] [초월합니다.] [초월합니다.] [초월합니다.]끊임없는 알림을 들으며 민혁은 흑빛의 그 검을 꽈악 쥐었다.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시간은 2분입니다.] [검의 이름을 정해주시기 바랍니다.]민혁이 그 검을 바라보곤 쓰게 웃으며 말했다.
“전우.”
[검의 이름이 ‘전우’로 정해졌습니다.]차마 한 걸음을 떼지 못하는 민혁에게로.
[네 작명 센스는 역시 최악이다.]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을 쥔 민혁의 손에 더욱 큰 힘이 들어갔다.
어떠한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민혁이 말했다.
“고맙다.”
[나도 고맙다.]그는 검이 되었지만 자신의 앞에서 마주 웃는 것 같다.
우우우우우우웅-
그저 민혁이 검을 쥐고 선 것만으로도 땅이 진동하고 하늘이 운다.
처억-!
그 검을 민혁이 헬레냐에게 겨눴다.
헬레냐는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만 같았다.
그 빛에 반사되어 아름다운 흑빛을 뽐내는 그 검과 민혁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민혁이 뻗은 검 끝에서 수천 자루의 보이지 않는 흑빛검이 솟구쳤다.
“무형검.”
[무형검의 레벨이 일시적으로나마 대폭 상승합니다!] [무형검의 총 레벨은 Lv13으로 측정됩니다.]보이지 않는 흑빛검들이 하늘을 찢는다.
헬레냐가 다급히 펼치는 거대한 붉은 빛 배리어의 앞에 어느덧 민혁은 당도해 있었다.
그의 고운 손가락 끝이 배리어에 닿았다.
“깨부수는 자.”
쩌저저저저적-!
헬레냐의 배리어가 금이 가더니 와장창 깨져 버렸다. 눈을 부릅뜬 그녀가 공기를 찢어발기는 파공성을 들었다.
그 힘들이.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푸푸푸푸푸푹-
하늘 위에서 그녀를 쉴 새 없이 꿰뚫었다.
고작 수백 자루의 보이지 않는 흑빛검이 아니다.
수천 자루의 검들이 그녀를 끊임없이 유린했다.
그녀가 다급히 실드 수백 개를 주변에 형성해 방어하려 했다.
앞에 있는 민혁에게 동시에 익스플로전을 발동.
바람같은.
수화아아아아악-
평소보다 약 세 배가량 빠르게 반응하는 바람같은이 공간을 넘어 그녀의 뒤로 안내한다.
“허억허억.”
가까스로 무형검의 힘을 견뎌낸 그녀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안도했다.
“아직.”
등 뒤에서 들려오는 민혁의 소름 끼치는 목소리에 그녀가 아차 했다.
민혁의 손가락 끝을 쫓아 그녀의 시선이 허공으로 향했다.
‘여전히.’
수천 자루의 검은 하늘을 장악하고 있다.
급성장한 무형검은 총 10초 동안 지속이 가능했다.
하늘을 비상하는 수천 자루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그녀를 꿰뚫었다.
“꺄아아아아악!”
그녀의 몸이 앞으로 꺾였다. 고통에 의한 본능적인 자세였다.
[2분 13초.] [헬레냐를 죽인 횟수 3회.]기이하게 꺾였던 헬레냐의 몸이 다시 펴졌다. 그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이대로 가다간 죽어.’
섬뜩했다. 자신이 아주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베라든이 자신에게 말했던 마지막 말.
-그였다.
-삐뚤어진 제자를 바로 잡아줄 또 다른 제자.
-후회하지 않았다.
-내 마지막 순간이 그 아이와 함께였기에.
-헬레냐.
-그 아이가 너를 벌할 것이다.
그 제자는 민혁이 아닌 오블렌을 뜻하는 것이었음을.
오싹-
베라든이 내다본 것들에 헬레냐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그랬기에 필사적으로 저항코자 했다.
그가 말했던 ‘벌’을 받지 않기 위해.
쿠화아아아아아아악-!
[마력이 폭주합니다.] [몸속 마력을 빠르게 태우는 조건으로 모든 마법들이 대폭 상향됩니다.]푸른 마력이 그녀의 곁에서 일렁였다. 그녀가 용솟음치는 마력을 이용해 거대한 비를 불렀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가 세상을 적셨다.
그녀의 주변으로 수백 자루의 전류가 흐르는 창들이 생성되었다.
속성마법은 때론 다른 것과 만나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킨다.
헬레냐가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죽어!”
쿠르르르르르르르-!
