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56
밥만 먹고 레벨업 1257화
왜 지존을 이기고 싶은가.
이 질문에 랭커들은 각기 다른 대답을 할 거다.
랭커들이 살육도 이벤트에 접속하기 전.
“아버지. 이번엔 아버지께서 승리하실 거죠!!?”
“물론이다. 스미스.”
리챠드의 아들은 한때 어벤져스를 좋아했고 이젠 이 아빠를 우상으로 삼았다.
아버지 리챠드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다녀와.”
백색 마법사 알리는 몸이 불편한 형에게 영광을 바치기 위해.
[이번엔 발렌티노가 캐리한다!] [이탈리아의 자랑 발렌티노!]누군가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라우쉬 도련님, 접속시간이십니다.”
“그래.”
“즐거워 보이십니다.”
모든 것을 가져서, 따분한 일상에 활력을 찾고자 했기에.
“회장님, 가실 시간입니다.”
또 한 아이의 아버지는 살고자 했던 아들이 일구어나간 것을 보기 위해.
그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이유.
그 이유들 중에서 가장 탐욕적인 이유도 있다.
“아들, 또 이상한 짓 해서 사람들한테 야유받고 그러지 마라.”
“아이, 또 왜 그래요. 엄마. 저 어린애 아니라니까요.”
“아빠도 같이 접속할까?”
“아빠 살육도 참가하는 거 때문에 사람들이 로크 특혜라고 욕한단 말이에요.”
가장 순수한 이유를 가진 그를 아버지와 어머니가 씁쓸한 표정으로 본다.
대부분의 모든 랭커들이 ‘동경’의 시선 속에서 입장하고, 그는 ‘우려’의 시선 속에 입장한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다녀올게요.”
부모님은 그를 사랑하셨지만 슬퍼하셨다.
로크가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싫었다.
못생겼다며 비난하는 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워졌다.
얼굴로 몬스터 사냥한다, 솔직히 로크는 천외제국의 얼굴마담이다, 로크 때문에 웃겨서 좋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들의 가슴은 찢어진다.
씁쓸하게 웃는 그의 살육도 참가 이유는 가장 순수했고 가장 탐욕적이다.
‘모두의 우상이 되고 싶어.’
한 번도 그 자리에 서보지 못했다.
‘나도 최고가 되고 싶어.’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 부모님이…….’
나를 보며 환호하시게 하고 싶어.
그것이 그의 이유다.
제각기 다른 이유를 가진 사람들.
눈을 감았다 뜬 순간, 펼쳐진다.
로크의 바로 앞에 민혁이 있다.
“한꺼번에 다 덤벼.”
다른 이유를 가진 자들.
로크와 다르게 누군가의 우상.
얼굴 절반을 덮었던 화상에 의해 ‘괴물’이라 불렸던 데스.
이젠 세상 밖으로 나온 그의 지팡이가 땅에 꽂힌 순간, 모든 언데드들이 빨려 들어오며 하나의 거대한 언데드를 만들어 나간다.
수백 조각의 뼈의 불순물이 빠지고 가장 단단하고 뛰어난 뼈만이 모여 만들어지는 하체.
수백 개의 데스나이트의 황금빛 갑옷이 빠르게 녹여져 구축되는 갑옷.
한 손에는 검과 한 손에는 방패.
[데스나이트 황제 바랑칼 Lv 911.]가장 선두에 선 데스와.
“대마도사의 후예.”
콰아아아아아아앙-!
백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모두를 지키고, 또 가장 강력한 딜을 넣을 알리.
천천히 검을 뻗으며 모든 랭커들을 지휘할 리챠드.
그저 초라하게 도끼를 굳세게 쥐는 로크가 있다.
각기 다른 이유들 중에서 모두가 같은 이유 한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지존을 이기고 싶은 이유.
‘최고’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시작된다.
쿠콰콰콰콰콰콰콱-!
한 손엔 검, 한 손엔 방패를 든 트랜스포머와 빼닮은 바랑칼이 돌격한다.
