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81
밥만 먹고 레벨업 1082화
너무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민혁은 딱 그런 표정이었다.
그는 자신의 모습으로 음식을 먹는 분신새를 보고 있었다.
그는 앉은 자리에서 라면 80봉을 뚝딱 하고 오십 공기의 밥을 말아 먹었으며, 지금 후식으로 호두과자 열 봉지를 먹어대고 있었다.
“아, 호두과자는 왜 먹어도 먹어도, 배가 안 차냐.”
기가 찬 표정의 민혁이었으나, 곧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주억였다.
“어, 그건 인정.”
민혁도 한 오십 봉지는 먹어줘야, 아 좀 먹었다 했다.
물론 민혁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뭐 저런 얘가 다 있냐고 했지만 자신도 얼추 알고 있었다.
“제가 정말 저래요?”
“평소의 민혁이보단 소식했군.”
“……?”
초월자들의 말에 민혁은 말문을 잃었다.
‘이 정도면 학회에서 코끼리 위장을 가진 남자로 연구대상감인데?’
문득, 자신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분신새의 성격은 민혁과 전혀 달랐다.
“꺼어억, 본체. 뭐 먹을 것 좀 더 없냐?”
트림을 하고 맛있는 것 좀 달라며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내 본체지만 나와 성격이 전혀 다를 수도 있구나?’
그러고 보면 신과 기사의 설명에 ‘확률에 따라 자신과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하긴, 성격마저 같은 민혁이가 두 명이면 이상하니까.’
그러면서 들려오는 알림을 보았다.
[분신새의 이름을 정해주시기 바랍니다.]“아, 배고프다고. 먹을 거 더 없냐고.”
건방진 분신새를 보며 민혁이 그 이름을 정했다.
“뚱혁.”
“아, 이름 마음에 안 든다고, 뚱혁이 뭐냐고, 이름 진짜 못 짓네.”
[분신새가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민혁은 다른 이름을 떠올려봤다.
“으디 시원한 마실 것 좀 없냐, 본체야.”
그 건방진 모습을 보던 민혁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인혁이?”
“니 이름에서 한 글자만 바꾸기 있긔없긔?”
“…….”
어이가 없어진 민혁이 분신새의 이름을 속으로 곱씹다가 말했다.
“붕신새?”
“오, 그건 좀 괜찮네.”
[분신새가 자신의 이름 붕신새를 마음에 들어 합니다.]“…….”
붕신새의 뜻은 아주 심오했다.
“붕신새라, 정말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 것 같네. 무슨 뜻이냐?”
건방진 말투에 민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답해줬다.
“붕신새는 많은 끼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붕신새가 감탄하며 자신의 턱을 쓸었다.
“본체가 나를 제대로 봤구나. 붕신새가 많은 끼를 가지고 있다, 줄이면 붕신새끼인가. 후후후…….”
민혁은 말문을 잃었다.
신과 기사에 있던 ‘분신새는 확률에 따라 조금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라는 설명글도 이해가 되는 듯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지려나?’
다행히도 민혁은 이런 분신새를 곁에 오래 두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분신새의 존재 이유는 세상을 유람하며 민혁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사들을 간택하여 오는 것이다.
그리고 설마하니, 그가 진짜 붕신새라는 이름을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그냥 분신새로 지정하자. 뭐, 본인은 붕신새를 마음에 들어 하니, 냅두고.’
[분신새의 이름을 분신새로 정합니다.]어감이 이상하니, 민혁은 그를 그냥 ‘분신새’라 부르기로 했다.
“분신새야.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들을 찾아와주겠어?”
“싫다.”
단호하게 거절하는 분신새를 보며 민혁은 화가 끓어오르는 듯했다.
‘내가 직접 기사를 간택하지 않아도 분신새가 나를 대신해 기사들을 간택하고 또 그들을 회유하여 올 수도 있다.’
그런 엄청난 장점에 숨겨진 작은 단점 정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또 민혁은 자신과 닮았으나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녀석을 훌륭히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훌륭한 기사들을 한 명씩 데려와 줄 때마다 전설 등급 요리를 해줄게.”
“바로 간다!”
분신새가 매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어린아이만 한 크기의 매의 모습을 한 녀석은 그 특이한 이름과는 다르게 무척 멋졌다.
올곧게 솟은 부리와 간드러지는 날개, 날카로운 눈매.
흡사 매들의 왕과 같은 모습이었다.
막 날아오르려던 분신새가 멈칫했다.
“내 손에 호두과자 몇 개 좀 쥐어……. 아, 나 손 없지?”
“붕신새끼…….”
“왜 부르냐?”
