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71
밥만 먹고 레벨업 1272화
코니르는 천외제국에서 가장 순수한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자다.
그랬기에 역대 검신 중 유일하게 심검(心劍)을 휘두를 수 있는 인물이었다.
검신 코니르는 과거 헤라에 의해 하늘을 떠받친 헤라클 구출하기 원정대에서 심검의 최종장을 완성시킨 바 있다.
당시 심검은 30㎞ 밖에 있는 모든 적을 베어 넘겼다.
말 그대로 아군을 제외한 모든 적이다.
코니르가 최종장 완성 후 민혁에겐 이런 알림이 들렸었다.
[가신 코니르의 스킬이 새롭게 갱신됩니다.] [심검(心劍). 최종장 만리검(萬里劍)의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만리검)
액티브 스킬
검술종류: 심검(心劍)
소요마력: 25,000
쿨타임: 48시간.
효과:
⦁적이 어디에 있든 베어낼 수 있습니다.
⦁15,000% 추가 공격력으로 시스템이 인식하는 주변의 모든 적을 섬멸합니다.
⦁검신은 해당 스킬을 지키고자 하는 자들이 위험에 빠졌을 시 발동할 수 있으나 쉽지 않습니다.
⦁당신은 검신 코니르의 주인입니다.
⦁당신에 한해서만 훨씬 높은 확률로 만리검의 발동이 가능합니다.
⦁발동조건은 시스템이 인지한 당신이 위험할 때입니다. 당신이 마주한 적의 수준, 적들의 숫자 등에 의해 인식됩니다.
⦁만리검이 발동되기 10초 전 당신은 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검신 코니르의 만리검이 이런 곳에서도 발동되는가.
사실 민혁도 의문이었다. ‘적’이 어디에 있든 베어낸다고 되어 있었으나 그것이 하늘의 세상에서도, 혹은 천계에서도, 또는 가이아 대륙에서도.
이벤트 등에 따른 스테이지 등에서도 발동 가능한지 의아했다.
하지만 민혁은 자신의 군대가 쓸려나갈 때 들은 알림을 통해 깨달았다.
[검신 코니르가 당신의 위험을 직감합니다.] [곧 만리검이 발동됩니다.]이 만리검이란 건 ‘코니르’의 힘이었지만 어쩌면 ‘개인’의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애초에 자신이 남들보다 훨씬 더 높은 확률로 위급상황일 시 발동된다는 것부터가 자신의 방어기 스킬 중 하나가 된 셈일지도 몰랐다.
‘단, 실패할 확률이 존재하는.’
그러나 이번엔 실패하지 않았다.
[만리검이 모든 적을 섬멸합니다.]피이이이이이잉-!
검의 울음과 함께 모든 적이 베어졌다.
암살자들답게 주변을 뛰어다니며 민혁의 군을 학살하던 검은 인영들이 양단되어 잿빛으로 흩어진다.
검은 인영들과 다르게 기둥후보들이 살려서 데려온 병사들도 무기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피를 흩뿌리며 죽음을 맞이한다.
“……?”
죽음의 기둥 볼레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정체 모를 이질감에 몸을 다급히 비틀어 피해냈던 그다.
그런 자신의 왼쪽 팔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자연의 주인 베로던. 옆구리를 깊게 베인 그는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토했다.
이족보행의 사자 모습을 한 하버드도 깊게 베여 바닥에 쓰러져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성기사의 교황 엘스. 그나마 손가락 하나만이 잘려나간 그가 떨어져 내린 손가락을 보며 다급히 힘을 발동했다.
[회복의 교황.] [떨어져 나간 육체를 다시…….]하지만 곧 그는 충격적인 알림을 들었다.
[만리검에 의한 상처는 치유할 수 없습니다.]“……!”
“……!”
붙일 수 없다. 그것이 시스템의 답변이다.
기둥후보급의 네임드 NPC들은 네임드 몬스터보단 낮은 자연치유력을 가지지만 유저들의 몇 배에 해당되는 자연치유력을 가진다.
