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94
밥만 먹고 레벨업 1095화
전투불능에 빠진 악마들, 겨우 일어설 힘만 남아 있는 자들 등.
악마들은 크게 분노했으나 서로를 죽이진 않았다.
서로를 죽이기 시작하면 서열전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서열 1위 바알도 그를 감안하여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악마들을 공격했다.
이것을 쉽게 표현하면 악마들은 ‘개피’가 된 것이다.
개피란 유저들이 사용하는 은어로 HP가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를 나타낸다.
개피 상태인 악마들에게 민혁이 필멸의 흑빛 날개를 펼쳐 쏘아 보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필멸의 무조건 적중은 당연하게도 바알에게 적용했다.
바알도 HP량이 많이 남아 있진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앙-!
필멸에 집어삼켜진 바알은 죽음을 맞이하고, 그 주변에 있던 악마들은 필멸에 휩쓸렸다.
대부분의 악마들이 죽었으나, 죽지 않은 악마들은 민혁이 어깨에 검을 걸치고 걸어가 목을 쳐냈다.
민혁은 끊임없는 경험치와 플래티넘 알림을 들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자그마치 72악마들을 모조리 소탕했으니 레벨업 정도는 당연한 것이었다.
또 총합적인 플래티넘 획득량은 150만에 이르렀다.
[힘 1을 획득합니다.] [지혜 1을 획득합니다.] [손재주 1을 획득합니다.]악마 사냥 하나에 랜덤으로 스텟 하나가 오르고 대악마 베로스의 경우 5가 올랐다.
총 77개의 스텟을 획득했다.
너무도 쉽게 악마들을 정리한 민혁이 은신술을 풀고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베락을 지나쳐갔다.
“가자.”
이제 이곳에 온 진짜 목적을 이뤄야 할 때였다.
* * *
선악의 경계 안에서 민혁은 마주치는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확실히 베락의 말처럼 선악의 경계 안의 몬스터들의 수준은 너무도 높은 편으로 평균 레벨대가 600부터 시작했다.
베락의 안내를 따라 안쪽 깊숙이 들어가던 민혁은 곧 들려오는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선악의 명당에 입장하셨습니다.] [강화 확률이나 아티팩트 제작, 더 높은 요리가 나올 확률이 15~25%가량 상승합니다.] [손재주 14%가 상승합니다.]‘진짜네?’
민혁은 명당이란 곳에 처음 와보았다.
대부분의 명당은 무분별하게 그 위치가 바뀐다.
그것은 명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자릿세를 받으려는 유저들을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선악의 명당은 아니었다.
영원히 명당의 특혜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보였다.
민혁은 추가적인 것을 더 알 수 있었다.
‘선악의 명당 안으로는 몬스터들은 들어올 수 없다.’
명당의 인근에 있던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는 결계에 막혀 다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민혁은 안쪽 깊숙이 들어가다가 한 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가 바로 에밀라인 듯싶었다.
“저자가 에밀라입니다. 그리고 이 명당을 만들어가는 힘을 가지고 있지요.”
정말이지 대단한 능력이었다.
선악의 명당은 반경 500m 정도였다.
어찌 보면 엄청나게 거대한 명당을 고작 한 사람이 만들어낸다는 게 실로 경이로울 정도다.
에밀라 주변에서 은은하게 뿜어지는 빛이 땅을 적시고 있다.
그런 와중에, 민혁은 의아한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에밀라를 중심으로 펼쳐진 아주 작은 원이었다.
그 원은 사람 두 명이 서면 꽉 찰 정도로 아주 좁았다.
“설마…….”
“맞습니다. 에밀라는 저 원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저 안에서 생활해야만 하죠.”
“얼마나 있었으려나?”
“죽음의 신의 말로 유추해 보면 최소 1천 년 이상은 되지 않을까요?”
민혁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런데도 안 미칠 수 있나?”
1천 년을 저 작은 원에 있어야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저 에밀라의 수감을 담당하는 자들이 천계의 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성스러운 힘이 에밀라의 정신이 미치지 않게 하는 거죠.”
“…….”
저 안에서 저렇게 무한한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건 치가 떨리는 일이다.
힘없는 기색으로 원안에서 선 채로 자고 있는 에밀라를 보던 민혁이 요리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그녀와 조금 먼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그녀가 깨어났다.
그녀는 천사처럼 예쁜 외모를 가졌고 속이 비칠 듯 말 듯한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민혁이 요리준비를 하며 베락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런 끔찍한 형벌을 받았을까.”
민혁은 에밀라에게 큰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어떠한 천사를 독살했다든지, 천계의 가장 위대한 자의 자리를 노렸다든지 하는 일로 형벌을 받았겠거니 했다.
베락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녀가 엄청난 퀘스트를 줄 NPC라 생각하고 그녀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가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흘러서인지, 아니면 감추는 것인지는 알 수 없군요.”
베락의 생각은 합당한 것이다.
사연 있어 보이는 NPC는 꽤 큰 보상을 주게 마련이니까.
“그리고 이상한 것도 있습니다.”
“뭔데?”
“그녀가…….”
