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64
밥만 먹고 레벨업 1265화
천외제국의 성장이 무섭다.
바카만 공작은 루피소 공작의 죽음 후 그 자리를 대신한 인물이다.
그러나 궁극자 룬달쿠의 가문에서 태어난 그도 강한 무력을 가졌다.
천외제국이 천외국일 때부터 지켜봐 왔던 바카만은 이 정도까지 성장한 천외제국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으론 최근 자신을 도발하며 먼저 전쟁을 선포한 천외제국이 경멸스럽기 짝이 없다.
‘아무리 천외제국이 강해졌다 한들.’
루브앙 제국은 천외제국의 두 배를 넘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가 많은 만큼 뛰어난 인재도 많다.
비록 신이 아닐지언정 그에 필적할만한 인간들이 넘쳐나는 경외의 제국이 루브앙이다.
민혁의 가신들?
‘두렵긴 하나.’
루브앙 제국의 공작들과 인재들, 신의 검들을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제압 가능하다.
신들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할 곳이 바로 루브앙이다.
하지만 바카만 공작은 현실을 알았다.
카르딘 황제는 몸을 사릴 것이다.
천외제국과의 전쟁은 분명 엄청난 피해로 다가온다.
승리했다 하여 웃을 수 있는 전쟁이 아니고, 또 몇 날 며칠을 이어가야 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카르딘 황제는 겁쟁이처럼 전쟁을 피할 것이라는 게 바카만 공작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카르딘 황제가 전혀 뜻밖의 말을 뱉어냈다.
“천외제국을 쳐라.”
뜻밖의 말이다.
바카만은 기뻤으나 의아했다.
몸을 일으켜 창문 너머를 바라보는 카르딘 황제가 치아를 갈았다.
“대루브앙 제국에 반기를 든 자들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어라.”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한 모든 군을 천외제국에 보내라.”
바카만 공작은 실감할 수 없었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바랐던 순간이나, 바라지 않았던 순간이다.’
천외제국 병사들은 상당수가 죽어도 되살아나는 불사다.
반대로 루브앙의 군대는 실제로 죽는다.
그렇기에, 루브앙이 가질 전쟁에 의한 피해는 막대하다.
한 치 앞도 헤아릴 수 없는 피해이나 단호히 말하는 카르딘 황제이다.
그 옆에 선 라그만 공작도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이다.
“라그만 공작. 그대도 가라.”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한들.
‘루브앙은 전쟁을 하는 게 맞고, 이 땅의 진짜 주인을 가릴 때가 온 것도 맞다.’
의심은 해도 언젠간 해야 할 일이다.
또 카르딘 황제의 어명에 감히 반기조차 들 수 없다.
“폐하의 명 받듭니다.”
각 사령관과 부사령관직을 맡은 자들이 나선다.
그들이 나서고 카르딘 황제는 자신의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공허한 시선으로 창밖을 내다보는 그에게 누군가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죽음의 기둥 볼레인이다.
서서 창밖을 보는 카르딘 황제와 대조되게 침대 끝에 걸터앉은 볼레인은 복면 사이로 웃었다.
과거 기둥후보 사전투표에서 1위 후보 중 하나였던 볼레인은, 암살자이자 아테네에서 가장 큰 정보조직인 이뮨의 수장이기도 했다.
볼레인은 계속 루브앙 제국과 접촉하고 있었고, 카르딘 황제의 차에 세뇌초를 타왔다.
그로 인해 카르딘 황제는 완전히 세뇌되었다.
세뇌된 카르딘 황제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일 수 있으나, 오로지 볼레인의 말만을 따른다.
‘조금 둔해진 게 흠이라면 흠이군.’
말 그대로 카르딘 황제의 모든 감각이 둔해졌다. 세뇌초의 부작용이리라.
하지만 감히 그 누구도 루브앙 제국 황제를 의심할 순 없는 법.
기둥후보 볼레인은 과거 천외제국에 의해 큰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더불어, 온 대륙을 장악하고자 하는 야망을 가진 볼레인에게 천외제국은 애초부터 눈엣가시였다.
그런 상황에서, 루브앙 제국의 황제 카르딘을 세뇌시키면 천외제국도 무너트릴 수 있다.
“전쟁은 많은 피해를 일으키지.”
볼레인이 카르딘을 보며 히죽 웃었다.
“심지어 루브앙 제국의 많은 이들이 그대를 불신하고 있는 상황이야.”
이 상황에 볼레인이 심어놓은 ‘쿠데타’의 주인이 루브앙 제국을 흔들 거다.
카르딘 황제는 그 자리를 빼앗길 것이고, 자신이 세운 꼭두각시 황제가 진짜 이 땅의 주인이 될 거다.
‘곧인가?’
끝이 아니다.
볼레인을 지금 이 자리에 있게까지 만든 특이한 힘이 그에겐 있다.
8기둥의 재앙급 힘.
