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95
밥만 먹고 레벨업 1096화
“내 돼지고기 모듬구이!”
기절했다가 깨어난 민혁은 돼지고기 모듬구이를 못 먹게 된 것은 아닐까, 라는 걱정부터 했다.
기절하기 전의 기억들이 너무 흐릿했기 때문에 그것이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확인해 봐야겠어.’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는, 인벤토리를 보면 알 수 있다.
민혁은 기둥의 돼지고기 모듬세트의 설명창이 변화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요리하는 데 훌륭히 성공해 냈기에 어떠한 페널티도 없는 돼지고기 모듬구이 세트를 요리해 먹으면 특수능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꿈이 아니었다.
인벤토리에는 ‘불완전한 목장갑’도 들어와 있었다.
민혁은 자신이 정신의 끈을 놓으려던 순간 들렸던 목소리를 기억했다.
-제가 도와줄게요!
그것은 다름 아닌 에밀라의 목소리였다.
기절해 있던 민혁에게 서둘러 베락이 다가왔다.
“폐하께서 정신계 마법에 걸리신 듯 몸을 부르르 떠시더니, 기절하시려 했습니다. 그때 에밀라가 도와줬습니다.”
민혁은 당시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들었다.
“힘을 끌어올리던 그녀는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폐하께서 요리를 완성하신 후, 안도의 한숨을 쉬며 쓰러지더군요.”
베락의 말에 민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미 감사의 인사는 전했으니, 폐하께선 그녀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될 겁니다. 죽음의 신이 경고했…… 폐하?”
베락은 민혁을 걱정하여 말하고 있던 중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그가 몸을 일으켜 에밀라를 향해 걸어갔기 때문이다
“폐하, 죽음의 신께서……!”
민혁은 그 말을 무시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혁은 상체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베락은 솔직히 놀랐다.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민혁은 수천만 백성들의 황제이시다.
그러한 분이 이토록 정중하게, 죄수에 불과한 여인에게 고마움의 뜻을 전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그 인사가 낯간지러웠던 건지 눈을 이리저리 굴려댔다.
민혁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었다.
“왜 절 도와주신 겁니까?”
베락의 말을 들어보면 그녀는 비명을 지를 정도로 자신의 힘을 끌어올렸다고 한다.
민혁은 그녀가 자신에게 계속 말을 걸어대자 정중히 더 이상 말을 걸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식으로 말한바.
시무룩해진 그녀를 무시하고 자신의 할 일만 했다.
어찌 보면 민혁은 무례했다.
이 선악의 결계는 베락과 자신이 찾은 보상이긴 하였으나 이곳의 주인은 에밀라였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그녀에게 잘 쓰겠다는 말없이 마음대로 그녀의 땅을 침범하여 명당을 누렸다.’
그런 건방진 자신을 에밀라는 도와주었다.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그 간절함에 제힘을 조금 보태드렸을 뿐이니까 너무 고마워하진 않으셔도 돼요.”
“…….”
민혁은 말문을 잃었다.
그저 남이 너무도 원하는 것이었기에 자신이 힘들 것을 알면서도 도와줬다.
선천적으로 고운 심성을 타고난 여인이다, 민혁은 그런 확신이 들었다.
무언가를 원했다면 그녀의 답은 이랬을 테니까.
‘제가 당신을 도와줬으니, 당신도 저를 도와주겠어요?’
그녀는 너무 고마워하진 않아도 된단다.
그저 선의로 이렇게 베풀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민혁은 그녀에게 궁금해진 것이 있었다.
머뭇거리자 그녀가 말했다.
“말씀하세요.”
민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이곳에 갇히신 겁니까?”
베락도 오랜 시간 동안 지옥에서 그녀가 왜 수감되었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대답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없다고요? 제약이 있는 겁니까?”
“그렇진 않아요. 단지 정말 말할 수 있는게 없을 뿐이에요.”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게 무슨 소리지?
그러나 계속된 추궁이 그녀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음을 민혁은 알았다.
“저도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물론 가능한 한에서요.”
“…….”
그녀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 안에 있는 그녀가 도움받을 수 있는 거라.
당장은 생각나지 않는 듯 그녀가 어색하게 웃었다.
“대가를 바란 건 아닌데…… 한번 열심히 생각해 볼게요! 그리고 전 사실 당신들이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요!”
에밀라의 말에 민혁과 베락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기쁘다는 거지?
“대화를 하고 있잖아요!”
“…….”
“…….”
민혁과 베락은 그녀를 망연히 바라봤다.
일순 그녀가 가진 아픔이 가슴 속을 헤집어놓는 것 같았다.
민혁은 그녀에게 자신도 모르게 이입되었다.
오랜 시간 홀로 이곳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된 그녀.
그녀의 공간은 1.5m가 될까 할 정도로 작았다.
그런 그녀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기 그지없다 말하고 있다.
어쩌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와준 것일지도 모른다.
민혁이 말했다.
“결정되면 알려주세요. 오늘은 이곳에 머무를 테니까요.”