“안녕하세요?”
“너무 천사 같다는 겁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민혁은 화들짝 놀랐다.
가식 없는 목소리로 웃기 위해 애쓰는 그녀가 보였다.
“예, 안녕하세요.”
민혁도 맞추어 인사했다. 그러나 과하게 관심을 보이거나 친절함 등을 보이진 않고 다시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자 했다.
흘끗 돌아보니 그녀는 고개를 최대한 내밀고 민혁의 행동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모든 세팅을 끝마친 민혁이 심호흡했다.
기둥의 재료를 직접 요리하는 건 처음이다.
심지어 기둥의 재료로 요리에 성공하면 ‘로카더의 불완전한 목장갑’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장갑이 가진 힘은 모르나 분명 민혁의 지체된 식신의 힘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어줄 거다.
“요리하려는 거예요?”
“와, 저 요리하는 거 수천 년 만에 봐요.”
“뭐 만들 거예요?”
에밀라의 질문들에 민혁이 답했다.
“제가 좀 집중해야 해서요.”
“아, 네…….”
아이처럼 시무룩해진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가 조용해지자 호흡을 가다듬은 민혁이 뜨겁게 가열되는 가마솥에 기름칠을 했다.
기둥의 돼지고기 모듬구이의 설명에 따르면 요리하는 방식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단 양념을 버무려 요리하면 특수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고, 물에 넣어 끓이면 고기가 녹아내릴 수도 있다.
정확하게 적혀 있는 게 아닌 걸 보면, 일단 부딪쳐 봐야 하는 것.
민혁은 ‘굽는 것’을 택했다.
민혁이 곧바로 삼겹살 네 줄을 동시에 올렸다.
치이이이이익-!
속전속결.
최대한 빨리 모든 고기를 구워낼 생각이었다. 맛있는 소리가 민혁을 즐겁게 하였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치이이이이이익-
뭔가 이상했다.
“……?”
어째서 연기가 이렇게 많이 나지?
일반적인 연기의 수천 배 이상에 달하는 연기가 민혁의 시야 전체를 가득 채웠다.
오죽하면 민혁의 시야로 구워지는 삼겹살이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삼겹살이 타게 되면 특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삼겹살이 덜 익으면 특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재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간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매캐한 연기와 함께 민혁은 팔에 튄 기름에 따끔! 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고기를 구우면서 튀는 기름!
그런데.
“뭐, 뭐…….”
민혁의 몸으로 쉴 새 없이 기름이 튀기 시작했다.
“야 이 씨, 이게 기름이냐…….”
민혁은 연기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주먹만 한 기름이 자신의 몸을 강타하는 걸 보았다.
치이이이이이익-!
갑옷이 기름과 맞닿아서 내는 소리다. 그러한 기름이 민혁에게 일 초에 수십 개씩 쏘아졌다.
[HP가 88%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지독한 화상에 걸리셨습니다.] [몸을 움직이기 쉽지 않습니다.]화상에 의해 몸을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알림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민혁은 곧, 기름이 튄 부위에 주먹만 한 물집이 부풀어 오른 걸 볼 수 있었다.
물집에서 엄청난 진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5초 후 삼겹살이 타게 됩니다.] [4초 후 삼겹살이…….]그 매캐한 연기와 끊임없이 튀는 삼겹살 기름 너머로 민혁이 집게를 뻗었다.
그의 놀라운 손재주 스텟으로 단번에 삼겹살 네 줄을 잡아채 뒤집었다.
‘휴, 됐…….’
[2초 후 삼겹살이 타게 됩니다.]그러나 들려오는 알림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했다. 민혁이 다시 집게를 뻗어 연기 속에서 삼겹살을 집어 뒤집었다.
치이이이이익-
‘이건 뭐야……?’
성공적으로 뒤집은 민혁은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첫 번째 뒤집음에서는 치이이이익 소리가 나지 않았고 두 번째에선 났다.
‘지금 설마…….’
요리가 ‘거짓말’을 한 거다.
민혁이 첫 번째로 집은 것은 허공이었다. 어이없는 것은 집게를 타고 느껴진 ‘잡는’ 감각이 있었다는 거다.
보글보글보글
이젠 연기 너머로 지글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기름에 흠뻑 젖은 민혁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을 느꼈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고기를 굽는다.
삼겹살을 모두 구워내고 접시에 덜어내 잘 익었는지 확인했다.
‘휴…….’
다행히도 아주 잘 익었다.
덜 익지도, 타지도 않게 적당히 고루고루 말이다.
민혁의 손재주 스텟의 효과도 있겠지만, 민혁이 수만 번도 더 삼겹살을 구워본 덕분일 것이다.
그는 보지 않아도 ‘이쯤이면 이 정도 익었겠지’를 아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아직 목살, 항정살이 남았다.’
이제 겨우 삼겹살 하나를 익혔을 뿐이다.
점차 기름튐과 연기가 잦아들고 있다.
모두 잠잠해지면 하려 했지만 알림은 민혁을 가만두지 않았다.
민혁은 머릿속으로 계산해봤다.