그 바로 뒤쪽에 랭커들이 겹겹이 붙어 나아간다.
마치 ‘재앙급 보스몬스터’를 레이드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까아아아아아아앙-!
초월 상태에 빠져 섬전처럼 움직이는 민혁의 검이 바랑칼을 크게 흔들리게 만들었다.
흔들리는 바랑칼의 뒤쪽에서 하늘에서 쉴 새 없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알리가 있다.
블링크는 본래 0.9초 정도에 한 번 사용 가능한바.
그러나 0.2초에 한 번씩 사용하는 알리가 지금 모두의 관심을 받는다.
“그레이트 디스!”
바랑칼을 날려 버린 민혁에게 쏟아지는 창의 비.
쏟아지는 그것들을 보며 지존이 읊조린다.
“밥 먹고 합시다.”
푸르게 생성되는 배리어가 모든 디스를 퉁겨낸다.
그 찰나의 시간 많은 랭커들이 민혁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디스가 해지된 순간, 땅에 민혁이 내려서기 시작한다.
“해제.”
밥 먹고 합시다로 방어한 민혁을 랭커들이 감싸며 필살기로 압박하려 한다.
그러나 하늘 위에서 솟은 자아의 쇠사슬이 그의 팔목을 감쌌다.
파아아아아아앗-!
하늘 높이 치켜 올라가는 민혁이 그곳에서 ‘형에게 영광을 바치고자 한’ 알리를 베어냈다.
그가 배리어를 펼치는 것보다 민혁이란 지존이 먼 곳에서 힘을 꽂아 넣는 게 빨랐다.
“폭주하는 칼날.”
반경 8m 밖에서도 발동되는 그 힘이.
[트리플 스킬.]1%밖에 되지 않는 확률로 발동되는 그 힘에 의거하여 알리의 온몸을 갈가리 찢어발긴다.
땅에 추락하는 알리를 민혁이 소환한 어떠한 존재가 마무리한다.
꼭두각시 인형 빌이다.
가장 큰 위험이 제거되어 스르르 흩어진다.
그리고 리챠드가 랭커들과 함께 포승줄을 던졌다.
그 줄들이 민혁의 몸 곳곳을 묶었다.
날아오는 쇠사슬이 그 밧줄을 끊어내기 이전에.
리챠드는 아들을 떠올렸다. 이 모습을 보고 있을 아들을!
본래 절대군주는 지휘관 클래스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뛰어난 살상능력 하나쯤은 존재하는바.
“군주의 격노!”
파아아아아아아앗-!
빛이 되어 하늘로 사라진 리챠드가 검을 역수로 쥐고 떨어진다.
운석처럼 떨어지는 그를 보며 리챠드가 희열했다.
나는 아들의 영웅이고 앞으로도…….
“절대군주.”
쿠우우우우우웅-!
하늘 위.
떨어지는 리챠드가 굴복당했다.
2초 동안 절대적으로 굴복하는 굴복기.
하늘 위에서 무릎 꿇려진 리챠드를 무심히 바라보던 민혁이 그가 코앞에 다다르자 발동한다.
“무형검.”
“……!”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콱-!
바로 코앞에서 적중당한 리챠드의 몸이 갈가리 찢겨 나간다.
모두가 추락하는 과거의 절대자를 바라본다.
그때 따분한 삶의 재미를 찾고자 하는 이유로 참여한 자.
용이 각인된 검을 쥔 그가 민혁을 쫓아 승천해 오른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민혁을 1회 베고 지나친 그가 좌, 우, 위, 아래.
1초에 5회씩 빛처럼 사라지며 쉴 새 없이 민혁을 베어내고 있다.
그러나 HP가 떨어지지 않는다.
민혁이 자신을 베어낼 때마다 그가 HP양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섬멸자의 검.”
쿠화아아아아아앙-!
빛으로 이루어진 섬멸자의 검이 수만 퍼센트의 데미지로 켄라우헬을 추락시켰다.