“알겠어요!”
그 말을 한 그녀가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으십니까, 폐하?”
베락이 걱정되었던 듯 민혁에게 다가와 그를 살폈다.
“아무 이상 없어.”
베락은 죽음의 신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듯싶었다.
그리고 민혁은 죽음의 신의 그 경고를 떠올렸다.
‘왜 내게 콕 집어 경고했지?’
그가 경고한다고 해서 민혁은 조금의 주의만 가질 뿐. 그의 명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사람은 아니다.
또 이렇게 선한 사람이라면 민혁은 죽음의 신의 말을 무시할 것을 그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정체는 의문투성이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민혁은 그를 뒤로했다.
지금 중요한 건 새롭게 얻은 것을 확인해야 할 때다.
민혁이 알림 스크롤을 올렸다.
[기둥 퀘스트: 기둥의 재료나 아티팩트 제작 등에 성공하기.] [불완전한 목장갑을 획득합니다.] [손재주 5%를 획득합니다.] [명성 5,000을 획득합니다.] [100캐시가 적립됩니다.]민혁은 지체하지 않고 불완전한 목장갑을 확인했다.
(불완전한 목장갑)
로카더 전용 아티팩트.
등급: 기둥.
제한: 로카더의 힘을 잇는 자.
내구도: 50,000/50,000
공격력: 1,800
특수능력:
⦁모든 스텟 1%
⦁손재주 22%
⦁손재주 크리티컬 20% 확률 발동.
⦁액티브 스킬 극적인 손재주.
⦁추가 장착 가능.
⦁봉인
⦁봉인
설명: 전성기 시절의 로카더가 착용했던 목장갑으로 아직 봉인이 풀리지 않아 불완전한 상태다.
“이게 불안정하다고……?”
민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추가 장착 가능’이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추가 장착 가능이라는 것은 목장갑을 끼고 그 위에 다른 장갑을 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즉, 장갑 아티팩트의 특수능력을 두 개 누릴 수 있는 거다.
민혁이 목장갑을 손에 착용하자 그의 손으로 목장갑이 빨려 들어왔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데 이질감이 전혀 없었고, 목장갑 자체가 가볍기에 무게감도 없었으며 형체도 없었다.
‘와…….’
이 상태에서 손재주 22% 모든 스텟 1%의 특혜를 누린다고?
그뿐만이 아니다.
손재주 크리티컬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있었다.
상세설명을 통해 확인했다.
[손재주 크리티컬은 공격 크리티컬과 같이 확률에 따라 발동하며 발동된 순간 2배의 손재주 능력을 발휘합니다.]‘오……?’
민혁은 감탄했다. 공격 크리티컬의 개념이 손재주에 붙은 거라 보면 된다.
거기에 공격력은 자그마치 1,800이나 된다. 어지간한 신등급 검과 필적할 만큼 높다 할 수 있다.
민혁은 이 목장갑 하나로 평소보다 1.3배 더 뛰어난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
심지어 스킬 극적인 손재주는 완전 사기였다.
(극적인 손재주)
아티팩트 스킬
레벨: 없음
소요마력: 5,000
페널티: 없음.
쿨타임: 30분.
효과:
⦁발동 시 2분 동안 손재주 스텟량을 1.4배 증가시킨다.
설명: 전성기의 로카더를 있게 한 스킬 중 하나이다.
“……와.”
이 스킬을 발동하고, 손재주 크리티컬이 터진다면?
‘나 이제 손만 대도 전설 등급인 건가……?’
민혁은 가장 높은 곳에 닿은 자 칭호의 효과로 어떤 요리를 하든 무조건 에픽 등급으로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이러한 효과들을 받는다면 열 개의 요리 중 여덟 개 이상을 전설로 만드는 것이 꿈이 아니라 할 수 있다.
민혁은 로카더가 있다면 절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다.’
민혁이 만났던 그는 정말 위대한 자였다.
어쩌면 로카더의 모든 것을 찾아낸다면 민혁은 전성기의 로카더와 같은 인물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뒤로하고 이젠 먹기 위한 가마솥을 준비한다.
“가마솥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왜 이렇게 맛있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기둥의 돼지고기 모듬구이는 다시 전부 생고기 형태가 되었다.
달궈진 가마솥에 기름칠을 촤아악 해준 후에 먼저 삼겹살과 목살을 올린다.
치이이이이이익-!
치이이이이이익-!
뜨겁게 달궈진 가마솥이 연기를 피워 올린다.
민혁이 기름이 흘러내리는 가장자리 쪽에 썰지 않은 김치를 얹었다.
치이이이익-
진짜 먹을 줄 아는 남자인 것이다.
아주 잘 익었을 때 두툼한 고기를 싹둑싹둑 잘라줬다.
‘크, 난 이렇게 두툼한 고기가 맛있더라.’
씹는 맛도 좋고, 가둬진 육즙도 많다.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들어 올리자 표면에서 기름이 자글자글 끓어오른다.