“그냥 불러보고 싶어서.”
민혁은 입을 쩍 벌리고 호두과자를 넣어달라는 분신새의 입에 그것들을 가득 털어 넣어줬다.
입안 가득 호두과자를 머금은 분신새가 높이 날아올랐다.
[분신새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강자를 찾아 2개월 동안 세상을 유람합니다.]민혁은 날아가다가 툭-하고 호두과자를 떨어트린 녀석을 올려다봤다.
“내 호두과자아아아아!”
날아가는 분신새를 보며 민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신과 기사 스킬의 다른 힘들이 유지되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것들도 유지되지 않고 스킬이 바뀌었다면 오히려 악효과가 났을 것 같다.’
민혁은 솔직히 말하면 신과 기사를 통해 새로이 얻은 ‘분신새’가 굉장히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괜스레, 작은 한숨이 나오는 민혁이 초월자들에게 또 놀러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제국으로 돌아갔다.
* * *
하늘을 나는 분신새는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니, 기분이 좋다.’
그런 생각을 하던 분신새는 곧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난 이제 막 태어났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하늘을 나는 분신새는 자신이 가진 막중한 임무를 떠올렸다.
그는 2개월에 한 번 기사를 선정하고 회유해야만 주인놈에게 맛있는 걸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는, 주인에게 꼭 필요한 자들을 데려갈 생각이다.
그러나 채 몇백 미터도 날아가지 못하고 분신새는 땅에 착지했다.
그 이유는 지상에 너무도 맛있는 몬스터들이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민혁의 모습일 때에야 그는 몬스터들을 먹지 않지만 매의 모습일 때는 달랐다.
그는 매의 모습일 때는 어떠한 몬스터든지 먹을 수 있었고 과일과 같은 것도 먹을 수 있는 완전한 잡식성이다.
그런 분신새가 주변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보며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이번엔 민혁의 모습이 아니었다.
분신새가 멀리 날아갈 때, 민혁이 ‘다음엔 내 모습으로 돌아다니지 마!’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 * *
㈜즐거움 회의실.
강태훈 사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봤다.
분신새가 착지한 곳은 이족몬스터의 땅으로, 여러 몬스터들이 인간과 같이 이족보행으로 걸어 다녔다.
약 400레벨 유저들을 위한 사냥터로, 놈들 자체가 꽤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땅에 착지해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한 그를 향해, 놈들이 거리를 좁히는 모습이 들어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강태훈 사장의 표정은 심각했다.
태초의 권능 신과 기사는 절대적인 힘이다.
옆에 있던 박민규 팀장이 말했다.
“태초의 세상엔 아테네밖에는 없었죠.”
땅과 하늘이 생기던 날. 그때에 이 세상엔 오로지 아테네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아테네는 절대신들을 이끄는 존재가 되었다.
그 절대신들을 선출한 자는 아테네가 아니다.
바로 지금 화면 속에서 보이는 분신새였다.
분신새는 모든 절대신들을 선정한 후 활활 타올라 작은 알 상태가 되었다.
그에 대한 스토리는 민혁이 그와 함께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며 그런 녀석이 지금 다시 깨어났다.
과거의 기억도,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채.
그리고 그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크륵, 넌 누구냐.] [난 붕신새다. 끼가 많기에 붕신새끼라고도 불리지. 후후.]“…….”
“…….”
박민규 팀장과 강태훈 사장이 동시에 말문을 잃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얘가 좀 모자라다. 물론 이는 아테네 스토리팀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밸런스를 맞추라고 했더니 이렇게 맞추다니, 아니, 이걸 누가 승인한 거야?”
“당시 스토리팀 팀장이 승인했습니다.”
“팀장이? 아니, 팀장이 제정신…….”
“팀장이 기획안을 냈고 팀장이 승인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만뒀고요. 소문에 따르면 엄청난 야근을 하던 그가 회사에 앙심을 품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크흠.”
간접적으로 ‘야근’으로 때리는 박 팀장의 말에 강태훈이 헛기침을 했다.
어찌 되었든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춰지긴 한 것 같다.
분신새는 단순히 기사를 찾아내기만 하는 새는 아니었다.
박 팀장이 말했다.
“그나마 분신새를 통한 힘의 극소수만을 민혁이 누리겠지만 큰일입니다.”
분신새는 분신이긴 하지만 전혀 다른 인간의 모습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
그런데 분신새라고 처음 이름이 명명된 것에 대한 이유가 있다.
성격은 다를 수 있어도 그 사람의 굉장히 많은 것을 닮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먹을 것을 보면 사족을 못 쓴다는 거다.
문제는 민혁이 먹을 것을 먹기 위해 어떠한 짓이라도 한다는 거였다.
