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05
밥만 먹고 레벨업 1106화
인간은 자연재해 앞에 한없이 무력하다.
그런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베로던은 재앙의 날 가장 두드러졌고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베로던은 이제껏 많은 자연재해를 일으켰을 뿐만이 아니라 자연재해로부터 많은 이들을 구하기도 했는데, 사실 모두 연극이었다.
스스로가 자연재해를 만들고, 스스로가 절망에 빠진 이들을 그 자연재해로부터 구했다.
핑계로는 ‘내 멋대로 자연재해를 만들 순 없습니다’라는 말 뒤로 숨어대면서 말이다.
비겁하고 악랄했던 베로던.
기둥의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는 그.
그가 민혁의 앞에 무릎 꿇고 있다.
누가 봐도 복종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민혁의 득표율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단숨에 34.1%를 기록한 것에 그치지 않고 득표율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민혁의 입 모양을 본 베로던.
‘인생은 실전이다.’
그의 분노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끓어올랐다.
또 한 번, 민혁이 절묘한 순간에 생방송을 켰다.
그가 차가운 표정으로 베로던을 보며 얄밉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베로던. 나는 그대와 협력할 생각이 없네.”
[내기에서 승리한 민혁이 당신에게 세 번째 소원을 빕니다.] [그의 소원은 자신 앞에서 당신이 1분 동안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뭐라 소리치려던 베로던은, 누군가에게 입을 구속당한 것처럼 말할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눈앞에 인자한 미소로 천외제국을 돌아보는 민혁이 보인다.
“그대와의 협력이 천외제국에 많은 혼란을 가져다줄 수도 있으니 말이야, 그러니 그대도 나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정. 직. 하. 게. 기둥이 되기 위해 힘써보시게.”
이를 보는 세상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보자면 베로던이 민혁에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고 그의 수하로 들어갈 것을 요청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민혁은 자연의 주인이라는 거대한 힘을 가진 베로던이 천외제국에 속하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군요.] [그럴 수밖에요. 두 개의 파벌로 나눠질 수도 있는 노릇이죠.] [민혁의 선택은 오로지 제국을 위해서입니다. 정말, 훌륭한 황제입니다.]그리고 민혁이 또다시 생방송을 절묘하게 끈 상황.
분노한 베로던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자연의 힘을 끌어올리려 했다.
그런데.
[성스러운 천사의 힘이 천외제국 내에서 어떠한 자연재해도 허락하지 않습니다.]베로던은 천외제국 내에서만큼은 그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는바.
“이, 이 얄팍하고…….”
분노에 눈에 실핏줄이 돋아난 베로던에게 또 한 번 민혁이 으르렁거렸다.
“넌 그런 말 할 처지가 아니라니까?”
민혁은 받았으면, 곱절로 갚아준다.
철저히 짓밟고 다신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는 자가 그였다.
그가 ‘동영상 촬영’의 녹음된 소리를 틀어줬다.
베로던이 민혁에게 협력을 요하고, 이 재앙의 장본인이 그임을 증명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베로던은 이제 천외제국도, 천외제국과 관련된 그 누군가도 건드릴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민혁은 영상을 풀어버릴 것이고, 그의 득표율은 마지막 투표일에 바닥을 칠 것이니까.
“이, 이 어린놈의 황제 새끼야! 네놈은 어른 공경도 할 줄 모르냐!”
분노한 베로던이 소리쳤으나 민혁은 웃었다.
그와 민혁의 나이 차이 약 오백 살 정도 날 것이다.
“나잇값을 해야, 대접을 해주지.”
쯧, 혀를 찬 민혁.
더 이상 베로던에게 볼일은 끝났다.
“이제 그만 내 제국에서 꺼져라.”
얼굴이 붉어진 베로던은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갔다.
* * *
사전투표 이튿날까지 민혁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물론 베로던과 민혁이 협력하는 줄 알고 올라갔던 득표율이었기에, 민혁이 그 협력을 거부하자 민혁에 대한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렇지만 세계 곳곳에 퍼진 기사들이 민혁의 득표율을 방어해 줬다.
[천외제국 병사들. 세계 곳곳의 동맹국을 지원하여 복구작업 펼치는 중.] [아테네 곳곳의 왕들과 황제들, 천외제국의 황제 민혁에게 감사의 인사.]유저들은 꼼짝없이 자연재해 복구 활동에 참여해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천외제국의 도움으로 인해 그 시간이 크게 줄어듦으로써 민혁에 대한 득표율이 방어된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3일 차 때.
유저들은 투표를 번복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고 민혁의 투표율은 다시 바닥을 쳤다.
“……?”
[사전투표율.]현재 투표를 진행한 자. 8.8%
1위 자연의 주인 베로던. 투표율 27.1%.
