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63
밥만 먹고 레벨업 1064화
헬레냐의 가슴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하찮은 벌레에 불과하다.
그리 평가한 적 있다. 일 년 정도 지나 자신이 강림할 때 꽤 봐줄 만한 실력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오만이었다.
그녀가 잠든 시간 동안 민혁은 전보다 몇 배는 더 강해졌다.
그녀가 한 번씩 깨어나 자신의 사라진 광물들을 찾아 헤매며,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그’는 부단히 노력하고 기다려왔다.
바로 오늘만을 말이다.
매의 날개를 단 그와 눈이 마주친 헬레냐는, 눈을 피할 뻔했다.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그를 마주한다.
그 눈은, 마치 자신이 인간을 벌레처럼 보는 것과 같다.
경멸, 조롱이 담긴 그 눈빛이 그녀를 오싹하게 했다.
도망쳐야 해!
원초적인 공포가 그리 외쳤으나 그녀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압도에 의해 몸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헬레냐는 살면서 상태이상에 걸려본 적이 손에 꼽는다.
그런 그녀를 거대한 힘이 억누르고 있었다.
[8초.]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했다.
그 느린 시간 속, 자신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민혁의 검이 자신의 심장에 박혔다.
푹, 푸푸푸푹, 푸푸푸푸푸푹-
폭주하는 검의 힘이 그녀를 타격한다.
[6초.]민혁의 검에서 뻗어진 강대한 검기. 하늘 찢는 검이 그녀의 팔 한쪽을 잘라냈다.
[4초.]수백 개의 칼날을 흩날리는 검이, 그녀의 몸 곳곳을 유린했으며 동시에 등장한 꼭두각시 인형 빌이 그녀의 등을 뒤에서 검으로 찔렀다.
주르르르륵-
등이 관통당한 그녀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2초.]헬레냐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고작 개인에게, 그것도 한 명에게 이처럼 당한다는 것은.
하지만 민혁의 검이 그녀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이건, 베라든 어르신의 몫이다.”
스거어어어억-!
데구르르르
추락한다. 헬레냐의 머리가.
천천히 떨어져 내리던 헬레냐의 머리.
눈을 부릅뜬 그녀가 이성의 끈을 놓치고, 그 끈이 곧 끊어졌다.
쭈우우우우욱-!
그녀의 머리가 순식간에 다시 붙었다.
이성의 끈을 놓은 헬레냐는 말 그대로 미쳐 있었다.
일개 인간에게 당한 것.
그 한 번의 치욕을 되돌려 주고 싶었다.
어린아이처럼 히죽 웃는 그녀가 사악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재밌는 걸 알려줄까?”
그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민혁을 감쌌다.
“불멸의 마도사인 나를 죽이는 법.”
민혁의 멱살을 움켜쥐고 그의 귓가에 속삭인다.
“8분 동안 날 다섯 번 죽이는 것.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그 속삭임에 민혁은 멱살을 쥔 손을 서둘러 뿌리쳤다.
시간이 없다.
뿌리친 그녀에게로 곧바로 필멸을 꽂았다.
푸화아아아아아악-
가장 먼저 떨어진 검이 그녀의 머리통에 박혔다.
“으히? 히히히히, 할 수 있어? 아직 여섯 번 남았어! 파이팅! 아, 내가 타이머 띄워줄까? 그래야 편하지!? 그리고 8분 동안 다섯 번 못 죽이면 회수는 다시 리셋이야. 알았지!?”
미친 듯이 웃는 그녀가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에서 쏘아지는 검들이 그녀를 꿰뚫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녀가 띄운 타이머가 흐른다.
“히히, 으히히히, 푹푹, 아프네, 아파!”
그녀는 정말 미친 이처럼 웃어댔다.
그것은 강자의 여유.
그녀는 필멸을 맞고도 죽지 않았다.
무방비한 듯했지만 그녀는 온몸에 실드를 둘러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렇게 푸욱! 찌르라니까? 응? 그렇게 해서 죽겠어?”
그녀의 광소에 민혁이 한심하단 표정으로 바라봤다.
“미친년.”
“…….”
“그냥 미친 것도 아니고 개미쳤네.”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미친 이처럼 행동하며 조롱하려 했더니, 괜스레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했어도 민혁은 초조해하고 있었다.
[6분 47초.]그녀의 머리 위에 떠오른 타이머 때문이었다.