더불어 큰 피해량을 입었을 시 회복시킬 수 있는 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힘을 동원해도 당장 치유할 수 없다.
다행인 사실이라면.
[기둥의 전쟁이 끝난 후 원상 복귀됩니다.]결국 이곳은 이벤트성 스테이지다. 이곳의 죽음이 실제 죽음이 되지 않는 것처럼 이곳을 벗어나면 그들의 상처는 모두 회복된다.
허나. 그들의 분노는 큰 것이다.
“민혀어어어어억!”
이제껏 단 한 번도 누군가에 의해 이런 중상을 입어본 적이 없는 자들이다.
그들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했다.
[비틀림의 재앙.]쿠르르르르르르-
자연의 주인 베로던의 힘에 의해 지진이 일어난 땅이 뒤틀리며 그 안으로 민혁의 병사들이 삼켜졌다.
그 안에 빨려 들어가는 병사들, 그리고 제임은 민혁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잠깐이나마 민혁을 섬김에 후회는 없었다.
그는 방금 전 우리에게 내뱉었던 말을 지켰기 때문이다.
‘우리를 구하진 못하실지도 모르지만 모든 적을 섬멸하시겠다 하셨지.’
‘전하를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땅속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기 전, 제임은 민혁의 등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일곱 명의 기둥후보에게 물러서지 않고 달려나가는 그를 보며, 제임이 씁쓸한 미소로 죽음을 맞이했다.
* * *
카오스는 말했다.
[……가 된다면 곧바로 기둥후보의 자리를 걸을 수 있네. 물론 자네는 이미 그 자격이 충분해.]이미 심사관 루바는 과거 브로드에게 기둥후보 자리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브로드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다시 기둥후보가 되기 위해선 그만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가 말했던 그것이 된다면.
브로드는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을 네르바에 의해 알고 있었고 모든 것이 이야기처럼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긴 것.
‘천외제국 가신들이 황궁을 쳤다.’
‘쿠데타를 일으킨 루든느 황자 역시 황궁에 있다.’
이성적인 판단의 카르딘 황제였다면 일단은 몸을 피하였을 거다.
하지만 결국 볼레인의 세뇌에 걸려있었기에 정면대결에 나서기로 한 것.
‘시나리오는 정면대결 도중 카르딘 황제가 서거하는 건가.’
문제가 여기서 드러난다.
기다란 복도에서 카르딘 황제가 선두에 섰고 그 뒤를 루브앙의 강자들이 뒤따랐다.
반란군보다 먼저 카르딘 황제를 치기 위해 달려오던 천외제국 가신들과 마주쳤다.
더 최악의 상황은.
반대편에서 반란군의 수장 루든느 황자의 모습으로 둔갑한 볼레인의 심복이 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기다란 황궁의 복도의 중앙엔 창신 밴, 암살자이자 신의 검 루오, 궁극자 룬달쿠가 있었다.
천외제국에서 가장 강하며 빠른 발을 가진 그들이 ‘수뇌부 타격’ 임무를 맡은 거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밴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상식적으로 반역이 일어났을 시, 카르딘 황제는 아테네 전역에 있는 바카만 공작을 비롯한 자들이 복귀할 동안 피해야 했다.
그런데 정면으로 맞서다니?
‘상식을 벗어나 버렸다.’
물론 피하지 않은 카르딘 황제와 붙었다면 충분히 그를 제압할 수 있었다.
‘승산 없는 이 전쟁을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카르딘 황제를 포로로 잡는 것이었건만.’
한데 이제 자신들이 반역자와 황제 사이에 있다.
그리고 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형님.”
“…….”
카르딘은 알지도 못하는 루든느의 목소리.
그러나 세뇌초는 두 명의 말을 듣게 되어 있다.
바로 볼레인과 루든느다.
“일단은 천외제국 놈들부터 죽인 후 이야기를 차차 하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반역자와 협동하며 전쟁 중인 국가의 적들을 죽인다?
그다음엔 자신들이 죽는 상황이다.
한데.
“좋은 생각이오.”
“……!”
“……!”
