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63
밥만 먹고 레벨업 1264화
[광부의 아들 아그. 부모와 함께 잠들다.]민혁은 부모의 백골과 아그의 작디작은 백골을 광산에서 찾아내어 꺼내왔다.
펄광산 앞에 묘비를 만들어준 민혁은 근처에서 꺾은 꽃 한 송이를 놓았다.
묵념하는 민혁을 보며 길드원들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펄광산이 우리의 것이 될 거라 말했다.’
하나, 정말 가만히 있었다면 펄광산의 펄들의 모든 효과는 삭제되고 마는 것이었다.
즉, 원하는 것을 영구히 얻을 수 없게 되는 것.
‘거저 얻을 수 있는 달콤한 보상 속에서, 민혁은 많은 것을 간파했다.’
천외제국 길드원들이 랭커인 이유는, 누구보다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민혁의 판단은 냉정하지 못했었다. 찰나의 순간 많은 것을 계산하긴 하였지만, 감정적이었음이 사실이다.
한데, 그 냉정하지 못하다 여긴 판단이, 도리어 긍정적인 상황을 이끌어냈다.
그랬기에.
‘하이랭커들의 정점에 선 것일지도 모르지.’
모두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그에 대한 애도를 끝마친 민혁의 얼굴이 해맑다.
“꿈에 그리던 순간이 도래했다…….”
민혁은 언제나와 같았다.
새로운 먹거리 앞에서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끙차를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순간이!”
그뿐만이랴?
“중첩버프가능!”
“크흐!”
길드원들이 기대했다.
기존의 요리버프에서 추가로 버프를 얻을 수 있는 디저트 버프!
[밥배후식배 권능을 펄광산에 적용합니다.]민혁은 곧바로 펄광산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곡괭이를 쥔 그가 힘껏 광산을 두들긴다.
까가가강!
까가가가강-!
높은 손재주를 가진 민혁이었기에 캐는 건 무척 쉬운 일이었다.
[곡괭이의 진가.] [광산에서 채굴한 것이 10% 더 뛰어나집니다.]또한 아그가 남겼던 곡괭이는, 20% 확률로 채굴된 것의 효과를 10% 더 상승시켜 줬다.
깨진 돌무더기 사이에서 광물처럼 반짝이는 어떤 것이 떨어졌다.
손에 쥔 순간 쩍하고 갈라지며 그 안에서 ‘타피오카 펄’이 모습을 드러냈다.
타피오카 펄은 검고 달콤하다.
쫀득쫀득한 타피오카 펄은 펄음료의 가장 기본인 ‘흑당버블티’나 ‘밀크티’에 가장 적합하다.
‘와, 심지어 조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에 따르면, 딱딱한 상태의 펄을 음료에 넣는 순간, 가장 맛있는 상태가 된다고 써 있다.
그다음으로도 계속 펄들을 얻었다.
코코넛 펄, 알로에 펄, 화이트 펄.
총합 네 종류를 가득 얻고 돌아온 민혁은 일단 길드원들에게 밥부터 먹자 했다.
“……어, 응? 갑자기 밥이라고?”
“로크야, 민혁이한테 갑자기 밥이 어딨어.”
“아, 맞다.”
아무튼 그들은 모두 밥을 먹었다.
그것도 버프효과가 깃든 밥을!
빠르게 식사를 끝낸 민혁의 손엔 이미 ‘끙차’가 들려 있다.
“……도대체 저런 건 어디서 구해 오는 거야.”
민혁이 쥔 일회용 컵의 홀더는 끙차의 것이었다.
아주 배가 부르게 밥을 먹은 날.
가끔 쫀득쫀득한 펄이 생각날 때가 있다.
딱 그때처럼 민혁은 밀크티를 쭉 빨아 마셨다.
마시는 순간 밀크티의 달달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사실 밀크티란 음료는, 액체 그 자체가 굉장히 맛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민혁이 빨대를 더 힘껏 빨아들이는 순간, 큼지막한 빨대 틈으로 타피오카 펄이 밀려 들어왔다.
달짝지근한 타피오카 펄이 입안에서 훌륭하게 씹힌다.
작은 감탄을 하는 순간.
[밥배후식배.] [힘이 4.7% 상승합니다.] [버프 유지기간은 4일입니다.]민혁이 감탄했다.
‘중첩버프로 4.7% 상승. 만약 펄만 먹으면 더 많은 힘이 상승하고.’
일단 버블티는 굉장히 만들기 편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벤토리에 제조된 음료를 넣어놓고 있다가 펄만 넣으면 완성된다.