“에헤헤헤헤, 왜 안 죽여? 나 안 죽이면.”
꽈아아아아악-!
그녀의 손이 펼쳐졌다.
그것은 알리의 장기 마법인 압축이었다.
그 압축에 따라 천외제국의 강자들이 한곳에 몰려 두둥실 떠올랐다.
헬레냐가 소름 끼치는 표정으로 위협했다.
“필멸.”
민혁은 지금 이 순간 페널티를 생각할 틈 따위 없었다.
두 번의 필멸을 맞고서야 죽은 그녀가 또 한 번 몸을 일으켰다.
[6분 6초.] [헬레냐를 죽인 횟수 2회.]“똑.”
헬레냐가 민혁을 비웃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모여 있는 천외제국 강자들에게 뻗어진 순간.
피유유유융-
수십 발의 디스가 그들을 관통하며 생명을 위협했고.
“딱.”
“똑.”
“딱.”
“똑.”
“딱.”
입으로 똑, 딱 거리는 시계침 소리를 내는 그녀에 의해 긴장감이 고조되어갔다.
똑, 딱, 똑 딱, 똑, 딱.
강자의 여유, 그녀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속삭이듯 말한다.
“너, 지금, 어떻게 남은 세 번을 죽여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지? 내가 도와줄게.”
콰아아아아아앙-!
민혁이 스킬의 대부분의 소진한 것을 안 그녀가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민혁의 가슴에서 익스플로전이 동시에 열 번 폭발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콱-!
[HP가 7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5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3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고작 한 번이었다. 민혁은 이제껏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왔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자신의 바로 앞에 있던 헬레냐의 고운 손바닥이 가슴에 닿은 순간, 자신의 HP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강제 로그아웃 당하셨습니다.] [로그인하셨습니다.] [레벨이 하락하셨습니다.]민혁 또한 유저들이 마신 포션을 복용한 바 있다.
그는 곧바로 페널티를 무시하고 로그인하였다. 그러곤 헬레냐에게 필멸을 비롯한 모든 스킬을 퍼부었다.
그러나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한 헬레냐는 더 이상 그 공격을 순순히 맞아줄 생각이 없었다.
필멸은 첫 번째 공격만이 100% 적중한다.
블링크와 실드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헬레냐가 민혁을 압도한다.
민혁의 몸이 수백여 개의 디스에 관통당해 추락했다.
[강제 로그아웃 당하셨습니다.] [로그인하셨습니다.] [레벨이 하락하셨습니다.]빛의 창에 꿰뚫렸던 민혁이 다시 빛이 되어 나타난다.
여러 차례 반복적인 전투가 지속되고 있었다.
[4분 36초.] [헬레냐를 죽인 횟수 2회.]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압박감이 그를 옥죄였다. 다시 나타난 민혁을 보며 헬레냐의 손가락이 퉁겨졌다.
퉁겨진 헬레냐의 손가락을 따라 비쇼르와 만다라가 만들어낸 폭탄 수만 개와 포션 수천 개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모두 천외제국의 유저들의 인벤토리에 들어 있던 것들이다.
헬레냐는 잠들었었으나 바이오든 요새에서 터지던 폭탄을 느낀 바 있다.
때문에 비쇼르라는 인물이 굉장한 위험인물인 것도 알았다.
“저 폭탄이 동시에 터지면 전부 죽겠네?”
헬레냐의 말처럼, 저 폭탄들이 동시에 터지면 이 대지 전체가 날아간다.
이 자리의 유저들도, NPC들도 모두 죽을 것이다.
“날 죽이지 못하면 저 폭탄을 터뜨릴 거야.”
헬레냐가 고운 손가락을 펼쳤다.
“그리고 네가 가진 그 힘을 빼앗을 거야.”
시스템 베라든의 제자를 빼앗을 수만 있다면, 민혁과 천외제국을 수천 번도 더 짓밟을 생각이었다.
헬레냐가 자신에게 휘둘러지는 검을 실드로 가뿐히 막아냈다.
“하아아암. 얼른 남은 4분이 지났으면 좋겠어. 그 4분이 지나면 다 죽이고 한숨 자러 가야겠어.”
민혁의 검이 그녀를 노리고 휘둘러진다.
까가가강-!
실드를 펼쳐 가뿐히 막아낸 그녀가 수십 개의 디스를 다시 한번 민혁의 심장에 쏘아 보냈다.
추락하는 민혁이 절망했다.
