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06
밥만 먹고 레벨업 1107화
민혁은 들려오는 알림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임시기사를 선정할 수 있는 특별한 힘을 개화한 분신새.
그가 임시기사로 권유한 존재가 다름 아닌 엘레였다.
‘어째서지?’
엘레는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그만큼 자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여황제.
최초의 대륙 여황제라는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여인이, 민혁의 기사가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필립스 제국의 황제 엘레가 임시기사 자리를 거절합니다.]역시 예상대로였다.
민혁은 곧바로 분신새를 불러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분신새가 매의 모습으로 당도했다.
매의 모습으로 도착한 그는 곧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민혁의 경고 때문인지, 분신새는 그의 모습이 아닌 다른 이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착지한 분신새의 이마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불러줘서 고맙다. 방금까지 대가리 박고 있었거든.”
“어, 응…….”
알림을 통해 눈치챘던 민혁이다.
‘너, 내 동료가 되어라.’라는 대사를 뱉은 분신새는 그 자리에서 엘레에게 응징당했을 거다.
그나마 민혁의 분신새라는 것을 알고 이 정도에서 끝난 것이리라.
민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엘레 누나한테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한 거야?”
분신새의 설명을 들어보면 민혁에게 꼭 필요로 하는 자에게 권유한다고 되어 있다.
소름 끼치게 똑똑한 시스템이다.
“나도 모른다. 단지 강한 끌림을 받았을 뿐.”
“그래? 딱히 어떠한 이유가 있기 때문은 아니라는 거지?”
신과 기사는 꽤 친절한 시스템이다.
신인 민혁이 훌륭한 기사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안내해 준다.
그러나, 분신새는 그 신과 기사에서 비롯된 힘이지만 그와 별개로 그 이유 자체는 설명하지 않는 듯싶었다.
그렇다면 민혁이 생각해야 한다는 거다.
깊게 고민하던 민혁은 곧, 현 상황을 분석해 봤다.
‘설마……?’
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시스템은 내가 사전투표에서 1위를 할 방법으로 엘레 누나를 알리는 건가?”
민혁이 도달한 결론이었다.
현재의 민혁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는 그를 사전투표에서 1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자다.
곧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던 민혁의 입가가 찢어졌다.
‘이거 대박인데?’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스토리는, 꼴등이 일등이 되는 스토리다.
민혁이 엘레를 만나러 가기 위해 걸음했다.
* * *
사전투표 시작일 셋째 날이 지나고 넷째 날이 되었다.
갈수록 후보들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종들의 왕 레이칸은 하룻밤 만에 왕국 하나를 점령했다.
자연의 주인 베로던은 여전히 세상을 돌며 갖은 자연재해를 막거나, 골칫거리인 몬스터들이 모여 있는 구역으로 가 폭풍우를 일으켜 전부 쓸어버렸다.
그리고 후보들의 4일 차 영상이 공개되었다.
각자 활약하는 모습이 지나간다.
그러던 때, 자연의 주인 베로던이 영상 속에서 말했다.
“얼마 전, 한 후보가 무리하게 몬스터 토벌을 진행하던 중 무고한 병사들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후보의 자격도 갖추지 아니한 자가 무고한 자들을 죽게 하였으니 그 자격을 의심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하이라이트 영상 속 베로던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는 천외제국의 민혁을 만나러 간 후 엘레를 만나 문전박대당한바.
그것을 돌려주고 있는 거다.
영상이 계속 흘러가며 다른 이들을 비춰준다.
죽음의 기둥 볼레인도 베로던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자격 없는 자의 무모함이 무고한 백성 수만을 죽였다. 황제의 자격조차 의심되는 것 아닌가.”
어떠한 후보는 대놓고 엘레를 조롱했다.
“투표율 1%? 그것마저 과분하군요. 심지어 한 후보는 먹기만 했다고요? 온 세계를 지탱하는 기둥이 장난입니까?”
이와 같은 비난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4일 차의 영상에서 전부 엘레를 비난하고 있다.