이렇게 편리하고 맛있는 음식이 ‘중첩의 버프효과’를 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가치는 천문학적이다.
간부진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들리는 알림에 감탄했다.
그런 와중에, 민혁은 망고스무디를 만들었다.
망고스무디에 민혁이 넣은 것은 다름 아닌 레인보우 펄이었다.
레인보우 펄은 한 개의 펄이 일곱 색을 띠는 게 아니다.
수십 개의 펄이 일곱 가지의 색을 띠며 들어 있다.
노란 스무디의 밑에 깔린 일곱 개의 색을 띠는 펄은 신비로운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민혁이 한입 쪽 빨아들이자 달콤한 망고 맛이 먼저 난다.
또 한 번 빨아들이자 붉은색 펄이 입안에 들어왔다.
쫄깃한 그것을 씹자마자 느껴지는 맛은 상큼한 사과 맛이었다.
“와…….”
엄청나게 달고 맛이 좋다. 또 한 번 빨아들이자 이번엔 노란 펄이 들어온다.
바나나 맛이다.
이렇게 일곱 개의 펄은 제각기 다른 맛을 가졌다.
함께 입에 넣어 씹어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게 놀라웠다.
쪼오오오오오옥-!
1분 만에 망고스무디를 먹어치운 민혁이 행복한 ‘머리띵’을 느꼈다.
[레인보우 펄을 드셨습니다.] [모든 스텟 2%를 획득합니다.]“민혁아, 이곳 펄들의 생산량을 미루어볼 때 우리의 처음 계획처럼 천외제국에만 공급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지니의 말처럼, 애초부터 밥배후식배는 천외제국에만 공급할 생각이다.
밥배후식배가 레벨업을 하면 지정할 수 있는 구역이 늘어난다.
즉, 현재로선 이 펄광산으로만 버프효과를 중첩 받을 수 있다.
“우리 천외제국 유저들과 NPC들만이 버프효과를 중첩 받으며 특혜를 누릴 수 있는 거지.”
천외제국이 루브앙 제국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셈이다.
* * *
브로드는 많은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그의 운명을 알고 있거나 예상하고 있던 자들이다.
펄광산에 갔던 폐하께서 돌아오셨다.
병사들에게 밀크티를 나눠주고 브로드에겐 망고스무디에 코코넛 펄을 추가한 음료를 내밀곤 속삭이셨다.
“브로드. 내 최애조합인데 브로드니까 알려주는 거야.”
그렇게 폐하는 음료를 주고 가셨다.
“안 그래도 더웠는데!”
“와아, 이 펄음료라는 것 정말 맛있잖아!”
“사령관님, 정말 맛있습니다.”
브로드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기뻐하는 병사들을 보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허어!? 힘이 샘솟는데!?”
“나는 좀 더 빨라졌어!”
펄음료라는 건 중첩버프도 가능하지만, 일반 버프도 가능해 보였다.
브로드는 그들을 바라보다 자신도 망고스무디를 마셨다.
달달한 망고 뒤로 입안에서 씹히는 코코넛 펄이 맛을 더해준다.
오랜 삶을 살아왔다.
고작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세월을 거쳤다.
평범한 병사로 시작해 기사가 되었고.
인간 세상의 사령관으로 군림했었으며.
군신의 눈에 들어 절대신의 검이 되었다.
그러다 황제를 노리고, 끝내 폐위되어 쫓겨났다.
용병왕이 되어 세상을 정처 없이 떠돌았고, 아이리스 여왕의 호위기사가 되어 그녀를 지켰다.
그 과정에서 민혁을 만났고 그를 따라나서 사령관이 되었다.
살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꼽으라면 지금이다.
또 살면서 가장 아쉬운 순간을 꼽으라면 지금이다.
그가 무수히 많이 만난 자들에게 들었던 말.
카오스가 말했다.
-곧 죽는다.
얼굴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네르바가 말했다.
-인간의 몸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기적이다.
군신의 보좌관이 된 벨슨도 말했다.
-운명이 도래하고 있다.
100년을 사는 인간의 몸으로 버틸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들과 대화를 나눴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죽겠다.
모두가 이해하지 못했다.
-살 수 있는 길이 있다.
카오스는 그의 의지에 감탄했다.
네르바는 멱살을 쥐고 소리쳤다.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런 방법이 있는데 죽음을 택하겠다고? 민혁을 위해서냐? 그를 섬기는 신하이기에 그의 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냐!?
네르바는 멱살을 잡은 상태로 무너져내렸다.