2위 죽음의 기둥 볼레인. 투표율 24.9%.
…….
9위 먹는 자들의 기둥 민혁. 3.1%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너무도 뚝 떨어지자 민혁은 당혹스러웠다.
‘확실히 재앙을 막아내고 베로던이 무릎 꿇고 있던 게 컸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베로던이 민혁 앞에 무릎 꿇음으로써 엄청난 기대심리를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게 민혁이 만들어낸 자작극이었기에, 그는 자연스레 베로던을 거부하는 연출을 보였다.
그 기대심리가 식자 많은 표가 돌아선 것이다.
물론 아직 사람들의 투표율은 1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각 기둥의 후보들도 표를 얻기 위한 행동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아직 민혁만이 상황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때다.
그러한 때, 민혁은 들려오는 알림을 들었다.
[3일 차에 기둥 후보들의 활약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기둥 후보 사전투표는 아테네 모든 유저들을 위한 축제다.
그렇기에 하루에 한 번, 그들의 하이라이트를 시청할 수 있는 듯싶었다.
민혁이 시청하겠다, 라고 수긍했다.
그 순간 그의 시야가 변화했다.
변화한 민혁의 시야 속에서 바로 엊그제 만났던 베로던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이름과 그에 대한 설명이 내레이션으로 들려온다.
[자연의 주인 베로던은, 무수히 많은 자연재해로부터 세상을 구하기로 했다.]베로던이 가뭄에 메마른 왕국에 인자한 미소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실체를 알고 있는 민혁은 역겹기 그지없다.
그가 하늘을 향해 양팔을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뭄에 지쳐 있던 백성들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죽음의 기둥 볼레인은 세상의 골칫거리들을 죽이겠다 선언했다.]죽음의 기둥 볼레인.
베일에 감춰져 있던 인물이다.
놀랍게도 그는 아테네에서 가장 거대한 정보기관 ‘이뮨’의 숨겨진 수장이었다.
그가 사전투표에서 2위를 기록하였던 이유는 그 정체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볼레인에 대한 내레이션처럼, 요근래 악명을 떨치는 세계 곳곳의 골칫거리들을 그가 단숨에 암살하는 것이 보였다.
민혁도 감탄이 나올 정도의 실력이다.
심지어 ‘바카론의 용병들’이라는 자들과 싸우는 영상은 민혁도 감탄했다.
바카론의 용병들은, 용병들이 산적 떼처럼 돌변하여 많은 이들을 약탈하고 다니는 이들이다.
온 대륙의 골칫거리였는데, 그가 홀로 수만의 용병들을 한 수에 꿰뚫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리고.
[종들의 왕 레이칸은, 빼앗긴 땅을 되찾고자 하는 종들을 모아 전쟁을 치르기로 하였다.]민혁이 잠시 숨을 죽였다.
늑대의 머리 모양 투구를 쓴 사내가 거대한 늑대 위에 올라 언덕 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곧바로 언덕 곳곳에서 다양한 종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군대의 위용이 엄청났다.
최소 수백만은 되어 보이는 그 군대를 보며 민혁은 신음을 삼켰다.
아마도 빼앗긴 땅을 되찾는다는 것은 곧 인간들을 침범할 것이란 암시일 것이다.
‘기둥은 선과 악을 가리지 않는다.’
계속해서 후보들이 지나갔다.
마침내, 민혁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반짝였다.
아홉 번째 후보.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민혁은 다른 후보들처럼 아주 멋진 모습을 기대했다.
그런데.
[먹는 자들의 기둥. 그는.]민혁은 곧 펼쳐지는 영상에 말문을 잃었다.
[오늘도 열심히 먹었다.]“……?”
민혁은 말문을 잃었다. 황실 주방에서 하루 종일 요리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어대는 민혁의 모습이 보인다.
등 뒤로 빈 접시 수십 개가 쌓여 있다.
‘어쩐지 투표율이 너무 낮더라…….’
민혁은 오늘까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다른 후보들이 어떤 식으로 활약하는지 지켜보기 위함이었다.
어제오늘 열심히 먹기만 했더니, 이 장면이 하이라이트 장면이란 말인가?
[그는, 먹는 자들의 기둥다웠다.] [정말 잘 먹었다.]이건, ㈜즐거움에서 노린 걸까? 추가로 들려오는 내레이션이 민혁을 민망하게 한다.
하지만 먹는 자들의 기둥이었으니, 잘 먹는다는 것은 좋은 표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후보가 보인다.
그녀는 민혁의 스승이기도 하였으며, 그의 큰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했다.
민혁은 상단에 떠올라 있는 투표율을 보았다.