이유? 그저 다른 후보 깎아내리기에 불과했으며 그쪽으로 가는 투표율을 자신들이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엘레와 민혁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통편집되었고, 마지막에 엘레와 민혁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만이 송출되었다.
많은 이들이 그런 둘을 비난했다.
특히나 커뮤니티 사이트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민혁이랑 엘레는 아예 통편집되었네? 마지막에 엘레와 민혁이 악수 나누는 건 둘이 협력한다는 건가?] [개욱기넼ㅋㅋㅋ 꼴찌 둘이 손잡는다고? 투표율 둘이 합치면 3%는 되냐?] [솔직히 베로던이 민혁 앞에서 무릎 꿇었을 때, 두 사람이 협력할 줄 알고 기대했다가 민혁이 선택에 실망한 사람들도 엄청 많을 듯.] [2222.] [33333333.] [아무리 제국을 위해서라도, 본인한테 거는 기대치는 생각 안 하나 봄.] [솔직히 민혁 유저한테 실망입니다. 다른 후보들 열심히 자기를 피력하고 있는데, 본인은 하이라이트 장면이 먹는 것밖에 없네요?] [민혁이가 요리만 열심히 했어도 이미 10%대 넘었을 듯.] [그건 아닌 듯. 솔직히 이제 식신의 요리버프가 얼마나 뛰어난지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음? 그런데 중요한 게 식신의 요리버프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거. 대장장이의 신이 신등급 아티팩트를 만들면 영원히 남지만, 민혁의 신등급 요리는 끽해야 일주일밖에 효과가 안 감 ㄷㄷ.] [실제로 그런 이유 때문에 전문가들이 민혁의 신등급 요리의 가치 하나가 신등급 아티팩트의 10%의 가치 정도라고 하네요. 실제 거래가격도 신등급 아티팩트가 신등급 요리보다 열 배 가까이 비싸고요.] [식신, 메리트 없음 ㅋ.] [이 정도면 사실상 민혁과 엘레는 사전투표 포기했다고 보는 게 맞을까요?] [이응, 그게 맞는 듯. 압도적으로 차이 날 것을 아니까 포기한 듯 ㅋ.]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엘레와 민혁의 악수의 의미가 ‘다음을 기약하자’는 약속으로 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마지막 투표일이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그들은 표를 얻기 위한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 시각 민혁은 엘레가 병사들을 잃었던 바스갈라 대지에 당도했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바스갈라 토벌전 당시.
엘레는 이곳에 있는 ‘신화’를 쫓았다.
그 신화는, 이 바스갈라 토벌대의 무언가가 ‘신’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민혁이 카오스의 상점을 열람했다.
그리고 카오스의 상점에서 한 물품을 구매했다.
[원하는 자의 탐색기를 구매하셨습니다.] [100캐시를 사용하셨습니다.]민혁의 가슴이 쓰렸다.
100캐시를 얻기 위해선 궁극의 요리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캐시 적립률은 짰으니까.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맞다면, 그 1,000캐시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
[원하는 자의 탐색기가 탐색을 시작합니다.]이는 ‘재료추적’의 효과와 비슷한 힘을 가졌다.
‘다른 점이라면, 재료추적은 오로지 해당 조건의 요리재료만 추적하지만 이 탐색기는 모든 걸 추적한다는 것.’
이윽고 민혁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탐색에 성공하셨습니다.]들려오는 알림이 그 ‘신화’가 사실이었음을 알려줬다.
민혁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맺어졌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 * *
투표일 6일 차가 지나가고 있다.
[사전투표율.]현재 투표를 진행한 자. 26.1%
1위 자연의 주인 베로던. 투표율 24.1%.
2위 죽음의 기둥 볼레인. 투표율 22.9%.
…….
9위 먹는 자들의 기둥 민혁. 1.5%
10위 대륙황제 엘레. 0.8%
김대국 PD는 민혁과 엘레의 참담한 투표율에 헛웃음을 지었다.
“무리는 아니지.”
