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62
밥만 먹고 레벨업 1163화
김춘식은 민혁과 함께 인근의 허름한 변호사 사무실에 왔다.
눈이 침침한 듯 안경을 끼고 눈살을 찌푸린, 나이가 지긋한 변호사가 계약서 한 장을 두고 말했다.
“불리한 조건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유리한 조건투성이네요. 여기 적자가 발생할 시 모든 책임은 일화 그룹 쪽에서 지도록 적혀 있네요.”
김춘식은 혹여 일화 그룹 법무팀과 계약서를 보게 되면, 그들이 다른 말을 할까 싶어 이곳에 온 거다.
그는 어려서부터 가방끈이 짧았다.
때문에 확실한 확인이 필요했다.
특히나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그 계약 조건 자체는 매우 좋은 것이었다.
일정 금액 이상의 매출액을 넘게 되면 김춘식이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였으며, 기본금 자체도 매우 컸다.
특히 루브앙 제국에 있는 모든 빚을 갚아줄 것이며, 김춘식이 그것을 천천히 갚아나가는 조건도 있었다.
계약서에 사인을 끝낸 춘식은 밖으로 나와 물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좋은 조건으로 해주십니까.”
“좋은 조건이 아니라, 사장님의 능력이 뛰어난 덕분 아닐까요? 또, 알고 있어서요.”
“무얼요?”
“이 좋은 조건을 제시한 만큼, 사장님이 더 열심히 일해주실 것을 말입니다.”
“…….”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
좋은 조건을 주면 당연한 건 줄 아는 자들도 있다.
하지만 착한 국밥집으로 유명세를 탔던 김춘식은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육수를 끓였던 인물이고, 가게에 먼지 한 톨 없게 했던, 소비자가 인증한 최고의 사장이다.
그리고 민혁은 현명했다.
김춘식은 지금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내 몸이 부서지도록, 한번 체인점을 키워보겠다.’
잠시 후 민혁과 헤어진 그가 아테네에 접속했다.
[천외제국으로 이주를 신청하셨습니다.] [천외제국의 백성이 되셨습니다.]* * *
[코니르네 라면, 헤라클네 김밥 2호점이 카르발라 영토에 오픈했습니다.] [밴의 고양이 똥 커피 2호점이 카르발라 영토에 오픈했습니다.] [5호점이 오픈…….]민혁은 곧바로 새롭게 영토 강화자를 적용한 곳들에, 각 다섯 개점씩을 오픈했다.
1호점이 있던 곳에서 다섯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던 손님들이 다른 영토로 몰려갔다.
각 다섯 개점씩을 추가로 냈지만, 또다시 그곳에 줄이 생겼다.
또한, 세계적인 요리사 가든은 연계의 상인 브로우에게 많은 것을 알려줄 예정이었다.
더불어 가든은 천외제국 곳곳을 돌며, 오로지 ‘한 가지’ 요리만을 팔 것이라 하였다.
‘브로우의 힘이 대단하긴 하다.’
민혁은 각 호점들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증샷을 확인한 바 있다.
민감한 자들은 고작 10%라도 맛이 다른 걸 알아챘지만, 그들은 소수였고, 대부분의 이들이 ‘이계의 상인’ 브로우의 특별한 권능인 ‘고스란히’라는 힘으로 90%까지 흡사해진 맛에 의해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민감한 자들은 1호점을 가서 먹으면 되는 거니까.’
민혁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첫 번째 목표는 아스간 대륙에 100개의 체인점을 내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세계에 각각 1,000개 지점을 내는 것.
가능성은 있다.
코니르네 라면과 헤라클네 김밥을 대체할 만한 김밥과 라면이 없었고, 특히나 ‘밴’의 커피는 한 잔에 1플래티넘이어도 사 마실 귀족들이 넘쳐나는 실정이었으니까.
이젠 다른 것을 할 때다.
‘자서전은 이미 가르뎅에게 넘겼고.’
가르뎅은 자서전의 불필요한 부분을 자신이 어루만져 줄 거라 했다.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가이아 탐사대의 초대장이 도착하였습니다.]열람해서 확인해 본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아테네에 현존하는 강자들 스무 명이 한자리에 모여 가이아를 탐험한다.
재밌는 내용이다.
또한.
‘한 제국에선 두 명만이 갈 수 있다.’
천외제국에서도 몇몇 이들이 초대장을 받았다.
민혁은 그중 한 명에게 함께 가자 말한 바 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폐하, 준비 끝났습니다.”
다름 아닌 브로드였다.
천외제국의 검이며, 천외제국에서 가장 강한 딜러.
모든 채비를 끝마친 두 사람이, 초대장에 적힌 곳으로 향했다.
* * *
카르딘 황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이십니까.’
여전히 네르바는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
그의 눈빛에는 마치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앉은 이를 보는 듯한 경멸이 어려 있었다.
자신은 그에게 인정받기 위해 베라든에게 가르침을 얻었고, 훌륭히 성장했건만.