수백 개의 전류의 창과 천 개에 이르는 번개가 동시에 떨어졌다.
그 번개를 민혁은 그저 바라만 보다, 천천히 검으로 그었다.
화아아아아아악-
그 검의 휘두름과 함께 쏘아지던 번개가 스르르 흩어졌고, 그에게 향하던 수백 자루의 전류의 창도 힘을 잃고 사라졌다.
민혁은 ‘전우’를 쥐게 됨으로써 오블렌이 가진 힘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힘들이, 헬레냐의 힘을 단숨에 소멸시킨 것이다.
당황하는 그녀에게 민혁이 검을 겨눴다.
[1분 39초.] [헬레냐를 죽인 횟수 3회.]헬레냐가 본능적으로 20%에 가까운 엄청난 마력을 빠르게 불태웠다.
그리고 그녀의 앞으로 그레이트 실드가 발현되었다.
평범한 그레이트 실드 따위가 아니었다.
철옹성처럼 크고 웅장한, 그 실드는 마치 그 어떤 공격도 방어할 수 있을 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붉은빛으로 일렁이는 실드를 향해 민혁이 검을 뻗으며 읊조렸다.
“필멸.”
동시에.
“캔슬.”
화아아아아아악-
민혁이 발동하던 필멸이 흩어졌다. 그녀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엄청난 마력을 소진했어.’
캔슬은 다른 마법이나 스킬을 무효화시킬 수 있으나, 상대의 발하려는 힘에 따라 본인의 마력을 갉아먹는다.
헬레냐는 방금 전 그 필멸이 그 어떤 공격보다 위협적이었음을 알았다.
민혁은 이로써 알 수 있었다.
지금의 그녀는 조급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본질을 깨달았을 것.
민혁은 ‘필멸’을 ‘저장’ 스킬을 통해 축적해 놓는다.
방금 전의 그 필멸은, ‘저장’된 필멸에 불과했다.
이제 펼쳐지려는 힘은, 민혁이 ‘전우’를 쥐고 나서 펼치는 진짜 필멸.
필멸의 설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완전한 힘을 찾는다면 8기둥들의 여덟 개의 재앙과 맞먹는 힘을 가질지도 모른다.’
민혁이 사용하는 필멸은 아직 불완전한 힘.
그 필멸이, 전우의 힘을 받아 온전한 힘을 발휘한다.
“필멸.”
아니, 이 순간만큼은 온전함을 넘어 그 힘을 아득히 초월한다.
[필멸의 레벨이 일시적으로 대폭 상승합니다!] [필멸이 진짜 아홉 번째 재앙의 힘을 갖춥니다.] [필멸이 아홉 번째 재앙의 힘을 넘어섭니다.]화르르르르르르르륵-!
민혁의 흑빛의 검으로 거대한 날개가 펼쳐졌다. 아름답게 타오르는 그 날개를 보는 헬레냐가 곧 그 진실을 알 수 있었다.
거대하게 펼쳐진 저 날개가 모두 흑빛으로 타오르는 검으로 이루어져 있었음을!
민혁의 숨이 가쁘다.
온전함을 넘어서, 그 한계의 끝에 도달한 필멸.
기존의 필멸은 2,000%의 데미지로 천 자루의 검을 소환했다.
그리고 지금은, 12,000%의 데미지로 500자루의 검을 한 번에 휘두를 수 있었다.
그 이름과 걸맞다.
필멸(必滅).
반드시 적을 멸한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륵-!
민혁이 휘두른 검이 헬레냐가 소환한 그레이트 실드와 부딪쳤다.
까라라라라라라락-!
거친 타격음과 함께 쉴 새 없이 오백 자루의 검이 그레이트 실드를 가격했다.
엄청나게 높은 방어력과 내구력.
절대적으로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그 그레이트 실드에 금이 갔다.
쩌저저저적-
헬레냐는 위험을 직감하고 했다.
그런데.
[필멸의 효과에 따라 피하실 수 없습니다.]필멸은 헬레냐의 발마저 묶어냈다.
쿠르르르르르-!
거대한 화염이 결국 그레이트 실드를 깨부수며 헬레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민혁이 이 필멸을 더 사기적으로 본 이유.
‘적과 맞닿은 순간 12,000%의 데미지를 입히며, 그 후 반경 50m에 2,000%의 추가 데미지를 준다.’
푸우욱-
콰아아아앙-!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헬레냐의 몸이 끊임없이 폭발했다. 그 끊임없는 폭발 속에서 그녀가 죽음을 맞이했다.