그것을 후, 후 불어준 후에 아무것도 찍지 않고 한입.
고소한 삼겹살이 입안에서 씹혀주고 기름이 좌르르 흘러나온다.
그다음엔 소금에 찍어서 한입.
또 그다음엔 쌈장에 찍어서 한입.
이번엔 상추쌈 위에 삼겹살 두 점, 쌈장을 푹 찍은 마늘, 청양고추, 파채 등을 올려 입안 가득 넣는다.
“크하!!”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맛이다.
삼겹살뿐만 아니라 다음엔 목살도 공략했다.
목살은 지방이 적고 칼로리가 삼겹살보다 훨씬 낮다.
그렇다고 퍽퍽하냐?
그렇지도 않다. 잘 익힌 목살은 입에 넣으면 녹아 사라지게 마련이다.
목살을 소금장에 찍어 먹은 민혁이 행복의 미소를 지으며 항정살을 굽는다.
그와 동시에 비빔냉면을 꺼내는 민혁은 먹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계란 노른자만을 꺼내준 후 계란 노른자를 으깨어 양념소스와 함께 비빔냉면을 비빈다.
그다음 잘 익은 항정살을 비빔냉면 위에 얹고 그것을 그대로 싸서 한입 크게 먹어줬다.
고소한 항정살과 매콤시원한 비빔냉면이 만나 환상의 맛을 자아냈다.
그렇게 뚝딱 하고, 먹어치운 민혁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기둥의 돼지고기 모듬구이를 드셨습니다.] [부족하지도, 특별하지도 않게 요리하였기에 평범한 효과가 적용됩니다.]로카더가 요리했던 당시엔 추가 능력이 더 붙었었다.
그만큼 그가 뛰어나게 요리했었다는 방증이다.
[모든 스텟 2.1%를 획득합니다.] [손재주 7% 힘 6% 체력 5%를 획득합니다.] [땅속성 저항력 19%를 획득합니다.] [땅과 관련한 몬스터에 대한 공격력 및 방어력이 8% 상승합니다.]민혁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만연하다.
‘이제 육해공 중 공중을 뜻하는 공만이 남은 건가?’
추측건대 새일 확률이 높다.
닭이라든가, 오리라든가.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감돈다.
“있잖아요.”
그때, 에밀라가 민혁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그녀가 민혁이 들어주기로 한 부탁을 정한 것 같았다.
‘맛있는 걸 달라는 부탁이려나?’
민혁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 * *
무언가를 확인하고 온 보좌관이 허겁지겁 죽음의 신 앞에 당도했다.
“죽음의 신이시여, 어째서입니까.”
“뭐가 말인가.”
루이스는 태연하게 고개를 땅에 처박은 그를 내려다봤다.
“죽음의 신께서 내어주신 통행증이 일반 통행증이 아님을 소인이 확인했사옵니다.”
통행증의 종료에는 세 종류가 있다.
평범한 통행증과 귀인을 알리는 통행증.
그리고 가장 높은 급의 통행증은, 죽음의 신의 친구를 뜻하는 통행증이다.
물론 어색한 사이지만 죽음의 신은 전 연인 헬라를 무사히 환생의 강으로 보낸 보답으로 그것을 내어주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통행증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 통행증을 가진 자를 누군가 공격했을 때, 죽음의 신께선 곧바로 그곳에 강림할 수 있지 않사옵니까!”
이 통행증은 죽음의 신이 평생 딱 두 번만 발행할 수 있으며, 이 통행증은 때론 이곳의 규율을 어길 수도 있게 한다.
그런 막대한 것을 왜 그에게 주었는가?
보좌관이 예측하기로는.
“설마 에밀라라는 여인 때문입니까.”
“…….”
죽음의 신은 대답하지 않고 그를 내려다만 봤다.
“나는, 지옥을 이끄는 군주.”
그랬다. 죽음의 신은 ‘죽음’을 관장하기에 무서운 자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무차별한 살육을 하거나 하던가?
아니다.
규율을 어기는가?
아니다.
그저 지옥을 이끄는 군주일 뿐.
그는 규율을 지키는 도덕적인 신이기도 하다.
“천계의 썩어버린 심판을 바로잡고자 한다.
“어째섭니까?”
“약속했거든.”
헬라와 약속했다. 그녀가 떠나기 전, 가장 평등하고 아름다운 지옥을 만들기로.
남들이 만들지 못했던 지옥을 만들기로.
“하, 하지만.”
“그대도 알지 않나?
죽음의 신의 차가운 눈이 보좌관을 내려다봤다.
“에밀라는 ‘무죄’다.”
* * *
“있잖아요.”
민혁이 고개를 돌려 에밀라를 바라봤다.
그녀의 부탁이 무엇이든, 민혁이 가능한 선에서 들어줄 생각이었다.
그에 머뭇거리던 그녀가 이를 드러내 웃어 보인다.
양쪽 볼에 드러나는 아름다운 보조개가 도드라진다.
“저 좀 죽여주시겠어요?”
그녀의 부탁은 충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