“폐, 폐하!?”
그를 지키는 기사들마저 적잖게 놀란 대답이다.
자신의 목을 치고 황제가 되려는 자와 협력한다?
사실상 이미 황제의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황제시여,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카르딘 황제의 곁엔 네르바도 있다.
그는 결국 카르딘 황제의 아비다.
최소한 그의 목숨은 지켜주고자 하기에 그 자리에 있는 것.
“짐을 버린 아비께서 저를 걱정하시는 겁니까?”
“…….”
하지만 단단히 세뇌된 카르딘은 걷잡을 수 없었다.
“저를 걱정하실 시간에 저들의 분노부터 잠재우시죠.”
카르딘 황제의 시선 끝에 눈이 붉게 충혈된 밴이 있었다.
궁극자나 루오는 브로드와 함께한 시간이 그리 길진 않다.
그러나 사령관을 네르바에게 잃었다는 허망함이 그들의 분노를 꿈틀거리게 한다.
특히 밴은 더 그랬다. 창대를 쥔 밴의 온몸이 파들파들 떨렸다.
“브로드를 죽인 죗값을 받겠네.”
그런 밴을 보며 브로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참으로 고맙다.
죽은 자신을 기억해 주고, 자신을 위해 싸우고자 한다는 일이.
그리고 밴을 존경한다.
“후우우.”
호흡을 추스르며 분노를 억누른다.
그는 감정에 치우쳐 일을 그르치는 자가 아니다.
당장 네르바에게 튀어나가고 싶은 그였으나, 삼켜낸다.
“일단은 이 난관을 벗어나야겠군.”
그 말과 동시에 밴과 루오, 룬달쿠가 반역자의 방향으로 힘을 발현했다.
콰아아아아앙-!
밴의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창기가 작은 길을 열어낸다.
궁극자 룬달쿠의 궁극의 힘이 반역자들 사이에 떨어져 갈가리 찢어발겼다.
루오가 루든느의 곁에 있는 자들 수십의 목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루든느의 뒤엔 수만의 병력이 가득 채우고 있다.
카르딘 황제의 뒤쪽엔 십만에 이르는 강군이 그를 지키고 있다.
그들은 반역자들의 틈을 뚫고 도주하려는 생각이다.
“루든느를 도와 천외제국 가신들을 멸하라.”
고작 셋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염을 토하는 그들을 보며, 카르딘 황제가 명령을 내렸다.
네르바가 그를 막아섰다.
“명령을 철회하라. 모두 움직이지 마라!”
반역군을 돕는 일에 협조할 수 없다, 네르바가 그를 막아섰다.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그러나 카르딘 황제는 강경하게 나섰다.
“뭣들 하느냐, 당장 저놈들을 죽여라!”
“예!”
결국 네르바는 전 황제에 지나지 않는다.
루브앙 제국 강자들이 카르딘 황제의 명을 이행한다.
막 그가 뛰쳐나가려는 때.
“폐하, 아니 되옵니다. 전선에 직접 뛰어드신다니요.”
“그대는 아까부터 느꼈지만 목소리가 좀 X 같군.”
브로드는 순간 카르딘 황제의 목을 비틀어 버릴까 하다가 참았다.
카르딘 황제까지 전선에 뛰어들면 저 셋은 바로 죽는다.
그만큼 카르딘 황제도 강했다.
그랬기에.
“제가 성대결절이 와서…….”
“비켜라, 죽여 버리기 전에.”
그를 지나치려던 때 브로드가 그의 손목을 잡아챘다.
“감히 내시 따위가……!”
“안 됩니다. 폐하. 저곳은 위험합니다.”
브로드는 네르바의 계획의 일부만을 알았다.
그는 모든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것뿐이다.
“죽여 버리…….”
그런데 곧 카르딘 황제는 움직일 수 없음을 느꼈다.
환관이 잡은 손에 의해 자신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때.
푸우우욱-
“크흑.”
루든느 황자의 검에 가슴이 꿰뚫리는 밴이 보였다.