분신새도 마찬가지다.
“그는 하늘을 날다 맛있는 게 보이면 사냥할 것이고, 또 캐 먹거나, 따먹겠죠. 분신새는 민혁의 스킬 사용만 불가능하다뿐이지 공격력이 60%나 되고 손재주도 60% 적용되죠.”
그러한 분신새는 끊임없이 사냥하고 캐고, 반복할 것이다.
이야기를 듣던 강태훈 사장이 동감하며 말했다.
“민혁 유저에게 엄청난 득을 가져다주겠지.”
* * *
민혁은 가까우면서도 멀고도 먼 700레벨의 문턱 앞에 있었다.
온 세계는 민혁이 이제 곧 700레벨을 달성할 것이라며 신명 나게 떠들어대고 있다.
그가 이제까지 보여준 말도 안 되는 레벨업 속도를 보면 700레벨까지 사흘이면 가능할 거라는 속보가 나가고 있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지만 정작 민혁은 한 달도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
‘100억 경험치를 얻었지만.’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에 고작 6%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다음 레벨을 위한 레벨업 구간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음을 의미했다.
민혁도 하루빨리 레벨업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아벨과 헤이즈 등에게 많은 경험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때마침 루브앙 제국의 황제 카르딘이 보낸 사신이 도착했다.
“……왜 당신이 오셨습니까?”
“브로드는 뭐 하는지 궁금해서.”
다름 아닌 네르바였다.
브로드는 그를 끔찍이도 싫어하는데, 네르바는 어떻게든 그와의 과거를 씻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브로드는 그를 용서할 생각이 없고, 민혁도 마찬가지다.
차디찬 냉대를 받으면서도 네르바가 말했다.
“일전에 카르딘과 했던 약속을 잊진 않았겠지.”
“물론입니다.”
민혁은 카르딘 황제를 발라만 공작에게서 구해줬다.
그것을 빌미로 여러 가지를 요구했는데, 첫 번째는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여 스승 베라든을 알게 되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기둥의 재료’에 관한 힌트다.
“기둥의 재료는 육해공, 세 개로 나뉘어 있더군.”
민혁도 아는 사실이다.
그중 민혁이 처음 먹었던 것은 육해공의 해에 속하는 바다의 음식이었다.
바로 기둥의 대게다.
기둥의 대게의 효과는 놀라웠었다.
모든 스텟 3.5% 상승.
손재주 11% 상승.
손재주와 관련한 그 어떤 것을 해냈을 시 무조건 5% 특수효과 추가 상승.
물속성 저항력 22% 상승.
물과 관련한 몬스터에 대한 공격력 및 방어력 15% 상승.
그 가치는 어떤 재료와도 버금갈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것이었으며 심지어 무척 맛있었다.
또 기둥의 대게를 먹은 덕분에 민혁은 물속성 몬스터들에겐 말도 안 되는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민혁에게 동시에 아벨의 귓속말이 도착했다.
[아벨: 민혁아, 경험치를 크게 상승시킬 수 있을 만한 곳은 아무래도 ‘성장의 탑’밖에는 없는 것 같다.]네르바가 말했다.
“성장의 탑. 그곳의 탑의 주인이 ‘육(陸)’을 대표하는 기둥의 재료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군.”
민혁의 눈이 찌푸려졌다.
‘성장의 탑’이란 이름이 굉장히 거북하게 느껴졌다.
네르바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눈치챘나? 성장의 탑의 탑주는 베라든을 시기하였던 자일세.”
민혁은 그 말을 듣고 대강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런 이름을 지었다.’
민혁의 새로운 목적지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브로드 좀 보고 가도…….”
“안 됩니다.”
“그럼 먼발치에서…….”
“거절합니다.”
“그럼 이거라도 전해…….”
“싫습니다.”
완강히 거절당한 네르바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천외제국 성을 나섰다.
그 뒷모습이 연인에게 차인 것 같은 모양새지만 미안한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민혁이 스승 베라든을 시기했던 자가 있는 성장의 탑으로 향하려던 때였다.
예상외의 알림이 들려왔다.
[분신새가 획득한 경험치와 골드를 습득합니다.] [3,441,097골드를 획득합니다.] [경험치 3,705,000을 획득합니다.] [손재주 1을 획득합니다.]“……?”
민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
민혁은 신과 기사를 서둘러 다시 열람했다.
신과 기사의 설명에 이렇게 써져 있다.
[분신새에 대한 정보가 일부 봉인되어 있습니다.]그 밑으로 ???들이 가득하다.
민혁은 그 ‘???’의 효과들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자동사냥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