또 벨슨은 그를 찬사했다.
-진정한 신하이다.
그들의 뜨거운 시선. 그 시선을 받으며 브로드는 답했다.
-내가 바보인 줄 아는가? 그렇게 개죽음당하게.
그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자신들이 알던 브로드는, 민혁을 위해 새 목숨을 포기하고 죽음을 택할 만큼, 자신의 의지가 굳건한 자였으니까.
그러나 오랜 세월과 민혁이 그를 변화시켰다.
-살고 싶다.
살고 싶었다. 신하라는 이름 아래.
자신이 진짜로 죽어버리면 민혁이 가질 죄책감을 알고 있다.
-살고 싶기에 죽으려 한다. 네르바. 네가 말한 일이 정말 곧 벌어진다면…… 이야기 좀 하자.
처음이었다.
브로드가 네르바에게 협력을 구했다.
그 협력 끝에, 모든 계획이 맞추어졌다.
“쿨럭…….”
망고스무디를 마시던 브로드가 어디론가 걸음했다. 그의 입가에서 흥건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 거다.
더불어, 모두는 몰라야 했지만 단 한 명.
단 한 명만은 알아도 되었다.
피를 토하는 브로드의 등 뒤로 그가 나타났다.
천외제국의 수호신 오블렌.
오로지 천외제국의 이들을 위해 살아가는 그는, 브로드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던 자다.
그랬기에 브로드는 숨길 수 없었고, 오블렌에겐 털어놨다.
[더 이상 천외제국에서 사령관의 이름으로 있을 수 없을 거다.] [너와 함께 성장했던 병사들이 너를 경멸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대의 걸음은 천외제국을 위해서이나 그 종착지는 천외제국이 아니니까.] [그래도 괜찮은가.]오블렌의 말에 브로드는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고개를 주억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평화로운 천외제국을 돌아본다.
그들에게 미움받아도, 그들이 나에 의해 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오블렌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너무도 숭고한 마음이다.
자신을 희생해 모두를 지키고자 하는 그 마음에 감탄이 나온다.
또 기대되기도 한다.
오블렌은 모든 계획을 듣고서야, 브로드가 지키기 위해 경멸하고 미워했던 네르바의 도움을 받고자 함을 알았다.
브로드는 루브앙 제국에 숨어들 거다.
철저히 위장된 모습으로 말이다.
[‘루브앙 제국은 나조차도 쉬이 볼 수 없는 곳.’]그는 그곳에 가 네르바를 통해 스스로를 위장할 수 있는 신분을 부여받게 된다.
어쩌면 대루브앙 제국의 사령관일지도, 또는 공작의 자리를 임시적으로 채우는 자가 될지도 모른다.
빠른 속도로 만리매가 날아들었다.
만리매는 오로지 루브앙 제국에서만 날릴 수 있는 매로 어디든 날아갈 수 있으며 편지를 받은 대상만이 볼 수 있었다.
브로드는 만리매의 다리에 걸린 편지를 읽었다.
[어떤 직책으로 가는 거지?]오블렌은 내심 기대하여 물었다.
그에 브로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블렌은 그 웃음을 보고, 브로드가 결코 쉬운 직책으로 위장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브로드가 말했다.
“중성화라는 걸 아는가, 수호신?”
[……?]“자연에서 평화로이 살아가면 그저 좋아 보이는 게 동물들이지만 동물들 중 중성화가 꼭 필요한 존재들도 있다네.”
갑자기 무슨 헛소리지?
“중성화를 하지 않으면 동물들은 자궁축농증, 유선종양 같은 병을 겪지. 그리고 발정기가 왔을 때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하게 되지. 그러니 동물들에게 중성화는 꼭 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아무튼 필요에 의한 중성화는…….”
[본론만 말해라, 브로드.]브로드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도 창천은 너무 아름다웠다.
눈가가 촉촉이 젖은 브로드를 보며 오블렌은 깨달았다.
그렇다. 브로드가 맡을 직책은 내시다.
“…….”
오블렌이 한술 더 떴다.
[요샌 화학적 거세를 한다고 하니 너무 걱정은 마시게. 아프진…….]저걸 위로라고 하는가?
“그딴 거 안 하네.”
[그럼 완벽한 위장을 위해 ‘성대결절 온 내시’로 해야겠군.]브로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속으로 성대결절 온 내시를 곱씹다 오블렌을 보며 말했다.
“자네가 제일 나빠.”
[…….]성대결절 온 내시란 말을 한 오블렌은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