곧바로 하늘 위에서 누군가 기습했다.
쿠우우우우우웅-
“울부짖어라, 용들아!”
웃음을 짓고 있는 흑염룡.
민혁의 아버지다. 거세게 울부짖는 용들이 사방팔방에서 민혁을 물어뜯었다.
그가 게임을 시작한 이유는 아들을 위해서였고, 현재 이곳에 있음은 성장한 아들을 보기 위함에 있다.
네 개의 브레스가 동시에 민혁을 강타했고, 그가 거친 비명을 토하며 결국 ‘절대방어’를 펼친다.
어떤 것도 막아내는 절대적 방패를 두른 그가 한 마리의 용의 머리를 베어냈고.
푸화아아아아악-
“끼헤에에에에엑!”
그를 지나쳐 나머지 세 마리의 용들을 베어냈다.
고작 십여 초 사이에 벌어진 일.
아버지 흑염룡은 좌절치 않고 기뻐했다.
지존이라 불리는 내 아들이 이토록 강하다는 사실에.
그 자격이 충분히 어울린다는 것에.
흑염룡이 검에 베여 추락한다.
찰나였다.
이 찰나에 자그마치 네 명이 넘는 유저가 로그아웃 당했다.
그때 가장 탐욕적인 이유로 전장에 선 한 사내가, 하늘에서 민혁을 도끼로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땅에 추락한 민혁이 지면에 처박혔다.
처박힌 민혁이 놀란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이윽고 떨어져 내리는 그를 따라 자신도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로크의 지존을 이기고 싶은 이유는 인정받기 위함에 있다.
자신이 TV에 나온 날마다 침실에서 숨죽여 우는 어머니를 본 적이 있다.
통화로 ‘오늘 자네 아들 아주 재밌던데?’라는 말에 버럭 화를 내던 아버지를 본 적이 있다.
소개팅을 받겠다던 누군가가 ‘그 사람 재밌는데 너무 웃기려고 발악하는 사람 아니야……?’라는 소리를 들은 적 있다.
무엇이 웃긴가.
로크는 나름의 최선을 다해왔다.
퍼서어어어어억-!
민혁의 검이 도끼보다 빠르게 로크를 베어내고 지나친다.
허공에서 쌍검술을 펼친 민혁의 검이 수십 회 그를 찢어발겼다.
언제나와 같았다.
고작 몇십 초도 견디지 못하고 재로 화하는 로크와 민혁의 시선이 마주쳤다.
언제나와 그렇듯 해설자들은 떠들겠지.
[평소와 다르게 멋지게 등장한 로크였으나 고작 몇 수를 견디지 못하고 허무하리만치 강제 로그아웃 당하고 있습니다.] [알리는 백색 마법사가 되었고 리챠드는 절대군주이며 데스는 데스나이트의 황제를 부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로크는 근 1년간 특별히 성장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년 전 비공식 랭킹으로 전환한 그는 아마도 다른 랭커들에 비해 현저히 더딘 레벨업 속도에 의한 비난이 두려워 숨긴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른 하이랭커들도 맥을 못 쓰는 상황에서 로크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추락하는 로크가 시선을 거두는 민혁을 바라본다.
그를 망연히 바라보던 로크.
스르르 재가 되어 흩어지는 로크가 온 힘을 다해 도끼를 쥐었다.
그 순간.
[죽지 않는 프리스트.] [당신은 죽지 않습니다.]검은 재로 흩어지던 로크가 솟구쳐오르기 시작했다.
* * *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로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미친 듯이 울어대는 휴대폰을 보았다.
두 사람의 가슴이 철렁했다.
정작 TV 앞에 앉아 있으면서 TV를 꺼놓은 두 사람은, 마음이 아파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이 전화도 뻔하다.
이번에 아들 로크가 활약하지 못해서 어떡하냐는 비꼼의 전화일 확률이 높다.
시샘에서 오는 것들이다.