죽은 그녀는 대부분 3초 내로 같은 자리에서 부활했다.
부활한 그녀는 여전히 필멸의 범위 안에 있었다.
[1분 6초.] [헬레냐를 죽인 횟수 4회.]끔찍한 고통으로 비명을 내지르던 헬레냐가 다급히 블링크를 시전해 화염 범위에서 벗어났다.
아름다웠던 마녀는 없었다.
온몸이 새까맣게 그을린 채 땅에 추락해 도망치는 것을 시도하는 여인이 있을 뿐이었다.
이제 고작 1번.
그 한 번이면 그녀는 죽는다.
그러나 텔레포트를 사용해 빛이 되었던 그녀가 다시 땅에 추락했다.
“으, 으아아아아…….”
시스템을 관장하는 신 엘리자베스가 그녀의 도주를 막은 것이다.
“초월.”
쿠화아아아아아아악-!
흑룡갑을 입은 민혁의 몸에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가장 거대한 검은 기류가 폭주했다.
민혁은 텔레포트가 되지 않아 달려서라도 도망치려는 그녀를 쫓았다.
민혁이 곧 그녀의 등을 베어냈다.
학살자의 검.
전우의 힘을 받은 그 검이, 그녀의 등을 수백 회 베어냈다.
“으, 으아아아아…… 사, 살려줘. 제발 살려줘…….”
불멸이란 수식어가 붙은 그녀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는 생소한 것이었다.
등을 베이고 바닥을 기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그녀가 민혁에게 모든 마법을 퍼부어댔다.
그러나.
“절대방어.”
민혁에겐 그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민혁의 검에 폭주하는 검의 힘이 깃들었다.
쿠르르르르르르-!
전우의 힘을 받아, 엄청난 진동을 일으키는 그 힘이 헬레냐의 심장에 꽂히려던 그때.
사아아아아아아-
[융합이 해제됩니다.]대륙을 멸하는 검과 융합한 오블렌이 해지되었다. 민혁은 말없이 그 검을 내려다봤다.
“고맙다, 오블렌.”
그 검을 꽉 쥔 민혁을 보며 헬레냐가 안도했다.
“나, 나 산 거야?”
그녀는 역겨운 존재였다.
“헤, 헤헤헤헤, 나 살았다. 살았다!”
그녀가 기쁨에 겨워 박수를 쳐댔다.
“그 힘이 없는 넌, 혼자 날 못 죽이거든? 응? 모든 힘도 소진했고, 그렇지? 이히히히히히!”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녀를 민혁이 차갑게 바라보며 조소했다.
“틀렸다.”
헬레냐는 말했다. 혼자 못 죽인다고.
하지만 이미.
“……아?”
헬레냐는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주변으로 수백 명의 랭커들이 밀집되어 있다.
더불어 천외제국의 가신들과 각 제국 왕국에서 보낸 최강자들이 자신의 힘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헬레냐가 대비하기도 전에 그 모든 공격이 동시에 쏘아졌다.
이제 헬레냐를 죽이는 방법을 알게 된바.
그 어떤 것도 아낄 게 없었다.
그녀의 HP가 빠르게 감소했다. 공격이 멈추고 온몸이 넝마가 된 그녀가 신음을 흘리면서도 살길을 궁리했다.
터벅터벅-
민혁이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걸음했다.
오랜 악연의 종지부.
“그, 그래!”
헬레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직 방법이 있다.
“내, 내 광물들만 되찾으면 난 다시 일어날 수 있어. 히히, 맞아. 아니, 애초에 그 광물만 있었더라면, 이미 난 이 자리의 모두를 죽일 수 있었지!”
헬레냐의 광물.
네 개의 그 광물들은 그녀가 보유하고만 있으면 각 속성마법을 최대 70%까지 강인하게 하니까.
“히히히, 그래 그 광물만 찾으면 이 벌레 같은 인간들도, 신들도 다시…….”
그런데 곧 헬레냐는 드리워진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그림자의 대상은 자신의 배를 통통, 두드리고 있었다.
“야, 니 광물 쩔더라.”
“……?”
순간 헬레냐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배를 통통 두들기며, 쩐다니?
보통 저런 소리는, 무언가를 먹었을 때…….
“……?”
상황을 인지한 헬레냐가 말문을 잃었다.
아티팩트에 박은 것도 아니고, 어디 숨긴 것도 아니다.
그것을 먹었다고?
심지어 헬레냐는 그 광물을 틈틈이 찾아 헤맸다는 사실.
민혁이 청량하게 사이다를 시전했다.
“꺼어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