민혁과 엘레는 소문처럼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인지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들의 힘을 낱낱이 드러내는 다른 자들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으니 누가 봐도 포기한 게 맞다.
그로 인해 민혁과 엘레는 한없이 비난받고 있었으나, 그들은 입을 다물고 있는 실정이다.
“생각보다 투표율이 저조하네요.”
“첫째 날과 이튿날의 투표결과가 완전히 뒤바뀐 것을 생각해 보면, 그만큼 유저들이 신중하다는 거겠지.”
재앙의 힘을 업은 민혁은 단숨에 역전했다.
이 투표는 1위를 맞춘 자들에게 1레벨업 포션을 주기에 모두가 신중해진 거다.
“참 좋아하는 황제인데 말이죠.”
방송국 직원의 씁쓸한 목소리는 엘레에게 하는 말이다.
엘레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NPC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그녀는 세상을 이끌 기둥의 자질이 부족하다.
특히나 이번 토벌대에서 병사 3만을 잃어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당장에만 이필립스 제국 내에서도, 병사를 잃었음에도 사전투표율을 위해 활동하지 않는 엘레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외제국도 시끄럽군.”
천외제국도 마찬가지다.
당장 내일이면 투표가 종료되건만, 6일 차까지의 하이라이트 영상 모두가 먹는 것들뿐인 상황이다.
“에휴.”
한숨을 쉬며 김대국 PD가 화장실로 가려던 때였다.
한 직원이 서둘러 뛰어오는 게 보였다.
“PD님.”
“응?”
“천외제국의 민혁 황제가 촬영협조를 요청하였습니다.”
“촬영협조?”
김대국 PD의 눈이 흥미를 머금었다.
그 말은 민혁 유저가 마지막 날을 기다렸다는 뜻이 된다.
‘아직 투표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걸 대부분 보여줬고, 민혁만이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게 있다.’
무척 위험한 발상이다.
하지만 그 촬영협조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있다.
“민혁 유저는 포기한 게 아니었군.”
마지막 날, 크게 활약하여 많은 표를 독식할 생각이었다.
매우 어려운 길로 돌아간다고 볼 수 있었다.
“민혁 유저가 얼마나 뛰어난 힘을 가진지 정도는 모두가 알지 않나?”
그랬기에 더 문제다.
이미 민혁은 요리로 많은 것을 보여준 상황이다.
저 모든 표를 독점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경악할 만한 것을 해내야 하는데, 그게 과연 쉬울까?
하지만 김대국 PD가 말했다.
“카메라팀이랑 리포터들, 전부 천외제국으로 보내.”
“예? 아뇨. 민혁 유저가 촬영협조를 요청하긴 했지만 카메라팀이랑 리포터들을 보내달라는 곳은 민혁이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응?”
“바로 엘레입니다. 본인은 즐투브로 생방송하겠다고 하더군요.”
“엘레라?”
문득 민혁과 엘레가 악수를 나누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럼 일단 엘레 쪽으로 모든 팀 보내. 어차피 민혁이 생방송하면 우리 쪽 시청률이 좋게 나올 리 없으니까.”
“넵.”
직원이 사라지고 김대국 PD는 곧바로 생방송 중인 민혁의 방송을 틀었다.
민혁의 시점으로 화면이 보이고 있다.
‘생방송의 장점은 본인에게 뜨는 모든 알림을 시청자들도 들을 수 있다는 거지.’
물론 그 알림 중 일부를 원하면 블라인드 처리할 수도 있다.
생방송 중인 민혁이 말했다.
[사전투표에 맞춰 저도 새로운 도전을 해볼까 합니다.]김대국 PD가 그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결국 소모성에 불과한 요리로 어떤 도전을 한다는 걸까.’
이윽고 민혁이 말했다.
[연속으로 스무 개의 신등급 요리 만들기에 도전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김대국 PD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러나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 천외제국의 모든 이들이 먹을 에픽 요리 만들기도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도전해 보겠습니다.]“……!?”
이어지는 터무니없는 말에, 김대국 PD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