카르딘 황제는 자신이 받은 초대장을 꽉 쥐었다.
“라그만 공작.”
“예, 폐하.”
카르딘 황제는 원망스러웠다.
네르바의 기대를 받는 브로드가.
또 개 같았다.
부도덕한 방법으로 황제가 되었던 건 아버지인데, 과거의 죄를 씻으려고 다른 자를 황제로 인정하고 싶어 하는 그가.
라그만 공작은 함께 베라든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그 이전에 이미 세상을 벨 강자였다.
“과거가 지고 새로운 세상이 피었음을 알릴 때네.”
카르딘 황제도 눈치챘다.
이번 가이아 대륙 탐사대에 민혁과 브로드가 올 것임을.
그들이 밖으로 나섰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정예군이 있었다.
말 위에 올라 선두에 선 카르딘 황제가 나아갔다.
* * *
업데이트를 위해, 일시적으로 모든 서버가 닫혔다.
최소 반나절 동안 접속이 불가하자, 유저들은 자연스레 ㈜즐거움이 공지했던 광고영상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한 문구가 떠오른다.
[가이아 대륙 오픈.]기존의 대륙들은 모두 각 나라의 대륙들인바.
이렇듯 새로운 대륙으로 아테네를 확장할 줄은 몰랐기에 모든 시청자들이 작게 감탄한다.
그와 함께 내레이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루브앙 제국은 오랜 시간 신대륙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루브앙 제국의 탐험가 콜럼버가 최근 폭풍우에 휘말려 단 한 번도 닿지 못한 새로운 대륙에 도달하게 됐다.] [새로운 대륙은 그에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하사하여 스무 명의 탐사대를 허락했다.]푸르른 바다. 루브앙 제국의 문양이 그려진 수백 척의 배가 띄워져 있다.
그 중심에 카르딘 황제와 라그만 공작, 알렉산더, 켄타로, 민혁, 브로드, 그 외 초대장을 받은 강자들이 서 있었다.
“함께 신대륙을 개척하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먼저 말하는 민혁을 본 시청자들 모두가 알아챘다.
민혁을 비롯한 유저들은 AI의 통제를 받고 있다.
커다란 돛이 펼쳐지며 출정을 알렸다.
수백 대의 거대한 배들이 바다를 가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쉼 없이 몰려오는 바다의 몬스터들이 그들의 진입을 막아낸다.
그러나 백만이 넘는 루브앙의 정예군이 길을 열기 시작한다.
어느덧 빠르게 스킵하여 지나간 영상 속, 거대한 폭풍우가 보인다.
하늘이 어둡게 덮이며 폭우가 쏟아진다.
바다에서 생성된 용오름 수십 개가 거칠게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배들이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다.
쿠우우우웅-
쿠우우우우웅-
쿠우우우웅-
모두가 알아챈다.
이제 이 너머는 탐사대만이 들어갈 수 있다.
빠른 쾌속선 하나가 띄워진다.
작지만 그 어떤 배보다 단단하고 빠른 배.
그 위로 스무 명의 강자들이 탄다.
그와 함께.
“폐하, 옥체 보존하시어 돌아오십시오!”
다른 강자들이 무색하도록, 백만 명이 넘는 정예군이 일제히 무릎 꿇으며 카르딘 황제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배가 빠르게 폭풍우 속으로 들어간다.
폭풍우를 헤치며 나아가는 그들에게로, 십만 마리가 넘는 돌고래만 한 크기의 ‘식인 파라냐’들이 튀어 오르고 있다.
재앙술사 로컬.
절대군주 리챠드가 키웠던 신흥 강자가, 이젠 어엿한 세계를 대표하는 강자가 된다.
“태풍의 칼날.”
촤라라라라라라라락-!
거센 태풍의 바람이 부는 순간, 아군을 제외한 모든 식인 피라냐들의 몸이 태풍의 칼날에 베였다.
“장전.”
그리고 알렉산더의 명령에 따라 떠오른 수만 개의 무구들이 그의 명을 따라 움직인다.
“발사.”
쿠콰콰콰콰콰콰콰콱-!
피라냐들이 쉴 새 없이 찢긴다.
그들 개개인이 갖은 힘을 발휘하며 돌파구를 연다.
그러나 피라냐 떼들의 끊임없는 습격에, 그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아직 건재한 건 카르딘 황제와 민혁, 브로드, 라그만, 알렉산더 정도로 보인다.
카르딘 황제가 말한다.
“듣던 것과는 조금 다르군요.”
그것은 민혁과 브로드에게 한 말이다.
카르딘 황제는 라그만을 보았다.
라그만은 압도적이었다. 그의 검에 닿는 모든 피라냐가 곧바로 찢겼으며, 그런 위용을 보인 라그만은 지친 기색조차 하나 없었다.
시청자들은 흥미진진했다.
카르딘 황제가, 민혁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무엇이 말입니까?”