‘두 부위의 고기를 굽는 데 걸리는 시간이면…….’
삼겹살이 식기에 충분하다.
알림은 민혁에게 곧바로 두 부위를 구워야지만 온전한 특수능력을 가져갈 수 있을 거라 경고하는 셈이다.
고작 삼겹살만 굽는 데 엄청난 피해량을 입은 민혁이 가마솥 위로 목살과 항정살을 올렸다.
목살은 넓게 펼쳐진 부위인 반면, 항정살은 손가락처럼 가늘고 개수 자체가 많다.
또다시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며 후끈해졌다.
‘왜 이리 후끈해졌지?’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뭐, 뭐야.”
바로 가까운 곳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숯들이 보였으며 거대한 벽이 민혁을 막고 있었다.
갈수록 온도가 더 높아지고 있었다.
[환상의 숯가마 속에 들어오셨습니다.] [당신만이 숯가마의 영향을 받습니다.]민혁은 뜨겁게 가열된 숯가마 안으로 삽 위에 올려진 삼겹살을 넣으면 10초도 안 되어 익는 것을 TV를 통해 본 적이 있다.
민혁은 지금 그 숯가마 안에 들어와 있는 거다.
그의 몸에서 땀이 흐르는 지경을 넘어 온몸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끄으으으으읍!”
높은 화속성 저항력을 가진 민혁조차도 입에서 신음이 절로 나온다.
눈앞은 매캐한 연기로 보이지 않으며, 혼미해지는 정신이 고기를 수만 번 구워본 그의 감을 무뎌지게 만들어낸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 아득해지는 틈으로 민혁이 가진 엄청난 손재주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높은 손재주에 따라 화속성을 저항해 내고 요리할 수 있습니다.]이 환상의 숯가마 자체는 손재주가 높아야 그나마 견딜 수 있다는 방증이다.
매캐한 연기 속으로 민혁이 집게를 뻗어 뒤집어보지만.
치이이이익,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민혁이 허공을 뒤집은 것이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민혁이 있는 힘껏 끌어왔다.
[손재주 특혜를 받습니다.]민혁의 눈에 연기 속으로 숨은 아주 작은 미세점들이 깜빡이는 것이 보인다.
정확히 저 부분이 고기가 있는 지점이다.
“끄아아아아!”
거친 비명을 지르며 양손으로 집게를 잡아 연기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 점 세 개를 한꺼번에 잡아챘다.
즉 목살 세 덩이를 동시에 집게로 잡은 것이다.
치이이이이이익-
뒤집자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허어어어억!”
기둥의 돼지고기 모듬구이가 만들어내는 환상에 빠진 민혁에게 숯가마의 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시원한 바람이 잠시 들어오는가 싶더니 거대한 삽에 올려진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달궈진 숯들이 보였다.
그 숯들이 거대한 숯가마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민혁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치이이이이이익-!
그의 몸이 녹아내리는 듯하다.
이것이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고통스럽다.
만독불체로도 저항할 수 없는 이 환상이 민혁을 비명 지르게 한다.
“끄아아아아아!”
그러나 신의 의지가 발동되며 그를 이끈다.
소폭 올라간 손재주가 이젠 ‘항정살’을 보여준다.
항정살의 숫자는 열 점. 그 열 점이 붉은 점이 되어 연기 너머 보인다.
집게를 뻗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을 뒤집는다.
치이이이이익-
그 순간 민혁의 정신력이 바닥났다. 손재주에 의지하려 보려 하지만 이젠 눈앞이 뿌옇게 보여 그 붉은 점마저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민혁이 탈진해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왔다.
‘실패인가?’
민혁은 일순 알아챘다.
자신이 쓰러지는 순간, 기둥의 재료 돼지고기 모듬구이는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임을.
그러던 때.
“제, 제가 도와줄게요!”
정체 모를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작은 원안에 갇힌 죄를 지은 여인 에밀라가 분명해 보였다.
이윽고.
“꺄아아아아악!”
그녀의 비명이 울려 퍼지며 정체 모를 알림이 민혁의 머리를 강타했다.
[땅의 주인 에밀라가 명당의 힘을 극도로 끌어올리기 시작합니다.]민혁이 선 땅으로 거대한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선악의 명당의 효과가 더 뛰어나집니다.] [강화 확률이나 아티팩트 제작, 더 높은 요리가 나올 확률이 27~40%가량 상승합니다.] [손재주 24%가 상승합니다.]그 순간, 아득해지는 시야 속에서 흐릿해지는가 싶던 붉은 점들이 더 또렷이 보였다.
민혁이 그 붉은 점들을 향해 마지막 힘을 짜내어 덜덜 떨리는 집게를 가져가 뒤집었다.
그리고 25초까지 힘겹게 버텨내던 민혁이 목살과 항정살을 접시에 덜어내는 데 성공하며 풀썩 쓰러졌다.
아득해지는 정신 너머 알림이 들려왔다.
[기둥 퀘스트: 기둥의 재료나 아티팩트 제작 등에 성공하기 완료.]] [불완전한 목장갑을 획득합니다.]민혁이 정신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