‘닿을 수 없어.’
처음 한 번. 그 한 번 헬레냐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방심했던 것과 ‘압도’ 덕분이다.
두 번째는 이성의 끈을 놓았던 헬레냐가 오히려 스스로 죽어줬기 때문이다.
헬레냐는 악랄했다. 실낱같은 작은 희망을 쥐여준 후 더욱더 짓밟아댔다.
민혁은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그때.
[시스템. 베라든의 제자가 활성화됩니다.]그 알림이 절망에 빠진 민혁을 일깨웠다.
* * *
알림을 들은 민혁은 쓰게 웃었다.
‘틀렸어요, 어르신.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나 봐요.’
닿을 수 없는 높은 벽에 부딪혔을 때 인간은 비로소 좌절을 맛보고야 만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다.
소중한 천외제국 가신들을 지키고 싶다.
퇴근 후 게임에 접속하는 누군가의 일상과 고된 공부에 지친 학생들의 것을 지키고 싶었다.
또.
‘나를 살게 한 게임.’
민혁은 아테네가 없었다면 스물한 살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200㎏을 초과하는 비대한 몸뚱이로 폭식 결여증에 의해 사망한 무수히 많은 환자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엄청난 무력감과 절망이 민혁을 휘감았다.
치지지지지직-
민혁의 앞에 노이즈가 꼈다. 노이즈 때문에 그는 보지 못했지만, 민혁의 앞엔 떠나보냈던 베라든의 모습이 있었다.
베라든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말했다.
[말해주지 않은 게 있다.] [네가 신들의 감옥에 가던 날, 네게 말하지 않았던 또 다른 8기둥의 자리에 선 제자가 날 찾아왔다.] [물었다.] [어째서 이곳에 온 것이냐고.]치지지지지직-
노이즈 화면이 지나고 베라든의 눈에 담겼던 그 제자의 모습이 보인다.
‘지키고 싶은 남자가 있습니다.’
그 익숙한 남자가 말했다.
[나는 말했단다. 이젠 너의 인생을 살라고. 하지만 그는 웃었다.]‘살면서 이토록 행복해 본 적이 없습니다. 스승님.’
[그는 내게 바랐다. 그 남자를 지킬 방법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해주고 싶지 않았지. 그런데 그는 결국 그 방법을 알아내어 떠나갔다.]민혁의 눈에 보인다. 베라든이 담은 어디론가 향하는 오블렌의 씁쓸한 뒷모습.
[그는 거신형제를 쫓아갔단다.]유언 속 베라든이 거신형제가 어떠한 존재인지 알려준다.
작은 힘 두 개를 합쳐 거대한 힘을 내는 존재들.
[그런데 민혁아.] [너와 오블렌은 융합될 수 없다.] [애초에 신과 신의 융합은 거신형제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란다.]“……!”
민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앞뒤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블렌은 자신을 지키겠다며 나섰다.
그리고 융합을 위해 거신형제를 죽이러 갔다.
[융합할 순 없지만 다른 편법은 있었지, 나는 그 편법을 알려주었다. 말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그 편법을 사용한 순간 그는 영원히 그 안에 갇히게 될 수도 있거든.] [알려줘선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민혁은 묵묵히 그 말을 들었다.
[그 편법을 들은 오블렌이 아주 환하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로 웃었단다.] [그 편법은…….]떨어지던 민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자신은 이 순간 포기하고자 하였으나 오블렌은 해선 안 되는 방법을 쫓았다.
그가 어째서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지 알았다.
추락하는 민혁을 누군가 받아냈다.
흑발의 미남자가 자신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회하지 않아?”
민혁이 질문했다.
그 질문에 그는 작은 웃음만을 지었다.
[절대신 중 한 명. 누군가를 위하고,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를 옳은 길로 인도하는 수호신이 함께하고 있습니다!]오블렌이 민혁이 쥔 대륙을 멸하는 검에 손을 뻗었다.
“융합.”
검은 기류가 된 오블렌이 대륙을 멸하는 검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그 편법은.
[오블렌. 그 아이가 너의 검이 되는 것이다.]파즈즈즈즈즈즈즈즈즉-!
거대한 흑빛이 세상을 채웠다.
번쩍-!
그 빛이 걷히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다.
백색의 망토를 두른 민혁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고귀한 흑빛의 검 한 자루를 쥔 그가 헬레냐를 올려다본다.
[민혁 Lv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