‘10위 대륙황제 엘레. 1.2%’
민혁도 카메라 시점으로 홀로 있는 엘레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민혁은 그녀를 보며 어떠한 말도 잇지 못했다.
그녀의 주변으로 수백 개의 마법 허수아비들이 부서져 있었다.
검의 대제 엘레라는 이름을 떨쳤던 그녀는 어느새 대륙황제 엘레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실제로 대륙을 이끄는 황제가 되진 못했다.
민혁도 알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군신인 자신이 있기 때문인걸.
‘물론 나 때문만은 아니다.’
아직 그녀가 아스간 대륙 전체를 이끌기에 한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지친 듯 숨을 헐떡이는 그녀가 초라하게 앉아 있다.
규칙적으로 그녀의 온몸이 떨리며 흐느끼는 소리가 번져나갔다.
[엘레는, 바스갈라 토벌전에서 패배하여 수만의 병사를 잃었다.]“…….”
민혁의 입이 벌어졌다.
바스갈라에는 엄청난 몬스터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신이 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필립스 제국과 바스갈라 땅은 그리 멀지 않았다.
민혁의 가슴이 쓰렸다.
그녀는 물었다.
-민혁아, 내가 검신의 자리를 마다하였던 것이 옳은 선택이었을까?
그녀는 한 번씩 후회하곤 하는 듯했다.
그녀가 기둥의 후보가 된 것은 민혁도 꽤 놀라운 일이다.
아직 그녀는, 고작해야 전설과 신 사이에 불과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기둥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있는 듯싶었다.
백성들은 그녀를 믿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기둥의 후보로서 떳떳하고 멋지게 이름을 알려줄 것을.
그리고 대륙황제로서 자신들을 이끌어줄 것을.
‘기대하는 자들은 기대만 하면 되지만, 그 기대를 받는 자의 속은 썩어 문드러진다.’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그를 괴롭게 하며, 끊임없는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흐느끼는 그녀를 볼 때, 누군가 그녀가 있는 훈련실을 노크했다.
순식간에 울음기를 지워내고 태연하게 몸을 일으킨 그녀.
뚜벅뚜벅-
그녀가 목소리를 낸 이에게 평소와 같은 위엄 있는 황제의 목소리로 대답한 후 걸어간다.
속은 썩어 문드러지지만, 모두의 기대 앞에서 태연한 척할 수밖에 없는 황제의 모습.
그 모습을 민혁은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가 문을 닫고 나감으로써 모든 영상이 종료되었다.
다시 한번 민혁에게 그녀의 투표율이 들어왔다.
‘10위 대륙황제 엘레. 1.2%’
애석하게도, 민혁은 그녀를 찾아가 따뜻한 밥 한 끼를 해줄 수도 없다.
갑작스러운 민혁의 행동에 그녀는 눈치챌 수도 있으니까.
‘자존심 높은 누나를 위로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입안이 쓰다.
애석하게도 민혁은 더 이상 엘레를 생각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먹는 자들의 기둥이 되고자 하는 나도 서둘러 활약해야 한다.’
민혁이 중앙분수대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던 때였다.
[기사를 찾아 나섰던 분신새가 적합한 기사를 찾아냈습니다.]“……오!”
민혁은 감탄했다.
분신새는, 최근 성장의 알을 먹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분신새가 성장의 알 덕분에 한층 진화했다는 알림을 들었던 바 있다.
[분신새가 진화합니다.] [분신새의 봉인되었던 능력 중 하나가 개방됩니다.] [분신새가 임시 기사를 선정할 수 있습니다.] [임시기사는 신과 기사의 2개월 사용제한을 받지 않습니다.]알림처럼 분신새에겐 특별한 능력이 추가되었다.
임시기사를 선정할 수 있다.
임시기사는 약 일주일 동안만 선정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데, 어떻게 보면 놀랄 만큼 똑똑한 시스템이다.’
그가 민혁의 가신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민혁에게 지금 꼭 필요로 하는 자’를 시스템과 분신새가 인지하여 그에게 임시기사가 될 것을 권유하는 것이기에 분명 대단한 힘이다.
또, 민혁으로서는 분신새가 기사로 간택한 자를 통해 돌파구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곧 추가적인 알림이 들려왔다.
[분신새가 자신이 찾아낸 기사에게 ‘임시기사’ 자리를 권유합니다.] [임시기사를 권유받은 자는 이필립스 제국의 황제 엘레입니다.]“……?”
민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또다시 들려온 알림이 민혁을 한 번 더 경악하게 했다.
[임시기사 자리를 권유한 분신새가 이마에 커다란 충격을 느끼고 있습니다.]“……?”
민혁은 눈치챘다.
엘레가 ‘대가리 박아’를 시킨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