기둥후보들 중에서 아주 극소수만이 보유하고 있다는 힘 중 하나를 볼레인은 가지고 있다.
바로 ‘예지력’이다.
그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미래를 예지력이란 힘을 이용해 확인하고, 이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 예지력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딱 한 가지 원하는 것의 미래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어떠한 인물의 미래도, 자신의 미래도 볼 수 없다.
그가 선택한 미리 알고자 했던 미래.
그건 바로 ‘기둥의 전쟁’의 시작일이다.
기둥의 전쟁에서 단 한 명만이 ‘진짜 기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물론 기둥에 적격한 자는 기둥의 전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기둥이 될 수 있다.
‘이 기둥의 전쟁은 기둥으로서 자격이 다소 부족한 자들 중 가장 뛰어난 자를 선정하는 자리.’
그가 일부러 이때에 전쟁을 발발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곧 기둥의 전쟁이 진행된다.
그때 볼레인은 기둥이 될 것이며, 꼭두각시 황제도 만들어낼 거다.
그리고 침실 밖.
이에 대비하는 네르바 전 황제가 있다.
‘지금 볼레인을 공격하면 카르딘은 죽는다.’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릴 수도 없다.
네르바는 오로지 ‘단 한 명’의 아군으로 그 계획을 무산시켜야 한다.
그 한 명의 아군은 모든 걸 흔들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다.
네르바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또한 군사를 이끌고 천외제국에 향해야 한다.
브로드를 죽이는 건 자신이어야 한다.
* * *
위이이이이이이이-!
천외제국 전체에 비상령이 떨어졌다.
루브앙 제국의 대군이 사방팔방에서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에이간 영토 쪽으로 가장 많은 적군이 진격 중이며 선두에 바카만 공작이 있습니다.”
“거르넌 요새 쪽으로 라그만 공작이 진격하고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두 곳이 뚫리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밀고 들어올 것입니다.”
“우회하여 진격하는 군대도 많은 것 같습니다!”
루브앙 제국이 사방팔방에서 진격해 오고 있다.
최후의 결전이라도 되는 듯 많은 군사들이 동원됐다.
민혁과 헤이즈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어째서 카르딘 황제가 이런 어리석은 짓을 벌이는 걸까요.”
답은 모른다.
단지 전쟁이 발발되었기에 대비해야 할 뿐.
“거르넌 요새는 내가 직접 간다.”
민혁이 명령을 하달하기 시작했다.
“밴 어르신께서는 엘피스, 고르피도, 엘리자베스들을 이끌고 에이간 영토를 지켜주세요. 룬달쿠 경께선…….”
민혁이 쉴 새 없이 명령을 하달한다.
정신이 없었다. 빠르게 달려가는 가신들을 보며 민혁 역시 거르넌 요새로 출발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때 또 다른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는 브로드가 직접 보고했다.
“네르바가 최정예군 병사 30만을 이끌고 갈라비스 협곡을 지나려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갈라비스 협곡을 지나면 산맥이 나온다.
산맥을 지나면 곧바로 수도로 이어지는 길목이 위치해 있다.
즉, 지금 네르바가 천외제국 황궁을 타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다.
‘왜……?’
네르바는 이제 모든 것에서 물러났다. 그런 그가 정예들을 이끌고 수뇌부 타격을 맡은 이유를 알 수 없다.
“변덕이 심하고 욕심이 많은 자입니다.”
더불어 네르바는 강하다.
그를 쉬이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없으며, 민혁이 팔 하나를 날려 버렸지만 최근 마도구로 만들어진 의수를 착용하여 예의 그 힘을 되찾았다 할 수 있다.
아무리 떠올려 봐도, 천외제국 가신들 중 지금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크게 떠오르지 않는다.
‘있다면…….’
브로드뿐이다. 그러나 브로드도 중요한 전선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정예군이 수도를 타격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폐하, 제가 가겠습니다.”
민혁은 섣불리 답하지 못했다.
브로드는 네르바를 끔찍이 증오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이성적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하여 밴 어르신을 보낼 수도 없다.’
밴 어르신은 네르바에게 질 확률이 높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의 죽음은 곧 진짜 죽음이기에 신중해야 한다.
“현재 운용할 수 있는 군은?”
“우리 측 정예병 2만 정도가 있습니다.”
브로드는 총 10만의 정예병을 육성하였다.
어지간한 루브앙 제국 기사들에 견주는 자들.
하나, 상대 쪽은 30만의 병력으로 오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수적 우세를 무너트릴 수 있는 건 브로드뿐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브로드, 2만의 정예병과 함께 네르바를 막아.”
민혁은 한숨을 쉬었다. 이미 전쟁이 발발했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말도 해야만 했다.
“네르바를 죽이는 걸 허락한다.”
네르바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는 양 제국 간의 전쟁이 발발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이러한 명령은 네르바도 브로드를 죽일 수 있음을 뜻한다.