“이크, 빗나갔군. 심장을 뚫을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도 더 루든느 황자가 강했다.
루든느 황자로 위장한 자 또한 기둥후보에 들 수 있는 자다.
그는 어려서부터 볼레인의 손에 키워진 심복이었고 그를 기둥으로 만들고자 하는 자다.
밴이 가슴에서 피를 흩뿌린다.
루오도 반란군 사이에서 펼쳐지는 암술을 의해 몸 곳곳이 수백 개의 단도에 찔렸다.
푸화아아아아아악-!
“어째서 반란군이 암술을……?”
루브앙 제국군은 몰랐으나 ‘이뮨’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궁극자 룬달쿠는 강하다.
홀로 둘을 지켜내며 하늘에서 쏟아지는 반란군들을 모조리 도륙하고 있다.
하나 루브앙 제국의 강자들이 합류한 순간, 그 또한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수세에 몰린 그들이 쓰러져 내린다.
카르딘 황제가 급기야 환관의 손에서 벗어나 먼저 밴의 목을 치기 위해 내달렸다.
그리고 브로드는 이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게 무언의 압박을 보내는 네르바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네가 움직이면 모든 계획이 틀어진다. 조금만, 조금만 더.’
네르바는 말했다.
계획은 총 3개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참 뭣 같은 작전명과 함께 말이다.
브로드가 다시 네르바와 시선을 마주쳤다.
결국 네르바도 그 작전을 이곳에서 시행해야 함을 깨달은 듯 한숨을 쉬었다.
* * *
밴은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적은 어째서 암술을 쓰는가?
또 루든느는 루브앙 제국검술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어째서 카르딘 황제는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는가.
모두 모르겠다.
상식을 벗어난 것들이 자신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쓰러진 자신의 목을 치기 위해 내달리는 카르딘 황제가 보였다.
‘브로드는 네르바에게 죽고.’
‘나는 카르딘 황제에게 죽는가.’
밴은 씁쓸했다. 평소의 그였다면 민혁의 생각이 먼저 났을 것인데, 오늘은 달랐다.
먼저 간 벗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황제가 될 재목인 그는 민혁을 지키기 위해 그 자리를 포기했다.
밴은 알았다. 그것이 그의 오랜 염원이었음을.
“곧 다시 만나겠군, 브로드.”
썩 기분 좋은 만남은 아닐지어다.
카르딘 황제의 검이 휘둘러진다.
목을 정확히 노리는 그 검.
그런데.
“폐하아, 아니 되옵니다아.”
“……?”
어떤 자가 카르딘 황제의 옷깃을 당겼다. 그로 인해 검은 엄한 허공을 갈랐다.
그 어떠한 자는 환관복을 입고 있다.
‘환관의 목소리가 왜 저리……?’
이상하지?
모두가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자 의식한 환관이 말했다.
“제가 성대결절이…….”
뭔 헛소리인가?
아무튼 루든느가 분노했다. 웬 이상한 환관 새끼가 일을 방해하려 드니까.
더 우스운 건 카르딘 황제의 등을 껴안는 말도 안 되는 짓마저 저지른다.
보다 못한 루든느가 단도를 쥐고 움직였다.
성대결절 온 환관은 묘하게 기분 나쁜 자다.
어차피 저런 자를 죽이는 건 밥 먹는 것보다 쉬운 일.
그의 검이 환관의 목을 노렸다.
그때 환관의 등 뒤에 누군가 손을 얹었다.
네르바였다. 그가 브로드를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였다.
그 순간 환관이 자신의 목을 노리는 검을 가뿐히 피해낸 후 명치를 주먹으로 강하게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멀리 날아가는 루든느가 땅을 구른다.
사방팔방에서 수백 명의 이뮨의 암살자들이 튀어나와 환관을 노렸다.
환관이 검을 쥔다.
그리고 휘둘렀다.
수백 명의 피가 허공에 비산한다. 전율하는 네르바가 첫 번째 작전명을 읊조렸다.
“지존내시.”
작전명 ‘지존내시’가 시작된 순간, 환관은 모든 적을 멸한다.