“아닙니다.”
카르딘 황제는 민혁의 물음을 듣곤 조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유저들은 NPC들과 다르게 모두 AI의 통제하에 움직이고 있는바.
그때 갑자기 그 자리에 있던 식인 피라냐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의아한 표정을 지은, 스무 명의 강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바다를 가르며 접근하는 그 존재들을 보았다.
놈들이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크게 출렁였다.
“식인 흰고래들입니다!”
[식인 흰고래 Lv 901.]광고 중이었기에, 상세한 설명도 이어졌다.
[가이아 대륙 앞바다에 서식하는 식인 흰고래는 일반 흰수염고래보다 훨씬 작은 크기이다. 그래도 한 척의 배 크기와 맞먹으며, 단단한 피부는 뚫기조차 힘들고 그 치악력은 단숨에 배를 씹어 삼킬 정도이다.]그와 함께 이제껏 점잖았던 민혁의 표정이 변화했다.
“그렇게 대놓고 비꼬시니, 기분이 퍽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 순간, 모든 시청자들은 알 수 있었다.
유저들을 통제하던 모든 AI가 풀렸음을 말이다.
* * *
민혁은 어이가 없고 황당할 지경이다.
‘도대체 왜 이딴 식으로 통제하고 있는 거야?’
AI는 주로 NPC들이 활약할 수 있게 통제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AI에 의해 민혁이 카르딘 황제의 명령에 휘둘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식인 흰고래의 등장과 함께 들려온 알림.
[AI가 해제됩니다.] [가장 많은 식인 흰고래를 사냥한 인물에 따라, 광고의 마지막이 변화할지도 모릅니다.]띠링!
[돌발 퀘스트: 무시당한 황제.]등급: SSS.
제한: 천외제국 황제.
보상: 1레벨 상승.
실패 시 페널티: 2레벨 하락.
설명: 당신은 방금 천외제국 황제로서 루브앙 제국의 카르딘 황제에게 무시당했다. 브로드와 당신이 카르딘 황제와 라그만 공작보다 더 많은 식인 흰고래를 사냥함으로써 치욕을 되갚아라.
AI가 해제된 다른 유저들도 더 이상 제약받지 않고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애초부터 자유로운 AI를 가진 NPC들과 다르게, 일시적으로 조종하는 AI가 풀린 순간, 유저들은 빠르게 힘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싸우던 중, 그 자리의 모두가 멈춰 섰다.
피라냐를 상대하며 극히 일부분만의 힘을 내보였던 라그만 공작과 카르딘 황제.
두 존재가 진격하는 여러 마리의 식인 흰고래들을 말 그대로 학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단합니다…….”
“어찌 이런…….”
“허어…….”
카르딘 황제도 놀라웠지만, 라그만의 무위가 미친 듯이 출중했다.
역대 공작 중 가장 강하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심지어 알렉산더마저 넋이 나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6마리.”
“……?”
모든 이들이 일순 알렉산더를 돌아봤다.
“2분 만에 움직일 수 없게 되었거나, 죽은 식인 흰고래들의 숫자입니다.”
“……!”
“……!”
“……!”
그 자리의 모두가 경악한다. 그러던 순간, 고개를 알렉산더에게 틀었던 그들이 기이한 광경을 보고 또 한 번 경악했다.
민혁이 갑판 위 의자에 앉아 있다.
그 표정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
그 앞에 분노한 표정의 브로드가 있었다.
그 이유.
‘폐하를 앞에 두고, 감히 폐하를 조롱하다니.’
의자에 앉은 민혁이 명령한다.
“브로드.”
모두가 미친놈 바라보듯 민혁을 보았다.
민혁이 명했다.
“전부 찢어라.”
그 순간.
콰자아아아아악-
물 폭탄이 터졌다.
그들이 움찔하는 순간, 이미 브로드가 한 식인 흰고래의 몸을 두 쪽 내고 있었다.
파아아아앙-!
높이 뛰어오른 브로드의 검에서 용병극강검술이 난무한다.
“죽음의 늑대.”
크허허허허허헝!
단숨에 두 마리를 추가로 찢어버린다.
이윽고 바다에 잠기는 돌고래를 지면 삼아 내달리는 브로드가, 검을 던져 또 다른 놈의 머리통을 관통한다.
브로드는 그 검이 수면에 잠기기 전에 뽑아내며, 한 마리 식인 흰고래의 옆구리에 검을 꽂아 그대로 찢어버렸다.
푸쉬이이이이익-!
미친 늑대가 날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미친 늑대 한 마리가.
“……1분.”
알렉산더의 목소리가 떨렸다.
“일곱 마리의 식인 흰고래들이 죽은 시간…….”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민혁이 놀란 기색으로 돌아보는 카르딘 황제에게 말했다.
“듣던 것과는 조금 다르시군요.”
“……!”
“……!”
카르딘 황제와 라그만의 얼굴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