브로드가 빠르게 움직인다. 문득 그가 천외제국을 돌아봤다.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그가 곧,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민혁과 시선이 마주쳤다.
“브로드, 무사 귀환해라. 황명이다.”
브로드는 썩어 문드러지는 속을 숨긴 채 답했다.
“물론입니다. 폐하.”
* * *
산맥이 끝나는 지점엔 천외제국이 전쟁을 대비해 만들어낸 요새가 있다.
해당 요새에 선 브로드는 생각이 많았다.
네르바와는 이미 나눈 대화가 있다.
-천외제국 정예병들이 최대한 죽지 않게 해다오.
네르바는 그를 비웃었다.
-그건 모순이다. 언젠간 천외제국과 루브앙 간의 전쟁은 발발할 예정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전쟁이 아니다. 그 전쟁의 틈에 작은 ‘계획’을 넣은 것뿐. 너도 알지 않나. 너의 말은 모순덩어리다.
브로드도 알고 있다.
자신의 말은 모순이다.
천외제국 정예와 루브앙의 병사들은 전쟁이기에 서로를 죽일 거다.
그 상황에서 루브앙의 병사들은 천외제국 병사들을 죽이지 말아달라니.
말도 안 되는 논리다.
‘그들이 강하면 이길 것이고, 약하면 질 것이다.’
순리대로 가야 한다.
전쟁에서 누군가의 부탁 따윈 없다.
그와 함께 산을 내려서는 네르바와 그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군, 엄호하라.”
“사령관님!?”
“브로드 사령관님!”
브로드는 늑대처럼 날아올랐다.
네르바는 순리를 말했다.
그 순리대로, 내가 육성한 자들이 좀 더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서는 거다.
네르바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본래 그의 죽음은 치열한 접전 끝에 이뤄져야 하니까.
쿠화아아아아앙-!
하늘에서 폐위된 황제와 몰락한 황제의 검이 충돌한다.
파아아아아앙-
거대한 파공음이 울려 퍼진다.
두 자루의 검의 충돌이 나무를 흔들고 수풀이 뽑히게 한다.
그 사이에서 천외제국 병력과 네르바의 병력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사실 네르바는 두려웠다.
세상을 흔들었던 브로드다.
그런 브로드에게 고작 ‘환관’의 직위로 들어오라는 말은 조롱처럼 들리기 충분했다.
그랬기에 그와 붙으며 사정을 설명했다.
“다른 직책을 최대한 찾으려 했으나 황제의 가장 측근에 붙어 있는 것은 역시 ‘내시’라는 판단에 의하…….”
콰아아아아아앙-!
붉은 늑대가 네르바를 강타한다. 뒤로 밀려난 네르바는 진짜 ‘살기’가 실린 공격에 당혹했다.
무차별적으로 꽂히는 공격에 네르바는 속수무책 밀려났다.
‘언제 이렇게 성장한 거지?’
말도 안 되는 무력이다. 또 그 죽일 듯한 눈빛에 네르바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그와 시선조차 마주치지 못할 지경이다.
심지어 네르바는 그에게 지은 죄가 많은 대역죄인이다.
‘하지만 브로드가 그렇게 속이 좁은 인물은 아닐 거다. 맞아…….’
자신도 예기치 못한 일에 그런 직책을 주었다 하여 설마 이러는 건 아닐 거다.
역시나 다시 가까이 다가온 브로드가 말했다.
“네르바. 당당히 마주하라!”
“……?”
역시. 네르바는 깨달았다.
자신이 그에게 ‘환관’을 시킨 것에 의해 진짜 뒈질까 봐 움츠러들었었나 보다.
“너로 인해 다시 살길을 찾았다. 내게 환관이란 말도 안 되는 직책을 제시한 것도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겠지.”
역시 브로드는 옹졸하지 않다. 자신이 인정한 사내답다.
“작전명이 뭐지?”
작전명을 통해 우리는 그때그때 취해야 할 포지션을 정했다.
네르바가 그의 귓가에 말하고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작전명을 말할 때마다 브로드는 해당 포지션을 찾아 움직인다.
첫 번째 작전명을 말했다.
“지존내시.”
브로드가 잠시 움찔했으나, 네르바는 걱정 없었다. 그는 대인배 중의 대인배니까.
“그다음은 ‘무적내시’이고.”
“마지막은 ‘내시황제’다.”
놀리는 것 같지만 그래도 그가 지존이고 무적임을 알리는 작전명이다.
역시 대인배다운 브로드가 말했다.
“그렇군. 네르바, 어깨를 당당히 펴고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마주해라. 피하지 말란 말이다!”
브로드의 말에 네르바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가슴을 쭉 폈다.
“그래, 이제야 네르바 네놈답다. 네가 어깨를 펴고 가슴을 쭉 펼치니까. 아주 좋구나.”
네르바는 갑자기 주먹을 말아쥐는 브로드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때리기 수월해지지 않았는가!”
“……!”
아니었다. 브로드는 속이 좁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