비록 조롱을 당하는 로크이지만, 엄연한 랭커였고 무수히 많은 부를 축적했으니까.
사촌이 땅을 사 배 아픈 자들의 웃음거리.
물론 우리는 괜찮다.
그들이 가슴이 아픈 이유는 정작 ‘로크’의 마음은 썩어 문드러질 거란 거였다.
그때.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열어놓은 베란다 사이로 환호가 들려왔다.
서로를 마주 보다 아버지가 몸을 일으켜 베란다를 닫으려 했다.
그런데.
“로크! 로크! 로크! 로크!”
이상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그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지수 엄마. TV 보고 있어!?”
뭔가 심상치 않다.
두 사람이 TV를 켠 순간.
하늘을 향해 솟구쳐오르는 로크가 있었다.
자신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문구가 화면에서 송출된다.
[죽지 않는 프리스트.] [당신은 죽지 않습니다.] [HP와 MP가 100%로 회복됩니다.] [10초 동안 HP와 MP를 모두 태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모든 스텟이 75% 상승합니다.] [모든 공격력이 94% 상승합니다.] [모든 방어력이 64% 상승합니다.] [신 ‘프리스트’가 당신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파아아아아아아앙-!]솟구쳐오르는 로크의 도끼가 민혁에게 휘둘러진다.
빠르게 방어해 낸 민혁이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밀려나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의 장난기 어린 로크는 없었다.
마치 절대자의 그러한 시선으로 민혁을 바라보는 그의 도끼가 엄청난 속도로 민혁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붉은 아지랑이를 피워올리며 쉴 새 없이 민혁을 가격하는 그는, 가히 독보적이다.
[미쳤습니다……!] [로크가 랭킹을 비공개로 전환했던 이유는 자신이 성장하지 못했음을 감추는 게 아니라 자신이 얼마큼 강해졌는지를 감추고 있던 거였습니다.] [지금 전 세계가 지존 앞에 선 지존 로크를 보며 열광하고 있습니다.] [지금 로크가 지존 민혁보다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정말로 로크가 민혁을 강제 로그아웃시킨다면 전 세계는 이제 ‘로크’라는 유저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로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양손을 모으고 그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 * *
가장 탐욕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인간이 가진 가장 순수한 욕구.
로크는 그에 충실했다.
한 번쯤은 자신도 지존을 딛고 서 그 자리에 올라보고 싶었다.
오랜 시간을 숨겨왔다. 미친 듯이 성장한 자신도 알리, 데스, 리챠드, 아스갈만큼 노력했음을.
콰자아아아악-
민혁의 심장에 도끼를 박은 로크가 함께 추락했다.
[HP가 3%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민혁이 로그아웃에 가까워졌고.
[죽지 않는 프리스트가 2초 후 종료됩니다.]로크의 끝도 가까워졌다.
그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겼다……!’
지면에 처박힌 민혁을 향해 자신의 도끼를 힘껏 내던졌다.
[죽지 않는 프리스트가 1초 후 종료됩니다.] [곧 강제 로그아웃됩니다.]날아가는 도끼가 민혁의 심장에 박히는 순간, 그는 죽음을 맞이할 거다.
한데, 곧 로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면에 처박힌 민혁의 검이 인근에서 부유하던 거대벌을 관통했다.
푸화아아아악-
핏빛구슬이 민혁의 몸을 회복시켰고.
곧바로 로크의 도끼가 민혁의 심장을 가격했다.
콰자아아아악-
[HP가 2% 미만으로 하락합니다.]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민혁은 운이 좋았음을 알았다.
하필 인근에 거대벌이 있었고 그를 통해 회복하지 않았으면 자신은 죽었다.
허탈해진 표정의 로크의 시야가 어두워진다.
결국 닿지 못했다는 사실에 절망할 때.
“개센데……?”
로크는 민혁을 알았다.
일부러다. 물론 사실을 기반으로 말하고 있으나 자신을 위해 찬사한다.
“최고였다, 로크.”
잿빛으로 화하는 로크가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